그해 여름 04 (여주과거)
-4년 전
-당신이 뭘 잘했다고 난리야? 한 번이라도 내 생각 해본 적 있어?
-뭐? 말 다 했어? 내가 왜 이렇게 됐는데 당신 때문 아니야? 그래 다 내 잘못이지 가진거 하나 없는 사람이랑 결혼한 내가 미친년이야
-지금까지 내 피 쪽쪽 다 빨아먹고 바가지긁은 게 누군데 지랄이야?
오늘도 여전히 시끄럽다. 나는 거실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에 내방 침대에 누워있는 몸을 더욱더 움츠렸다. 몇 년째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질 만도 했는데 겨우 중학생인 15살의 난 무섭긴 한 가보지. 몇 년째 나는 현실이라는 악몽을 꾸고 있다. 나는 간절히 빌고 또 빈다. 어서 빨리 누가 나를 좀 깨워줬으면 아무나 좋으니까 이 악몽에서 깨워줘. 네가 듣고 본건 다 거짓이라고, 어서 꿈에서 일어나라고.
"지금 애비애미가 싸우고 있는데 성이름 어딨어. 나와!!! 이년이 뭘 잘했다고 방에서 쳐자?"
-쾅 문이 열렸다. 아빠라는 사람이 나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빠...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제발 용서해주세요. 잘못했..."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아니, 그게 잘못이다. 잘못한 게 없는 게 잘못이다. 나는 맞지 않기 위해 빌었고, 이 악몽에서 깨워달라고 또 빌었다.
-짝!
"네년이 지금 아빠 말 무시하는 거야? 싹수없는 년이 태어나서 우리 집이 이렇게 된 거 아냐!!! 더 맞고 싶어서 무시하는 거야? 너 마저도 날 무시해?"
오른쪽 얼굴이 얼얼했다. 내가 맞는 걸 본 엄마가 울면서 다급히 들어왔다.
"당신 지금 이름이한테 왜 그래요? 애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요? 차라리 나를 때려요... 나를 때리라고!!!"
"이 쌍년들이.. 나를 피 말려 죽일 셈이지. 성이름 너 같은 년 낳는 게 아니었어."
그러게, 난 왜 태어났을까 내가 태어난 것마저 후회가 된다. 아빠는 사업에 실패해 빚을 모조리 떠안게 되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우리 집은 점점 가난에 시달렸다. 이렇게 살기를 먼 3년, 나는 악몽을 꾸고 있다.
"아빠랑 더는 못 살겠어. 정말 지긋지긋해"
"뭐? 이 미친년이 지금 말 다 했어?!!! 지금까지 너 키워주고 먹여준 게 누군데. 씨발 더 맞고 싶지"
다시 머리채가 잡히고 나는 몸을 웅크렸다. 그상태로 침대에 넘어지고 아빠는 날 발로 밟았다. 아프고, 눈물이 났다. 그때 생각했다. 이러다 죽겠구나. 나마저도 아빠처럼 새까맣게 물들어 버리겠구나. 나는 몸에 남은힘을 주고 일어났고, 있는힘껏 뛰었다. 벌써 내마음은 아빠처럼 새까맣게 물들어 버렸지만.
"이년이..어디가!!!!!!"
아무도 날 쫒아오지 못하게 그렇게 앞도안보고 집을 나와 뛰었다. 엘리베이터를 탈 정신이 없었다.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며 내가 지금 맨발인지, 어떤 옷차림인지, 아무것도 생각나지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주위를 둘러보니 집앞 놀이터였고, 머리위로 비가 쏟아진다. -솨아아 더러운비가 내 몸을 점점 젹셔온다. 지금 내얼굴에 타고 흐르는건 더러운 비인지, 눈물인지 알수없었다. 머리를 맞은듯 머리가 멍했고 몸이 아팠다. 내 발밑 회색 물웅덩이에 내 멍든 얼굴이 비쳤고, 나는 내얼굴을 한참동안 멍하니 보며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물웅덩이에 내 얼굴이 아닌 다른사람의 얼굴 형체가 비춰지고, 내게 우산을 씌웠다. 고개를 들지않고 그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내 까만 마음과는 다른 새하얀 우산.
"저기.. 이거쓰고.. 비맞고있지마요. 감기걸려"
그사람은 내게 저말만을 남기고 우산을 손에 쥐어주고선 빠르게 비를 맞으며 뛰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일이라 얼굴을 보지못했다. 내가 본건 비를 맞고 뛰어가는 뒷모습뿐. 그 우산을 멍하니 잡은채 그사람이 뛰어간 발자국만 멍하게 쳐다보고 있을때였다.
"혹시 성이름?"
"..."
같은반 김남준이였다. 같은반이여도 불구하고 몇번 말만 해본정도였지, 친한 사이는 아니였다. 지금 내 꼴이 말이 아닐텐데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비 맞으면 감기걸릴텐데 잠깐 우리집갈래?.."
"..."
"아...나쁜의도는 아니고 나는 지금 여기 정현이집 가고있던건데 너가 비맞고 있길래 감기걸릴것같아서.. 우리집 저기 사거리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거든."
***
따듯한 쇼파에 앉고 김남준은 내게 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원래 막 이렇게 처음보는 사람집에 들어올정도로 낯을 안가리는성격이 아니였지만, 악몽같은 우리집에 들어가기에는 죽기보다 싫었기에 김남준에 집으로 왔다. 어찌됬던 우리집보단 나을테니깐. 김남준이 나에게 왜 그곳에 비를 맞으며 있었느냐, 온몸에 멍은 왜 그런것이냐 물으면 뭐라대답해야 하나. 그리고 이 하얀 우산은 누가 준걸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고있었다.
"괜찮아? 안추워?"
"..."
"여름감기가 더 오래간댔어. 감기안걸리게 쉬다가"
김남준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물어보지않았다.
"너.. 궁금하지 않아?"
"....뭐가?"
"내가 왜 그러고 서있었는지. 이 멍들은 다 뭔지"
"내가 물어보면 마음 더 아프잖아. 너가 말해줄깨까지 기다리고있었지"
"네가 본것 그대로야. 아빠한테 몇년동안 맞고 사는거.. 알지?"
"..."
"너를 믿지만, 그래도 학교 애들한에 말 안해줬으면 좋겠어. 집도 지옥같은데 학교가는것마저 지옥같으면 난 어떻게 살라고."
"성이름. 내가 옆에 있어줄게 걱정하지마"
"말이라도 진짜 고맙다."
*** 1년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김남준은 정말 내 옆에서 같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지 내 옆에 있어 줬고, 내 편이었고, 내 하나뿐인 친구가 돼주었다. 내가 말이 없으면 김남준이 말을 걸어주었고, 아빠에게 그렇게 맞을 때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나보다 더 속상해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이혼했다. 그날 엄마는 나를 껴안고 엄마가 멍청해서 너를 이렇게 고생시켰다며 울었다.
"안녕! 나 너랑 같은 반 된 김태형인데 잘 지내자!!"
"아... 응 안녕"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김태형이라는 남자애와 짝꿍을 하게 되었다. 그 남자에는 나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어왔으며, 나와 친해지려 애썼다.
"너 집 어디 쪽이야?"
"나? 학교 사거리 지나서 아파.."
"아!! 나도 그쪽 살아. 나랑 오늘 집 같이 가자"
집을 같이 가며 너랑 참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다. 말을 하는 도중 나도 모르게 나의 상처를 고백했고, 너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나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김태형과 같이 있으면 정말 나의 치부가 아무런 일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친구와 남자는 김남준밖에 몰랐던 나에게, 내 마음에 김태형이 다가왔다.
"이름아 나랑 사귀자"
김태형이랑 사귀게 되었고 나는 정말 행복했다. 정말 태형이가 나의 상처를 다 치료해줄 것 같아서, 내 악몽을 깨워줄 사람인 것 같아서, 나의 악몽을 깨워줄 것만 같아서. 나는 그냥 모든 좋은 일은 태형이 덕분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날 누군가가 나에게 주었던 새하얀 흰색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제는 나의 마음도 이렇게 새하얘지지 않았을까, 아직인가? 나의 마음은 아직도 시꺼멓게 타 있을까. 학교가 끝나고 교실 청소를 하다 태형이가 듣고 있는 방과 후 수업 실로 갔다. 조금이나마 태형 이의 얼굴을 더 볼 수 있을까 해서.
교실 뒷문을 열기 위해 다가갔는데 태형이와 다른 반 여자애 유지애가 뒷문에서 말하고 있는 걸 들어버렸다.
"태형아 너 성이름이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
"아….성이름? 말로만 사귀는 거지 뭐 별로 좋아하는 거 같지도 않아. 그냥 같이 노는 애야 내가 차기에도 좀 그렇고... 얘가 좀 불쌍하거든"
"너무 그러지마 불쌍하잖아 적당히해 적당히."
-드르륵 교실 뒷문이 열렸고, 유지애는 당황한 눈치였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김태형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허탈했다. 김태형의 눈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기에. 나는 그상태로 마치 1년전 악몽을 꾸던 그날처럼 뛰고, 또 뛰었다. 그날 처럼 몸은 아프지않았지만 마음이 허탈과 아픔으로 가득찼다. 1년전 그날처럼 뛰고, 또 뛰다보니 학교 운동장이였고 비가 내몸으로 쏟아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지금껏 1년전 악몽속에서 깨어난줄 알았지만, 깨어나지않았고 1년전 새까맣던 마음에서 새하얗게 변한줄알았지만, 아직 여전히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그때처럼 더러운비가 내몸을 타고 흐르며 나를 젹셔나갔다.
나는 1년전 그때 내게 우산을 씌워준 사람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나에게 우산을 씌워줬던 것처럼 새하얀 우산을 썼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이 길고도 끔찍한 빗속의 악몽을 깨워줄이는 누구인가-.
나는 비가 싫고 앞으로도 싫을것이다.
장화의말+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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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화에요! 오늘은 비가옵니다!! 개학을 해서 글을 쓸시간도 부족하고, 힘이 조금 들어서 다음화는 언제 연재될지 장담은 못하지만 적어도 일주일 안에는 돌아올게요!!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여주의 과거가 나왔어요. 여주는 과거에 상처를 많이 받았죠. 과연 여주의 악몽은 누가 깨워줄지, 우산의 주인은 누구인지 이제 차근차근 풀어갈 예정이에요. 오늘 비오니까 감기안걸리게 우산 꼬옥 챙기시고, 만약 우산이 없으시다면 정국이가 독자분들 찾아가서 우산씌워줄거에요!!(기대) 항상 많이 부족한글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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