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덥구나
W.풋
더워. 백현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더워, 더워어. 그래봤자 옆 짝꿍 ㅇㅇ은 반응이 없다. 이미 졸도 직전으로 쓰러져있으니까. 이 놈의 고3 여름방학은, 방학도 아니면서 왜 뻔뻔하게 방학이라는 이름을 써붙이고 있는 것일까. 오후까지 남아서 보충을 하라고 하면서, 방학은 무슨 방학.
가뜩이나 방학 특강이니, 학원이니 하면서 보충을 빠지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오늘도 역시 몇 안되는 학생들이 교실에 남았다. 백현과 ㅇㅇ은 그래도 고3이랍시고 공부하는 모양새는 갖추려고 남긴 남았는데, 영 내키지가 않는 것이다.
"아, 존나 덥다고오-"
"어쩌라고."
"덥다니까? 아, 왜 이래 덥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저 축 늘어져 백현이 난리치는 모양새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에어컨이 고장나가지고, 변백현 저 인간 날 뛰게 하냐.
"부산은 이정도는 아니다."
"어."
"아 진짜, 대답하는 꼬라지 보소. 좀 상냥하게 해주시지?"
"싫은데."
아, 저 부산 머스마. 혀를 끌끌 차주었더니 부산이 뭐! 하며 또 난리다. 부산에서도 너 전학갔다고 많이 좋아했을거야, 새끼야. 하도 시끄럽게 굴길래 손을 들어 백현의 뒷통수를 툭, 쳤다. 별로 세게 치지도 않았는데 아프다고 인상을 잔뜩 찡그린다.
"아,왜 때리는데!"
"시끄러워. 여기 너만 있냐? 쌤한테 걸리면 네가 책임질거야?"
"아니."
"어, 그럼 닥쳐."
네. 그녀의 말에 또 조용히 입을 다문 백현이 샤프를 든다. 어, 똥백현이 공부한다, 싶어 얼른 고개를 들고 저도 문제집으로 눈을 박았다. 언어영역. 언어영역. 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놈의 지문은 왜 이렇게 길어, 비문학은 문학도 아니면서 왜 나오는거야? 문학은 왜 나와? 그게 평가가 돼? 하-. 다시 한숨을 내쉰다. 고개를 돌렸다. 백현은 턱을 괴고 끄적 끄적, 무언가를 적고 있다. 부러 티를 내며 뭘 끄적이나 보았더니 쓸데없는 말만 잔뜩 적어놨다.
공부 싫다.
공부 싫어.
수능 보기도 싫어.
근데 좋다.
이게 무슨 말이야. 야, 변백현 너 드디어 맛이 갔니? ㅇㅇ이 어이가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자 백현이 뚱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한다. 야, 진짜 더워가지고 맛간거 아님? 야, 변백현. 백현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다. 얼레, 조금 이상해서 옆구리를 툭툭 찔러보았지만 말이 없다. 뭐야, 변백현. 여전히 저돌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던 백현이 다시 고개를 돌려 무어라 끄적인다. 근데 좋다, 옆에 무엇을 찍찍 긋는다.
근데 좋다.→→→→
뭐야 저 소심한 화살표들은. 또 저 혼자 큭큭 웃었더니 백현이 저를 말없이 쳐다만 본다. 그러더니 화살표를 길게 쭈욱 그어버린다. 화살표를 따라 쭉, 시선을 옮겼더니 끄트머리가 자신을 향해있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냐는듯 의아한 얼굴로 백현을 응시했지만 백현은 여전히 뚱-하기만 하다. 말을 해주던가, 뭐 어쩌라는거야.
"이게 무슨 말이야."
"…모르겠나?"
"그래, 모르겠다."
멍하니 저를 보고만 있던 백현이 훅,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볼에 무언가가 닿았다가 떨어진다. 그 정체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백현의, 입술이었다.
"야!"
"뭐, 이런거지."
그러더니 저혼자 픽, 웃는다.
창 밖에는 매미소리, 교실 안에는 내 귓가를 울리는 쿵쿵, 심장소리.
백현아, 더워-덥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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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백현이 썰ㅋㅋㅋ 늘 찾아오던 BABYBABY가 아니라 짧게 초 단편으로 한번 와봤습니다. 이제 곧 수능이더라구요. 17일인가? 그정도 밖에 안남았는데 전국에 있는 인티에 있는 고3님들 힘내시라고 한번 끄적여 봤어요. 수능대박! 그리고 여름방학이 굳이...나온 이유는 여름방학때 제일 공부하기 힘드니까ㅜㅜ 아무튼 좀 뜬금ㅋㅋㅋㅋㅋㅋ없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적어봅니다. 읽어주신분들 감사해요! 수능 대박! 저는 학점 대박....ㅜㅜㅜㅜㅜㅜ 다음에는 BABY BABY 마지막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덧.(안 읽으셔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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