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BABY
W. 풋
C
오랜만에 친구들과 수다도 떨겸 다 같이 모여 샐러드바를 갔다. 원래 음식을 천천히 먹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 따라 속이 메스껍고 음식을 삼키면 목구멍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잘 넘어가지 않았다. 천천히 먹어도 다 먹기 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식탐 가득한 내가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자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ㅇㅇ아, 너 무슨 일 있어? 아니면 어디 아파? 아니야, 그냥…소화가 잘 안되네. 분명 여기 오기 전까지는 배가 고프다고 난리친 내가 속이 안 좋다고 하니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그러나 나도 내 자신이 이상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아…나 잠깐만 화장실 좀."
"너 어디 아파? 얼굴이 너무 창백한데?"
"아니…아, 아니야."
"야, ㅇㅇㅇ. 너 진짜 괜찮겠냐? 따라가?"
"아, 괜찮다고. 앉아있어."
급하게 일어났다. 속이 울렁거렸다. 애써 씹어 넘겼던 것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나는 쉴새없이 먹은 것들을 토해냈다. 우웩, 우웩 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머리가 어질 어질했다.
"흡…하아-."
모든 것을 다 게워내고 나니 몸에 힘이 없어졌다.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 화장실 벽에 등을 기대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걸까. 어릴때 말고는 잘 체하지도 않는 튼튼한 위를 가진 내가. 느낌이 이상했다. 병에 걸려 아픈 것과는 다른, 무언가 이상한 느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어째서인지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저씨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어 미처 피임 생각을 하지 못했더랬다. 게다가 날짜가……. 손 끝이 차가워졌다. 불안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손과 입을 대충 헹궈냈다. 심장소리가 쿵쿵, 뛰고 있었고 귓가가 멍멍해졌다. 밖으로 나온 나는 급하게 카디건과 가방을 챙겨들었다.
"어어, 야. 너 어디가?"
"…야, 나 먼저 가볼게.급한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이길래…야! ㅇㅇㅇ!"
친구들의 대답따위 들리지 않았다.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불안하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나 임신했어요……."
눈가가 뜨거워졌다. 곧 투둑, 하고 내 볼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상상해본적 없는, 일이었다. 아저씨도 말이 없었다. 그래, 아마 당황스러울 것이다. 내가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아저씨는 오죽할까.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테스트기는 선명하게 빨간 두줄을 그리고 있었다. 내 임신 사실을 부정 할 수 없이 정확하게, 일러주고 있었다.
[애기씨, 내 말 잘 들어요.]
"흡…아저씨이, 나 어떡해요…"
[울지말고, 내 말 잘 들어요. 지금 집이죠?]
"네…"
[내가 지금 당장 집으로 갈게요.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기다리고 있어요.]
"…아저씨…"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아무 걱정하지말고 기다려요. 알았죠?]
"흡…"
[조금만 기다려요. 사랑해요, 애기씨.]
한없이 달달하기만 한 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애기씨!"
비밀번호를 누르고 바로 들어온 아저씨가 급하게 내 옆에 앉았다. 소파에 앉아 무릎을 잔뜩 끌어안고 있던 나는 눈을 들어 아저씨를 가만히 응시했다. 아저씨는 뛰어왔는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많이 놀랐죠?"
또 코 끝이 시큰해졌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가 엷게 웃으며 나를 끌어안는다. 나도 끌어안고 있던 무릎을 풀고 그에게 안겼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울지 말아요."
"아저씨, 나 이제 어떡해요?…무서워요…"
고작 스물 둘에 아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불안했다. 아저씨가 나를 버릴까봐 무서웠고, 이 아이를 낳게 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무서웠다. 아저씨의 다정한 손길이 내 등에 가만히 닿았다. 아저씨는 연신 괜찮다 말했지만,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암흑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결혼해요, 아기 낳아야죠."
"감당 할 수 있어요? 우리 만난지 이제 3개월째예요. 근데 결혼이요? 거기다 아기까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난 다 감당 할 수 있어요.ㅇㅇ씨 만나면서 결혼 생각 안 한것도 아니구요. "
아저씨의 눈이 진지했다. 나는 그저 고개만 설레 설레 저었다. 너무 막연하고 흐릿하기만한 미래였기에, 함부로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난 괜찮아요. 그리고…애기씨한테, ㅇㅇ씨한테 너무 미안해요. 내가 제일 조심했어야했는데…내 불찰때문에 이렇게 된거잖아요. 그것도 스물 두살밖에 안되는 애기씨한테…정말 미안해요."
"……."
"울지말아요. ㅇㅇ씨 우는 모습 보니까…"
아저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왜 이렇게 착하기만 한건지. 또 감정들이 울컥하고 치솟았다.
"애기씨."
"네?"
"아기…낳으면 안돼요?"
"……."
"우리, 아기 낳아요. 아직 부족하겠지만, 꼭 좋은 남편, 좋은 아빠 되볼게요. 일도 더 열심히 할게요. ㅇㅇ씨도 더 열심히 사랑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아기 낳아요."
"…아저씨이…"
"어어, 왜 울어요!"
으헝, 왜 자꾸 사람을 감동 시키고 난리래. 자꾸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내가 엉엉 우니까 아저씨가 잔뜩 당황한 얼굴로 나를 끌어안는다. 진짜, 미워 죽겠다. 갑작스러운 임신을 생각하면 미워 죽겠는게 당연한 것인데 하나도 밉지 않아서 더 밉다. 아저씨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애꿋은 눈물만 툭툭 흘려댔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됐어요. 어차피 그날 내가 하자고해서 그런거잖아요…"
"응?"
"…왜요?"
"기억 안나는거 아니였어요?"
"……뭐가요?"
나, 나니?
"술 잔뜩 취해있었잖아요. 그래서 기억 안나는거 아니였어요?"
"…어, 그게…안 나는데?"
"근데 먼저 유혹한건 어떻게 알아요."
"……."
"뭐야, 그래서 없던 일로 하자고 한거구만?"
"……아,아닌데! 완전 아닌데!"
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젠장. 들켰다. 이런 미친 호구 그 와중에 실수를 하면 어쩌자는거야. 좋은 분위기 망치는데 뭐 있다.
"ㅇㅇ씨 얼굴 빨간데?"
"……."
"뭐, 됐어요. 어차피 일 저지른 건 나니까."
"내가 불 질렀구요."
"네에, 그렇죠. 애기씨가 불 지른건 맞지만 최종적으로 잘못한건 나잖아요. 아무튼 미안해요."
아저씨의 입가가 씰룩 씰룩 거리는게 보인다. 또 비웃으려고, 할배.
"근데 우리 진짜 결혼해요…?"
"네, 해야죠.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결혼해야해요."
"음…"
"왜요, 서른 하나 먹은 아저씨랑 결혼하려니까 안 내켜요?"
"아니, 그런게 어디있어요. 그냥…너무 빠르잖아요. 우리 고작 만난지 삼개월, 아니 정식으로 사귄건 한달밖에 안됐잖아요."
"기간이 중요해요? 마음이 더 중요한거잖아요. 난 다른 사람들이 삼년 연애하는 것보다, 애기씨 더 많이 좋아해요."
"그래도요…"
어허, 입 넣어요. 아저씨가 검지로 툭 튀어나온 아랫입술을 툭툭 친다. 아저씨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홧김에 결혼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 아저씨와의 결혼이라니. 아저씨의 말처럼 결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너무 갑작스럽다. 게다가 아기때문에 결혼을 하게 된다니. 집안에서도 난리가 날 것이다. 이제 졸업반인 딸자식이 대뜸 아홉살이나 많은 아저씨와 결혼을 하겠다고 찾아가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눈에 선했다. 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속이 답답해졌다.
사실 아저씨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저씨는 듬직하고, 일도 잘하고-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들은 바로는 연봉도 꽤 되는 것 같았다- 자상하고, 남들 부럽지 않게 집이며 자동차며 모두 다 갖추고 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많이 아껴준다는 것. 그러나 이 감정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갈지 알 수도 없었고, 내 스스로 아내로써 엄마로써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때문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저씨, 우린 아직 서로 모르는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요? 전 다 아는 것 같은데."
"뭐야, 저에 대해 뭘 아시는데요?"
"…음…"
이거봐, 대답 못 하…
"좋아하는 음식을 딱히 정해두지는 않지만 치즈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고. 성격은 털털한 편이지만 본인 모르게 애교도 많고. 물론 이건 내 생각이예요. 다른 사람한테 그러면 안돼요! 알았죠? 아무튼 오글거리는 것들은 사람이든 드라마든 다 싫어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다른 사람을 헐뜯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가끔 열받으면 자기 혼자서 열심히 욕하고 있고. 그리고 또…음, 아! 본인은 잘 모르는데 엄청 자상한 편이고. 그리고 엄청 귀여워요. 애기씨라고 부르는걸 싫어하는 것 같은데…근데 이제 익숙해졌고. 맞죠? 틀린거 있어요?"
매우 천잰데?
"응? 애기씨. 틀린거 있냐구요."
"…없, 없…없어요."
이런 젠장. 아저씨는 빙구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인 모양이다. 나에 대해 언제 이렇게 다 파악하고 있었지.
"괜찮아요. 애기씨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요. 처음부터 좋은 부모가 되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노력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어요. 나랑 같이, 노력해요."
"……그래도요…"
"아, 시월드? 괜찮아요. 두분다 엄청 자상하시니까. 게다가 빨리 결혼하라고 얼마나 성화셨는데요. 아마 ㅇㅇ씨 보시면 엄청 기뻐하실거예요."
"…아니예요. 그래도 모르는 일 이라구요. 아저씨가 천년만년 날 사랑할 것 같아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예요. 지금이야 그렇지…읍!"
갑자기 아저씨의 입술이 치고 들어왔다.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저씨를 응시했다. 갑자기 치고 들어온 입술이 내 안으로 깊숙히 파고든다. 부드럽게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빨아들이던 그가 이내 입술을 뗀다.
"결혼해요, 알았죠?"
"……."
"애기씨?"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애써 고개를 돌리며 모르는 척 하려고 하자 아저씨의 손이 내 볼을 잡고 돌린다. 쓰읍, 어디봐요. 나 봐야지.
"결혼합시다, ㅇㅇㅇ씨."
"……아,알았어요."
마지못해 대답을 하자 아저씨가 웃으며 덥썩, 나를 껴안아온다. 사실 설레서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고 하면, 평생 날 놀려 먹겠지?
"나 결혼할지도 몰라."
"…What?"
오랜만에 만난 남동생 세훈이가 귀를 후벼 파며 되물었다. 너 지금 뭐라 그러셨어여? 라며 껄껄 웃는다. 어휴, 귓밥 좀 파세요 좃밥아.
"나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엄마 아빠한테 맞아 죽기 전에 미리 말하는거야. 죽어서 너한테 말 못할까봐."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니가 결혼을 한다고?"
"반말하지마, 새끼야. "
"아, 그 쫌! 아무튼 누나가 결혼을 한다고? 왜, 갑자기? 누나 모태솔로잖아."
지난번에 카톡으로 남자친구 생겼다고 떠들었잖아, 이 새끼야. 뒷통수를 확 후려치니 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를 흘겨본다.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뭐, 뭐뭐.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결혼인데."
"…삼개월쯤 된 것 같아."
"근데 결혼을 왜…어? 야, 잠깐만. 너 설마…"
치즈케잌을 쩝쩝 잡수시던 웬수가 포크로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래, 니가 생각하는 그거. 나는 평온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그거란다.
"협박했냐?"
"아, 진짜 이 웬수 덩어리가!"
다시금 뒷통수를 후려치니 누나 너 때문에 여기서 턱 나오면 책임질거냐고 투덜댄다. 기가차서 말이 안나온다. 이런걸 동생이라고 믿고 먼저 말한 내가 병신이지. 협박은 무슨. 장난하나.
"임신했어."
"…엉?"
"임신했다고."
"……뭐?"
세훈이가 안 그래도 잘 보이는 흰자를 더 하얗게 드러내며 되물었다. What are you talking about? 되도않는 초딩영어를 쓰며 씨부렁거리는 웬수덩어리를 평온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너 삼촌된다고, 바보야. 내 말에 세훈이의 눈이 더욱 커진다. 어후, 삼백안 냄새 좀 안나게해라.
"누,누나 이,임신 했어?"
"그, 그,그래 이자식아."
"헐? 몇 주라는데?"
"5주 정도 됐어."
"그, 그 자식이 그런거야? 이 미친…누나는 그걸 그냥 받아줬어? 어?"
내가 유혹했쟈나. 창피해서 말 못 하쟈나. 강제 순결 탈피하고 싶었다고 말 못하쟈나.
나는 그저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 그 사람이 그런거 아니야…그냥 서로 쌍방간에 합의해서 한거니까 이러지마. 그리고 그 사람이 다 책임지고 결혼하자고 그랬어."
"그래도 누나 스물 둘이잖아! 근데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니. 그게 말이 되냐?"
"…어쩌겠니."
"와…씨, 미치겠네. 내 나이 스물에 삼촌이 될 줄이야."
그러니까 철딱서니 없이 크게 말하지말고 좀 앉아, 인간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웬수 덩어리가 삼촌이라니 나도 믿기지 않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가 엄마라는데.
"엄마랑 아빠는 이걸 아셔?"
"모르시지. 내가 곧 말할거야."
"헐…누나 이제 끝장이다. 아버지가 이거 아시면 누나 쥬금."
"그러니까 먼저 쳐 말해도 너 쥬금. 알간?"
"…알았어. 몸 조리나 잘해라."
"너도 정신 조리나 좀 해. 철딱서니 없이 다니지 말고."
"나 완전 철들었거든?"
"똥 싸지말고. "
"아무튼! 그 루한인지 뭔지하는 아저씨 내가 한 번 만나봐야 쓰겄어."
"니가 만나서 뭘 어쩔건데. 그리고 아저씨 너보다 열 한살이나 많아."
푸헉, 뭐, 뭐? 웬수 덩어리가 깜짝 놀랐는지 헛기침을 해댄다. 나는 말없이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네가 아무리 형님 노릇해보려고 해도 서른 한 살이야, 그 아저씨. 새삼스럽게 아저씨가 불쌍했다. 이런 인간을 형님이라고 불러야하는 그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서른 하나라고, 그 아저씨."
"…헐. 아홉살이나 차이나냐. 근데 그 아저씨 능력은 돼? 누나랑 우리 조카 먹여살리려면 능력이 있어야지."
그 와중에 삼촌이라고 우리 조카란다.
"너보다 한 백배정도. 아니 천만배 능력있어. 그러니까 그 걱정은 마셔."
"…존나 너 내 능력 무시하냐?"
"껒."
"그래."
"…아무튼 조만간 너랑, 우리 아저씨랑 셋이서 한 번 볼꺼야. 그리고 나중에 정식으로 부모님한테 인사드리러 갈거고."
"와, 진짜 장난 아니구나. 아무튼 알았어. 연락해."
"그래. 삼촌답게 행동 좀 하고. 여자친구도 만들고."
"여자친구가…"
"뭐."
"안 생겨요."
하……모태솔로는 우리 남매의 운명인모양이다. 물론 나는 한방에 다 끝냈지만, 껄껄.
"애기씨…"
"왜요?"
"나 괜찮아요…?"
응, 괜찮은데. 진짜 멋있어요. 내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여줘도 만족스럽지 못한지, 계속 물어본다. 검정 슈트 안에 네이비색 니트를 받쳐입은 아저씨는 그 어느때보다 멋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정한 부잣집 도련님같기도하고.
"아우…나 긴장돼요. 어떡하지? 어떡하지? 응?"
"아저씨 왜 이렇게 긴장해요. 그냥 내 남동생 만나러 가는건데."
"으아…그래도요. 애기씨 가족이잖아요. 나 싫어하면 어쩌죠?응?"
아저씨를 누가 싫어해요, 이렇게 귀여운데. 아저씨는 내 말에 또 좋다고 베시시 웃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차창 밖으로 지나다는 사람들 눈치를 보다 이내 볼에 쪽, 뽀뽀를 하니 아저씨가 다시 내 볼에 쪽, 하고 뽀뽀한다. 누가 이 아저씨를 서른 한살이라고 하겠는가. 스물 한살이라고 해도 믿겠다. 이러다 세훈이한테 밀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제 가요. 세훈이 기다리겠다."
"으…애기씨이…"
"응? 안가요?"
어서 나가자며 문을 여는데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왜 그래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눈꼬리가 축 쳐진 아저씨가 말한다.
"나 너무 긴장되는데…"
"아, 긴장할 필요없다고요. 자, 얼른! 빨리 빨리!"
"애기씨가 뽀뽀 한 번만 더 해주면 긴장 풀릴 것 같아요."
"……."
꺼져요. 시크하게 돌아서며 차에서 내리니 내 뒤로 따라오던 그가 뭐 마려운 개마냥 낑낑대며 날 부른다. 아, 왜 이래 이 아저씨가.
"얼른, 얼른요!"
"…이 상황에서 뽀뽀를 해달라니."
"아까는 해줘놓고!"
"그건 아저씨 긴장 풀리라고…"
"그것봐요! 빨리 해줘요."
하……. 아예 볼을 들이미는 아저씨때문에 별 수 없이 입술을 가져가는 나다. 딱 있어요. 얼굴 돌리지말고 딱 대. 아예 아저씨 얼굴을 부여잡고 입술을 들이밀었다. 쪽,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뽀뽀를 마친 올렸다 뒷꿈치를 내리고 붙잡고 있던 손도 내리려고 하는데,
"아, 뭐예요!"
아저씨가 제 입술을 덮고 있던 내 손을 앙 물어버린다. 아이고, 진짜 개되셨어요?
"입에 뽀뽀도 못하게하고. 흥!"
"흥 같은 소리하네. 빨리 가요. 그 웬수덩어리 늦으면 화낼거야."
"…알았어요."
시무룩한 척을하며 먼저 걸어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뛰어갔다. 아, 같이 가야죠! 그랬더니 또 내 손을 덥썩 잡아온다. 삐진척하더니 손은 왜 잡는데.
하여튼,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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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루한과 어서오세훈의 신경전이!ㅋㅋㅋㅋ
5편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자꾸 길어지면 더 갈수도..ㅎㅎㅎㅎ
사실 루한성애자인 저는 어서 어서 올리고 싶지만 다음주가 시험기간인데다가 과제 폭풍으로..★☆
아무래도 이번주처럼 자주 찾아뵙진 못할 것 같아요ㅜㅜ사실 제가 제일 아쉽지만ㅋㅋㅋㅋㅋ
혹시나 절 기다려주시는분이 계실까 해성...말씀드려봅니다..ㅋㅋㅋ
갈수록 퇴화하는 글빨을ㅋㅋㅋ 최대한 충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해요ㅎㅎ
암호닉
우유향 님
만두짱 님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님
은팔찌 님
루한부인 님
망태기 안의 쓰니 님
유후 님
징징 님
(빠진 닉이 있다면 바로 바로 연락주세요. 늘 신청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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