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name : 007
이야기의 시작
※ 만약 이 글이 처음이시라면, 바로 앞글을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W. 체리에이드
남준이 귀국했다. 실로 오랜만에 맡는 한국의 공기였다. 지난 2주간의 출장은 정말, 뭐랄까. 남준은 알맞은 단어를 찾으려 애를 썼다.
끔찍했어. 마침내 만족스러운 단어를 찾은 남준은 씩 웃어 보였다. 정말 끔찍했어. 그는 입으로 작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2주간의 출장 동안 무슨 일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S가 잘 했겠지. 연락받은 내용도 없고. 남준은 되뇌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H, 어디? "
" 밖으로 나오자마자 타실 수 있게끔 대기 중입니다. 나오셨습니까? "
아주 좋아. 남준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맞지 않거나, 빈틈이 생긴다는 것은 남준에게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남준이 공항 밖으로 나오자, BMW 한 대가 정확히 남준의 앞으로 부드럽게 달려와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뒷문을 열자, 남준은 익숙하다는 듯이 차 안에 앉으며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별일 없었지?
차 문을 열어준 남자는 남준이 타자마자 차 문을 닫고, 반대편으로 돌아가 반대편 문을 열고 남준의 옆자리에 착석하며 대답했다. 그럼요. 별일 없었습니다.
그럼 됐어. 남준은 고개를 뒤로 젖혀 편하게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럼 됐어... 마음이 좀 놓인다는 듯이 남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서류를 건내자, 남준은 익숙하게 받아들어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 역시나 007이 성과가 좋군. 허튼 짓만 안하면 참 좋을텐데. "
" 워낙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인물이라. "
남준의 옆자리에 앉은 호석이 웃으며 말했다. 알다가도 모를 놈이죠. 동의한다는 뜻으로 남준이 미소를 지었다.
웃음기를 띠며 아이패드의 잠금을 풀던 호석이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저기, R. 이번에..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한 호석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구만. 10분쯤 뒤에 일어날 일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호석은 눈앞이 아찔했다.
보통 사람보다 보고서를 일찍 읽는 남준이었다. 지금 들고 있는 서류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호석은 점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남준이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호석은 점점 올라오는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남준이 서류를 다 읽어갈 때쯤, 호석은 이미 체념한 상태였다. 될 대로 되라지. 서류나 집어던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서류를 넘기던 남준의 손이 멈추었고, 호석은 느낌으로 남준이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H. "
" 예. "
" 설명해봐. "
" .. "
" 설명해보라니까. "
" ..죄송합니다. "
▽2016년 3월 12일, RM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K16에 새로운 요원이 영입 될 예정이니 RM은 출장이 끝나는대로 본부에 가서 새 요원에게 교육을 실시하도록.
이 메일의 내용은 RM이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볼 수 있게 보고서에 올려 RM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다 읽고 나면 동봉된 성냥으로 태워버리길 바람.
JAMES BOND.
남준이 손을 올려 마른 세수를 했다. 그럼 그렇지. 아무 일도 없었을 리가. 몇 분 전까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자신이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호석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차에서 쫓겨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호석은 생각했다.
호석도 몰랐던 일이었다. 불과 그저께 받은 메일이었으며, 일방적인 통보가 확실했다.
" H. "
" 예. "
"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
" ... "
" 이건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
" 죄송합니다, R. 저도 그저께 갑자기 받은 메일이라.. "
" 내가 지금 출장에서 어떤 일을 겪고 왔는지 아나? "
" .. "
" 본사에서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아냐고. "
" R. "
" 홍콩 지점의 006에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007이 한 짓거리에 대해서 사죄를 드리고 왔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
" .. "
" 한국에 오면 007을 따로 볼 생각이었지. 심도 있는 대화를 좀 나눠보려고 했어. 꽤 힘들었거든. 2주 동안. "
" .. "
" 근데 오자마자 나보고 신입 요원 교육을 시키라고? 나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K16에 배치시켜 놓고서는? "
" 죄송합니다. "
" 어떻게 생각해, H? 내가 지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좀 설명해봐. 동봉되어 있는 성냥으로 네 아이패드를 불태워버리기 전에. "
" 죄송합니다. 정말 아무런 소식도 들은 바가 없어 저도 예상조차 하지 못 했던 일입니다. "
" K16은 현재 실적 랭킹이 무려 3위야, 상위권이라고! 아시아에 있는 지점들 중 최고지! 근데 지금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나? "
" ..007 때문일까요? "
" 그렇지. 바로 그거야. "
" .. "
" H. "
" 예. "
" 지금 당장 007 잡아서 본부로 끌고 와. "
" 알겠습니다. "
호석이 발에 땅을 딛자마자 BMW는 떠났다. 익숙하다는 듯이 옷을 털은 호석은 본부로 전화를 걸어 차 한대를 부르고, 작게 욕을 내뱉었다.
보나 마나 또 어디서 보드카 마티니를 쳐 마시고 계시겠지. 전화를 걸어봤자 받지 않을 것이 뻔했기에 호석은 그가 가는 바의 리스트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007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요원 하나가 더 늘어난다니. 정말, 정말이지 호석은 울고 싶었다.
곧이어 차가 도착했고, 호석이 차에 올라타자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 강남으로 갈까요? "
" 아니, 이태원으로 가자. "
" 예. "
호석이 차 시트에 몸을 기대 한숨을 쉬었다. 지금쯤이면 남준이 본부에 도착했을 것이다. 호석은 몰려오는 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새로 온다는 요원은 어떤 놈이려나, 제발 말썽만 피우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007 같은 놈이 오면 어떡하지. 007이 두 명이라.. 호석은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실적이 훌륭하다 해도 007 같은 놈은 사절이었다. 만약 그런 놈이 온다면 호석은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로 영국 본부로 날아가 무릎을 꿇고 싹싹 빌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착하면 깨워. 호석은 잠시 눈을 붙이며 머리를 식히기로 결심하고 눈을 감았다.
+++
안녕하세요...?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겠다고... 해놓고... 거의 2주가 다 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저는 죄인이에요... (무릎을 꿇는다)
새 학기가 되고... 집에 돌아와서 조금이라도 쓰려고 컴퓨터를 키면 항상 컴퓨터 앞에서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깨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정말 잘 써보고 싶어 한줄 한줄 맘에 들지 않으면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를 반복하면서 썼는데요, 사실 아직도 만족스럽지는 못해요ㅠㅠ
그래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주말 약속을 다 취소하고 본편을 써왔습니다... 큽...
다음 화는 더 좋은 내용, 더 많은 분량을 가지고 정말 빠른 시일 내에 오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럼 새학기 방탄과 함께 힘차게 이겨내시길 바라며,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암호닉을 신청해 주셨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요 당연히 암호닉 받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암호닉♡
[EN] [0103] [거창왕자] [망개]
신알신 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교회 다니는 착한 청년들이 인생 망치는 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