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S of JIMIN
# 소아과 의사 박지민
w.이불ㄹ
* 수정모드에선 띄어쓰기가 제대로 보이는데,
이상하게 등록 되네요. 감안하고 봐주세요ㅠㅠ
[ 동생아 한번만 제발제발제발제랍ㅠㅠㅠㅠㅠㅠㅠㅠ ]
[ 진짜 너무한다. 일주일에겨우 하루 쉬는데 또 이럴꺼냐????? ]
[ 야 성이름 그깟 휴식이 중요해 니 조카가 중요해?어? ]
와 나, 그깟?
갑작스런 빡침을 느낀 나는 핸드폰을 침대 위로 냅다 던졌다. 나는 평일엔 수업, 주말엔 알바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생이었고 일주일 중 단 하루, 목요일만이 편히 쉴 수 있는 날이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오전1교시를 마친 뒤 나를 붙잡는 친구들 손길도 뿌리치고 방구석에서 뒹굴거릴 수 있다는 기쁨에 차서 자취방으로 날아온 나였다. 춤을 추며 니트를 돌돌 벗어 올리다, 하도 울려대서 확인한 카톡창에는 우리엄마아들 호발이의 땡깡이 가득했다.
오늘이 조카 호연이의 정기검진 날인데, 예약도 다 차서 못한다는 인기소아과인데, 운좋게 예약을 하게 됐다며, 그래서 오늘 꼭 가야 하는데 호발이와 언니 둘 다 회사에 꽁꽁 묶여 나갈 수가 없니 뭐니 블라블라
“아 어쩌라고.”
내가 호연이를 돌봐주는 것은 순전히 호연이를 아끼기 때문이었다. 조카 호연이는 나를 쏙 빼닮아 호연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면 모녀지간으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아줌마들이 나를 어린 엄마로 측은하게 여기는 눈빛들이 썩 달갑진 않지만 어찌됐든 내가 호연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뻐하는건 사실이다. 근데 호발이는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 예쁘다 ,이거야. 원데이 투데이도 아니고 먹고 살자고 뼈빠지게 사는 동생한테 자꾸만 육아를 맡겨버리니 미쳐버릴 지경인 것이다. 나는 머리를 헝클었다. 남들이 보기엔 집에 있어봤자 뒹굴거리기 밖에더 하겠냐 싶겠지만, 그건 내 유일한 휴식이라고.
“ 어? 고모야! “
“ 호연이, 오늘도 선생님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냈어요? “
“ 네! “
난 결국 하원 시간에 맞춰 조카를 데리러 나갔다. 호연이는 내가 다니는 대학의 부설 유치원에 다녔고(이건 우연일까, 호발아?) 덕분에 병원 예약 시간에 늦지않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친숙해진 유치원 선생님의 ‘고모분이 더 예뻐지셨어요~’ 라는 기분 좋은 말과 함께 살갑게 인사를 나눴고, 호연이를 자연스럽게안아 올렸다. 나는 호연이의 작은 손이 내 볼따구를 조물딱 거리는걸 느끼며 종종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큰 종합병원의 깔끔한 로비를 걸으며 생각했다. 솔직히 그럴 것 같다. 내 청춘은 학업과 알바, 육아만 하다 끝날 것 같다. 강한 확신과 불안감에 난 울상을 지으며 호연이의 작고 동그란 머리통에다 볼을 부볐다.
“ 여기, 어디야? “
“ -응? 여기 병원ㅇ, “
헙. 멍하게 내 청춘에 대해 애도하던 나는, 호연이의 기습 질문에 입을 급히 다물었지만, 이미 호연이의 큰 눈망울은 믿을 수 없다는듯,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 작은 대자연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두 글자, 병원. 그 단어를 듣자마자 호연이의 속눈썹이 촉촉히 젖으며 바르르 떨렸다.
“ …벼원..? 벼원 시러!!!!!!!!!!!!!!!!!!!!! “
“ 으, 아니 호연아 주사아니에요! 호연이 잘 크는지 검사하러, “
“ 으아아아아아애애아아앙!!!!!!!!!!“
“ 와 나 어떡하지 “
육아 9단이 이런 실수를. 나는이럴 땐 스피드가 생명임을 알기 때문에 내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난리난 호연이를 둥기둥기하며, 마침저기 열렸다 닫히려는 병원 엘리베이터 안으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여전히 엘레베이터가 떠나가라 울어대는 호연이의 바알간 볼에 입술을 갖다대며 하 내 신세야-,중얼거리며 옆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텅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엘리베이터 모서리 벽에 기대어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와악!!! 놀래라. “
“ …… “
“ 하하… “
가만히 있는 사람보고 놀라는 것도 실례인데. 거기다 이런 쌩난리까지. 난 미안한 마음에 허허,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나를 아무말 없이 빤히 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 몇 층 가세요? “
“ 아, 소아과요, 9층. “
“ 저두요. “
짧게 웃어 보인 남자는 올라가는 층수를 올려다 본다. 되게 멋진 눈을가진, 귀여운 남자였다. 어감이 이상하지만, 찰나에 느낀 그 남자의 얼굴이 그랬다. 목소리는 다정한듯 약간 울리는 좋은 목소리. 뭐야… 완전 내 취향.
나는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들어가며, 검은 수트를 멋지게 쫙 빼 입은 어두운 갈색의 머리통을 신나게 구경했다. 음, 환자는 아닌거같고 큰 병원이라 경호원이 있나? 손에 서류를 쥔 그를 보며 여러 잡념을 하는 와중에 호연이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이젠 작은 몸통을 부들거리며 끄읍끄읍 거렸다. 그에 진땀이 나서 니트 소매를 둘둘 걷어 올리는데,
“ 으! “
순간 호연이가 발버둥치며 내 팔을 세게 깨무는 바람에(아무리 아기라도 생명의 위협을느끼면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구나 느껴질 만한 강도로)
호연이를 품에서 놓쳤고, 떨어지는 호연이를
그 남자가 받았다.
들고있던 서류까지 내팽개치며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한 남자가 어정쩡한 자세로 호연이를 힘주어 품에 안는걸 보며, 나는 안도의한숨과 동시에 밀려오는 고통으로 팔을 잡고 비틀댔고 남자가 걱정이 가득한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괜찮아요? “
“ 네…니오… “
“ 네? “
“ 겁나 아파요…흐으… “
남자가 눈을 멀끔히 깜빡이더니 이내 눈을 접으며 웃었다. 와잘생겼다. 가 아니고… 웃기니..? 난 뻥 안치고 진짜 아파. 남자가 버둥대는 호연이를 아예 어깨에들쳐 메며 엉덩이를 토닥인다. 뭐야. 아빠미 쩌는구나. 그렇게 나는 아픔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그의 멋짐에 감탄하며 멍때리는데, 그 남자는 내 상처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9층에서열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가요, 하고 앞장섰다.
“ 제가 접수해드릴게요. 접수 번호랑 그쪽 이름이뭐에요? “
“ 그, 2ad3이랑, 성이름요. 고마워요. “
“ 네, 이름씨. “
남자는 수트 자켓을 벗어 들며 리셉션 데스크로 향했다. 와 다리 겁나길어. 비율 봐. 남자의 뒷모습을 한참 구경하던 나는 아차, 하며 호연이를 티비 앞에 앉혔다. 어린아이는 정말 어린 짐승이란 말이 맞나보다. 호연이가 떨어지면서 내 팔을 있는 힘껏 무는 바람에, 그 무게에 눌려 생각보다 깊게난 상처를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벌써 티비 만화에 빠져버린 호연이를 실눈을 뜨며 흘겼고, 쪼그만 궁댕이를 애증을 담아 팡팡거리는데 문득 리셉션 데스크를 보니 그 남자가 사라졌다.
뭐야, 갔나.
여기 저기 많은 엄마들과 아기들이 자리잡은 곳을 향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보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올 줄 알고 제대로 고맙다고도 못했는데. 아쉽다… 절대 내 스타일이라 아쉬운건 아니다.
점점 팔도 못 참을 만큼 쓰라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지루해질 때 즈음, 간호사가 성이름 보호자님, 하고 부르는 이름에 호연이의 손을 잡고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뒷걸음 쳐서 다시 나올 뻔.
“ …의사셨구나. “
“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호연이 차트기록 확인할게요. “
아까 그 남자가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있는 거다. 와 미친… 저렇게 잘생긴 의사는 처음 봤어. 나는 태연한척 의자에 앉았고 그남자는 안경을 끼며 그 너머로 다정하게 미소 지어왔다. 난 차트를 넘기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미간이 좁혀지며 치켜올라가는 눈썹이 남자다우면서도, 그 밑으로 도톰하게 튀어나온 입술이 귀여웠다. 박지민. 명패에 박힌 이름도 중성적이고 귀여웠다. 멋진데 귀여운 사람.
내가 사람 잘못본게 아니었어. 살풋 미소를 짓는데 그 남자, 박지민이 나를 올려다봤고, 눈이 마주쳤다 .뭔가 몰래 훔쳐본 것 같아서 바로 정색을 했지만솔직히 훔쳐본거 들킨 것 같다. 인정.
헛기침을 하는 나를 박지민이 빤히 바라보다가 팔부터, 하고 한마디를 뱉었다. 뭔가 강아지에게 명령을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내가 오버하는 거라며 넘기고 팔을 내밀었다. 그 동안 바쁘게 사느라 모태 솔로라 그런지, 팔을 매만지는 남자의손길에 심장이 쿵쿵댔다. 아니 솔직히 저렇게 생긴 의사가 내 팔을 만지는데 안 설렐 수가 없잖아. 그리고 뭔가 살피는 느낌이 아니고 쓰다듬는 느낌이라고.
“ 생각보다 상처가 깊네요. 많이 쓰라렸겠는데. “
“ 엄청요… 근데 팔 써도 상관없죠? “
“ 왜요? 다음주 정도까진 될 수 있음 안쓰는게나아요. “
“ 아… 알바 해야 하는데. “
알바 페이가 날라가는 상상에 울상을 지으며 진료실 바닥에서 블록을 가지고 노는 호연이를 바라보는데, 상처를 소독하던 박지민이 고개를 들고 나를 보는게 느껴졌다. 또, 또, 빤히 본다. 아까부터 묘하게 나를 꿰뚫어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리 잘생기고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어도 그런 식으로사람을 쳐다보면 크나큰 오예라구요. 앞으로 호연이 소아과는 내가 데려와야 하나. 혼자 망상에 빠져서는 바보처럼 헤헤, 웃었다. 그리고 박지민이 거즈를 집던 핀셋을 철통에 던져 넣는 소리에 흠칫하며 망상에서 빠져나왔다. 아씨, 깜짝이야.
“ 이름씨는 웃음이 많으시네요. “
“ 아 네. 제가 좀 밝죠. 긍정적인건 아니지만. “
“ 완전 긍정적인 것 같은데? “
“ …네? “
뭐지. 나 금방 잘못 들었나 갑자기 반말을- 눈을 접으며 화사하게 웃는 박지민을 멍하니 보았다. 순간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바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니, 호발이의전화다. 갑자기 나에게 호연이를 짐짝처럼 떠넘겼던 호발이의 행태가 떠올라, 박지민에게 눈빛으로 양해를 구하고 냅다 받았다.
또 나를 탐색하기 시작하는 듯한 그 눈빛을 모른 척 애쓰면서.
“ 왜- “
이름아. 골프채 어딨냐?
“ 뭐? 골프채? “
그 왜, 너가 지난주에 집정리 했잖아.
“ 아 그거 옷방 베란다 창고. “
그래 맞다. 야 끊는다.
“ 잠깐! 나 데리러 와. 팔 다쳤단 말ㅇ- “
마치 저 멀리서 말하듯, 희미하게 호발이의 ‘나 거래처-‘하며 급하게 끊기는 통화 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긴화면을 허무하게 내려다 봤다. 어이가 없지만, 호석 역시 나처럼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 알기에 더이상 화가나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호발이는 거래처의 비위에 맞춰주기 위해 급하게 골프채를 찾는 것이리라.
호발아 힘내, 화이팅.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고, 어느새 옆으로 와서 내 허리에 치대는 호연이의 작은 어깨를 쓰다듬었다. 아참,호연이 진료도 봐야 하는데. 내가 고개를 들자,
“ -아기 아빠? “
“ 네. “
침묵. 박지민이 무표정으로 눈앞에 흩어진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 …어이 없네요. “
“ …네? “
“ 아까 남편분 연락이 안되시던데.“
“ ...? “
“ 아니, 데스크 직원이아내분 팔 다치셨다고 병원 톡으로 남편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바로 읽었다더라구요. 그래서 전화했더니 안 받으시고. 근데 지금, 골프채 찾는다고 전화온거, 맞죠? “
“ 어, 그게. “
내가 아내분?은 뭔 소리고, 호발이는지금…
아니 근데... 왜 저렇게 성질을내...? 내 착각인가. 잔뜩 미간을 찡그린 그가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매우 불편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에게 따박따박, 따지듯 말하는 박지민의 말투는 내 착각이 절대 아니다. 내가 눈을 깜빡이며 매우 황당한 표정으로 할말을 잃자, 그는 아, 하며 사나워진 눈을 이내 깔았다.
잠깐의 정적.
“ …미안해요. “
“ 아니 대체 뭐가… “
“ 오지랖. “
이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다.
정확히 박지민이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남자는 지금 나를 불쌍하고 가련한 애 엄마로 보는 것만은 확실히알겠다. 박지민이 보기에 나는 내 신세야… 혼잣말로 한탄할 정도의 상황이고(틀린건 아니지만) 엄청 앳돼 보이는데 어린 나이에 아이를 덜컥가져 알바하며먹고 사는, 근데 남편이란 놈은 아내가 팔을 다치든 다리가 다치든 이 시간에 골프 치러 나가는, 근데 그것도 좋다고 헤헤거리는 그런 여자로 봤겠지...? 충분히 오해할 상황인건 알겠는데, 근데 그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라고 저렇게 화내듯 따지는 걸까.
나는 박지민이 멍한 표정으로 손가락 위의 펜을 휙휙 돌리는 것을 가만 바라봤다. 그는 무언가 복잡한듯 혼자 고개를 흔들다가, 코끝을 찡그렸다가, 마른 입술을 혀로 핥는다.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웃음이 비죽, 나왔다. 아, 설마. 아니겠지...? 어쨋든 잘못된건 정정 해주자.
“저기, 잘못 알고 계신데. “
“ ? “
“ 남편 아니에요. 방금전화는 우리 오빠. “
“ 제 조카 호연이. “
나는 잠이 오는 듯 눈을 꿈뻑거리는 호연이를 한팔로 올려 품에 쏙 넣으며 말했다. 박지민이 나와 호연이를 번갈아 보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더니, 도톰한입술이 서서히 벌어진다.
그리고 잠시 후 터져 나오는 그의 쑥스러운 듯한 웃음. 붉어지는 볼과 귀.
아니… 왜 빨개져..?!
연신 자신의 뒷목을 쓸어 내리는 박지민의 빨간 얼굴에, 나도 덩달아 볼이 화끈거렸고. 두 손을 들어 뜨거운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박지민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 이름씨 왜 빨개져요? “
“ 안, 안 빨개졌는데요? “
“ 엄청 빨갛거든. “
“ 선생님도 엄청 빨갛거든요?! “
“ 이름씨가 호연이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 “
“ 응? “
“ 몇 시 정도 될까요? “
“ …네? “
“ 언제 올꺼냐구. “
우리 오늘 맛있는거 먹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봤던 그 웃음처럼 박지민이 푸스스, 웃었다. 심장이 쿵 내려 앉는다는게 이런 걸까.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가만히 끄덕였다.
단 한번도 상상한적이 없었다. 이런 장소에서이런 식으로 첫 썸남이 생기게 될 줄은. 그 이후 호발이는 바로 자신이 우리 둘을 만나게 해준 거라며 큰소리떵떵 쳤고, 틀린 말은 아니라서 존나 고맙다며 호발이의 등짝을 열대는 갈겨준 것 같다.
호연이의 몇 번째 진료날인가, 박지민은 내게 뜬금없이 이름아 사귀자, 했고 나는 호연이의 볼에 말라붙은 눈물을 닦아주며 알겠다고 답했다. 무드가 없다며 핀잔을 주려했지만 모니터를 향하고있는 박지민의 동공 지진을 보자 웃음이 나와서 봐줬다. 내 자취방은 거의 짐창고로 쓰며 박지민의 집에서 지냈다. 의사란 직업이 한가한건 아니었기에 되는대로 얼굴을 보기 위해, 박지민이 싫다는 나를 조르고 졸라 집에 데려온 것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나의 학업, 알바, 육아는 계속 되었다. 박지민은 내가 알바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내 고집으로 알바를 이어나갔다.
어느 날 박지민의 침대 위에서 한창 과제에 열을 올리던 나는 항상 궁금했던 질문을 박지민에게 한적이 있었다.
그때 있잖아. 나한테 왜 반했던 거야?
코트를 벗어 내리던 박지민의 머리가 갸우뚱, 했다.
잘 모르겠어.
뭐… 어쨌든 단시간에 그렇게 많은 감정을 느낀 여자는 네가 처음이었어, 라고 박지민이 모기만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솟아오르는 광대를 누르며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갔다. 코트를 거는 그의 허리에 두 팔을 감으며 올려보자, 박지민이 다정하게 내려다 본다.
뭐.
뭐야. 더 크게 말해줘.
뭐래.
빨리, 박지민.
어쭈? 까분다.
뭐가?
오빠는 어디 팔아먹었어.
박지민! 지민아!
박지민이 짐짓 엄한 표정을 짓더니 성이름 안되겠어, 라며 나를 안더니 그대로 뒤로 밀어뜨렸다. 내가 침대 위에서 버둥대며 일어나려 하자 박지민이 두 다리로 나를 가뒀다. 그리고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엥? 아니, 잠시만. 오빠. 나 과제해야 돼. 이거 망하면 끝이야... 열이 오른 얼굴로 소심하게말하는 나를 보며 박지민이 킥킥 웃더니 나를 한팔로 감싸며 내 옆에 누웠다.
그러면서 그 날, 처음엔 날 어린 엄마로 봤고, 그의 말로는- 풋풋하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여자인데- 화날 정도로 찬밥 대접을 받는 나에게 호기심, 연민과 동시에 애정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아님을 알았을 때에도, 여전히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밥을 먹자고 말한 거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 날 한참을 네가 나를 꼬셨니 마니 투닥거리며 처음 만났던 그 날을 떠올렸다. 그 날, 너나할 것 없이 홍조 띈 얼굴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상황에서 나눴던 둘의 대화를.
-근데 원래 그렇게 오지랖이 넓어요? 애엄만줄 알았음,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에요?
...아닌데. 나 원래 무관심. 예쁜 사람한테만 오지랖.
뭐에요.
예쁘고, 매력있고, 귀여운사람.
거기에 애 딸린 사람이면?
…몰라. 근데 그쪽이라면 상관 없었나봐. 만약 그쪽도 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비집고 들어 갔을걸.
……
……
근…근데 왜 반말이세요?!
내가요? 언제?
지금도 하잖아요.
이런건 반존대라고 하는 거에요.
설레니까 하지마요.
설레요? 꼬시는거 성공했네.
아, 진짜...
이름씨 자꾸 그런 울상짓는 표정 하지마.
뭐요.
너무 귀엽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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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글을 이만 마칩니다...ㅋㅋㅋㅋㅋㅋ 박지민을 유부녀에게 찍접대는 이상한 놈으로 만들지 않기위해 노력했어요...ㅠㅠ 소재주신 분들 글써달라 한분들 고마워여 그럼 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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