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는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OO이를 놀리며 웃었을까,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기 때문에 고개를 들어 쳐다봤을 땐 윤기 입가의 웃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멍하니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몸을 돌려 응시하고 있는 곳을 봤을 땐
시계 침이 새벽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새벽 1시라 하면, 윤기에게는 곡 작업을 시작하는 시간. OO이는 자고 싶지 않아도 스르르 잠이 드는 시간이다. 하지만 둘은 곡 작업도, 잠을 자고 싶지도, 않았다.
싱크대 앞에 서서 가만히 시계를 보고 있었을까. 정신 차린 윤기는 갑자기 방음부스 문을 열어 의자 하나를 가지고 오더니 OO이의 어깨를 잡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곧바로 윤기는 ‘아이고-’ 라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굽혀 OO이에게 시선을 맞췄다.
“벌써 1시야.”
“그러게요, 벌써. 집에 가야겠다...”
“집 가기 전에. 어제 우리 첫 데이트였는데 기분이 어땠어?”
“아, 음... 좋았어요.”
“진짜 좋았던 거 맞아?”
“네- 진짜 좋았는데.”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근데 나는 좀 아쉬운데.”
“...”
“그래서 오늘, 두 번째 데이트를 신청하려고.”
“...”
“데이트 하시겠어요, OO아-?”
쪼그려 앉아 OO이와 시선을 맞춰 고개를 살짝 꺾으며 묻는 윤기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왼손바닥을 내밀었다. 그 말에 OO이는 두 번째 손가락으로 윤기의 손바닥을 두어 번 톡톡- 치더니,
“좋아요.”
작은 쪽창문에 걸려있는 달이 둘을 밝혀 주었다.
OO이가 윤기의 손바닥을 톡톡 두어 번 치며 좋다는 말에 윤기는 누구보다 해맑게 웃으며 의자 뒤로 가더니 앉아있는 그대로 끌어서 OO이를 방음부스로 들어가게 했다.
“너무 늦어서 나갈 수 없으니까 집에서 데이트 하자.”
새벽 1시가 넘은 이 시간에 어디 갈 수는 없지만 헤어지기 싫은 이 커플의 선택이었다. 물론 방음부스에서 둘이 할 건 없었지만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나보다.
방음부스에 들어와 전과 같게도 OO이는 윤기 전용 의자에, 윤기는 보조 의자를 꺼내어 앉았다.
서로 말을 아끼던 새벽 1시. 묘한 분위기에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을까, 끼이익- 쇠로 된 보조 의자에서 일어난 윤기가 작게 팝송을 틀었다. 노래는 방음부스를 은은하게 울리게 했고 그 분위기는 더 묘해졌다.
그러다 그 분위기를 깨는 진동 소리에 윤기는 ‘하ㅡ 지금 온 거 백퍼센트 김남준이다.’ 라는 생각으로 핸드폰 화면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당장 메일 확인. 그리고 박지민한테 들었다. 다음에 술 한 잔 하자 01:14AM - 김남준’
윤기는 한숨을 작게 쉬었다. 자기가 욕심내서 지금 이 새벽에 같이 있자고 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아무리 홈데이트라해도 지금 곡 작업은 약간 무리라고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계속 곡 작업을 밀리기 시작하면서 남준도 꽤 화가 많이 났을 거다. 윤기를 최대한 배려한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짝다리를 짚은 채 생각하고 있었을까,
“곡 작업 하셔도 되는데.”
“...데이트 중인데 무슨 곡 작업이야, 곡 작업은.”
“저는 그거 보고 있으면 되잖아요.”
“...”
“저번에 보고 있는 것도 재밌었는데.”
윤기는 자신의 일을 이해해주는 OO이가 고마워서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곧 끝낼게.”
OO이는 혹시나 자기 때문에 방해가 될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윤기가 작업하는 모습을 뒤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윤기가 10초에 한 번씩 뒤돌아 쳐다보는 것이 OO이 입장에선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결국 보다 못한 OO이가,
“곡 작업 편하게 하세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너가 뒤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데 어떻게 신경이 안 쓰여.”
그 말을 끝으로 윤기는 보조 의자에서 일어나 OO이 팔목을 잡아 의자 그대로 자신의 옆으로 오게 했다.
“어차피 신경 쓰이는 거 옆에 있어.”
라는 말과 함께 한 손은 마우스, 한 손은 OO이 손등을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옆에 있는 OO이가 신경 쓰여 제대로 일을 못하던 윤기는 5분 정도가 지나서야 일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오히려 OO이가 옆에 있는 게, 더 잘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일의 끝이 보였을 때에는 새벽 3시가 다되어갔다. 집중하느라 보지 못한 OO이를 고개를 돌려 보니 윤기의 손을 잡고 얼굴은 윤기를 향하게 자고 있었다. OO이도 윤기 얼굴을 보다가 잠들었나보다.
윤기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OO이를 봤을 땐 책상에 눌린 볼살이 참 찹쌀떡 같기도 한 게, 귀여운지 콕콕 찔러보다가 턱을 괴더니 이렇게 잠든 이 아이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윤기였다.
결국 윤기는 OO이를 안아 들어 자신의 이불에 눕히고 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모니터를 오래 봐서 그런지 눈이 피곤해서 자고 싶었지만 아침에 자신이 자고 있으면 OO이가 놀랄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냥 자지 않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윤기였다. 하지만 윤기의 몸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윤기는 연탄이 꺼질듯 한 맨바닥에 새우잠을 잤다.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윤기씨 무슨 카메라예요?”
“아. 오늘 어디 가서요.”
“어디 가시는데요?”
집요하게 물어보는 팀장 때문에 윤기는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도 팀장은 굴하지 않았다.
“아- 여자 친구랑 여행 가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물어보지 마세요.”
짜증이 한껏 난 윤기는 여자 친구랑 여행 간다며 말해버렸다. 그 말을 들은 팀장은 ‘네?’ 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도 윤기는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학교 끝나고 저녁 먹자. 데이트도 할 겸. 02:34PM - 윤기’
‘오늘이요? 02:35PM - OO’
‘응. 안 돼? 나 너랑 갈 곳 있어. 02:35PM - 윤기’
‘어디요? 02:39PM - OO’
‘궁금해? 그럼 데이트 하든가. 02:39PM - 윤기’
‘알겠어요!!! 어디 가는데요? 02:43PM - OO’
‘같이 가면 안다니까. 끝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02:43PM - 윤기’
.
.
‘저 오늘 선생님이랑 상담 있어요... 좀 늦을 거 같은데... 04:23PM - OO’
‘얼마나? 04:23PM - 윤기’
‘모르겠어요... 한 1시간은 할 거 같은데... 04:31PM - OO’
‘나도 그 때쯤 끝나니까 안국역에서 보자 그럼. 조심히 와. 04:31PM - 윤기’
‘상담 끝나면 전화 해. 04:32PM - 윤기’
윤기가 안국역으로 도착 했을 때에는 지하철에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OO이가 어디 있나ㅡ 큰 보폭으로 윤기는 걸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벤치에 이어폰을 꽂은 채 교복을 입고 앉아 있는 OO이를 보고 웃으며, “OO아”
“오래 기다렸어?”
“아니요- 근데 여기서 뭐해요? 저 진-짜 궁금했는데.”
“뭐했으면 좋겠어?”
“음. 솔직히 말해도 되요?”
“응 말해.”
“저 창덕궁 야간개장 보고 싶어요.”
“...”
“애들이 예쁘다고 그랬는데...”
◁◁◁
“야 요즘 젊은 애들은 뭐하고 노냐.”
“형- 형도 아직 젊어요!”“아니 OO이처럼 어린 애들.”
“글쎄요. 뭐... 뭐 먹고 그러나?”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내 맘대로 데려갈 수가 있나.”
“동생한테 물어볼까요?”
“...어 해봐.”
.
.
“창덕궁 야간개장한대요.”
“뭐야 그게ㅡ”
“그런 거 좋아한다는데요?”
“...아 뭘 그런 거 좋아해. 안 좋아할 거 같은데.”
“좋아한대요.”
“...”
“동생 티켓도 있다는데 드릴까요? 근데 오늘거래요.”
“일단, 일단은 줘 봐.”
“OO아. 역시 우린 잘 맞나봐.”
“네?”
“나도 가고 싶었거든. 가자, 창덕궁.”
오늘도 OO이에게 거짓말 하는 윤기였다.
창덕궁 가기 전 둘은 근처에서 밥을 먹고 창덕궁으로 향하고 있었을까, 자꾸 스치는 두 손에 그냥 윤기는 덥석 OO이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손이 차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하지만 윤기의 마음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게 손을 잡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숙덕거리는 게 사람들이 윤기와 OO이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OO이 귀에 들리는 소리.
‘뭐야, 저 둘.’
그 말을 듣고는 OO이는 고개를 돌려 가게에 살짝 비치는 거울에 둘의 모습을 몰래 봤다. 캐주얼하지만 정장 느낌의 옷을 입은 한 남자와 누가 봐도 ‘저 여고생 이예요-’ 티 나는 교복.
윤기는 회사 끝나고, OO이는 학교 끝나고 와서 그런지 사복을 입지 않아 둘은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 눈에는 이 둘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OO이는 점점 윤기와 점점 멀어지면서 손을 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게 떼졌다. OO이는 ‘윤기오빠도 신경 쓰였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섭섭한 상황 이였을까.
“아이고 남의 시선 너무 신경 쓴다. 아가.”
갑자기 OO이를 끌어당겨 어깨동무를 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 하고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윤기였다.
창덕궁에 들어서자 윤기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 놀랐다. 한복을 입고 노는 학생들, 손을 잡고 데이트 하는 커플, 유모차를 끌고 온 신혼부부, 가이드하는 사람까지.
그 속에 윤기와 OO이도 있었다.
OO이는 신이 난 듯 저번에 한강에서처럼 뛰기 시작했고 윤기는 말리려다가 해맑게 뛰는 모습을 보고 하루 종일 가지고 다녔던 카메라 전원을 켜 사진을 찍었다.
“대충 찍어도 예쁘네.”
혼자서 읊조린 윤기였다.
한참이고 사진을 찍었을까. 창덕궁 끝 쪽의 가로등 밑 벤치에서 둘은 앉아 있었다. OO이는 아무 말 없이 조명이 비춰진 고궁을 쳐다봤고 윤기는 사진을 확인하며 웃고 있었을까,
“...뭔가 어색해요.”
“뭐가 어색해.”
“그냥... 항상 이런 곳은 달동네에서 내려다보기만 했거든요 지금까지.”
“...”
“근데 그 곳에 제가 있으니까 어색해요.”
“...어색할 수도 있지. 근데 괜찮아.”
윤기는 카메라를 목에다 걸고 OO이와 깍지를 끼었다.
“앞으로는 나랑 많이 오자.”
.
.
.
창덕궁 데이트를 하고나서의 다 다음날.
‘OO아- 집 앞으로 나와.’
윤기는 오늘 낮에 ‘나 오늘 야근이라 힘들다. 그래서 너가 보고 싶어. 나오라고 할 때 나와 줘.’ 라는 통화를 OO이와 했고 그 덕에 OO이는 하루 종일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윤기의 전화에 OO이는 곧바로 후드집업을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나서자마자 낯선 달동네 풍경에 OO이가 멈칫 했다.
벽면에 빨간 긴 끈으로 창덕궁에서 찍은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 밝지 않은 가로등 아래 사진들이 빛나고 있었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밤바람에 사진들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OO이는 천천히 사진 하나하나를 보고 있었을까. 어느덧 초록 쪽문 앞까지 다가왔다.
끼이익ㅡ 열리는 문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예쁘지.”
“...”
“피사체가 예뻐서 그런가 막 찍어도 예쁘길래.”
둘만의 도시로 만들어지는 달동네였다.
설렘 포인트랄까...
1. 데이트 하자는 윤기의 갑작스러운 존댓말
2. 카톡 할 때 시간을 보세요.
3. 일상이 이벤트
4. 민윤기
그리고 저번 편에 OO이가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윤기 말의 의미 = 너랑 결혼 하고 싶다는 의미였어요.
달동네 뭔가 오랜만에 쓰는 기분입니다ㅠㅅㅠ... 기다리신 독자님들이 계신다면 정말 죄송해요.
진짜 소재 생각이 안 나가지고... 기다리셨는데 이번 글도... (울뛰)
[윤기야밥먹자] [음향] [7평] [사랑꾼] [구화관] [즈엽돕이] [햄찌] [콜라에몽] [달동네] [랄라] [쀼뀨쀼뀨] [620309] [짱구] [친주] [부니야] [만우] [그을린달걀] [빵야] [뾰로롱♥] [풀림] [또비또비] [뉸뉴냔냐냔] [꾸기] [0103] [매직핸드] [홉치스] [쮸뀨]
암호닉 해주신 분들 많이 안 보여서 오토방구 맘이 아파주다가도 신학기라서 이해됩니다. 많이 힘드시죠, 여러분. 힘내세요!
언제든 봐주시고 생존신고 해준다면 전 이해할 수 있어요. 사랑해요 여러분들♡
P.S 그나저나 독자님들은 달동네가 해피엔딩이였음 좋겠나요, 새드엔딩이여도 상관 없나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8/20/fc20cf2422cac562df73f37eb8600b56.jpg)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22/eccd1797d27d61ea684671c5b78a4bfb.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17/cd2543fa61f99af781269831fd7e09cb.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3/0/5149af526ab88bd5b7fce029f06ac9d7.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8/20/1cc5910320a13fb619a74d9ef20eabb3.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04/12/940cec6058e9748ce6db359e43961768.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10/19/2cd779b7b208d727964070476166deb4.gif)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8/20/4646d7c5bce884b198c8d19d7d227def.jpg)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18/20/7e79082268f524c31c9dd4d050ca3a4c.jpg)
![[방탄소년단/민윤기]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16/17/65042bb67089aa49352a15af1cc311e0.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