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01
Wirtten By. 쑨환버스
" 괜찮으세요? "
" 아, 저, ㄴ,네? 아.. 괜찮아요. "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걱정반 우울반 이었던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움 작품에 대한 욕구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이 마음을 캔버스에 가득 채우고 싶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운 나쁘게도 그 타이밍에 소나기가 들이붓기 시작했다.
" 으앗...! "
" 저기요! "
급하게 집을 향해 뛰려는데, 예의 목소리가 발목을 붙잡았다. 비에 젖는다는 것도 깜빡한채 천천히 뒤돌아 보는데, 머리카락 위를 툭툭 때리던 차가운 빗방울이 멎었다. 멍하니 올려다 보자 우산을 쓴 남자가 고르지 않은 치열을 내보이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 우산, 같이써요. 씌워드릴게요. "
불운이라고 생각했던 갑작스러운 비는, 예상외로 작은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 들어오세요. "
" 실례하겠습니다. "
장신의 남자 두명이 들어서니 평소보다 더욱 좁아보이는 현관에서 급히 신발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수건 두장을 꺼내왔다. 좁은 우산을 두명이 쓰다보니 ㅡ거기다 내가 맞지 않도록 우산을 제쪽으로 기울여준ㅡ 반쯤 젖은 그에게 한장을 건네고, 한장은 내 머리 위에 걸쳤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던 그가 불현듯 킁킁, 하고 공기를 두어번 들이마셨다.
" 미술하세요? "
" 아, 이런.. 물감냄새 거슬리시죠? 작업실 문 닫고 올게요. "
"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쪽이 그린 그림을 볼 수 있을까요? "
" 물론이죠. 그리고 편하게 태환이라고 불러주세요. "
" 그럼 저도 쑨양이라고 불러주세요. "
쑨양? 한국것이 아님에는 확실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 하자 중국인이거든요 하며 예의 수줍은 웃음을 짓는다. 어쩐지 중간중간에 약간 어눌한 말투가 들려온다 싶었더니.. 그나저나 커다란 키에 안어울리게 꽤나 귀여운 미소다. 보는 나도 흐뭇하게 만들어 버리는 쑨양의 웃음을 뒤로하고 작업실을 향해 앞장섰다.
" 여기에요. 딱히 볼건 없겠지만... "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지는 내 기분은 아는지 모르는지 쑨양은 와- 하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벽면에 기대어 세워진 캔버스들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정도의 유화물감 냄새라면 독할텐데 눈썹하나 까딱 안한다. 천천히 살펴보던 쑨양이 맨 끝에 것의 옆면을 살짝 어루만지며 들릴듯 말듯 조용히 말했다.
" 제가... 원하는 풍경이에요. "
" 네? "
" 전 사진 작가거든요. 여기있는 그림들은 언젠가 제가 찍고싶은 풍경들 뿐이에요. 정말, 멋지네요. "
칭찬받는건 그림인데 왜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모르겠다. 그렇구나, 사진작가구나. 저 키만큼이나 커다란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모습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멋있을것 같다. 한참을 애정어린 눈으로 그림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쑨양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맞춰오며 물었다.
" 풍경화를 자주 그리세요? "
" 음, 아니요. 그냥 이것저것 그려요. 예전에 봤던 것들이나, 앞으로 보고 싶은 것들이나.. 그냥 생각나는대로, 그리고 싶은건 다 그려요. 풍경을 그릴때도 있고, 사물을 그릴때도 있고, 동물이나 사람을 그릴때도 있고. 어떨때는 좋아하는 색으로 캔버스를 가득 메워보기도 해요. "
" 와아... 그렇게 이것저것 많이 그리다 보면 힘들지 않나? "
" 하하, 전혀요. 쑨양도 자기가 찍고 싶은걸 찍을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거 아니에요? "
내말에 쑨양이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하고는 시원하게 웃었다.
" ...신기해요. "
" 네? "
" 쑨양을 보고 있으면, 너무 많은것들을 그리고 싶어져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느낌을 캔버스에 물감을 묻혀서 잔뜩 표현하고 싶어져요. 아무래도 쑨양은 저한테 영감을 주는 사람인것 같네요, 하하. "
" 으아... 쑥스러워요, 그거... 저도, 저도에요. 저도 태환을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찍고싶어져요. 그림처럼 금방금방 표현할수 있는건 아니지만요. "
내 말에 쑨양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고, 나 또한 쑨양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듯 했다. 커다랗고 시커먼 남자 둘이서 꼴사납게 뭐하는 짓이람 이게.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쑨양이 옆에 있는 한엔 내가 정말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그림을 평생 그릴 수 있을것만 같다. 오늘처럼 슬럼프 겪을 일도 전혀 없을것 같다. 쑨양만 옆에 있다면. 그 또한 나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하였다. 물론, 예의상의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 혼자만의 크나큰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고집부려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 그러니까... "
" ....? "
" 저랑... 여기서 함께 살지 않으실래요? "
↓↓↓↓
저...저질렀다...!!!!!!
아까 00편을 썼는데 욕구가 치솟아서 또 1편 올립니다 ㅋㅋ
전편 글에 두분이나 암호닉 신청을 해주셨어요 ㅠㅠㅠㅠ 생각도 못했던 ㅠㅠㅠㅠ
햄돌이님 태꼬미님 두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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