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무 늦은 것 같아 미안해ㅠㅠ
오늘은 백현이 생일에 있었던 일을 말해줄게
사실, 나는 백현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한번 물어봐야지 물어봐야지 하면서도 못 물어보고 있었거든
물어봐도 뭔가 백현이 성격상
지났어, 하거나 얼버무려버릴 것 같아서.
주말에 집에서 혼자 뒹굴거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려서 봐보니까 종인이였어
-여보세요?
/뭐하냐./
-응? 나 그냥 있어.
/그럼 나와./
-지금?
/응. 왜. 너 뭐 예쁘게 하고 오려고?/
-….
/농담. 내일 백현이 생일인 거 모르지?/
-...뭐?!
나는 백현이 생일이 내일이란 사실에 깜짝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어
종인이는 내가 목소리가 변한 걸 알았는지 큭큭 거리면서 웃었어
-…아, 웃지마..
/귀여워./
-뭐래. 나 선물 준비하….
/너 백현이가 뭐 좋아하는 지 알아?/
-아...니?
/나와./
세상에! 김종인이 내 인생에 도움을 주는 날이 오다니!
나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어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왔어
종인이와 약속한 장소로 나가니까
미리 나와있는 종인이가 보였어
-김종인!
-왔어?
-응. 오래 기다렸어?
-아니. 너야말로, 여자애가 약속시간보다 삼분이나 먼저 도착하면 어떡하냐.
-기다리게 하는 것보단 낫잖아.
내가 말하자 종인이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내리더니
내 머리에 손을 얹어
-순둥이 순둥이 소리 듣더니 진짜 순둥이 되는 가보네.
-….
-가자, 순둥아.
그거..백현이만 할 수 있는 거거든?
나는 속으로 궁시렁 거리고는 종인이를 따라갔어
종인이는 큰 쇼핑몰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야, 이거 어때?
-뭐…모자?
-이거 나한테 어울려?
이게 백현이 선물을 고르러 온건지
김종인 선물을 고르러 온건지 나는 그냥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어
그러니까 종인이가 씩 웃더니 내 속을 안건지
장난스럽게 말했어
-변백현은 이런거 안좋아하고, 저쪽으로 가야되.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보니
자꾸만 종인이에게서 멀어져서 허둥대는데
종인이가 내 손목을 잡았어
-쪼끄만게 길잃어버릴라.
-뭐라는 거야. 그래서 어디가는데?
다왔다. 종인이가 멈춰선 곳은 레코드 점 이었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종인이가 말해
-너는 네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뭐하는 지도 모르냐?
-…어?
-변백현 가수 준비하잖아.
-…진짜?
-둔한건지, 순진한건지.
종인이가 중얼거리듯 말하며 고개를 젓더니 레코드점 문을 열어
나는 종인이가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종인이가 나를 봐
-뭐하냐 안들어가고?
-? 너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너 진짜 대박이다.
종인이가 나를 안으로 밀어넣고는 자기도 따라 들어와
자주 왔던 곳인듯이 익숙하게 신보부터 쭉 훑더니
이내 나를 끌어서 어떤 앨범을 쥐어줘
-자, 이게 변백현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근데 이거 있지 않을까?
-없어. 백현이가 아직 안샀다고 말했거든.
그럼 계산해라.
종인이는 나를 계산대로 밀고는 앨범을 좀 더 보고 있어
마침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있었지만,
백현이 선물 살 돈이 모자르면 어쩌나 싶어서
그냥 계산을 하고 나왔어
-종인아
-어?
-백현이 단거 안좋아해?
-글쎄…왜?
나는 손을 들어서 무언가를 가리켰어
거기에는 '초간단 제빵 도구! 남친을 위한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라는 글씨가 깜찍하게 써있는 큰 박스가 있었어
-너..만드려고?
-…안되려나.
-뭐, 정 하고 싶다면.
종인이는 자기가 상자를 하나 골라 들어오고는
내가 계산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어
-이제 다 샀나?
-응. 밥 먹을래?
백현이 생일도 알려주고, 좋아하는 선물도 골라주고
그런게 고마워서 물어봤는데 종인이가 의외로
당황하는 것 같더니 이내 '얼른 가서 케이크나 구워'라며
나를 버스정류장으로 이끌었어
나는 버스를 타고, 종인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나중에 종인이한테는 따로 좋은 걸 선물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엄마 몰래 새벽에 백현이에게 줄 케이크를 구웠어
쉽다고는 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쉬운 건 하나도 없고..
분명 나는 하란대로 했는데 뭔가 아닌 것 같고.
맛도 없을 것 같고.
그래도 케이크는 맛볼수가 없어서 나는 하는 수 없이
포장을 마치고 두시간도 못자고 다시 학교에 와야했어
아침부터 학교가 시끄러웠어
백현이 자리에는 아이들이 두고간 선물이 하나둘 씩 생겨났어
-욜, 변백 오늘 수확이 좀 좋다?
찬열이 장난하듯 말하자 백현이가 무슨 소리냐며 찬열이를 살짝 쳤어
-자, 여기 선물.
종대가 백현이한테 뭔가를 내밀었고
백현이가 풀어보니 아무것도 없어
-이게 뭐야?
-잉, 어디갔지?
종대가 주위를 뒤지는 가 싶더니 아, 여깄다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
-내 마음.
하트를 보여주는 종대에 백현이가 웃다가 금방 정색을 하고
종인이가 백현이의 책상에 무언가를 내려놔.
-…이게 뭐냐?
백현이가 종인이를 보니까 종인이가 뒷머리를 만지작 거리더니 말해
-풀어보던가, 말던가.
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나도 뭔지 궁금해서 백현이가 선물을 푸는 것을 지켜보는데
포장된 상자를 열자 꽤 좋아보이는 이어폰이 나와.
-헐, 대박. 이거 개 비싸잖아!
찬열이 이어폰을 잡으려는데 백현이가 손을 쳐내
그리고 종인이를 향해 외쳐
-고맙다, 김종인!
종인은 손을 하나 들었다가 내려놓고
종대가 나를 향해 물어
-OO이 너는 선물 없어? 아, 생일인지 몰랐나.
-아, 그게 선물 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여자애들 한 무리가 백현이에게 다가와
-백현아!
-어, 누나?
-노래 연습하느라 힘들지? 이거 먹고 힘내!
완전 보고 싶었어. 이런저런 목소리가 섞이고 나는 가방에서 꺼내려던 선물을 다시 슬쩍 집어넣어
그리고 선배들에게 둘러쌓여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백현이를 봐.
어쩐지 백현이가 너무 멀게 느껴졌어
그러고보니 나는 백현이를 좋아하는 것 빼고는
백현이에 대해 잘 아는 게 없어
뭘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꿈을 꾸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뭘 할 때 기쁜지, 뭘 할때 슬픈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백현이를 좋아하기만 해.
-….
갑자기 엄청나게 우울한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어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멈추지 않았어
그러자 누가 내 손을 잡아
-어디가?
-….
-우리 오늘 같이 저녁 먹기로 했잖아.
-….
사실 오늘 백현이가 생일이라고 애들이랑 나랑 밥을 사주기로 했거든
그치만 뭔가 같이 갈 기분이 아닌 것 같아서,
아니 갑자기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서.
-OO아.
-….
-내가 생일인거 말 안해줘서 그런거야?
-….
-난 니가 그냥 생일인거 알면 선물때문에 부담스러워 할까….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어.
-너는 나한테 잘해주고, 나에 대해 너무 잘아는 것 같이 행동하는데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
-네 생일도.. 네가 뭘 좋아하는 지도..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는 몰라.
-…OO아.
-내가 너한테 친구가 맞아? 아님 그냥 내가 불쌍해서 같이….
나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들에 놀라 순간 그대로 멈춰버렸어
그리고 굳은 얼굴의 백현이를 마주한 순간,
뒷걸음을 했어
-…미안, 백현아. 나는….
어떤 말도 더 이을 수가 없어서 나는 뒤로 돌아 뛰었어
뒤에서 백현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출 수가 없었어
그렇게 달리다 결국
결국 학교 뒷편에 작은 뜰에 앉았어
가방도 신발도 다 교실에 있는데.
누가 남아있을 지도 몰라서 가만히 있는데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너, 누가 너 멋대로 가래.
숨을 내쉬고 있는 백현이가 내 앞에 서있었어
나는 당황스럽고 놀라운 마음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는데
백현이가 말해.
-나는 노래하는 게 좋아.
피아노 치는 것도 아이들이랑 장난치는 것도 롤 게임하는 것도 좋아.
-….
-근데 너랑 짝꿍인 것도 좋아.
-….
-네가 나한테 선물해 준 이 씨디도.
백현이가 웃으며 손에 앨범을 들어보여.
-그리고….
백현이가 말을 멈추는데 찬열이와 종대, 종인이가 이쪽으로 걸어와
손에는 촛불을 꽂은 내가 만든 케이크가 들려있고
-네가 만든 케이크는 그중 단연 최고지.
-….
-축하해줄거지?
-….
-듣고싶어, 네가 축하해주는거.
나는 나도 모르게, 거의 홀린듯이 백현이에게
-생일 축하해, 백현아.
라고 말했고 백현이는 씨익 웃으며 촛불을 불었어
-변백현 이제 생일빵만 맞으면 되겠네?
찬열이가 장난을 치듯 말하고 종대가 케이크를 보며 신기해하는데
종인이가 스윽, 크림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먹어
-으으, 달아.
종인이가 얼굴을 찌푸리는데 백현이가 말해
-내꺼거든?
-아, 예.
종인이가 케이크를 밀어주고 백현이가 다시 용기에 조심히 담아
-왜?
-아껴먹으려고.
-헐….
이제 밥먹으러 가자.
언제 챙겨왔는지 내 신발을 신겨주고 가방을 챙겨주더니 찬열이와 종대, 종인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해
백현이가 나에게 한말들을 곱씹고
상황이 꿈만 같아서 뭔가 멍한채로 걷는데 백현이가 말해.
-순둥아.
-어?
-나 단 거 좋아해.
-…아.
-케이크가 너같다. 순둥순둥하게.
그리고 밥을 먹고 집에 돌아오자 나에게 도착한 문자 한통.
[밤새 노래 들어야지. 순둥이가 사줬다고 자랑해야지.
케이크는 24조각으로 나눠 먹어야지.
아, 그리고 순둥이 네가 처음이다.
나한테 케이크 준 친구는.]
-
늦어서 분량을 좀 늘리긴 했는데
성에 안차시죠..?
저도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이런 비루한 글이라도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경수 글이랑 암호닉이 중복된 것도 많아서 좀 혼란이 있어서요
이 글에 다시 암호닉 남겨주시면..안될까여...?(꾸벅__)
물론 새로운 암호닉도 됩니다..
이런 글이라도 읽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