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민윤기와 비밀연애 04
w. 블랙체리
얼마나 울었던 걸까, 한참을 울었던 지 목이 화끈거릴 정도로 얼굴에 열이 오른 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때 문자 음이 울렸다.
[해외 투어 때문에 새벽에 출국해. 5일정도 연락 안 될 거야.]
또 바쁠 거란 그의 연락에 다시금 허탈함이 밀려왔다. 늘 이렇듯 제 스케줄만 통보해버리면 그만인 그였다. 내가 당연히 기다려 줄 거라 생각하는 듯.
우린 끝났다고 우격다짐으로 다시 문자를 보내야 하나, 아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다녀오라는 문자를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문자 음이 다시 울렸다.
[가기 전에, 목소리 좀 듣자. 탄소야...전화 좀 해줘.]
그걸 본 순간 내 손가락은 이미 통화키를 누르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그가 먼저 연락을 바랐던 것은. 늘 문자 보면 전화 달라고 하던 건 내 몫이었다. 작업 끝나면 전화 줘, 촬영 끝나면 전화 줘, 녹음 끝나면 전화 줘...
-어.
신호음이 얼마 울리지도 않아 민윤기가 전화를 받았다. 큼큼 거리는 목소리가 많이 잠겨 있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윤기야."
-어, 말해.
"윤기야."
-말해.
"윤기야, 민윤기."
-어.
"...나 힘들어."
멈췄던 울음이 다시금 터져 나왔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참아지지가 않은 탓이었다. 그는 내가 그렇게 전화기에 대고 꺽꺽 거리며 울 때 까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듣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내가 훌쩍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금 말을 건넸다.
"힘들어... 정말 힘들어."
-알아.
"윤기야, 나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
낮게 깔린 그의 말투 속에 낮은 한숨이 스며있었다. 사실 그도 이 상황에서 뭘 어쩌지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았다. 타고난 성격도 그러하거니와, 노력해보려 해도 그럴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인관계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으로만 이어질 수는 없는 거였다.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민윤기가 좋아 그의 곁에 남은 건 나이지만, 지치는 것 또한 나였다. 이번엔 또 내가 얼마나 버텨낼지 정말 나 자신조차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나 좀 붙잡아 줘. 어디 못 가게, 제발... 어?"
-탄소야.
"응."
-김탄소.
"응."
이번엔 민윤기가 자꾸만 내 이름을 불렀다. 칭얼거리는 날 달래 줄만큼 다정한 성격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내심 그의 입에서 나올 다정한 말을 기대했다. 앞으로 더 잘 할 테니, 한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이라도 나올 거라 생각했다. 단지 내겐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민윤기였고,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리 없다는 것 또한 다른 한편으론 알고 있었다.
-나 떠나가고 싶으면 가.
떠나가라는 그의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 이어 이어진 그의 말에 내 심장은 더욱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근데 그러면 난 널 꺾어서라도 다시 제자리로 데려다 놓을 거야.
"개자식."
-말 예쁘게 하라고 했지.
날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말하는 민윤기가 미웠지만, 한편으론 날 강하게 붙잡는 그의 말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답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와 내 관계는 이렇듯 무의미한 다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내가 지고 만다.
"조심히 다녀와. 너 물 바뀌면 배앓이 하잖아. 음식 잘 가리고, 비행기에서 잠도 좀 자고..."
-탄소야.
"응."
-다녀올게. 너 걱정시키는 일 없도록 별 탈 없이.
"응."
전화는 곧 끊어졌지만 난 여전히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또 언제 듣게 될지 모를 그의 목소리를 곱씹어 떠올려야 했다.
-
"박지민이 오늘은 너 꼭 좀 데리고 오라고 날 협박하더라? 1학년 새끼가 어디 하늘같은 4학년 선배를 협박하고 지랄이야. 그치만, 뭐 귀여우니 봐준다. 존귀이니 협박도 들어준다. 그러니 제발 오늘은 가자, 김탄소! 박지민 칭얼거리는 거 이제 더는 못 들어주겠다고. 내가 널 밧줄로 꽁꽁 묶어서라도 데리고 간다, 오늘은!"
협박성이 다분한 수정이의 말을 들으며 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박지민이 협박이라니, 믿을 말을 해야 믿지. 자고로 협박이란 지금 정수정이 내게 하고 있는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피곤해. 오늘은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쉴래."
"집에 꿀 발라 놨냐? 우렁총각이라도 숨겨놨어? 집에 못 들어가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어? 그냥 오늘 하루만 니 껌딱지 소원 좀 들어줘라, 어? 보채는 박지민 때문에 내가 정말 귀찮아서 못 견디겠다고!"
수정이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물론 지민이 때문은 아니지만, 지금 날 술자리에 데려가기 위해 열변을 토하다 다크서클이 1mm정도 더 내려온 건 사실일지도 몰랐다.
"가, 가자고!"
그랬기에 어쩔 수 없이 난 수정이의 손에 이끌려 오늘 하루만큼은 파릇파릇한 1학년들이 모여 있을 술자리에 끼는 눈치 없는 선배가 되기로 했다.
술자리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고학년은 눈치 밥 말아먹은 내가 싫어하는 몇몇 복학생 선배들뿐이었고, 여자는 방금 도착한 나와 정수정이 다였다. 쭈뼛쭈뼛한 자세로 과 사람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자 내 모습은 본 박지민이 함박웃음을 지은 채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어 날 반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제 옆자리에 앉은 동기를 잽싸게 다른 자리로 보내고는 내게 손짓했다.
"탄소 선배, 여기요! 여기!"
"야, 니 껌딱지가 애타게 부른다."
너무 적극적인 박지민의 행동에 내가 혀를 내두르며 머쓱한 표정으로 그의 곁으로 가 앉았다. 그와 동시에 몇몇 여자 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이 내게로 쏟아졌다.
내가 어린애 취급한다고 정말 박지민이 어린애 같은 건 아니었다. 고학번들 입에서 싹싹하고 바른 후배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게 박지민이었다. 그뿐아니라 제 동기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아 무리의 중심에 있는 그였다. 그리고 제 여자 동기들에겐 인기도 제법 있다는 걸 나 역시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선을 긋고 아무도 애 취급하지 않는 그를 더 애 취급 했던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선을 긋고 그를 대한다고 해도 역시 이런 눈총은 달갑지가 않다.
그 순간 갑자기 민윤기가 떠올랐다. 이 정도 눈총도 견디지 못하는 내가 그의 수많은 팬들의 눈총을 견딜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갑자기 우울한 마음이 밀려와 내 앞에 놓인 술잔의 술을 혼자 자작을 하며 마셨다.
"어? 그거 내 잔인데? 선배 지금 나랑 간접 뽀..."
"닥쳐라?"
"아, 선배 진짜 여자가 입이 왜 이렇게 험해요? 그래도 뭐 난 다 좋지만."
그 순간 또 다시 민윤기가 떠올랐다. 요즘 들어 입이 험해진 내게 말 예쁘게 하라는 말을 자주 했던 그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 더 있다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민윤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 같아서 난 가방을 챙겨 들었다.
"아무래도 나 그냥 가야겠다. 오늘 좀 몸이 피곤하네."
"어? 선배... 혹시 내가 이상한 말해서 그러는 거예요? 나 지금부터 입 꾹 다물고 있을게요. 그러니깐 가지 마요."
꼬리 내린 강아지마냥 축 늘어진 눈빛으로 날 보는 그를 보니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이미 바닥을 친 기분은 남을 배려해줄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나 정말 피곤해서 그래. 담에 보자. 수정아 나 먼저 일어날게. 애들 챙기고 가."
다시 한 번 날 붙잡으려는 박지민과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이 휘둥그레진 정수정을 두고 난 서둘러 술집을 빠져 나왔다.
원래 이렇게 나약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난 너무 쉽게 자주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정말 많이 변했다 싶었다.
요 며칠 잘 견뎠는데 아무래도 다시 또 조금 힘들어 지는 것 같았다.
5일정도 연락이 안 될거라던 민윤기와 연락이 끊어진지, 일주일이 넘어서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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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추천 넘넘 고마워요♥
주말이 아니면 연재가 조금 힘들 것 같아서 연재 텀이 생길 것 같아요ㅠㅠ
그래도 힘내서 비축분 많이 만들어 올게요~
♥사랑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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