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에는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왕궁은 빨갛게 물들어갔고 더욱 화려해져갔지만 왕궁을 벗어난 곳은 나무로 가득 찬 숲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녀가 사랑을 갈구하던 기사는 어느새 멀리 떠나 모습을 감추었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한 여자아이가 왕궁을 찾아왔습니다.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조금은 성숙해진 외모였기에 그녀를 누구라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를 따르는 듯한 한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왕은 두 눈을 비비며 현실을 피했습니다. 높은 모자를 쓴 그는 손가락으로 살짝 모자를 들어올리며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던 그가 돌아왔고 그의 모습을 알아챈 그녀는 고개를 떨궜습니다.
"이름이 뭐지?"
"앨리스입니다. 여왕님."
그녀의 기억 속 깊숙이 잠들었던 하나의 퍼즐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갔고 그녀는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는 여왕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그를 무시한채로 앨리스에게 시선을 건넸습니다.
"크리켓를 알고있나?"
"알고 있습니다."
"나와 대결을 하지. 당신이 진다면 사형을 지시하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앨리스는 채를 받아들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를 지켜보던 모자장수는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크리켓 경기를 이어가던 중에 많은 기사들이 망가졌고 쓰러져 갔습니다. 여왕은 게임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갔지만 그 게임도 결국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승패가 아닌 기사들의 소진이었습니다. 더 이상 경기를 이어줄 인물이 없음을 깨달은 여왕은 게임을 종료했습니다.
법정에 선 여왕은 앨리스를 바라보며 그녀에 대해 험담을 시작했고 앨리스는 여왕에 의해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든게 그녀의 잘못입니다. 여왕의 한마디로 앨리스의 표정이 굳혀갔고 자리를 떠난 그 둘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여길 떠나야겠어요."
앨리스는 정면을 쳐다보며 작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린 여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앨리스를 흘겨 봤고 그녀의 행동에 앨리스는 작게 웃었습니다. 너는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여왕의 말에 한숨을 토해내 듯 내뱉은 앨리스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여왕님이 말하셨습니다.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선 그 배로 뛰어야한다고. 몇 년 간 열심히 뛰어봤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 …."
"그래서 이제부터 거꾸로 뛰어보려고요. 누군가는 저에게로 뛰어올테니까 그 때 그 사람이랑 손잡고 뛰어보려고요."
"그렇게 되면 상대방보다 한 바퀴, 아니 몇 바퀴 넘게 뒤쳐지게 돼."
"아무렴 어때요."
입가에 미소를 띤 앨리스는 여왕을 바라보았고 여왕은 겨우 시선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왕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텅 비어버린 옆 자리를 보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급하게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녀가 떠났나봅니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던 여왕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자장수는 흐릿하게 웃으며 그녀 앞에 섰습니다. 이번에도 아무런 말없이 떠났네요. 아쉬움이 담긴 그의 말에 여왕은 그에게 칼을 겨눴습니다.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기색 하나없이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던 그는 더욱 해맑게 웃어보였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붉은 여왕 효과
기말을 앞두고 있는 동안 내 주변에는 꽤 요란했지만 학교는 꽤 잠잠했다. 나는 그 이후로 더 이상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간혹 눈길이 갈 때는 있었지만 그 시선도 그리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그 옆에 앉은 강승희의 얼굴을 보면서 꽤 슬펐지만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조용했으니까. 하지만 그 조용함이 오히려 무서운 건 나 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남준씨라는 호칭을 선배라고 고쳤다. 같은 과의 선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내 식사는 항상 일회용 접시와 젓가락을 사용한 배달음식이었고 가끔씩은 밥을 거르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씩은 거실에서 안방까지 걸어가는게 힘들어 거실에서 쓰러져 잠을 잔 적도 있었다. 사랑이가 나를 깨웠지만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너무 지쳐."
그래도 다행인건 내 손톱이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불안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딱히 신경을 쓸 것도 고민을 해야하는 일도 이제 더 이상 내 머리에는 없었다. 그저 시험을 보면 되고 그 성적을 가지고 나는 회사에 낙하산이라고 몇 달만 욕을 먹으면 된다. 정말 딱 몇 달만 욕을 먹으면 된다. 오히려 그게 더 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간의 지나친 감정소모보단 이렇게 욕을 먹으며 '아무렴 어때'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무시하면서 지내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란 걸 알았다.
"어제 결제서류 확인 받았어요?"
"아… 여기 있습니다."
"수고했어요."
누군가의 일을 대신 떠맡고, 대신 혼나고, 대신 야근을 맡는게 오히려 더 나은 일이라는 것도.
"저랑 밥을 먹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비꼬지 말아요. 진짜 이번주는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해결은 잘 된거예요?"
"그냥 저냥. 뭐 대충."
밥을 먹던 선배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잔뜩 내고선 숟가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행동에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더니 꽤 놀랍다는 표정을 하고 있길래 나는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다.
"완벽한게 매력이라더니."
"말이 대충이고, 말이 그냥 저냥이지 정말로 대충하고 나왔겠습니까?"
"그래도 매일 입에 달고 다녔잖아요. 완벽."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한 달 정도 되는 시간이었지만 느낀 건 딱히 사회에선 완벽이라는 단어가 필요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아무리 깽판을 치거나 꽃가루를 날리더라도 결국 잘못은 내 탓, 성공은 남 탓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때마침 바람이 차게 불어와서 얇은 코트로 나를 꽁꽁 싸매며 느리게 걸어갔다. 커피를 마시겠냐는 그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불면증이 심해져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선배를 보내고 아파트로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은 피곤한 눈을 매만지다가 발을 헛디뎠지만 넘어지지는 않아 다시 자세를 고쳐 섰다. 아무래도 바로 집에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4층에서 멈춰진 엘레베이터를 잡고선 구두굽으로 바닥을 똑똑 두드리다 알림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닫힘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아파트 밖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전정국의 모습에 나는 잠시 주저했다. 닫아야 할까, 열어야 할까. 슬프게도 나는 아직 딴 사람이 되지 못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전정국."
9층에서 내린 그를 먼저 붙잡은 건 나였다. 여전히 쌀쌀한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 나를 바라봤고 나는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로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도 아직 딴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발걸음이 떼어졌다.
"나 이사 가."
***
이제 이틀만 버티면 캠퍼스 생활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딱히 기다려지지는 않았다. 졸업을 해도 바로 회사에 출근을 할테니까. 그래도 이 고요한 캠퍼스 생활보단 낫겠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유독 오늘은 달랐다. 그 날 이후로 나를 보면 항상 무표정으로 지나가던 그녀가 오늘은 왠지 나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딱히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워낙 얄미운 캐릭터라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교님의 호출에 오랜만에 들린 행정실에선 나를 반기는 그가 있었다. 나를 보자 대뜸 졸업 축하한다는 말을 툭 내뱉고는 아직인가라며 얼버무리고 있는 조교님을 보며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나저나 취직했다면서."
"뭐 워낙 성적이 좋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아… 재수없어."
고개를 돌려버리는 조교님에게 어깨를 들썩이자 괜히 불렀다며 고개를 젓는 그였다. 괜히 미소를 지으며 들고있던 커피를 건네자 다시 사르르 표정이 풀리던 조교님은 잠시 자리에 앉아서 문서를 작성했다.
"선배님 없었으면 저 진짜 자퇴했을거예요. 자퇴 말려줘서 고마워요."
"뭐 워낙 성격이 좋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
"아… 이런 느낌이구나."
강승희와의 사건 이후로 캠퍼스 연예인이 되었던 나는 자퇴를 생각했고 그 때 당시 4학년 동아리 선배이자 학과 선배였던 김석진 선배님은 나를 말렸다. 그리고 나는 그의 설득에 넘어가 자퇴를 하지 않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사실 이렇게 미화했지만 사실은 협박이 반이었던게 함정이었다. 그의 말을 따라 자퇴를 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의 도움으로 그 사건은 조용히 묻혀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사라지지는 못했다는게 함정이었다.
"그나저나 왜 부르신거예요?"
"이번에 잘하면 전정국이 장학금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는 알려줘야될 것 같아서."
"막 이런거 먼저 발설하고 다녀도 돼요? 그리고 아직 제대로된 성적도 안 나왔는데?"
그의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숨을 깊게 내뱉으며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내가 먼저 그 시선을 피해버렸고 다시 조교님의 입이 열렸다.
"매일 도서관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공부했으니까. 이번에는 너한테 절대 도움같은건 안 받는다고 했고 너는 이번에 과제부터 싹 다 말아먹었으니까."
"… …."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거야, 너희 둘한테."
조교님에게 아무런 말도 해드릴수가 없었다. 굳이 그 이유에 대해서 대답한다면 아마 그 대답은 '저도 모르겠어요.'일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이유를 안다고 하더라도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지는 못할테니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멋쩍은 미소에 고개를 젓던 조교님은 테이블 위로 상자를 하나 툭 던져놓고는 빨리 사라지라며 손을 훠이훠이 저어보였다. 그의 행동에 입가에 미소를 만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행정실을 나와 조교님이 준 상자를 쳐다보며 발걸음을 더욱 느리게 했다. 그리고 잠시 발걸음을 멈춰 조교님이 건넨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고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보며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많이도 쓰셨네. 적당한 컬러감을 가지고 있는 가죽 시계를 손목에 걸쳐보며 그에게 문자를 남겼다.
다음에 밥 한 번 사야겠네요.
***
시험 마지막 날 당일. 원피스를 입지 못할 만큼 차가워진 바깥 공기와 함께 나는 자연스럽게 코트를 꺼내입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내 손은 한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야근으로 잔뜩 물에 젖은 듯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강의실에 들어가니 적막함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시험이 전공시험이라 그런지 더 적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방에서 펜을 꺼내들고 턱을 괸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조교님이 들어왔다.
딱히 내가 아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나는 아무렇게나 글을 써 내려갔다. 어차피 3학년 때 배우는 간편한 이론들로 볼 수 있는 시험이었기에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결과는 무서웠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렇게 큰 오점을 남기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마친 시험지를 내려다보며 시계가 빨리 흐르기를 기다렸다. 시험 시작 후 30분 정도 지나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교님 앞에 시험지를 제출하고 개구지게 웃으며 강의실을 나왔다.
"거의 다 끝났어. 아니 글쎄…. 그 년이나 그 놈이나."
그녀의 목소리에 한숨이 먼저 터져나왔다. 침착하자며 나를 다독이던 손길을 처참하게 짓밟아버리는 그녀는 결국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고야 만다.
"그럼. 그게 다 전정국 탓이 되고 그 여자애 탓이 되는거지."
짝. 마찰음이 크게 공간을 울렸고 저 멀리 떨어져나간 핸드폰에선 여전히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여자의 머리를 휘어잡으며 바닥으로 내팽겨쳤을 때 살짝 눈물이 앞을 가렸다. 비명을 지르며 헝크러진 머리를 쓸어올리는 그녀를 뒤로하고 그녀의 핸드폰을 있는 힘껏 벽을 향해 던져버렸다. 부서진 액정과 함께 계단 밑으로 떨어진 핸드폰을 바라보던 그녀가 있었다.
"이제 내가 떠날 때가 됐어요. 오늘 하루만 버티면 드디어 조용히 떠날 수 있는데 왜 괴롭혀요!"
"… …."
"가만히 좀. 제발… 하루만이라도."
팔로 내 얼굴을 가렸다. 우는 모습으로 내가 약해졌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나를 숨겼다. 하지만 고작 팔로 나를 숨길 수는 없었기에 그녀를 또렷하게 마주했다. 헛웃음을 짓는 나를 보고선 화를 내던 그녀는 나에게 달려들어 내 볼을 가격했고 곧 볼에 생채기가 났다. 실금으로 남아있던 흔적엔 곧 붉게 물들어 누가봐도 상처라는 것을 알게했다. 볼을 매만지던 손길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을 땐 그녀도 꽤 놀란 듯 뒷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몸싸움으로 번졌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고 여전히 몸싸움을 이어지고 있었다. 잔뜩 얼굴에 생채기 난 그녀가 나를 자극하듯 물어왔다.
"전정국이 보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 …."
"나야 원래 관심도 없던 애니까. 근데 너는 꽤 많이 아플텐데."
"아무렴 어때요."
그 때 아마 내 시선은 우리를 보고있는 전정국으로 흘렀을지도 모른다.
겨우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 자리에 몇 번이고 주저앉아버렸다. 결국에는 돈으로 끝낸 합의때문인지 눈물이 연신 앞을 가렸고 아무리 닦아내도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가 틀렸다. 몇 걸음 더 빨리 내딛어봤자 결국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빠른 법이고 결국 그 차를 빼앗는 누군가가 더 빠르다. 나는 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그 차를 빼앗는 인물이었음을 그 때 알았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들어와 천천히 걸어왔을 때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왜 나는 그 때 아무런 주저없이 너에게 달려가 너를 안았을까. 그리고 너는 가만히 있었을까.
"잠깐만 얘기 좀 하자."
여전히 너는 가만히 서 있었고 나는 나를 버리고 떠날까하는 불안감에 입술을 앙 다물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곧 너의 행동이 긍정의 의미라는 것을 알아채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다 잘못했어. 지금 네가 말을 하고 안하고는 나에게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했다. 다음 말을 이으려 했을 때 오랜만에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곧 그의 말에 섞인 가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 그만해. 그만하자."
예전에 김태형이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전정국이 그만하자고 말하면 어떤 행동을 보일거냐고. 나는 그 물음에 그만할거라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 어쩌면 내가 그렇게 듣고 싶어했던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근데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직시하지 못했던 나는 현재 부정을 하고 있었다.
"뭘 그만해. 도대체 뭘."
"예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내가 뭘."
"이 정도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잖아. 그 때는 최소한 널 속이지는 않았잖아."
깍지 낀 내 손을 풀던 그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고 오랜만에 그와 마주했다. 무미건조한 표정의 그는 곧 슬픈 표정으로 변해있었고 나도 그를 따라 점점 표정이 슬퍼지고 있었다. 내가 그 때 너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너는 이렇게 슬퍼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너가 이렇게 슬퍼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가지마. 제발 가지마."
아니 어쩌면 너가 그 때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우리가 틀어지지도 않았을텐데. 아니 네가 그만하라는 말을 조금만 일찍 해줬더라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눈물자국이 볼에 묻어났고 정말 마지막으로 그를 붙잡았다.
"왜 지금에서야 그만하라고 하는건데."
"기다린거야. 친구로서."
그는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친구라는 선을 긋고선 나를 밀어냈다. 더 이상 그를 붙잡을수가 없어 그를 붙잡고있던 손을 풀었고 그는 나를 떠났다.
안녕하세요 탄다이아입니다.
이번 화로 사실상 '붉은 여왕 효과' 1부가 끝났습니다.
물론 9화부터는 2부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거예요.
그리고 9화부터는 심장부여잡고 오셔야 할거예요.
그 이유는 다음화 보시면 아실거예요.
제가 여기에다가 글을 남기는 이유는 사실!
9화는 아마 2주 후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제가 써놓은 분량이 다 끝났기 때문... 현재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2주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
2부의 내용을 힌트로 드리자면.
저는 더 이상 여주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위해 등장한 추가글. (아련함을 가지고 계시고 싶다면 읽지 않으셔도 돼요.) |
처음 붉은 여왕 이야기와 아래의 여주의 이야기가 조금씩 연결되었다는 느낌 받으신 분 손! (없으시면... 뭐...) 여주의 설정은 '앨리스'였습니다. 그리고 붉은 여왕은 여주인공에게 언뜻언뜻 방향을 지시하는 그런 가상 인물이라는 겁니다. 즉, 그녀에게 영향을 주는 제 3의 인물이자 여주의 (조금 다른) 속마음이라는 거죠.
앨리스가 처음에 붉은 여왕에게 어떻게 남들보다 앞서가냐고 질문을 해오고 붉은 여왕은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해줍니다. 그리고 그녀는 붉은 여왕의 말을 따라서 열심히 달리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계속 가로막히죠. 예를 들면, 전정국이거나 전정국이거나 전정국같은 인물?
두번째로 그녀가 한참 사랑에 괴로워할 때 붉은 여왕이 여주와 비슷한 상황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리고 갑자기 제 3자가 그들 사이에 끼어듭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죠. 단지 누구겠구나라고 추측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인물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는 듯. 하지만 여주에게는 꽤 영향력있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때 쯤 붉은 여왕과 조금 괴리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세번째로 여주인공은 꽤 오랫동안 붉은 여왕을 찾지 않았고 붉은 여왕의 시간도 흘렀습니다. 하지만 곧 사랑하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죠.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그리고 그의 옆에는 앨리스가 있고 그녀는 당연히 그런 앨리스가 신경쓰이겠죠. 갑자기 붉은 여왕은 크리켓 대결을 신청하고 그녀를 없애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없애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주는 언제든지 가상세계를 떠나면 되는거니까요. 곧 붉은 여왕은 앨리스가 떠나고 그와 다시 마주하지만 그는 또 이별을 고합니다. 진심으로. 그리고 여주는 이별을 합니다.
+
산하엽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수 없네요. 서로가 서로의 산하엽일테니까. 그렇죠? |
| 암호닉 빵야! |
다홍님 비비빅님 망고빙수님 몽총이덜님 분홍빛님 우유님 빰빠님 노트북님 0103님
현재는 암호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