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붉은 여왕 효과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17/3/249fa8b7e901c9e9f0fcc7257fa830b3.gif)
괜찮다고 그렇게 손사래를 쳐도 이번에는 꼭 데려다줘야겠다는 그의 완강한 행동에 결국 아파트 앞까지 그와 함께 걸었다. 처음으로 집 앞에 선 그는 조심히 들어가라며 나에게 손인사를 해왔다. 나는 그의 호의에 괜찮다며 먼저 들어가라는 말로 함께 꽤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그의 한마디덕에 재빨리 아파트 안으로 몸으로 돌리고 말았다.
"안 들어가면 나 키스할수도 있어요. 전봇대도 어두운데."
엘레베이터 앞에 서서 꼭대기 층에서 느리게 내려오는 층 수를 속으로 되뇌였다. 엘레베이터 벽에 기대어서 또 다시 층수를 되뇌이다가 9층이 되고나서야 등을 떼고 복도로 나섰다. 강아지가 짖어대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사랑이가 뛰어와 내 발 앞에서 바둥바둥거리며 안아달라고 재촉했다. 사랑이를 천천히 들어 품에 안자 이내 조용해지는 사랑이를 보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내 앞으로 걸어오는 전정국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러다가 미세하게 미간이 찌푸려졌고 오늘 처음으로 그가 나에게 입을 열었다.
"안 할 줄 알았는데. 나긴 나네. 질투가."
그가 처음으로 질투를 했다. 나에게 질투가 난다고 처음으로 직접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겨우 내리고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쳤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자고 일어나는 그 괴로운 낮에도 기분이 좋아서 일어나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달려오는 사랑이를 안아들고 하얀 털에 얼굴을 비비며 기분이 좋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사랑이를 내려놓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장에 서 오늘은 아무런 고민없이 원피스를 집어들었다. 뒤에 있는 지퍼를 겨우 올리고 말아두었던 헤어롤을 풀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입꼬리를 올리며 최대한 환한 미소를 보였다. 내 기분을 정확히 표현한 표정이었다. 사랑이의 밥을 체크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엘레베이터의 내림버튼을 누르고선 평소와는 다르게 복도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전정국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그 순간 기다리지 않은 척 급히 몸을 반대로 돌렸다.
"선배 오셨더라."
"… 알아."
그가 먼저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녀가 나에게 민감하다는 사실을 아는 그였지만 전혀 망설이는 느낌보단 오히려 나를 괴롭히려는 느낌을 받았다. 낮에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는 전정국의 행동이 나를 궁지에 몰아놓고 있었다. 나에게 건네었던 전정국의 눈빛이 희미하게 날카로워서 내가 먼저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붉은 여왕 효과
"무슨 일 있어요? 아까부터 표정이 계속 안 좋네요?"
나를 지켜보던 남준씨가 턱을 괴고선 물어왔다. 꽤나 심각한 표정이었는지 웃으라는 듯 내 입꼬리를 올려놓는 그였다. 강의실 문이 열리고 교수님이 들어오고 나서야 약간은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하고 끝나는 동안 한쪽을 향해있던 시선을 떼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을 적는 것인지 휘적거리던 손이 멈추고선 다시 수업에 열중인 그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아직 수업중이라는 것을 자각하곤 했다. 수업이 끝나자 바로 자리를 떠난 그를 따라 빠르게 짐을 정리하던 내 손을 멈추게 만든건 남준씨였다.
"…데려다줄게요."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주저하던 입은 곧 체념한 듯 해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나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고 내 뒤를 따라왔다. 다음 강의실로 향하던 나의 이름을 불러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한숨을 쉬며 남준씨를 바라보자 탄식을 내뱉던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내주었다. 두 눈에 궁금증을 가득 안은 모습이 나를 금방이라도 절벽으로 밀어버릴 듯 했다.
"같이 있던 분은 누굴까?"
"선배님이 딱히 궁금해하실 인물은 아니세요. 관심을 가지실 필요도 없으시고."
"우리 과는 아닌 것 같은데."
"관심 끄시라고요."
한껏 날카로워진 내 말투에 나를 노려보던 그녀는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항상 저렇게 내 신경을 건드리던 인물이었지만 오늘따라 더욱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를 넘는다는 느낌.
"왜 이번에는 저 남자가 전정국 다음 타겟이니?"
"… …."
"역시 사람은 돈이 많아야 되나봐. 사람도 돈으로 사고, 죄도 돈으로 해결하잖아. 그렇지?"
짧은 반팔을 입고있는 그녀의 팔에 깊게 새겨진 흉터가 그녀와 나 사이에 있던 일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도를 넘는다는 느낌은 더 이상 느낌으로 남아있지 못했다. 내 신경을 건드리자는 목적을 해결한 그녀는 웃으며 자리를 떠났고 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뒷걸음을 걷자 이내 등에 벽이 맞닿았다. 벽을 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정신을 차리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을 땐 세번째 줄에서 전정국이 보였고 그 옆자리에 앉은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교묘하게 노려보는 듯한 느낌에 발걸음을 옮겨 전정국의 옆자리에 가방을 올려다놓았다. 역시나 불편하다는 표현을 해오는 그녀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내 뜻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 평소였다면 그의 자리와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나였지만 오늘만은 다른 나의 행동에 전정국도 꽤 당황했는지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좀 불편한데."
그녀의 한마디로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된다. 그녀와의 내 사이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나는 가해자, 그녀는 피해자. 계단아래로 굴러 온 몸에 흉터가 생긴 그녀는 피해자가 되었고 손을 뻗고있던 나는 그녀를 다치게 한 가해자였다. 그 이후로 그녀는 휴학기에 들어갔고 나는 그녀를 다치게 한 인물로 지금까지 수 많은 오해와 소문에 중심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행동에 겨우 마음을 다 잡고 자리에 앉자 또 다시 시선이 나를 향한다. 뻔뻔해. 나를 향한 질타가 나를 다시 괴롭게 만들었다. 떨려오는 오른손을 겨우 잡고선 책상 밑으로 내려버렸고 교수님이 들어오고 나서야 나는 화제거리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여전히 떨려오는 손을 내려보던 나는 나를 부르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들었다. 캠퍼스를 지나오는 도중에도 멈칫거리기를 몇 번, 겨우 지하철을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네가 여기 왜 있어."
"공강이니까 왔지."
"공강이니까 왔지."
"비밀번호는."
"모르는게 이상한거 아니냐? 전정국 생일로 해놨으면서 새삼스럽게."
집 문을 열자 무슨 일로 사랑이가 안 뛰어오나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김태형과 노느라 주인을 몰라봤던 모양이다. 비밀번호도 알려준 적 없는 녀석이 어떻게 들어왔나했더니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녀석이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주저앉으니 김태형이 사랑이를 안아들고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전정국은? 결국엔 전정국이랑 놀러온 거였는지 그의 행방을 물어오길래 고개를 저어버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반대편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 김태형이었다.
"안 힘드냐?"
"뭐가."
"그냥 다. 전정국 따라다니는거, 학교 생활 빡세게 돌리는거."
"별로."
나에게 시선은 하나도 주지않고 사랑이랑 노느라 바쁜 와중에도 나름 내 걱정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김태형은 슬쩍 시선을 옮겨 나를 바라봤다.
"그 때 내가 안 알려줬으면 괜찮았을텐데."
"네가 죽어났겠지. 그리고 내가 참 몰랐겠다."
"그건 그래."
개구진 표정을 짓던 김태형은 복도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정국 왔나보네. 사랑이를 들고 나가는 김태형을 크게 부르니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도 가야지. 그의 대답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앉아있다가 결국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전정국의 집으로 들어가자 반겨주시던 아줌마는 외출하시려던 것이었는지 한껏 차려입고 계셨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것인지 방에서 나온 전정국은 김태형에게 왔냐며 손을 들어보이고선 바로 부엌으로 들어가버렸다.
모임이 있다고 급하게 나가신 아줌마를 뒤로하고 소파에 널브러진 김태형을 밀어내고 자리를 꿰찼다. 거실로 돌아온 전정국은 나의 반대편으로 자리를 꿰찼다.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다행히도 어색한 공기는 흐르지 않았다. 간혹 티비에 나오는 웃긴 장면때문에 웃는 소리만 종종 터져나왔지만 말소리는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정적 사이에 울리는 내 핸드폰 진동이 있었다.
"여보세요?"
잘 들어갔어요?
남준씨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내 전화에 흘러나오는 낯선 남자 목소리에 호기심이 생긴 김태형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슬쩍 시선을 주고 만 전정국은 다시 티비를 보고 있었다. 부담스러운 김태형의 시선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 전화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에요?"
뭐… 굳이 무슨 일 있어야 하나요.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아…."
지금 뭐하고 있어요?
그의 물음에 잠시 고개를 돌려 거실을 바라봤다. 여전히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김태형을 지나쳐 나에게 관심이 없는 전정국을 바라봤다. 그의 행동에 더 이상 들 것 같지도 않았던 아쉬움이 또 다시 한 번 밀려왔다.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다시 귀에 대었다.
"친구집에 저녁 먹으러 왔어요."
그래요? 저녁 같이 먹자고 하려 했는데 한 발 늦었네요.
"아, 미안해요. 다음에 점심 같이 먹어요."
그래요. 저녁 잘 먹고 잘 자고 내일 봐요.
남준씨의 다정한 끝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거실로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놀리기 시작하는 김태형과 가만히 앉아있는 전정국이 있었다. 김태형을 무시한 채로 자리에 앉으니 이내 흥미가 꺼진 김태형도 잠잠해져갔다. 하지만 종종 내 팔을 툭 건드는 행동에서 나를 놀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는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배고프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김태형이 식사를 주문하러 떠났다. 김태형이 떠나고 찾아온 적막은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김태형이 주문한 햄버거를 다 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나니 아직 7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직 갈 생각이 없는 듯한 김태형을 뒤로하고 사랑이를 품에 안았다. 나 먼저 간다. 그 말을 남기고 평소보다 이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은 1교시부터 수업이라 평소보다 일찍 기상했다. 씻고 옷을 입고 헤어롤을 풀고 현관문 앞에까지 서는 행동은 변한 것이 없었다. 물론 사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것까지. 학교로 가는 지하철에 타는 것까지 사실 변한 것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였다.
"12학번 김남준."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다른 사람의 이름에 신경이 또 한 번 곤두섰다. 더 이상 그녀를 가만히 두면 나말고 또 다른이가 다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
학과에서 꽤 예쁜걸로 유명했던 인물을 모르기란 힘이 드는 일이었다. 내가 아싸이기는 했어도 내 친구가 전정국이었기에 그녀를 모를리가 없었다. 그리고 전정국은 학과에서 꽤 눈에 띄는 인물이었기에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도 그래왔지만 항상 뒤에 내가 있었기에 함부로 다가올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도 없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상황이 달랐다. 2년이나 앞선 선배였다. 아무리 내가 개판 5분전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갈게."
이렇게 무리에서 빠져나가는 일도 점차 늘어갔고 나는 선배라는 명목 하나를 붙잡고 내 속에서 끓는 화를 몇 번이고 죽였다. 이렇게 화를 누르는 것도 몇 번, 그 이후로는 화보다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더 커졌다. 고등학교 3년동안 여자에게 꽤나 관심없었던 녀석이 갑자기 누군가와 만난다 생각하니 질투도 나고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이길래 전정국이 저러는걸까 이 두가지 마음이 들었다. 그 수 많은 감정을 타고 흐르다 김태형이 내 앞에서 흔드는 손짓 하나로 집중력이 흩으러져 버렸다.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쳐다보니 뭘 그렇게 멍하게 서 있냐며 잔소리를 해왔다. 그의 말에 고개를 젓고선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이토록 무거운 것도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오늘도 약속있어?"
"어. 오후에 저녁 먹기로 했어."
같이 학교를 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는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고 평소에는 전화도 안 받던 녀석이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것은 잘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난 것인지 입은 이미 싱글벙글. 문득 내가 전정국을 보고 있을 때 이런 표정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정국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날따라 유독 멀게 느껴졌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 아무도 앉아있지않은 그네에 털썩 앉아버렸다. 아직은 밤보다 아침이 긴 날이라 그런지 오후 5시가 되었음에도 하늘은 파랬다. 애꿎은 흙은 퍽퍽 차대며 화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어린이 한 명 때문에 빨리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너는 그 사람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젠 내가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해코지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가까워보였다. 학교 식당에서 너를 봐도 발걸음을 틀 수 밖에 없었고 캠퍼스를 걷다가 너를 봐도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가는 행동을 했다.
"근데 네가 무슨 일로 가만히 있냐?"
"전정국이 좋다는데 내가 뭐라고 그래."
학교 근처 식당에서 만나 술을 마시던 김태형이 나에게 물어왔다. 김태형이야 워낙 친구들이 많아서 정보력이 센 터라 내 소문에 대해서도 익히 아는 녀석이었다. 당연히 그런 그는 지금 나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내 말을 듣고 아무런 말 없이 술잔을 가득 채웠다. 그의 말 없는 위로에 울음이 터지거나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울컥하는 마음은 생겨났다.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내뱉었지만 속상함은 풀리지 않았다.
나를 일으켜 식당에서 나온 김태형은 화장실을 갔다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김태형을 뒤로하고 아주 느리게 걸어가고 있었다. 옅은 조명으로 천천히 걸어갈 때 쯤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흔히 담배나 피러나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뒤엎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벽으로 내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손에 쥔 핸드폰은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의 행동은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전정국 오늘 점심 같이 먹자. 김태형 오늘 공강이라고 여기 온다고 그랬어."
"나 오늘 약속있는데?"
"그럼 네 옆에서 먹지 뭐."
학교로 찾아온 김태형은 나와 함께 그 둘의 옆자리를 차지했고 끊임없이 전정국에게 말을 걸었다. 그 행동은 그 이후로도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그녀의 표정도 서서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나는 그 표정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를 피해 캠퍼스를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강의실에서도 멀리 떨어져 앉는 행동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럴수록 울그락 불그락 붉어지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그녀의 가식을 비웃었다.
"그만하지 후배?"
"대뜸 찾아오셔서 무슨 말씀이신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방해하지말라고."
"정국이 제 친구예요. 선배가 무슨 생각으로 전정국한테 다가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정국이 아픈건 제가 싫어서요."
나의 말에 팔짱을 끼던 선배는 삐딱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선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고선 나를 내려다봤다.
"넌 친구 아니잖아."
그 사람의 말에 나도 미소가 싹 걷혔다. 본 모습을 들킨 느낌에 나온 정색이라 다시 급하게 웃어보였지만 그녀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적당히 하자라는 말과 함께 내 어깨를 토닥이고 떠난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매서워졌다. 혹시나 그녀가 그에게 말해버릴까 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졌다. 다시 손톱이 짧아지고 있었다.
나를 볼 때마다 비웃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갔다. 아직은 모르는듯한 전정국의 표정에 안심을 하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에 다시 농락당한다. 그가 알면 안되는 사실을 알아버릴까 두려운 마음이 컸던 것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둘을 다시 피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사건은 정확히 며칠 후에 터져버렸다. 학기가 끝나갈 때쯤 더 이상 그녀의 농락에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내가 견디지 못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신경쓰지않는 듯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은 순식간에 발생했다.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그녀의 모습과 발을 살짝 내민 내 다리로 모든 상황 설정은 완벽해졌다. 그렇게 나는 가해자가 되었고 그녀는 피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나와 마주했던 전정국의 얼굴은 나에 대한 실망감과 혐오감이 담겨져있었다.
"전정국."
그 때부터였다. 그가 나를 피하기 시작한건. 아니라고 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 나에게 친구가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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