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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짐슙/짐슈] 등대지기 (上) | 인스티즈 

 



 

 

 

 


 


 

등대로 가는 길이었다.  

섬 끝자락에 위치한 새하얀 등대는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서 보았던 것이었다.  

한참이나 보았던 수평선 한 가운데를 갈라놓듯 시야에 들어와 가장 먼저 이 드넓은 바다에 사람 사는 곳이 있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고독에 비명지르는 것이 꼭 얼마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지민은 마음이 불편했다. 


 

어깨를 으쓱해 가방을 고쳐매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가는 길에 들러야 할 집은 세 곳이었다. 꽃 많이 키우는 꽃할매네, 담뱃집 영감, 퍼런지붕 감나무댁.  

그리고 나면 등대에 간다. 

지민은 우편배달부였다.  

젊은 나이에 산골마을도 아니고 바다 끝 자락까지 기어온 건 그를 아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며칠이나 방에 쳐박혀 있었을까, 처음으로 이모부에게 연락이 왔었다.  

혹시 섬에서 지내보지 않겠냐고.  

일자리가 있다고, 그렇게 이모부의 추천 아닌 추천으로, 강요 아닌 강요로 생전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었다.  

빨간 가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 아무도 지민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손주라도 만난듯 하나부터 열까자 따뜻한 손길로 도와주려 애썼다.  

형 말곤 가까이 지낸 혈육이 없었던 지민은 섬마을에, 섬마을 사람들에게 금방 마음을 붙였다. 


 


 

집배원으로 일한지 몇 주가 자나도록 등대엔 갈 일이 없었다.  

인사라도 할까 싶어 근처까지 갔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인기척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  

하지만 오늘은 등대지기 앞으로 온 편지가 있었다.  

지민은 드디어 마을 이장님이 얘기했던 허연 사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또래라고 들었으나 작년에 마흔이 된 오징어잡이 아저씨랑도 또래라하는 이장님 덕에 나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지민이 등대지기에 이렇게나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배에서 본 등대의 첫 느낌 뿐만은 아니었다.  

허연 사내라고 그랬다.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등져버린 지민의 형도 허연 사람이었다.  

조금이래도 햇빛이 강해지는 초여름만 되면 까맣게 그을리기 시작하는 지민과 달리 제 형은 타는 듯한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내리 하얬다.  

자신은 형과 달리 마음이 까매서 금방 까매진다는 어린 지민의 투정에, 따스한 사람이라 주변 색을 금방 품는 거라며 머릴 헝클어 주던 형이었다. 

정말 따스한 사람은 그였다.  

그리고 늦은 밤 환하게 켜진 등대의 창문으로 어른거리는 실루엣만 보았을 뿐, 지민은 단 한 번도 그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지민은 혹시 그도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며칠이나 나오지 않았던 그 방에서, 지민은 너무나도 고독했다.  

그래서 세상에 나오고 나니 무의식 중에 자신과 닮은 것들을 찾아내려 애썼다.  

어딘가 고장난 것들, 외로운 것들, 깨지고 부숴진 것들, 무언가를 상살한 것들.  


 

감나무댁을 마지막으로 등대로 향하는 오솔길을 지나는 지민의 가방엔 등대지기에게 전해 줄 편지와 감나무댁이 광주리에서 꺼내 준 곶감이 한 됫박 들어있었다.  

지민은 편지에 쓰여진 등대지기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민윤기, 민윤기, 민윤기.  

그리곤 민씨는 실제 처음 본다며, 민씨는 온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따위의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온통 새하얀 등대처럼 새하얗게 칠해진 문들 두드리면 역시나 반응이 없다.  

조금 더 크게 쿵쿵쿵 두드리고, 민윤기씨 편지왔어요! 하고 소리지르면 그제야 터벅터벅 사람 발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그의 첫안상은 정말 허연 사람이었다.  

창을 온통 가려놓은 건지 어둡기 그지 없는 등대 안에서 새하얀 사람이 걸어나왔다.  

하얀 사내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엔 파란 핏줄이 보였다.  

자고 있었는지 인상을 잔뜩 쓰고 햇빛에 부신 눈을 손으로 가린 윤기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낯선 사람이 편지를 들고왔음을 깨달았다.  

순간 어? 하며 지민을 바라보는 윤기에게 지민은 웃으며 새로 왔다고 말했다.  

윤기는 정말로 지민의 또래처럼 보였다.  

아, 하고 커졌던 눈을 다시 줄이며 윤기가 고맙단 인사를 건네고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고 했다.  

문틈으로 손을 넣어 문을 잡으려는 지민의 손이 쿵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문을 밀치고 지민의 손을 붙든 윤기에게 지민이 괜찮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자었다. 


 


 

"아니, 왜 손을 거기다 넣어요" 

"하하..괜찮아요" 

"세상에. 피 나잖아요" 

"피야 멎을 텐데요 뭐" 

"멍청한 건지, 착한 건지, 성격이 급한 건지. 잠시만요." 


 


 

까진 상처 틈으로 핏방울이 베어나오자 윤기는 당황한 듯 지민의 손을 붙든 채로 등대 안으로 이끌었다.  

지민의 등 뒤로 문이 닫히자 등대 안에는 한 줌의 빛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암흑 속에서 윤기는 익숙하게 불을 켜고, 서랍에서 연고와 반창고를 꺼냈다.  

멀뚱히 문가에 서서 등대 안을 돌아보는 지민에게 윤기가 앉으라며 의자를 가르켰다.  

작은 테이블 하나, 의자도 하나, 작은 책장 하나가 1층에 놓여진 가구의 전부였다.  

하나 뿐인 의자에 지민을 앉힌 윤기는 바닥에 철퍼덕 앉아 지민의 손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손은 잔뜩 쓰린데 저보다 한참이나 인상을 쓰고 어쩐지 울먹거리는 듯도 싶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약을 바르고 있는 윤기 덕에 지민은 찡그린 얼굴로 요상한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요 정말" 

"근데 문은 왜 잡았어요?" 

"아 이거 주려구요." 


 


 

지민이 윤기에게 붙들리지 않은 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감나무댁에서 받은 곶감을 턱하고 테이블에 올리자 윤기가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음기를 담아 물었다. 


 


 

"그거 감나무댁에서 받아온거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 전에 오던 아저씨도 가져다 줬어요 툭하면." 

"아, 정말요?" 

"그리고 이 섬에 감나무라곤 거기 하나니까." 

"그런 것도 전부 알아요?" 

"네. 알아요."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대답에 지민은 밖으로 전혀 나오질 않아서 모를 줄 알았다던 말을 삼켰다.  

그러는 사이 반창고까지 깔끔히 붙인 윤기가 지민의 손을 놓았다. 


 


 

"다 됐어요." 

"고마워요." 

"다음부턴 문 같은데 손 막 밀어넣지 말고." 

"솔직히 말해요." 

"뭐를요." 

"미안하죠?" 

"아니 뭐, 당연한 걸." 

"미안하단 말이 없길래." 

"상처 치료해줬잖아요 그래서." 

"미안하니까 나랑 밥 좀 먹어요." 

"...밥?" 

"네. 혼자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혼자 밥도 못 먹어요?" 

"같이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티비 봐요." 

"윤기씨는 밥 먹을 사람 있나봐요?"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밥 먹어요 같이." 

"저 지금 자야하는데." 

"나도 일 해야하니까, 저녁 먹어요 저녁." 

"...알았어요." 

"이따 올게요." 

"네." 


 


 

지민과 윤기는 시간을 약속하지 않았다. 

매일이 똑같은 작은 섬에서 흘러가는 시간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5시와 7시와 9시는 하늘의 색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내음 말곤 다를 게 없었다. 

윤기는 지민이 나가고 불을 껐다. 

등대 안은 다시 암흑이었다.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린 윤기는 아주 오랜만에 사람이 다녀갔다는 것을 느꼈다. 

의자엔 온기가 남아있었고, 테이블엔 지민이 두고 간 곶감이, 공기 중엔 연고 냄새, 귓가엔 지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저 오랜만이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릴적, 목소리는 모서리에 고여들었다 그 사람이 사라지면 조금씩 흘러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렇게 혼자가 아닌 윤기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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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느낌이 좋아요 마음도편안해지고 작가님 사랑해요
8년 전
X와Y
고마워요 브금 만든건데 마음 편해졌다니 뿌듯하다 다음 편도 보러와요 :)
8년 전
독자3
하트하트
8년 전
독자2
나 이 브금 좋아요 작가님도 좋아요
8년 전
X와Y
브금 좋죠? 독자님도 좋아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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