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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이름

Written by FM










 술잔이 두 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닥다닥 붙어앉은 테이블의 공기는 꽤나 더웠고 비우는 족족 채워지는 술은 초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잔은 계속 채워졌고, 짠 소리가 경쾌하게 날 때면 술은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누나, 얘 눈 풀린 것 같아요."


  "어머, 그러네? 근데 눈 살짝 풀린것도 너무 귀엽다."

  




 태형은 여자들로 둘러싸인 테이블을 비집고 들어갔다. 눈은 잔뜩 흐리멍텅해져서 기계적으로 술을 넘기는 정국을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잘생긴 신입생이 술도 고분고분 잘 받아먹는다길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간신히 정국의 옆으로 자리를 넓히고 앉으니 저도 술을 좀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정국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게 느껴졌다. '태형아, 걔 되게 귀여워.' 태형이 자리를 잡고 앉자 테이블에 있던 선배 하나가 불쑥 말을 붙여왔다. 얘가요? 퍽이나. 태형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거나말거나 테이블의 여자들은 정국을 두고 난리였다. 정국은 저를 두고 하는 말에도 그저 눈만 꿈뻑거렸다. 맛탱이가 간 게 분명했다. 





  "뭐? 토? 여기서?"





 정국의 초점없는 눈이 태형에게로 향했다. 태형은 정국이 입을 열기 전에 재빨리 정국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 여기선 안돼. 잠깐만 참아!' 태형이 우렁찬 목소리로 난리를 피우자 테이블에 있던 선배들이 정국이 그 자리에서 토를 하는게 무서웠던지 빠르게 길을 터주었다. 태형은 여전히 정국의 입을 꽉 막은채로 헐레벌떡 뛰었다.  이미 무르익을만큼 익어버린 술자리에서 속이 울렁거리는 후배와 그런 후배를 친히 화장실로 모셔가는 선배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그림이었다.  





  "너 뭐하냐."


  "위험에 빠진 후배님 구출하기."


  "지랄한다."


  "이게 또 형한테 욕하고 있어! 저 누나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줄 알아? 너 진짜 나한테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이야."


  "형은 무슨." 


  "형!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지!"





 태형이 억울한 듯 목청을 높였다. 정신이 멀쩡하나 술에 취하나 전정국은 더럽게 싸가지가 없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은 태형이 지고 말았다. 너 진짜 술만 안취했어도. 태형이 뒷말을 삼켰다. 술에 쩔어서도 한 마디도 안지는게 괘씸했지만 참기로 했다. 형이니까.










**










  "안녕, 이름이 뭐야?"


  "정국, 전정국."


  "정국, 안녕! 나는 태형이야. 너 몇 살이야?"


  "다섯살."


  "우와! 나도야. 그럼 우리 칭구다, 칭구."





 김태형은 예나 지금이나 바보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보같이 실실 웃으며 어눌한 발음으로 우리를 '칭구'라 정의했었다. 그 동네가 유독 여자 아이들이 많고 정국의 또래가 없었다. 다소 낯을 가리는 편이던 정국은 반가운 또래의 출현에 낯가림도 잊고 손을 맞잡으며 기꺼이 친구가 되기로 했었다.  '엄마, 나 유치원 안 갈래. 태형이랑 노는게 더 재밌어.' 후에 정국은 태형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거의 매일을 만나 그 또래가 그러하듯 칼싸움을 하며 놀기도 하였고, 곤충 채집을 한다며 잠자리 따위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태형 또한 정국과 노는게 즐거웠다. '너 진짜 바보같아.'  정국이 태형의 웃음을 따라하며 장난쳤다. 그것마저 재밌어서 태형은 또 바보같이 웃었다. 





  "야, 너 진짜 바보지?"





 그러나 잘만 붙어다니던 둘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정국이 이제 겨우 7살이 되었던 해. 정국은 7살 어린 나이에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배신감을 느껴야했다. 





  "내가 숫자를 잘못 셌어. 알고보니까 내가 8살이었지 뭐야."

  "뭐?"

  "그러니까 이제 형아라고 해, 정국아."






 숫자 세는게 어려워 제 나이를 잘못 세던 태형은 결국 초등학교에 입학할때가 되어서야 정국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형이라고 부르라는 말과 함께.  그 이후로 태형은 정국에게 숫자 하나 세지 못하는 바보로 전락해버렸다.  당연히 형 소리도 물 건너갔다. 


 놀라운게 있다면 제 나이도 못세던 바보가 나이가 들더니 제일 잘하는 과목이 수학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과목을 잘했지만 그중에서도 수학과 과탐을 잘해서 이과에서 날아다니더니 입시철이 되어서는 명문대에 턱하니 붙어버렸다.  정말이지 맘에 들지 않았다. 










**










  "야, 일어나."

  

  "5분만. 아니, 10분만. 10분만 더 잘래."


  "깨울 때 일어나."


  "진짜 치사해."


  "내가 뭐."





 정국이 어깨를 으쓱헀다. 술은 전정국이 진탕 마셨는데 왜 제가 더 피곤한지 모를일이었다.  태형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어제 눈도 풀릴만큼 술을 들이부은 사람이라기엔 몰골이 너무 깔끔했다.  바디워시 향도 폴폴 풍기는게 샤워까지 말끔하게 끝마쳤고.





  "술 먹은 다음 날에 누가 이렇게 말끔하게 학교 가래? 인간미 없이."

 

  "넌 인간미 좀 챙겨라. 지금 엄청 꾀죄죄해."


  "형한테 못하는 말이 없지. 아주."


  "진짜 꾀죄죄해서 못봐주겠으니까 일어나서 세수나 좀 하지? 지금 안일어나면 그 모습 그대로 학교 가야하는데."


  "지금 몇신데?"


  "12시 47분."


  "수업은 몇신데?"

 

  "1시. 몇 분 남았는지는 계산 안해준다."





 태형은 고작 13분 남은 시간에 소리를 빽 지르곤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인간미 넘치게 그냥 학교 가지 왜? 정국이 욕실쪽에 대고 소리치자 태형이 세수를 하며 온갖 욕을 날렸다.  세수를 마친 태형의 얼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태형은 벗어던졌던 양말과 가방을 잽싸게 챙기곤 신발을 신었다. 그래도 정국의 집이 강의실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야, 나 악건성인데 세수하고 그냥 나왔더니 얼굴 찢어질 것 같아."


  "그러게 진작에 일어났으면 로션은 바를 수 있었잖아."


  "네가 처음부터 시간만 말해줬어도 일어났을거야."


  "그래서 내 탓이라고?"


  "......아마도?"





 태형이 시계를 확인하곤 걸음을 빨리했다. 이제 수업이 겨우 3분 남아있었다. 근데 너 이 수업 왜 들어? 이거 수강신청 망한 사람들만 듣는건데. 너 제때 잘 신청했잖아. 앞서가던 태형이 문득 궁금해졌는데지 뒤를 돌아 물었다. 수강신청 까먹어서. 정국이 태연히 답하자 태형이 나랑 똑같네. 하며 예의 그 바보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좀 다행이다. 이거 더럽게 재미없는 수업이라 혼자 들을 생각하니까 암담했는데."


  "난 이 재미없는 수업을 너랑 들어서 암담해."


  "까분다, 또."





 태형이 입을 삐죽거렸다. 자리나 잡고 앉아. 정국이 문 앞에서 입만 내밀고 있는 태형에게 다가가 친히 강의실 문을 열고 밀어넣었다. 앞자리이긴 했지만 두 자리가 나란히 비어있어 다행이었다. 태형은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 위로 몸을 축 늘어트렸다. 겨우 세수만 하고 온걸 티내는지 뒤통수가 잔뜩 눌려 가관이었다. 머리 감을 시간정도는 줄 걸 그랬나. 김태형 뒤통수는 동그란 편이 훨씬 귀여운데. 





  "내 머리 떡졌어?"


  "아니."


  "근데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





 뒤통수 눌러주고 싶게 생겨서. 정국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이미 눌릴대로 눌린 태형의 머리를 꾹 눌러버렸다. 태형이 하지말라며 바둥거렸다. 그게 또 꽤나 귀여워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웃어? 웃음 소리가 꽤 컸던 모양인지 태형이 물었다. 정국은 곧바로 태형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는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왜 웃냐고, 왜. 내 꼴이 우습지 지금? 태형이 뾰루퉁해하는게 눈에 보였다. 우습다기 보단 재밌어서. 정국이 답하자 태형이 또 노발대발 했다. 아무래도 저를 놀린다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명하지는 않기로 했다. 김태형은 등신이니까. 


김태형과 함께하는 수업은 재밌다. 김태형과 붙어먹는 것도 재밌다. 이 재밌는 걸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동안 못해봤다. 김태형과 함께 입학하고 졸업할 줄 알았던 초중고 15년을 김태형의 '나 8살이야.' 한 마디에 빼앗겨버렸다. 김태형의 친구들이 왜 김태형에게 형이라고 부르지 않냐며 혼내는 것 정도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었다. 김태형이 말끝마다 형아,라고 하는것도 괜찮았다. 다만 화가났던 건 늘 함께다닐 줄 알았던 김태형과 떨어져 각자의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는 사실이었다. 어린 전정국은 그게 너무나도 억울했다. 문득 수험생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바보같은 김태형이 놀랍게도 공부를 매우 잘하는 바람에 정국은 덩달아 고등학교 내내 피똥싸며 공부해야 했다. 그래야 같은 대학이라는 명목하에 뒤꽁무늬는 좇을 수 있으니까. 이번엔 완벽했던 시간표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처음엔 분명 완벽한 시간표였다. 월요일과 금요일을 공강으로 만들어뒀고 채워야하는 전공과목도 적절한 교양과목도 잘 선택했다. 그러한 완벽한 시간표를 내 손으로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수강 신청을 까먹었어.' 라던 김태형의 한 마디에. 꿀 같던 공강이 누구나 기피하는 수업으로 채워졌다. 할 수 있는 한 김태형과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건 모조리 신청해버렸다. 그러나 기분은 좋았다. '너 때문에 머리 다 눌렸잖아.' 김태형이 눌린 머리를 손으로 붕붕 띄웠다. 머리는 여전히 가라앉아있었다. 가라앉은 머리도 나름 귀여웠다. 김태형이니까. 정국은 사실 매우 단순했다. 누구때문에 학창 시절을 공부로 불태우고, 누구때문에 완벽한 시간표를 날려보냈지만 지금 옆에 앉은 이의 가라앉은 뒤통수를 보면서 그것들을 모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할만큼. 그래서 김태형이 등신이고 바보라는 거였다. 공부만 잘했지 이런 마음을 상상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테니까. 김태형 등신 같은 놈. 태형의 자그마한 머리통에 대고 정국은 되뇌였다. 등신 같은 놈. 그렇게 계속 되뇌이다 정국의 화살이 어느새 자기 자신을 향했다. 같은거 달린 남자 하나때문에 대학도 따라오고, 수업도 따라듣고, 그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제가 사실은 제일 등신 같은 놈이었다. 전정국 이 등신같은 놈.










**



엉아 태형과 정국이의 캠퍼스 생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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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그다음 내용 완전 궁금해요ㅜㅜㅠ
8년 전
독자2
얼마만의 국뷔야..후...넘나 단비같은것...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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