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9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19/1/f6c273e2bfb58dcf28653f2c08294c41.gif)
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w. 채셔
9. 봄을 너무 쉽게 놓쳐버렸다
아저씨가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어제 하루종일 그랬다. 자꾸 매달려도 피하기만 하고. 더군다나 내가 스킨십이라도 하면 흠칫 굳으면서 얼음이 된다.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얼굴. 이게 무슨 상황이냐구. 하나도 모르겠다, 정말. 어쩜 진짜 사람이 이렇게 한결 같은지 모르겠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멀어지고, 멀어졌다 생각하면 또 한없이 가깝고. 오늘 하루종일 이렇게 밀려지기만 했다. 그런데 그 철벽에 하나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모든 창들이 그 방패를 뚫지 못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아저씨,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얼굴이야?'
'…뭐. 내가 언제.'
'지금 얼굴에 써져 있어. 내 생각 하잖아, 아저씨.'
'뭐래. 진짜.'
'……음?'
'잠이나 자, 그런 말 할 거면.'
능청맞게 굴어도 변함없이 까칠하게 굴었고, 예전같이 맹랑한 장난을 쳐도 받아주지 않았다. 전혀 당해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저씨, 정말 내가 다가가도 안 받아줄 거야?'
'내가 미쳤다고 너를 받아줘?'
'나 여자로 안 보여?'
'어, 그러니까 이딴 장난 그만 쳐.'
진지하게 굴어도 정색과 까끌거리는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한결같이 과장됐다. 뭐만 하면 과잉 반응이었다. 화를 낼 때도 더 화내고, 정색할 때도 평소보다 더 정색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 아저씨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생긴 건지. 하나 소원인 게 있다면, 그 심경이 뭐가 됐든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제부터 착하게 살 테니 제발 긍정적으로 바뀌었기를 하느님께 기도했다. 항상 더 착하게 살라고 내 기도를 퉁 차버렸던 하느님이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여자로 선 날인데, 그 날 아저씨가 바뀌었다면…. 아저씨도 내가 여자로 느껴진다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아저씨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빨리 그 생각을 붙잡아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아저씨가 더 멀어지기 전에 그 발목을 잡아야 했고.
「아저씨 오늘 늦게 들어와?」PM 02:24
「어, 오늘 늦게 들어가.」PM 02:46
「언제쯤 오는데?」PM 02:47
「몰라, 왜?」PM 02:59
필요 이상으로 정색하는 아저씨의 메시지를 한참동안이나 쳐다보다가, 간신히 '할 말이 있어서.'라고 보냈다.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 온 메시지는, '11시 쯤.'이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오늘만큼 아저씨가 철벽을 치던 날이 있었나? 밥을 먹어야 하는데, 먹을 수가 없었다. 씻어야 하는데, 씻을 수가 없었다. 사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더 화내고, 정색하고, 무심하려고 했지, 결코 더 예뻐해주고, 더 웃고, 더 가까워지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나 거대해진 철벽에 무엇도 할 수 없는 그런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그래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생각이 많아서인지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이 쓰리기만 했다. 아저씨, 어떻게 하지. 멀어지려고 하는 아저씨를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붙잡고 기다렸다. 일어나지도 않았고. 잠시 열이 나는 기분이었으나 무시했다. 한참동안 앉아 아저씨의 철벽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를 생각했는데. 아직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릎을 세워, 끌어안았다. 아저씨를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제 놓아야 하는 걸까. 처음 볼 때마다 아저씨와 친해지고 싶었다. 처음엔 그 무심한 손길을 받고 싶었고, 그 꾹 닫힌 입에서 칭찬을 듣고 싶었다. 중학교 땐, 나를 항상 지켜줄 것만 같은 아저씨의 보호를 받고 싶었고. 지금은 아저씨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렇게 치면, 어느 한 순간도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아저씨를 놓을 수 있겠어.
'아저씨, 커서 아저씨랑 결혼해도 돼애?'
'커서 여자친구 없으면 결혼하고.'
'…그럼 아저씨 여자친구 있으면?'
'몰라, 내 성격에 여자친구가 생기겠냐.'
예전에 아저씨가 했던 말들이 소용돌이 친다. 잔잔히 부서지는 것들을 보면서, 머리가 아파서 잠시 누웠다. 정말 아저씨가 나를 피하는 거라면, 정말 내게 나 있는 길은 영국으로 다시 가는 길 밖에는 없었다. 문득 감정이 울컥거리고 아파서 달뜬 숨을 내뱉었다. 열이 나는 건가, 하고 이마에 손을 짚고 잠시 천장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다. 일정하게 숨을 내뱉는데,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것만 같았다. 흐으,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감기 걸렸다고 거짓말을 쳤더니, 정말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이래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건데. 쓰러지듯 눈을 감았다.
덧붙임
들고 왔는데 뭔가 많이 썼다 생각했는데, 또 보니까 짧은 기분이에요. 그래서 5P로 내려써오.
줄글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8ㅁ8
무력해진 여주의 감정선이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느낍니다 제 손... 넘나... 자르고 시퍼오... 하...
10-11화는 같이 올라올 예정이에요! 그리고 벌써 찌통인데 흡...
참! 브금 정리해서 올려드릴까요? 뭔가 브금 여쭤보시는 분들 굉장히 많으신 것!
텍본에 넣긴 하는데, 딱히 올리는 글에는 노래를 같이 적어드리지는 않아서요.
암호닉 정리는 다음 주에 마감한 뒤에 같이 올려드릴게요.
오늘도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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