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전정국] 야누스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2/23/2eeb3d89fed048788d61be89ff485216.gif)
야누스 w. 채셔
눈을 떴을 때 옆에는 정국이 있었다. 누군가 내 옆에 있던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지. 치마 아래로 피를 흘리는 내 또래의 여자가 나를 쫓아오는 -그 여자애가 누군지 알았기에 더 두려웠던- 개같은 악몽을 꾼 뒤에도 내 옆에는 아무도 있어주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정국의 얼굴에 괜히 안심이 됐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정국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가 눈을 떴으니 그걸로 제가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그 모습을 눈으로 쫓다가 정국이 양호실 문고리를 잡았을 때 비로소 '정국아!' 하고 크게 불렀다. 오래 잤던지 잠겨버린 목이 흉한 목소리를 냈다.
"…고마워."
머뭇거림 없이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진심을 담은 말에 정국의 몸이 잠깐 멈칫했다. 입술을 꽉 문 나를 잠시 바라보던 정국은 그대로 문을 확 열어제끼고 나가버렸다. 이제 또 혼자다. 하아, 하고 손을 쥐었다가 폈다.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손이 허탈해 나는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 티 없이 하얀 천장이 나를 반겼다. 깨끗한 천장에서 간신히 시선을 떼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 슬리퍼가 가지런하게 놓아져 있는 걸 보니 정국이 정리해놓은 듯 했다. 거친 것 같았는데 꽤나 섬세한 면이 있었다. 일어났을 때 이불도 각을 맞춘 듯이 내 어깨선에 걸쳐져 있었고, 손도 배 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었으니까.
도대체 무엇이 정국을 그렇게 만든 걸까. 내 코가 석자이겠지만, 괜시리 걱정부터 앞섰다. 내가 정국에게 다가간 목적은 겨우 애정을 받고 싶다는 작은 씨앗 같은 거였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국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애정이 깊어지는 것이리라. 민윤기와는 전혀 다른, 적응이 되지 않을 만큼 너무 다른 애정이었다. 민윤기에게의 애정은 조금 더 구질구질하고, 역한 그런 애정이지. 다시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것 같았다.
이불을 개어 침대 위에 올려놓고 나와서 양호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리고 복도에 나서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분명히 민윤기의 뒷모습이었다. 살짝 놀랐다가 마주치기가 버거워 곧장 교실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쉽게 잡혀버린 손목 탓에 얼마 가지 못하고 민윤기에 의해 돌려 세워졌다. 민윤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알 수 없는 욕을 읊조리고 있었다. 가슴 통증의 원인은 민윤기였지만, 이상하게 통증 또한 민윤기를 보자마자 사라졌다. 답답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민윤기의 애정을 받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민윤기의 애정을 받지 못하는 내가 답답해서 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민윤기에 대한 멍청한 상사병 같은 데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민윤기에게 두근대며 설레는, 그런 쓰잘 데 없는 반응에서인 걸까.
"담임이 너 아프다고 하던데."
"선생님이 제 담임도 아닌데, 상관 없잖아요."
생각없이 툭 내뱉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민윤기에게, 자연스럽게 반항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민윤기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민윤기가 그대로 내 몸을 밀었고, 나는 양호실 문에 세게 부딪혔다. 이내 민윤기는 손을 내밀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양호실 문이 활짝 열리고, 그대로 그 안으로 밀쳐졌다. 문이 쾅 닫히고 민윤기는 버튼을 눌러 문을 잠갔다. 덜컥 겁이 나 양호실을 나가려고 했으나 민윤기는 문 앞에 서서 쉽게 비켜주지 않았다.
"뭐하는 짓이에요, 이게?"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민윤기에게 내질렀다. 민윤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잠깐 나를 감상하던 민윤기는 나를 밀쳐 순식간에 침대에 눕혔다. 양호실에는 아무도 없다. 그저 나와 민윤기 둘 뿐이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이렇게나 무방비하게 학교에 알려지는 것보다, 지금 민윤기가 더욱 무서웠다.
"상관 있게 만들고 있잖아."
내 몸 위에 올라탄 민윤기는 웃으며 그대로 내 입술을 거칠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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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w. 채셔
"…미안, 아팠지."
지옥 같던 시간이 끝나고 조용히 와이셔츠를 다시 입혀주는 민윤기는, 정말 미친 게 틀림 없었다. 그 손길이 수치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이렇게 민윤기를 또 가졌다는 데에 의의를 둘 뿐. 이런 걸 보면 정작 미친 것은 내 정신머리였다. 또 한 번 나를 다그친다. 민윤기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그럼에도 미쳐버린 나는 그 말을 들을 수가 없다. 민윤기를 도통 놓을 수가 없었다. 대충 옷 매무새를 정리한 민윤기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에게 미안했다고, 아팠냐고 걱정해주는 모습. 그리고 아까와 같이 미친 사람처럼 굴던 모습. 둘 중에 도대체 민윤기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카르데아가 되기는 싫었다. 그러나 민윤기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카르데아와 다를 바 없었다, 거지 같게도.
"선생님."
"응?"
"나, 정국이랑 친해졌어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실내화를 신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이 멈췄다. 예쁘게 올라갔던 입꼬리도 그대로 굳었다. 나는 정국을 선택했고, 이제는 멈출 수 없었다. 내 머리에 있던 손을 내려 서서히 말아쥐는 그 주먹을 보면서 순간 두렵다 느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민윤기를 완전히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더불어 정국의 애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 나한테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 되었다. 그 굳은 표정만큼 제발 나를 좀 사랑해줘 봐. 우뚝 선 민윤기를 두고 양호실에서 나와버렸다.
야누스
"이제 곧 체육대회인데, 태형이가 응원단장할 거지?"
"당연하지. 나만 믿어, 반장."
반에 어기적어기적 왔을 때, 몸 상태가 정말 젬병임에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이 시킨 일을 해야 했다. 체육대회 배정. 이제껏 응원단장에 계주에 피구에 축구에 농구에, 체육에는 아주 다재다능했던 태형에게 물으니 저만 믿으라며 가슴을 퉁퉁 쳐왔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평소와 같이 미소를 지어주었고, 거기에 또 속아 넘어간 태형은 금세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단체 줄넘기 하고 싶은 사람. 피구하고 싶은 사람. 축구할 사람. 익숙하게 손을 든 아이들을 세어 그 숫자를 종이에 적었고, 나머지, '기사와 공주'라는 종목이 남았다.
"기사와 공주, 이 종목 나갈 사람."
반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태형이 손을 들려는 찰나에 다급하게 '저기….' 하고 말했다.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웃으며 말했다. 정국이랑 내가 아직 게임을 안 정했으니까, 정국이랑 나랑 이거 나갈게. 그 말에 아이들은 입을 쩍 벌렸다. 태형은 힘이 빠져 팔을 털썩 내렸고. 정국은 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기사와 공주는 우리 학교에만 있는 종목이었다. 남학생이 여학생을 안고 모든 장애물을 건너서 과자를 먹는 게임. 커플들이 나간다고 하는 종목이었고, 가끔씩 웃기기 위해 남자 아이들끼리도 나가곤 했다. 반에서 두 커플이 나가야 하는 바람에, 결국 태형은 아이들의 등살에 떠밀려 지민과 짝이 맺어졌다. '아, 왜애!'하고 태형이 볼을 부풀리며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더불어 지민의 절규 비슷한 비명도 들렸고. 어찌 됐든 나와 하기 위해 눈을 반짝이던 태형의 순진한 마음을 이미 간파해버렸기 때문에 서둘러 확정시켜버렸다.
"이거 선생님한테 종례 시간에 낼게. 선생님은 회의 때문에 늦는다고 하셨으니까, 자습하고 있자."
공지사항을 전한 뒤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자습을 하는 아이들의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다르게 꽤나 조용했다. 역시 체육대회가 끝나면 바로 시험 기간이니까 그럴 수 밖에. 책을 꺼내는 내 손목을 정국이 우악스럽게 잡아왔다. 놀라 정국을 바라보니 예상한 바와 다르지 않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괜찮아, 정국아."
"……뭐?"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국의 손에 힘이 풀어져 아래로 툭 떨어졌다.
덧붙임
안녕하세유, 채셔예유
오늘 열일하쥬? 그렇쥬?
궁디 팡팡해주세유...♡
오늘도 고마워유, 사랑해유...♡
-브금은 정리 중이에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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