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전정국] 야누스 0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23/22/07da2065bd3bad809c96f5b301030c5c.gif)
야누스
w. 채셔
"정국아, 내일부터 우리 연습하자. 알았지?"
다정하게 말을 건넸음에도 대답은 없었다. 정국이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어딘가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심한 눈길로, 혹은 텅 빈 공허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정국의 얼굴을 향해 누구보다 환하게 웃어보였다. 정국의 얼굴이 묘하게 바뀌었다. 정국아, 이제는 네가 나를 지켜줘. 무너지는 나를 네가 막아줘…. 내 가시밭길이 되어줘, 정국아. 정국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고 샤프를 들어 쥐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국의 시선이, 느껴졌다.
"자, 자. 조용히 하고."
이제 담임 선생님이 올 시간이다 했더니, 뜬금없이 민윤기가 들어왔다. 그 예고 없음에 반사적으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민윤기의 시선이 짧지만 강하게 나에게 부딪힌다. 너네담임 선생님 연수 가셔서 내가 대신 왔어. 며칠동안 계속 올 거야. 더욱 표정을 구기며 '왜 하필.' 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민윤기가 우리 반의 부담임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금요일이 바로 체육대회니까 이번 주에는 자습 없고. 어쭈, 왜 이렇게 좋아해? 자습 안 하고, 그 시간에 체육대회 연습한다. 알겠지. 민윤기의 귀찮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공지사항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시끌벅적해졌다. 자습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춰진 듯했고. 민윤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저 가면…. 다 거짓이다, 민윤기는 저렇게 따뜻하지 않지. 와중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반장, 인사해. 아이들을 여럿 쳐다보던 민윤기의 눈길이 이제는, 올곧게 나를 바라보았다.
"차렷, 경례."
익숙하게 차렷, 경례를 내뱉었고, 아이들의 '수고하셨습니다.' 소리가 합쳐졌다. 아까 그렇게 민윤기에게 한 방을 날린 것 같았는데, 왜 저 얼굴만 보면 긴장이 되는지 도통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게, 아니,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의자에 앉았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것 같기도 하다. 여자 아이들 소리가 울리듯 귀로 파고들었다. 아, 쌤 오늘 수트 진짜 쩐다, 진짜. 존나 내 스타일…. ……. 한쪽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이 반에 정국이가 누구지?"
나가려던 민윤기가 무언가 생각난 듯 뒤돌더니 전정국을 물어왔다. 멀뚱하게 앉아있던 정국이 천천히 손을 들고, '네?' 하고 물어왔다. 민윤기가 왜 정국이를. 의도치 않게 경계의 눈빛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표정이 잔뜩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설마 해코지를 하겠어. 괜히 민윤기를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심장이, 이번에는 미친 듯이 뛴다.
"그래, 열심히 해라."
민윤기의 저 눈을 도무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 나를 쳐다보는 -아니, 노려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저 살벌한 표정에 몸이 굳는다. 머릿속이 잔뜩 혼란스러워졌다.
"아, 반장 체육대회 명단."
이내 민윤기는 잊었다는 듯이 젠틀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빈 손을 내밀었다. 덕택에 나는 긴장되어 죽을 지경이었다. 여유롭게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보자면,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같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 잔뜩 두려워졌다. 아까의 일만 해도 그랬다. 이렇게나 무방비한 학교에서 무슨 짓을 했던 걸까. 나만 애타는 건가 싶어, 그 여유로운 표정이 얄미웠다. 숨을 한 번 정리하고, 체육대회 명단을 건넸다. 기사와 공주. 전정국, 김여주? 민윤기의 눈길이 날카롭게 꽂혀들었다. 정국은 아까부터 계속되는 민윤기의 관심 혹은 경계에 의아한 시선을 보냈고,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너네 둘이 나가?"
"네. 정국이랑 저랑요."
눈을 내리깔고 민윤기에게 조용히 말했다. 의외네. 민윤기는 그렇게 말했다. 의외라고. 도리어 의외인 말에 나 또한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몇 초동안 칼 같은 시선이 나를 옥죄었고 나는 그 시선에 민윤기의 시선을 놓쳐버렸다. 얽혀있던 눈길이 풀어지자마자 민윤기는 순식간에 뒤를 돌아 반을 나가버렸다. 손을 떨다 책상 밑으로 떨궜다. 불안하게 정국을 쳐다보았는데, 마침 정국도 나를 보고 있었던 건지 시선이 뭉쳐들었다. 정국아, 나를 지켜줘….
"괜찮냐?"
그리고 거짓말처럼 전정국이 내 걱정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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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뭐, 말하기 싫으면 말던가."
그저 멍하니 정국을 쳐다보았다. 이런 관심을 받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걱정은 받아본 적이 없어서 무심한 듯 쿡 찔러오는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는지 모를 거다. 내가 민윤기에게 잔뜩 상처를 받고 오더라도, 정국이 '괜찮아.' 하고 안아준다면…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질 것만 같은. 대뜸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천장을 쳐다보며 눈물을 꼭 참았다. 그런 나를 보며 정국은 말하기 싫으면 말라는 말을 건넸다. 정국은 꽤 세심한 면이 많은 편이다. 그러니까 정국은 지금, 나를 배려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린 줄만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다. 항상 좁기만 한 내 생각을 뛰어넘는다. 거친 줄 알았는데 세심하고, 또 어린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성숙하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휴지를 건네는 저 손이 정말 어른의 손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고마워, 정국아."
"……."
"너 밖에 없어…."
언젠가 정국에게 이 말을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정국이는 내가 이렇게 절벽 끄트머리에 서 있을 때마다 나를 구해주었다. 그래서 미진하던 정국의 존재가 어느새 묵직한 존재가 되어 내 앞에 서 있었다. 그것은 곧 확신이 들게 만들었다. 정국을 내 세상으로 끌어온다면, 분명히, 무슨 일이 있든 나를 사랑해줄 것이라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에 연연하지 않고 나에게 관심을 쏟아줄 것이라고. 내 말에 정국은 픽 바람 새는 웃음을 흘렸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내가 언제 웃었어."
"에이, 방금 웃었으면서."
웃는 거 되게 예쁘다…. 읊조리듯 조용히 감탄했다. 정말이었다. 뭘하든 뚱하던 애가 웃으니까,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느슨하게 풀어졌던 정국이 그 말에 다시 표정을 뚱하게 굳혔다. 이런 모습은 영락없이 귀여운 아이에 불과한데. 도대체 네 존재는 뭘까.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있는 걸 툭툭 내뱉는 모습. 그러니까 상처를 주려고, 그래서 제게서 멀리 떨어지게 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는 모습은 마치 사춘기가 온 남자아이 같기만 했다. 정국이는 왜 어른의 마음을 하고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걸까.
[지이잉]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엔 나를 부를 사람이 없는데….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내었다.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보고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주인공은 민윤기였다. 이 시간에 나를 왜…. 보기를 클릭했더니 큰 창이 뜨면서 내용이 나타났다. 「양호실. 지금 와.」손을 잠시 떨다, 서둘러 화면을 껐다. 이내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전정국한테 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하지 않아?」「네 소중한 친구는 네가 잘 지켜줘야지, 안 그래?」「짜증나니까 지금 당장 튀어와.」…민윤기는 언제나 내 약점을 잘 잡아낸다. 결국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눈이 동그래진 정국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나 잠깐만….'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늘어졌던 마음이 다시 위축되기 시작한다.
양호실에 다다랐을 때, 양호실은 문이 열려져 있었다. 하아…. 민윤기 앞에만 서면 숨이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어떻게 쉬어야 할지를 자꾸만 까먹게 된다. 한 번 숨을 길게 내쉬고 문 앞에 섰다. 민윤기를 만나면 또 어떻게 무장해야 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아…."
문고리를 잡아 내리려는 순간, 양호실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렸다. 숨이 가빠지고, 눈동자가 자꾸만 어지럽게 움직였다. 숨쉬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윤기 씨…."
양호실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몇 걸음 안 가서 실험실이 보였고 다급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순간 눈이 매울 정도로 강한 화학 용품 냄새가 훅 끼쳤지만 밀폐된 공간이라면 어디든 괜찮았다. 문을 탁 닫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가쁘게 가슴으로 숨을 쉬면서 헐떡거렸는데도 산소가 흘러 들어오지 않는 것만 같았다. 넥타이를 풀어 내렸다. 나는 곧 눈물을 흘리기 위해 일부러 숨을 가쁘게 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눈물이 볼을 타고 치마를 적셨다.
그건 분명히… 민윤기와 여자의 정열적인 키스였다. 영어를 가르치는, 얼굴이 꽤 예뻤던… 선생님과의 키스. 윤기 씨… 하고 애달프게 부르던 그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서 맴돌았다. 민윤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보고 있었고, 여자는 민윤기의 허리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만지고 있었다. 왜 나를 불러낸 걸까.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울어버려야 했다. 민윤기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를 아프게 하는 것.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정국에게 다가가고 있는 나에게 내리는 벌 같은 것. 문득 어떤 생각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민윤기는 어쩌면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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