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삐들 자장자장용 글이니 밤에 자기 전에 읽을 것!
![[방탄소년단/김태형] 늑대소년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08/21/1ed148494787213db1255028ba977853.gif)
늑대소년
w. 채셔
"크응……."
"태태야!"
여섯시가 넘은 시각인데도 오지 않기에 마당 앞에 앉아 기다렸더니 어깨가 축 쳐진 태태가 쓰러지듯 들어왔다. 태태는 내 품에 안기자마자 갸르릉거리며 가디건 안으로 파고들었다. 꾀죄죄한 얼굴에, 옷은 흙이 잔뜩 묻었다. 품 안에서 얼굴을 부비던 태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내 귀에 채 닿을 수 있는 소리들은 아니었다. 탁하고 낮은 소리가 태태의 입안에서 같이 맴돌아, 끝에는 결국 웅얼거리게 되는 모양이었다. 이내 태태는, 이제 거의 일상이 된 애교를 멈추고 골똘히 생각했다.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실망했는지, 한참을 다시 생각하던 태태는 조금 뭉그러진 표정으로 다시 '거로오……….'하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무슨 말인지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미완성의 말일 뿐이었다.
"괜찮아, 태태야."
"…거, 거로오………."
힘을 내라며 주먹까지 꼭 쥐어 보였지만, 태태는 아직도 끙끙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울상을 짓는 태태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태태, 괜찮아. 나중에 말해줘. 태태에게 맑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태태는 입술을 앙 다물고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오늘은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듬뿍 들어 찬 행동이었다.
"거, 거로오…. 으으…, 아이……."
"으응."
"거, 겨……. 겨……, 겨론……."
"응? 뭐라고?"
"겨론…."
태태가 열심히 혀를 굴려 완성한 단어는, 겨론이었다. 그러니까… 결혼.
"결혼……?"
"응! 겨……론."
결혼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배워서 온 걸까. 결혼이라는 단어를 힘겹게 완성시킨 태태는 헤헤 웃으며, 내 손가락 하나를 꼭 잡았다. 그리고 몇 번 손가락을 꼼지락대더니 곧 내 손가락에 꽃으로 만든 반지 하나를 집어 넣었다. 태태는 제 행동이 뿌듯했는지 가슴을 잔뜩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뭐야, 태태야? 손가락에 끼워진 꽃 반지를 바라보다 태태에게 물었다. 태태는, 다시 힘겹게 혀를 놀려 '겨론……, 해….'하고 말하고는 웃어보였다. 그러니까 태태 나름의 프로포즈인 거였다. 이제 와서 보니 자세도, 딱 프로포즈용 자세였는데.
"태태야."
"응!"
"이거 프로포즈야?"
프로포즈라는 단어가 어려웠는지 태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눈을 굴리던 태태는 괜히 자신이 없어진 건지, 이제는 축 쳐진 말투로 다시 '겨론……. 겨론……해.' 하고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꾀죄죄한 태태의 얼굴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나 좋아하는 밥도 먹지 않고, 꽃을 찾아다녔을 태태의 모습. 그리고 마침내 제가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았을 때 '아우.'하고 고성으로 울부짖었을 태태의 모습도. 그리고 결혼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위해 끊임없이 되뇌었을 태태의 모습까지도.
"고마워, 태태야."
태태에게 다가가서 겨론, 이라고 말했던 입술에 조그맣게 상을 내려줬다. 이런 키스는 예상 밖의 일이었던지, 태태는 잔뜩 굳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크응, 하고 제 손으로 뒷머리를 긁던 태태는 제 머리를 쓱 내게 내밀었다. 칭찬할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이제는 무언가 민망해지면 제 머리를 내미는 습관이 생겼다. 푸흐, 하고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괜히 기분이 좋아졌는지 태태는 나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웃기에 그게 귀여워서 따라 웃으니, 태태는 그대로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키스였다.
그러니까 태태는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중이었다.
아니, 내가 한 것보다는 좀 더 깊은 키스였다. 태태의 입술이 반짝거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노을 빛에 태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니, 어쩌면 태태의 얼굴이 정말 붉어졌을지도. 괜히 화끈거리는 얼굴에 입술을 깨물고 있자, 태태는 다시 내게 말했다. 겨론… 해. 무언가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 은근한 기대감은 태태의 얼굴에도, 태태의 말투에도, 심지어 태태의 자세에도 묻어 있었다. 나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래, 해. 결혼."
태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대로 울부짖었다. 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는 재빨리 태태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조용히 해야지, 사람들이 시끄러우면 태태 싫어해. 눈치를 주자, 태태는 헤헤 웃으며 다시 뒷머리를 긁적였다. 반짝이는 태태의 눈에 나는 다시 태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태태는 내 손을 꼭 잡았고, 꽉 맞잡은 손에 키스해주었다. 어느 날 같이 보았던 영화의 장면이었다. 그래, 태태가 거기서 배웠던 거였다.
「나랑 결혼해줄래요, 제니퍼?」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예요. 당연하죠.」
이 다음 장면이 뭐였더라, 골똘히 생각하는 와중에… 태태가 나를 안아들었다. 이 뒤의 장면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뒤의 장면들은 태태가 만들어내고 있는 거였다. 본능에 충실하던 태태가, 이제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몇 번 마당을 서성거리던 태태는 집으로 들어서서, 나를 침대에다 조심스럽게 내려다주었다. 헤헤 웃던 태태는 눈을 깜빡이며 내 옆에 누웠다.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잔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잽싸게 침대 안으로 들어온 태태는 기분 좋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지막히 내뱉는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한 마디를.
사랑해.
덧붙임
워... 중반까지는 쉬웠는데
엔딩 넘나 어려웠던 것...
이제 서둘러서 자러 가야겠어요!
이 글은 보너스 글이니까 읽고 기분 좋게 주무시길!
금요일에 봬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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