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또 평범한 나와는 달리 전정국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인사였다. 일단 그 잘생긴 얼굴이 가장 큰 몫을 했고 뛰어난 운동신경이나 노래 실력도 한 몫을 했다. 처음엔 내가 전정국과 연인 관계가 되리라곤 상상조라 못 했다. 그 아인 너무나도 빛나고 멋졌으니까. 처음엔 그저 같은 반 친구였다. 하지만 학기 초에 전정국과 나는 짝이 되었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들에겐 특히나 무뚝뚝하다는 친구들의 증언과는 다르게 나에겐 시덥잖은 농담을 던질 뿐더러 꽤나 다정한 말도 건낼 줄 아는 아이였다. 덕분에 나도 조금씩 전정국에게 적응했고 티가 안 나게 뒤에서 나를 챙겨주고 항상 내가 먼저인 전정국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처음에는 나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지만 너희는 사귀는 사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답을 하지 못하다가 내가 좋아한다고 답 한 동시에 정말 무드 없게 "전정국, 나랑 사귀자." 라고 고백하자 그에 전정국은 "그래, 우리 사귀자." 라고 답 했다. :말로만 무뚝뚝한, 사실은 사랑꾼인 전정국 4 봄이 다 지나고 후덥지근한 여름이 왔다. 정국이와 나 둘 다 유독 더위에 약한 편이기도 했고 푹푹 찌는 날씨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간단하게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만 보고 정국이네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밖에서의 데이트고 또 여름이기도 한데 이왕 시원할 거 확 시원하게 입자. 라고 생각이 들어 반팔 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조금 짧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더웠고 계속해서 보다보니 예쁜 것 같은 착각이 들어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영화관을 향해 걸었다. 조금 늦는 바람에 급하게 뛰어가자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정국아. 미안, 좀 늦었다."
" ...이러고 온 거야?" "응... 왜? " "짧아. 갈아입고 와." 다짜고짜 내 옷차림을 훑더니 갈아 입고오라는 말에 순간 내 귀가 잘못됐나 하는 의심을 했다. 이 정도는 요즘 짧은 것도 아니고 오늘 낮 기온이 32도랬는데, 절대 갈아입을 수는 없지. " 어휴. 나 집까지 다시 갔다오라고? " "귀찮으면 새로 사." 그러고는 막무가내로 내 손목을 붙잡고 근처 옷 가게로 향해 대충 검정색 스키니 진을 골라 나의 손에 쥐어주고는 "입고 나와." 라고 말하며 친절히 화장실 앞까지 에스코드해주었다. 결국 한숨을 내쉰 나는 옷을 갈아입었고 정국이가 엄지를 척 올리며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5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정국이와 내가 만난지 자그마치 1년이 되는 날이다. 사실 또래 여자애들과는 다르게 투투데이, 100일 이런 낯간지러운 기념일 챙기는 취미는 키우지 않는 타입이고 정국이도 기억을 잘 못할 뿐더러 나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로맨틱한 타입은 아니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서로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 정도만 같이 챙기는 편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1주년이니 때문에 내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놀이공원에 왔다. 정말이지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 분명했다. 우리의 1주년은 개교기념일과 딱 겹치는 덕에 그나마 사람이 별로 없는 날에 데이트가 가능했다. 나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며 꺄악 꺄악 거리다가 남자친구의 품에 안기는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여자친구가 아니였고 그걸 잘 아는 정국인데 웬일인지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귀신의 집을 가자며 날 이끌었다. 의아해 하면서도 오랜만에 귀신의 집을 방문하고픈 마음이 한 구석에서 샘솟아 발걸음을 귀신의 집으로 돌렸다. "에이... 시시하다." "정국아, 저 사람 봐. 그냥 닝겐이다." 모든 대화의 주도는 나였다. 원래도 말이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귀신의 집을 탐방하는 내내 말 한마디 없이 입을 꾹 다무는 정국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빠르게 귀신의 집을 탈출해 정국이에게 물었다. "어디 아파?" "아프긴." "배고파? 아니면 기분이 안좋은가?" "그런거 아냐." 그럼 도대체 왜 말이 없는건데... 왜 답지 않게 입술은 초등학교 앞 방지턱처럼 대빨 나와있고 묘하게 나를 향한 원망이 섞인 눈초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지 제발 알려줄 수 있겠니. "뭐가 문제야, 말을 해야 알지. 응?" "넌 무슨 여자애가 겁이 없냐." 뜬금 없이 튀어나오는 남녀 차별에 발끈해 응? 하고 되묻자, 다시끔 크게 한숨을 쉬며 있는 말주변 없는 말주변을 이용해 나에게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쟤 말은 좀 무섭다고 안기기도 하고 정국아 멋져부렁 엄지 척! 하는 뭐 이런 클리셰적인 스토리를 원했다 이 말인데 내가 너무 목각 인형같이 굴었다? 이 말이네. "큽... 큼. ...ㅎ,흫."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아보려 애를 썼지만 누가 옆에서 간지럼이라도 태우는 마냥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전정국의 얼굴도 터지기 직전인듯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본인도 본인이 어이가 없고 창피했는지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어, 정국아. 우리 저거 사자." 그렇게 우쭈쭈하며 달래는 와중 나의 눈에 깜찍한 리락쿠마 머리띠가 눈에 띄었다. 재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정국이의 손에 쥐어줬다. "이걸 지금 나보고... " "응. 하라고. 빨리." "아니, 이 나이 먹고 내가" "응 해야겠어. 얼른 써 봐." 딱딱한 목각 인형처럼 군 주제에 머리띠를 착용하라고 조르는 내가 얄미웠던지 나를 한껏 째려보고 한 숨을 내쉬길 반복하다 마지 못해 주저하며 정국이가 머리띠를 썼다.
"하, 진짜. 뭐하냐." 머리띠를 쓰자 마자 대기하고 있던 핸드폰을 올려 찰칵찰칵 찍어댔다. 그러자 피할 틈도 없이 사진만 찍히던 전정국이 어이가 없는지 뭐하냐며 내 핸드폰을 잡으려 들길래 재빠르게 옆에 있던 여자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 후, 혹시를 대비해 평소엔 하지도 않던 잠금까지 걸어놓고서야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 가자." 체념한 정국이와는 다르게 나는 너무나도 기분 좋게 놀이공원을 나설 수 있었다. 6 모처럼 수행평가와 시험의 억압에서 잠깐 벗어난 주말, 정국이네에서 정국이 옷을 빌려입고 빈둥빈둥 굴러다니다가 배가 고파져서 배달음식을 시키기로 했다. "음... 돈까스 어때?" "그래." "아니야, 햄버거 먹을까?" "그러자." "아... 나 라면도 먹고 싶다." "끓여줄께." 이어지는 짤막한 대답들에 귀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책자에 고정했던 시선을 전정국에게로 돌리자 턱을 괴고 날 바라보는 전정국이다. "넌 왜 네 의견이 없냐." "네가 좋은 건 나도 좋아."
☺ 안녕하세요 희주예요... 지금 글을 작성하다가 렉이 걸려 몇번을 누르는 바람에 글이 몇개나 폭풍으로 올라갔어요 허허허헝...당황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너무나 창피하네요ㅜㅜ 이 썰을 끝내고 또 다른 시리즈도 있으니 같이 달려주셔야 하는거 잊으시면 안돼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당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무뚝뚝한 나와 더 무뚝뚝한 전정국이 연애하는 썰 02 35
9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인터넷 상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