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Syndrome)
ㅡ 집필 , 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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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야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비가와. 몇일이나 됐다고 벌써 장마철인것 같아. 뉴스를 안보고 살아서 잘 모르겠어.
그냥 비 오니까 네 생각이 더 짙어지는거 같아.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도 핸드폰만 들여다 본다. 정국은 오늘도 감감무소식인 까만 핸드폰 화면만 본다. 오늘로 탄소가 실종된지 열흘 째이다. 이제는 일말의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듯 정국의 얼굴에는 우울함이 그늘져 늘어져있었다. 그냥, 그냥. 이제는 탄소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인 것 같았다. 그러려니. 지나가면 괜찮으리.
ㅡ 민윤기 형사님.
까만색으로 물들어 희망이 뭔지 개나주라는듯 잠잠하던 핸드폰의 화면에 빛이 물들었다. 전화였다. 발신자의 이름은 민윤기. 그는 스물 아홉의 형사이다.
[ 여보세요. ]
[ 아 전정국씨. 민윤기 입니다. ]
[ 네, 오늘은 무슨 용건으로. ]
[ 아 그게, 김탄소 씨를 찾았습니다. ]
[ 살아있나요. ]
[ ... 아니요. ]
[ 그럴꺼 같았어요. 지금 서로 가면 되는건가요? ]
[ 아니요. 아직 현장 수습 중이라서요. 제가 서에 도착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
[ 그냥 서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번거롭게 신경 안써주셔도 됩니다. ]
[ 아, 네. 서에서 사건 경위와 사건에 대해 설명 해드리겠습니다. ]
[ 네. ]
열흘만에 발견 된 탄소는 흔한 표현을 가져다 쓰고 싶지 않지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되었다. 생각보다 정국은 몹시, 담담했다.
정국은 열흘만의 외출인 탓에 차에 쌓인 먼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힘 빠진 팔로 보넷의 먼지를 대충 쓸어내렸다. 하얀 티셔츠의 소매 부분이 까맣게 변했다.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세탁하면 없어질 일이기에.
정국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기름은 얼마 남지않아 빨간불을 반짝이고 있었지만 알게뭐냐는듯 정국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차를 움직여 서로 향했다.
정국의 예상이 맞는 듯 비는 그치치 않고 계속해서 쏟아부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정국은 담담했고 빨간 신호에 멈출 때마다 간간히 창밖을 내다보는게 끝이었다. 직진 좌회전 우회전, 여러차례 방향을 바꾸며 운전을 한 정국은 서에 도착하였지만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비는 감쪽같이 그쳤다. 언제 비가 오기라도 했냐는 듯이 비는 그쳤다.
" 아 전정국씨? "
" 네, 민윤기 형사님은 아직 안오셨나봐요. "
" 금방 수습 끝나고 오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저기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
" 얼마나 걸리신다든지 그런 말씀은 없으셨나요? "
" 네, 딱히 얼마나 걸린다 이런 말씀은... 혹시 마실 것 좀 드릴까요? "
" 괜찮습니다. 편히 볼일 보세요. "
정국은 경찰서 한켠 구석즈음의 테이블에 앉아서 민윤기 형사를 기다렸다. 무의식 중에 핸드폰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아마 집이나 차에 두고 온것 같았다. 차에 두고 온것 같았지만 굳이 가지러 가고 싶지 않았다. 배경화면, 잠금화면, 케이스. 모두 탄소의 취향이었기에. 딱히 지금 보고 싶지는 않았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담담한척, 슬프지 않은 척 정국은 억지로 표정을 숨기며 슬픔을 홀로 먹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참기에 무리인것 같았다.
" 아 전정국씨. "
" 아, 오셨네요. 형사님. "
" 네, 일단 사건 경위 부터 말씀 드릴께요. "
" 말씀 안해주셔도 압니다. "
" 네? "
" 사인은 익사, 자신의 의지로 뛰어내린게 아닌 타살의 가능성 농후. "
" ... "
" 어떻게 아냐고 묻고 싶으시죠. "
"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
윤기는 그럴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윤기를 보며 정국은 말했다.
" 아니, 수사 결과 전정국씨는 용의자에서 제외 ... "
" CCTV에서 김탄소씨는... "
" 본인의 의지로 뛰어내리셨습니다. "
정국은 의자에서 일어나 실성한듯 한참을 웃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 그냥 내가 그랬다고 해줘요. 내가,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그래서... "
" 자살한건 본인의 의지이지 전정국씨 때문이 아닙니다. 진정해요. "
" 애정결핍인 아이한테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래서 자살한거에요. "
" ... "
" 저 한 세시간만 시간을 주시겠어요. "
" 사건 경위 조금만 진정하고 들으러 올게요. 제발 형사님. "
" 아, 네. 세시간 뒤에 뵐게요. "
정국은 경찰서를 힘없이 걸어 나갔다. 탄소의 죽음이 자신의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이리 부질없는게 생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명 또한 부질없다고 생각하며.
정국은 차에 시동을 걸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정국을 주시하던 윤기는 조금 놀란 눈치로 옆의 형사에게 ' 19가 9791, 차량 위치 추적해요. GPS 아마 켜져있을테니까. ' 라고 지시했다.
정국을 한시간 가량 차를 몰았다. 국도를 타고 조그마한 마을을 향해서. 이름도 모를 지도상에서도 행정상에서도 존재가 불분명한 마을에 도착해서는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정국을 한바퀴를 걸어도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을 눈에 한번 담고는 마을 귀퉁이에 있는 숲을 향해 걸었다. 숲 앞에 서서는 주저 앉고 말았다.
정국은 얼굴을 손에 묻고 눈물만 죽죽 흘려내었다. 정국은 통곡했다. 아무도 듣지 못한 울음을 계속해서 뱉어내었다. 숲이 떠나갈듯 울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내려치며 울었다. 손이 다 헤져 피가나고 주저앉은 무릎이 다 까져 벌게져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울었다. 자신의 몸이 다치는건 상관 없다는듯 엉엉 울기만했다.
정국은 울음을 그치고 실성한듯 차게 웃었다. 소리없이 차게 웃었다. 눈물은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흐르고 있었지만 입은 가식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무엇을 알고 있기에. 지도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작은 마을에서. 이리도 서글피 울며, 탄소는 무엇이 본인을 그렇게도 아프게 파고 들었기에 이리도 처절한 선택을 해야만 했는가. 민윤기 형사가 알고 있는 진실은 또 무엇인가. 정국은 열흘만에 참으로 안쓰러운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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