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또 평범한 나와는 달리 전정국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인사였다. 일단 그 잘생긴 얼굴이 가장 큰 몫을 했고 뛰어난 운동신경이나 노래 실력도 한 몫을 했다. 처음엔 내가 전정국과 연인 관계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그 아인 너무나도 빛나고 멋졌으니까. 그저 같은 반 친구였다. 학기 초에 전정국과 나는 짝이 되었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들에겐 특히나 무뚝뚝하다는 친구들의 증언과는 다르게 나에겐 시덥잖은 농담을 던질 뿐더러 꽤나 다정한 말도 건낼 줄 아는 아이였다. 덕분에 나도 조금씩 전정국에게 적응했고 티가 안 나게 뒤에서 나를 챙겨주고 항상 내가 먼저인 전정국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처음에는 나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지만 너희는 사귀는 사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답을 하지 못하다가 내가 좋아한다고 답 한 동시에 정말 무드 없게 "전정국, 나랑 사귀자." 라고 고백하자 그에 전정국은 "그래, 우리 사귀자." 라고 답 했다.
부제:너의 눈, 너의 코, 너의 입은 봐도 봐도 계속 예쁠 거니. "가위... 바위... 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바로 내 영혼이 탈탈탈 털리는 소리다. 내가 왜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냐면 며칠 전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주말에 집이 비니 데이트는 자기 집에서 하자는 정국이의 말에 음흉한 미소를 띠며 우리 정국이... 누나랑 단 둘이 뭐 하려고?라며 들이대자 헛소리할 거면 오지 말라는 단호한 태도에 꿀밤을 한 대 맞았다. 난 정국이네 집 가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정작 본인은 엄청나게 싫어했다. 네가 오면 뒷감당은 다 자기 몫이라나 뭐라나... 나름 깔끔하게 뒷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제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항상 내가 정리한 곳을 한 번씩 들추어가며 다시 정리하곤 했다. 아, 정국이가 왜 싫어하는지 알만 한 이유가 하나 떠올랐다. 저번에 정국이가 라면을 끓이는 사이에 재빠르게 정국이의 방으로 침투해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노트북이 있길래 켜서 구경을 시도했다. 근데 웬열? 핸드폰 잠금도 안해놓았던 정국이가 노트북에는 잠금을 해놓았다. 비밀번호가 뭐지 곰곰이 생각을 하다 정국이 생일, 핸드폰 뒷번호, 0000 등 다 눌러봤지만 암호를 다시 입력하라는 말만 뜰 뿐, 절대 풀리지 않았다. 결국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내 생일을 입력했는데 암호 해체 완료라는 글씨가 뜨고 전정국 다운 파란 배경이 날 반겼다. 들키기 전에 닥치는 대로 다 눌러보는데 문득 들었던 생각이 얘도 남잔데... 비밀스러운 폴더 하나쯤은 있겠지? 이었다. 그리곤 찾겠다는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다. 보이지 않아 실망할 때쯤 당당하게 제목도 그대로인 나란히 폴더에 줄 세워진 그것들을 미묘한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마침 문을 벌컥 연 정국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더니 사람의 얼굴이 그렇게 달아오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얼굴이 벌게지며 나에게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 난 정국이가 그때 처럼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보지 못했다. 뭐, 이런 일들이 있어서 오늘은 얌전히 놀자 하고 계획도 세워오고 혹시 몰라서 보드게임 판도 가져왔는데 겨우 하고 있는 게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딱밤 맞기다. 나도 여자인지라 로망이 있단 말이다. 남자친구 집에 놀러 가서 같이 설거지도 하고 괜히 분위기 야릇한 상황도 연출해보고 싶고 한데, 저건 어떻게 여자친구를 데려와놓고 이런 건전한 놀이만 하냐? 이렇게 말하면 내가 변태 같겠지만 난 전혀 변태가 아니다. 전정국이 X자 일수도... 이게 뭐라고 처음엔 그저 장난으로 시작했던 걸 지금은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서로 봐주긴 커녕 어떻게 하면 더 세게 때릴 수 있을까. 등의 영양가 없는 고민만 잔뜩 하는 중이다. "야, 솔직히 넌 남잔데 내가 불리하지." "남녀 차별하지 말라며." 아니, 이 사람이... 그런 것만 기억하자면 어쩌자는 거야? 지 생일도 기억 못 해서 서프라이즈로 생일파티 해준 나 역으로 당황시킬 땐 언제고 이런 말만 잘 기억한데? 나, 참. 어이 없네. 잠깐 생일 얘기로 넘어가자면, 정국이의 생일 2주 전부터 뭘 해야 할지, 뭘 사줄지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왜냐, 사귀고 나서 처음 맞는 특별한 날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더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온갖 생 쇼를 다 하고 난리를 쳤는데 알고 보니 지 생일도 모르고 있었단다. 얼마나 힘이 빠지던지...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내 마음이야." "그런 게 어딨어." "여기 있지." "봐주지 말라며, 네가. 난 네 말 잘 들으니까."
저렇게 얄미울 수가... 전정국 원래 저런 얄미운 캐릭터 아니었는데 누가 저렇게 사람 속 긁는 방법 가르치는 거야? 민윤긴가? 김태형 같기도 하고. 네가 아무리 내 말을 잘 듣는 남자친구여도 지금은 말 더럽게 안 듣는 남자친구인 척 하란 말이야... 지금까지 가위바위보 해서 내가 이긴 적은 다섯 번도 채 안되는데 난 열대도 넘게 맞았다. 그것도 힘이 세다 못 해 넘쳐나는 전정국의 풀 파워로. 솔직히 이건 내가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니고 진짜! 지인짜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이렇게 맞고 끝낼 순 없지. 복수하고 만다, 내가. "가위 바위 보!" "으아앙아악!" 내 이름은 ㅁㅁ쓰, 오늘 운 대박 안좋은디. 오늘 뭐, ㅁㅁㅁ 수난시대 드라마 찍나요? 제가 알기론 그 드라마 방영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누구 맘대로 따라다니면서 드라마 찍습니까? 예? 쓰읍, 전정국 자세 나온다. 애들 이마 좀 때리고 다녔나 보네?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이마 대." "아, 제발요 형." "눈 감아. 세게 때릴거야." 비굴한 작전을 쓰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좀 불쌍하게 빌면 살살 때리지 않을까 싶어 옷자락을 붙잡으며 제발 때리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형이냐며 인상을 쓰는데 아무래도 역효과를 일으켰나 보다. 세게 때릴 거야.라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빙빙 돌렸다가 손가락도 풀고. 작정한 모양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눈을 딱 감고 맞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뭐, 맞는다고 죽기야 하겠어? ...? 뭐야, 왜 안 때려. "꿀밤 대신 뽀뽀로 봐준다." 정국이가 괘씸해서 꿀밤 대신 뽀뽀라며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댔다. 이런 밀당쟁이... "내가 왜 형이야, 오빠지." "응. 그건 내가 하기 싫어." "나는 좋은데." 그건 너만 좋은 거지, 내가 좋은 건 아니잖아. 정국아. 그래도 안 맞아서 다행이다. 인터넷 같은 거 보면 남자친구가 꿀밤 때리다가도 아 귀여워~하면서 안아주던데 우리 정국이는 그런 걸 모르는 사람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설거지 할 테니까 잠깐 구경 하고 있어." 설거지를 하고 올테니 방 구경을 하고 있으라는 말에 2층으로 올라가 정국이의 방에 들어갔다. 뭐가 있을까나, 제대로 된 방 구경은 처음인데... 흐음. 와, 무슨 메달이 이렇게 많지? 세상에... 사실 내 남자친구 철인이 아닐까? 모든 운동에 능숙한 생활의 달인 나가도 되겠다. 축구 시 대회 우승, 배드민턴 시 대회 우승, 태권도 3단... 얘는 공부 안 하고 운동만 했나. 이렇게 다 잘하냐. 하나만 잘 하던가, 세상 혼자 사네. 이기적이야. 어? 헐, 전정국 사진 앨범이다. 몇 개 가져가야지!
미친. 개 귀여워... 이게 뭐야ㅠㅠㅠㅠ어릴 때랑 지금이랑 얼굴이 똑같냐. 튜브 잡은 거 봐... [전정국님이 ㅁㅁㅁ님 팀킬에 성공하셨습니다 씹덕미 100상승]
헐... 완전 아가네ㅜㅜㅜㅜ 정국이 이렇게 귀여울 때도 있었구나 누나가 까까 사줄게ㅜㅜ
이때부터 존잘의 냄새가 났구나. 난 초등학교 사진은 죄다 불태워서 없는데. 그때 내가 어땠냐면 일단 빨간색 하얀색이 섞인 체크무늬 안경을 쓰고 있었고 분홍공주 인데다가 교정기까지 하고 있어서 그냥 안습이었는데... 얜 흑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부러운 자식. "왜 그런 걸 봐." "완전 귀여운데?" "귀엽긴. 징그럽지." 정국이가 주스와 초코쿠키를 가져오면서 왜 그런 걸 보냐고 타박하길래 귀여운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징그럽단다. 아니 저 정도가 징그러우면 난 뭐 인간이 아니었네. 귀엽기만 하구만. 솔직히 저 나이 때 저 정도로 잘생긴 남자애 있었으면 처음 보자마자 뽀뽀하고 찜했을 건데 왜 우리 학교엔 저런 애가 없었지. "정국아, 나 이 사진 주면 안 돼?" "무슨 사진?" 귀엽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튜브를 잡고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달라고 했더니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건 가져가서 뭐하게. 라고 묻는 정국이다. 뭐 하긴 지갑에 넣어 다니면서 귀여운 아기 정국이 보고 싶을 때마다 봐야지. 아무리 봐도 너무 귀엽다... 그대로 컸어. 아, 그대로 큰 건 아니고 더 잘 컸어. 이때부터 뭔가 내 남자친구가 될 상이었네. 어쩜 이렇게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오목 조목 다 있지? 무슨 아기 콧대가 이렇게 날렵해? 나 회의감 들게. "정국아 나 성형할까? 아니 나 성형할래." "무슨 헛소리야." "나 꼭 해야겠어." 사실 나의 가장 큰 고민이자 콤플렉스는 평범하디 평범한 얼굴이었다. 다 알다시피 내 남자친구가 그냥 잘생긴 것도 아니고 아주 잘생긴 데다가 공부, 운동, 노래 빠지는 게 없는데 난 얼굴도 공부도 운동도 정말 평범 그 자체다. 처음엔 왜 나랑 사귀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바빴다. 전정국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예쁘다는 손 꼽히는 애들을 모조리 차버리고 저런 여자애랑 사귀냐. 이런 말들 말이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정국이가 너 어디 보고 사귀는거야? 라고 묻는 사람은 없었지만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은 나도 아직까지 정국이가 날 왜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홧김에 내가 한 고백을 받아줄 줄은 몰랐고 이렇게 오래 사귈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래서 처음엔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물었던 것 같다. 정국아, 넌 나 어디가 좋아서 사귀는 거야? 말로 해야 알아? 말로 안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네가 날 왜 좋아하는지. 너니까. 너니깐 좋은 거야. 항상 물어보면 너니까 좋은 거라고 말을 했지만 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봐. 넌 눈, 코, 입이 다 잘생겼잖아. 근데 난 쌍꺼풀도 없고 코도 낮고 얼굴형도 별로야. 우리 학교에서 내가 제일 못생긴 것 같아." "누가 그래."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정국이의 눈, 코, 입을 하나씩 콕 콕 집으며 넌 눈도 속쌍커풀인 주제에 예쁜 겉 쌍꺼풀같고 콧대도 오똑한데 입술도 여자 입술보다 더 예쁜 것 같고 턱 선도 날렵하니 잘생겼잖아. 근데 난 쌍꺼풀이 없어서 눈이 콩알 만하고 코도 너무 낮고 얼굴형도 마음에 안 들어. 예쁜 구석이라고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니 정국이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날 천천히 살폈다. 정국이의 눈동자가 내 눈에 머물고 코에 머물다가 입에 머무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 잘 봐. 넌 쌍꺼풀이 없어서 처진 눈이라 좋고." "코도 적당히 오똑해서 좋아." "그리고 입술이 제일 예뻐." "얼굴형은 네 눈, 코, 입에 딱 어울리고." 내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 눈, 코, 입을 하나하나 집어가며 눈은 순둥순둥한 처진 강아지 눈 같아서 좋고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딱 적당히 오똑하고 입술도 예쁘다는 정국이의 말에 내 얼굴이 붉어졌다. 너만 그렇게 생각해. 콩깍지가 쓰여도 단단히 씌었네. "너만 그렇게 생각해, 너만. 바보야." "결정적으로 내 눈엔 너만 예뻐. 나한테만 잘 보이면 됐지. 어떤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어떤 남자한테든 잘 보여서 시집을 가야할거 아니야." "그 남자 나 하면 안 돼?" 자기 눈엔 너만 예뻐 보인다면서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냐는 말에 장난으로 아~ 잘 보여야지 시집을 잘 가지. 라고 말하니까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 남자를 자처하면서 시집을 오란다. 일부로 당황시키기 위해 생각 좀 해보고. 라고 말 하니 나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하라며 떼를 쓴다. 아니, 애가 왜 이런대? "약속해. 결혼, 나랑 해." "그럼 뽀뽀는 다른 남자랑 해도 되나?" "야." "알았어, 알았어. 연애도 결혼도 너랑만 한다. 됐지?"
정국이와 내 커플 운동화 사이의 어린이 운동화를 생각하니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 저 오늘 진짜 재밌게 쓰려고 노력은 했는데 아ㅜㅜㅜ 갈수록 글이 재미가 없어지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당 아 그리고 완결은 10편으로 정했었는데 ,3편 정도 플러스 될 것 같아요! 오늘도 봐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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