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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1+1

(김사월 - 누군가에게 추천해요)


옥상에서 라면 먹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걸림. 누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놀라서 정국이랑 눈 마주침. 둘이 먹던 나무젓가락 후다닥 내려놓고 작은 창고에 숨었지. 근데 창고에 남은 의자랑 책상이랑 매트랑 잡다한 거 다 있어서 공간이 좁은 거임.

그래도 들키는 거보단 나으니깐 틈 사이에 몸 비집고 들어가서 숨었지. 따로 숨을 시간이 없어서 둘이 걍 붙어서 숨음. 먼지 폴폴 날리는데 숨 참고 경비 아저씨 발 자국 소리에 귀 쫑긋 세우고 숨죽였어. 옥상에 라면 먹던 흔적이랑 간식거리만 남았잖아. 아저씨가 우릴 놓쳤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막 아이, 참나. 그럼서 계단 쪽으로 발걸음 돌리더라고. 그렇게 쭉 가시면 얼마나 좋아? 제발 창고 쪽으론 오지 마라 속으로 외쳤지.

근데 뚜벅, 하고 걸음 멈추더니 창고 쪽으로 오시는 거야. 아, 망했다. 눈 질끈 감았는데 아저씨가 문고리 잡고 철컹철컹, 하는데 문이 안 열리는 거. 열쇠 뒤적이는 소리 들리길래 어떡하지, 하는데 정국이가 괜찮다고 고갤 젓는 거야. 짤랑이는 열쇠 소리 몇 번 내더니 짜증 내면서 가더라고. 긴장이 쭉 빠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정국이 가슴팍에 머리를 툭 기댔어. 공간은 협소하고, 둘만 있어서 조용하잖아. 얘 심장 소리가 빠르게 뛰는 거.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지. 올려보니까 뒤로 최대한 내빼고 있더라고. 귓가가 빨개져선.


"이제 좀 나오지?"

"어, 어. 미안."


정국이는 가만히 있고 내가 옆으로 삐져나왔어. 그제야 정국이도 한숨 돌리는 거야. 나는 창고 문손잡이 잡고 열었는데 이게 안 열려. 힘을 덜 줬나? 싶어서 더 세게 잡고 고릴 돌렸지. 근데도 안 열리는 거야. 정국이가 내 옆에 서더니 잠깐 나와보래. 그래서 뒤로 빠져있었음. 정국이도 문고리 잡고 겁나 열심히 돌리는데 열릴 생각을 안 하는 거. 애가 승부욕이 있는 건지 나중엔 어깨로 문을 쾅, 밀어서 열어보더라. 사격부라 팔 다치면 안 되니깐 말렸지. 그만하라고. 주변 살피는데 마침 내가 나갈 만한 창문이 있었어. 책상 밟고 올라가려는데 정국이가 잠깐만, 하는 거임. 한쪽 발마저 올리려다 내렸음.


"위험해. 내 등 밟고 올라가."

"어?"

"등 밟고 올라가라고. 저번에 발목 다쳤잖아. 이번엔 안 돼."


정국이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거야. 근데 책상이 위로 겹겹이 쌓여있어서 위험하긴 했거든. 그래도 내가 올라가면 안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지. 정국이 생각은 나랑 달랐나 봐. 야, 나 진짜 밟고 올라간다? 그랬는데 어, 한마디 하더라. 걔 등에 빨리 올라타서 창문 열고 팔 쭉 내밀어서 걸치고 상체부터 내뺐지. 밑에서 정국이는 아직 나 받쳐주고 있고. 아래 보니깐 생각 보다 높진 않아서 빠져나왔어. 교복에 묻은 먼지 털면서 아직 건너편에 있는 정국이한테 문 열어준다 하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음. 교무실에 내려가서 친한 윤리 쌤한테 창고에 의자 가지러 간다면서 뻥치고 열쇠 가져왔지.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땀 뻘뻘 흘림. 여름이라 더운 거야. 열쇠 가지고 문 따서 정국이 손목 잡고 데리고 나옴. 얘도 창고에서 더웠는지 땀 좀 흘렸더라. 농구로 운동할 때도 땀 흘리는 거 못 봤는데. 내가 밟은 등 때문에 정국이 양팔 잡고 꾸역꾸역 몸을 돌렸지. 와, 등짝에 내 신발자국 그대로 찍혀서 진짜 더러운 거야. 손으로 털어주는데 자국은 안 지워지잖아. 미안해서 쭈글해 했음. 정국이 내 앞으로 몸 돌리곤 상관없대. 어차피 운동복으로 갈아입을 거라고. 안에 검정 티 입고 있긴 했는데, 나도 양심이 있지. 손 내밀어서 교복 달라고 함.


"교복 주라. 내가 빨아서 내일 가져다줄게."

"괜찮은데."

"네가 내 양말도 빨아줬잖아. 그거 대신이라고 생각해."


정국이 더 군소리 안 하고 교복 벗어서 넘기면서 발목 얘길 하는 거. 교복 받고선 대답했지.


"뛰어내릴 때 발목에 무리 안 갔어?"

"응, 이거 봐. 멀쩡해."


멀쩡해진 발목 쭉 뻗곤 슬리퍼 신은 발로 걔 발을 툭툭 장난쳤음. 정국이는 운동화 신고 있었는데 내가 늘어진 끈 가지고 장난쳐서 풀어진 거야. 묶어주려는데 그냥 내 머리 한번 헝클이곤 자기가 허리 숙여서 묶었어. 그동안 나는 옥상 정리하고 정국이 교복 들고 내려감. 다음 시간 미술이었는데 정국이는 훈련하러 간대. 사격부 훈련실은 한 번도 가본적 없어서 따라가고 싶었음. 계단 내려가면서 졸랐지. 나도 가보면 안 돼? 응? 점심시간 잠깐 남았었거든. 고민도 안 하고 알겠다고 하는 거임. 원래 사격반 애들 아니면 못 들어오니깐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가는 걸로 했지. 우리 학교는 따로 훈련 건물 있어서 그쪽으로 갔음.

실내 훈련실로 들어갔는데 한 명이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었어.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남은 손으로 공기권 총 방아쇠 당기는데 멋있더라. 와... 내가 입 벌리고 홀린 듯이 보니깐 정국이가 앞을 가로막는 거야. 쟤 보지 말고 자기 하는 거 봐달래. 옆에 있으면 귀 아프니깐 뒤에서 있으라는 거야. 

그래서 뒤로 몇 걸음 떨어졌는데 나한테 다시 오더니 귀마개를 씌워줬어. 총소리에 놀랄 수 있으니깐 이거 하고 있으래. 정국이 하는 루틴 궁금해서 살펴보니깐 공기총 새 수건 가져와서 닦고 장전함. 물 한 모금 마시더니 자세 준비하고 한쪽 눈 찡그림.

자기 할 일 하면서 진지하니깐 새로웠어. 아까 정국이 심장소리가 내 심장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쿵, 쿵, 쿵. 정국이 교복 품에 꼭 안고 긴장돼서 집중하는 순간 탕! 한 번 쏘고, 잠시 쉬었다 방아쇠 당기는 거. 생각 보다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음. 정국이가 명중인 거 확인하고선 총 원래 자리에 내려놓는 거임. 그리고 뿌듯해선 나한테 오는 거야. 자기한테 어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멋지구나. 내가 알던 정국이로 안 보였어.


"다음 달에 고등부 사격 대회 있는데 직관하러 올래?"

"다음 달이면... 기말고사 끝나고?"

"응, 네가 와서 봤으면 좋겠어."

"어? 내가 뭐?"


잘 안 들려서 정국이한테 귀를 기울였지. 근데 얘가 활짝 웃는 거야. 어리둥절해서 고개 갸웃했는데 귀마개를 톡톡 치곤 빼주는 거야. 나 완전 바보 같았겠다. 정국이가 귀마개 들고선 남은 손으로 내 머리칼 정리해 줬어.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빼빼로1+1

(김사월 - 누군가에게 추천해요)


옥상에서 라면 먹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걸림. 누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놀라서 정국이랑 눈 마주침. 둘이 먹던 나무젓가락 후다닥 내려놓고 작은 창고에 숨었지. 근데 창고에 남은 의자랑 책상이랑 매트랑 잡다한 거 다 있어서 공간이 좁은 거임.

그래도 들키는 거보단 나으니깐 틈 사이에 몸 비집고 들어가서 숨었지. 따로 숨을 시간이 없어서 둘이 걍 붙어서 숨음. 먼지 폴폴 날리는데 숨 참고 경비 아저씨 발 자국 소리에 귀 쫑긋 세우고 숨죽였어. 옥상에 라면 먹던 흔적이랑 간식거리만 남았잖아. 아저씨가 우릴 놓쳤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막 아이, 참나. 그럼서 계단 쪽으로 발걸음 돌리더라고. 그렇게 쭉 가시면 얼마나 좋아? 제발 창고 쪽으론 오지 마라 속으로 외쳤지.

근데 뚜벅, 하고 걸음 멈추더니 창고 쪽으로 오시는 거야. 아, 망했다. 눈 질끈 감았는데 아저씨가 문고리 잡고 철컹철컹, 하는데 문이 안 열리는 거. 열쇠 뒤적이는 소리 들리길래 어떡하지, 하는데 정국이가 괜찮다고 고갤 젓는 거야. 짤랑이는 열쇠 소리 몇 번 내더니 짜증 내면서 가더라고. 긴장이 쭉 빠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정국이 가슴팍에 머리를 툭 기댔어. 공간은 협소하고, 둘만 있어서 조용하잖아. 얘 심장 소리가 빠르게 뛰는 거.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지. 올려보니까 뒤로 최대한 내빼고 있더라고. 귓가가 빨개져선.


"이제 좀 나오지?"

"어, 어. 미안."


정국이는 가만히 있고 내가 옆으로 삐져나왔어. 그제야 정국이도 한숨 돌리는 거야. 나는 창고 문손잡이 잡고 열었는데 이게 안 열려. 힘을 덜 줬나? 싶어서 더 세게 잡고 고릴 돌렸지. 근데도 안 열리는 거야. 정국이가 내 옆에 서더니 잠깐 나와보래. 그래서 뒤로 빠져있었음. 정국이도 문고리 잡고 겁나 열심히 돌리는데 열릴 생각을 안 하는 거. 애가 승부욕이 있는 건지 나중엔 어깨로 문을 쾅, 밀어서 열어보더라. 사격부라 팔 다치면 안 되니깐 말렸지. 그만하라고. 주변 살피는데 마침 내가 나갈 만한 창문이 있었어. 책상 밟고 올라가려는데 정국이가 잠깐만, 하는 거임. 한쪽 발마저 올리려다 내렸음.


"위험해. 내 등 밟고 올라가."

"어?"

"등 밟고 올라가라고. 저번에 발목 다쳤잖아. 이번엔 안 돼."


정국이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거야. 근데 책상이 위로 겹겹이 쌓여있어서 위험하긴 했거든. 그래도 내가 올라가면 안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지. 정국이 생각은 나랑 달랐나 봐. 야, 나 진짜 밟고 올라간다? 그랬는데 어, 한마디 하더라. 걔 등에 빨리 올라타서 창문 열고 팔 쭉 내밀어서 걸치고 상체부터 내뺐지. 밑에서 정국이는 아직 나 받쳐주고 있고. 아래 보니깐 생각 보다 높진 않아서 빠져나왔어. 교복에 묻은 먼지 털면서 아직 건너편에 있는 정국이한테 문 열어준다 하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음. 교무실에 내려가서 친한 윤리 쌤한테 창고에 의자 가지러 간다면서 뻥치고 열쇠 가져왔지.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땀 뻘뻘 흘림. 여름이라 더운 거야. 열쇠 가지고 문 따서 정국이 손목 잡고 데리고 나옴. 얘도 창고에서 더웠는지 땀 좀 흘렸더라. 농구로 운동할 때도 땀 흘리는 거 못 봤는데. 내가 밟은 등 때문에 정국이 양팔 잡고 꾸역꾸역 몸을 돌렸지. 와, 등짝에 내 신발자국 그대로 찍혀서 진짜 더러운 거야. 손으로 털어주는데 자국은 안 지워지잖아. 미안해서 쭈글해 했음. 정국이 내 앞으로 몸 돌리곤 상관없대. 어차피 운동복으로 갈아입을 거라고. 안에 검정 티 입고 있긴 했는데, 나도 양심이 있지. 손 내밀어서 교복 달라고 함.


"교복 주라. 내가 빨아서 내일 가져다줄게."

"괜찮은데."

"네가 내 양말도 빨아줬잖아. 그거 대신이라고 생각해."


정국이 더 군소리 안 하고 교복 벗어서 넘기면서 발목 얘길 하는 거. 교복 받고선 대답했지.


"뛰어내릴 때 발목에 무리 안 갔어?"

"응, 이거 봐. 멀쩡해."


멀쩡해진 발목 쭉 뻗곤 슬리퍼 신은 발로 걔 발을 툭툭 장난쳤음. 정국이는 운동화 신고 있었는데 내가 늘어진 끈 가지고 장난쳐서 풀어진 거야. 묶어주려는데 그냥 내 머리 한번 헝클이곤 자기가 허리 숙여서 묶었어. 그동안 나는 옥상 정리하고 정국이 교복 들고 내려감. 다음 시간 미술이었는데 정국이는 훈련하러 간대. 사격부 훈련실은 한 번도 가본적 없어서 따라가고 싶었음. 계단 내려가면서 졸랐지. 나도 가보면 안 돼? 응? 점심시간 잠깐 남았었거든. 고민도 안 하고 알겠다고 하는 거임. 원래 사격반 애들 아니면 못 들어오니깐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가는 걸로 했지. 우리 학교는 따로 훈련 건물 있어서 그쪽으로 갔음.

실내 훈련실로 들어갔는데 한 명이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었어.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남은 손으로 공기권 총 방아쇠 당기는데 멋있더라. 와... 내가 입 벌리고 홀린 듯이 보니깐 정국이가 앞을 가로막는 거야. 쟤 보지 말고 자기 하는 거 봐달래. 옆에 있으면 귀 아프니깐 뒤에서 있으라는 거야. 

그래서 뒤로 몇 걸음 떨어졌는데 나한테 다시 오더니 귀마개를 씌워줬어. 총소리에 놀랄 수 있으니깐 이거 하고 있으래. 정국이 하는 루틴 궁금해서 살펴보니깐 공기총 새 수건 가져와서 닦고 장전함. 물 한 모금 마시더니 자세 준비하고 한쪽 눈 찡그림.

자기 할 일 하면서 진지하니깐 새로웠어. 아까 정국이 심장소리가 내 심장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쿵, 쿵, 쿵. 정국이 교복 품에 꼭 안고 긴장돼서 집중하는 순간 탕! 한 번 쏘고, 잠시 쉬었다 방아쇠 당기는 거. 생각 보다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음. 정국이가 명중인 거 확인하고선 총 원래 자리에 내려놓는 거임. 그리고 뿌듯해선 나한테 오는 거야. 자기한테 어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멋지구나. 내가 알던 정국이로 안 보였어.


"다음 달에 고등부 사격 대회 있는데 직관하러 올래?"

"다음 달이면... 기말고사 끝나고?"

"응, 네가 와서 봤으면 좋겠어."

"어? 내가 뭐?"


잘 안 들려서 정국이한테 귀를 기울였지. 근데 얘가 활짝 웃는 거야. 어리둥절해서 고개 갸웃했는데 귀마개를 톡톡 치곤 빼주는 거야. 나 완전 바보 같았겠다. 정국이가 귀마개 들고선 남은 손으로 내 머리칼 정리해 줬어.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빼빼로1+1

(김사월 - 누군가에게 추천해요)


옥상에서 라면 먹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걸림. 누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놀라서 정국이랑 눈 마주침. 둘이 먹던 나무젓가락 후다닥 내려놓고 작은 창고에 숨었지. 근데 창고에 남은 의자랑 책상이랑 매트랑 잡다한 거 다 있어서 공간이 좁은 거임.

그래도 들키는 거보단 나으니깐 틈 사이에 몸 비집고 들어가서 숨었지. 따로 숨을 시간이 없어서 둘이 걍 붙어서 숨음. 먼지 폴폴 날리는데 숨 참고 경비 아저씨 발 자국 소리에 귀 쫑긋 세우고 숨죽였어. 옥상에 라면 먹던 흔적이랑 간식거리만 남았잖아. 아저씨가 우릴 놓쳤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막 아이, 참나. 그럼서 계단 쪽으로 발걸음 돌리더라고. 그렇게 쭉 가시면 얼마나 좋아? 제발 창고 쪽으론 오지 마라 속으로 외쳤지.

근데 뚜벅, 하고 걸음 멈추더니 창고 쪽으로 오시는 거야. 아, 망했다. 눈 질끈 감았는데 아저씨가 문고리 잡고 철컹철컹, 하는데 문이 안 열리는 거. 열쇠 뒤적이는 소리 들리길래 어떡하지, 하는데 정국이가 괜찮다고 고갤 젓는 거야. 짤랑이는 열쇠 소리 몇 번 내더니 짜증 내면서 가더라고. 긴장이 쭉 빠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정국이 가슴팍에 머리를 툭 기댔어. 공간은 협소하고, 둘만 있어서 조용하잖아. 얘 심장 소리가 빠르게 뛰는 거.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지. 올려보니까 뒤로 최대한 내빼고 있더라고. 귓가가 빨개져선.


"이제 좀 나오지?"

"어, 어. 미안."


정국이는 가만히 있고 내가 옆으로 삐져나왔어. 그제야 정국이도 한숨 돌리는 거야. 나는 창고 문손잡이 잡고 열었는데 이게 안 열려. 힘을 덜 줬나? 싶어서 더 세게 잡고 고릴 돌렸지. 근데도 안 열리는 거야. 정국이가 내 옆에 서더니 잠깐 나와보래. 그래서 뒤로 빠져있었음. 정국이도 문고리 잡고 겁나 열심히 돌리는데 열릴 생각을 안 하는 거. 애가 승부욕이 있는 건지 나중엔 어깨로 문을 쾅, 밀어서 열어보더라. 사격부라 팔 다치면 안 되니깐 말렸지. 그만하라고. 주변 살피는데 마침 내가 나갈 만한 창문이 있었어. 책상 밟고 올라가려는데 정국이가 잠깐만, 하는 거임. 한쪽 발마저 올리려다 내렸음.


"위험해. 내 등 밟고 올라가."

"어?"

"등 밟고 올라가라고. 저번에 발목 다쳤잖아. 이번엔 안 돼."


정국이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거야. 근데 책상이 위로 겹겹이 쌓여있어서 위험하긴 했거든. 그래도 내가 올라가면 안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지. 정국이 생각은 나랑 달랐나 봐. 야, 나 진짜 밟고 올라간다? 그랬는데 어, 한마디 하더라. 걔 등에 빨리 올라타서 창문 열고 팔 쭉 내밀어서 걸치고 상체부터 내뺐지. 밑에서 정국이는 아직 나 받쳐주고 있고. 아래 보니깐 생각 보다 높진 않아서 빠져나왔어. 교복에 묻은 먼지 털면서 아직 건너편에 있는 정국이한테 문 열어준다 하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음. 교무실에 내려가서 친한 윤리 쌤한테 창고에 의자 가지러 간다면서 뻥치고 열쇠 가져왔지.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땀 뻘뻘 흘림. 여름이라 더운 거야. 열쇠 가지고 문 따서 정국이 손목 잡고 데리고 나옴. 얘도 창고에서 더웠는지 땀 좀 흘렸더라. 농구로 운동할 때도 땀 흘리는 거 못 봤는데. 내가 밟은 등 때문에 정국이 양팔 잡고 꾸역꾸역 몸을 돌렸지. 와, 등짝에 내 신발자국 그대로 찍혀서 진짜 더러운 거야. 손으로 털어주는데 자국은 안 지워지잖아. 미안해서 쭈글해 했음. 정국이 내 앞으로 몸 돌리곤 상관없대. 어차피 운동복으로 갈아입을 거라고. 안에 검정 티 입고 있긴 했는데, 나도 양심이 있지. 손 내밀어서 교복 달라고 함.


"교복 주라. 내가 빨아서 내일 가져다줄게."

"괜찮은데."

"네가 내 양말도 빨아줬잖아. 그거 대신이라고 생각해."


정국이 더 군소리 안 하고 교복 벗어서 넘기면서 발목 얘길 하는 거. 교복 받고선 대답했지.


"뛰어내릴 때 발목에 무리 안 갔어?"

"응, 이거 봐. 멀쩡해."


멀쩡해진 발목 쭉 뻗곤 슬리퍼 신은 발로 걔 발을 툭툭 장난쳤음. 정국이는 운동화 신고 있었는데 내가 늘어진 끈 가지고 장난쳐서 풀어진 거야. 묶어주려는데 그냥 내 머리 한번 헝클이곤 자기가 허리 숙여서 묶었어. 그동안 나는 옥상 정리하고 정국이 교복 들고 내려감. 다음 시간 미술이었는데 정국이는 훈련하러 간대. 사격부 훈련실은 한 번도 가본적 없어서 따라가고 싶었음. 계단 내려가면서 졸랐지. 나도 가보면 안 돼? 응? 점심시간 잠깐 남았었거든. 고민도 안 하고 알겠다고 하는 거임. 원래 사격반 애들 아니면 못 들어오니깐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가는 걸로 했지. 우리 학교는 따로 훈련 건물 있어서 그쪽으로 갔음.

실내 훈련실로 들어갔는데 한 명이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었어.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남은 손으로 공기권 총 방아쇠 당기는데 멋있더라. 와... 내가 입 벌리고 홀린 듯이 보니깐 정국이가 앞을 가로막는 거야. 쟤 보지 말고 자기 하는 거 봐달래. 옆에 있으면 귀 아프니깐 뒤에서 있으라는 거야. 

그래서 뒤로 몇 걸음 떨어졌는데 나한테 다시 오더니 귀마개를 씌워줬어. 총소리에 놀랄 수 있으니깐 이거 하고 있으래. 정국이 하는 루틴 궁금해서 살펴보니깐 공기총 새 수건 가져와서 닦고 장전함. 물 한 모금 마시더니 자세 준비하고 한쪽 눈 찡그림.

자기 할 일 하면서 진지하니깐 새로웠어. 아까 정국이 심장소리가 내 심장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쿵, 쿵, 쿵. 정국이 교복 품에 꼭 안고 긴장돼서 집중하는 순간 탕! 한 번 쏘고, 잠시 쉬었다 방아쇠 당기는 거. 생각 보다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음. 정국이가 명중인 거 확인하고선 총 원래 자리에 내려놓는 거임. 그리고 뿌듯해선 나한테 오는 거야. 자기한테 어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멋지구나. 내가 알던 정국이로 안 보였어.


"다음 달에 고등부 사격 대회 있는데 직관하러 올래?"

"다음 달이면... 기말고사 끝나고?"

"응, 네가 와서 봤으면 좋겠어."

"어? 내가 뭐?"


잘 안 들려서 정국이한테 귀를 기울였지. 근데 얘가 활짝 웃는 거야. 어리둥절해서 고개 갸웃했는데 귀마개를 톡톡 치곤 빼주는 거야. 나 완전 바보 같았겠다. 정국이가 귀마개 들고선 남은 손으로 내 머리칼 정리해 줬어.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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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오늘은 이만 가주면 안 될까."


정국이가 힘들어 보여서 곁에 있어주고 싶었어. 평소랑 분위기가 미지근하고 아파 보이는 거야. 외로워 보여서 옆에 있어줘야 될 것 같았거든. 근데 내가 눈치가 없었나 봐. 양말 받았으면 눈치껏 가면 되는 건데. 미술 학원 가지 말고 옆에 있어야겠다, 생각한 내가 미숙하게 느껴졌어. 가방 챙기고 뒤를 도는데 도저히 발이 안 떨어지는 거야. 고집스런 면 때문인지, 정국이 슬픈 눈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인지. 

그때 현관문에 놓인 우산 두 개가 시야에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정국이가 내 우산 안으로 들어왔던 순간이 생각나는 거 있지. 정국이한테 발걸음을 돌렸어. 소파에 멍하게 앉아있던 정국이가 고개를 돌릴 때, 목을 와락 껴안았어. 위로해 줘야 될 것 같아서. 


"... 여주야?"

"너 기분 안 좋을 때 눈 쳐져 있는 거 알아?"

"......"

"이럴 때 혼자 있으면 더 외롭고, 힘들어."

"......"

"너 나 좋아한다며. 그러니까 밀어내지 마."


​밖에선 다시 비가 내렸어. 지나가는 소나기인지 세차게 내리는 비가 정국이 대답 같은 거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정국이를 혼자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 가만있던 정국이가 조심스레 내 허릴 감싸서 얼굴을 파묻었어.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들리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빗소리에 묻혔어. 맘 편하게 울었으면 좋겠는데 꾹, 꾹 눌러 참는 울음이 서글펐어. 우리는 비가 그칠 때까지 서로를 안고 있었어. 조용한 위로를 건네면서.




+ 형 이미지는요...!

[방탄소년단/전정국] 빼빼로1+1 04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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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렇게 저돌적인 아이인데ㅠㅠㅠㅠ여주보다 큰 정국이가 자기보다 작고 소중한 여주에게 기댔을때의 그 기분은…후ㅠㅠㅠ
2년 전
독자2
아 진짜 넘 잼써서 미쳐버릴지경
2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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