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과 나를 태운 검은 차는 부드럽게 달렸다. 멀지 않은 길을 달렸고 머지 않아 금새 연리지에 도착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서 내렸을 때, 마주한 전정국이 내게 한 말은 " 잘자. " 그 뿐이었다. 그리고 걸어갔다. 어디로? 자기 방으로. 끝? 정말 끝이야? 저게 다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지만 내 두 눈은 저멀리 사라져가는 전정국을 고스란히 담았다. 방금까지 나와 손을 잡고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명료하고 또 서운할 만큼 짧은 인사였다. 갑자기 엄청 다정해진다거나 꿀이 떨어지는 그런 상황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일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섭섭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찌하랴. 내가 서운하고 섭섭하다한들 전정국은 이미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는데. 그래, 졸리겠지, 피곤한거겠지, 라고 합리화를 하려고 해봐도 자꾸만 입이 삐죽 나왔다. 결국 내 방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굳게 닫힌 전정국의 방 앞에서 서서 뱡문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쉽게 변할리가 있나. 한 번 싸가지는 영원한 싸가지다. 세자빈 적응기 05 : 전정국의 벽 아, 배고파. 배고픔은 늦은 밤이 되서야 밀려왔다. 저녁을 먹었다고 말하기엔 먹은게 없었다. 불편한 식사였기에 음식이 넘어갈리가 없었고 눈치를 보기 바빴기에 내 뱃속은 지금 텅 비어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뒤져봐도 도통 먹을만핸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맨날 상궁언니들이 재료을 사다가 새로 요리해먹어서 벌어진 참사였다. 이대로 잠을 자기엔 잠도 오지 않을 만큼 배고픔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 이를 어쩌지 혼자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김태형의 번호를 눌렀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이것도 일은 일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 여보세요. ] " 난데요, 지금 어디에요? " [ 나 잠깐 밖에 나왔는데. 왜 무슨 일 있어? ] " 어? 잘됐다. 나 부탁할게 있는데. " [ 부탁? 뭔데? ] 배고파서 죽을 것 같다고 칭얼댔더니 김태형은 정말 뻘리 돌아왔다. 양 손에는 나의 사랑스러운 식량들, 컵라면과 떡볶이를 들고. 솔직히 말하면 김태형보다는 떡볶이가 더 반가웠지만 그래도 예의상 김태형에게 인사를 하고 같이 먹자고 권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분주한 손길로 포장을 뜯기 시작했는데 좋다고 마주 앉아 같이 먹을줄 알았던 김태형은 의외로 내 제안을 거절했다. 사실 좀 의아하긴 했지만 뭐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나 혼자도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자 김태형은 나를 보고 픽 웃더니 자긴 이제 들어가서 자겠다며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절반 정도 먹은 떡볶이를 두고 컵라면을 뜯어 물을 받아 뚜껑을 닫았다. 나는 컵라면 익는거 기다리는 이 시간이 제일 설레더라. 살짝 배도 찼고 컵라면 냄새도 좋고 아닌 밤중에 넘쳐오르는 흥에 젓가락을 들고 열심히 컵라면을 두드리며 리듬을 탔다. 아, 오늘은 정말 노래방 삘이다. 나를 강하게 유혹하는 노래방을 아쉽게도 외면한채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 전정국이 앞에 서있었으니까. 망부석도 이렇게 쪽팔린 상황에 처해있다가 굳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왜냐, 내가 지금 딱 그만큼, 돌이 되어 굳어버릴만큼 창피하니까. 봤겠지? 다 봤겠지? 아니라고 하기에는 전정국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묻어있어서 양심에 찔렸다. 내 두 눈과 마주친 눈을 몇번 깜빡이던 전정국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왜, 왜 오는건데! 뭐 때문에! 점점 가까워지는 전정국 때문에 혼자 눈에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는데 전정국은 아까의 당황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태연하게 내 옆에 놓인 물병을 들어 컵에 물을 따라마셨다. 컵에 가득 따른 물을 단번에 들이킨 전정국은 컵을 내려놓고 내 맞은편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앉았다. 자리에 앉은 전정국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쭉. 그리고 나에서 떡볶이로, 그리고 컵라면으로 전정국의 시선이 이동했다. 다시 나에게 닿은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 아, 아직 안 잤네! " 아까 방으로 들어간 후에 어떠한 움직임도 없길래 그냥 그대로 자는줄 알았다. 얼굴이 많이 피곤해보였으니까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당하게 내 예상을 깨고 나타난 전정국의 지금 모습은 날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예 나를 관람하겠다는 의지인건지 어느새 턱까지 괴고는 나를 쳐다본다. " 배고팠어? " " 어? ...응. " " 그랬구나. 떡볶이도 먹고, 또 먹는거야? "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정국이 피식 웃고는 ' 많이 먹어. ' 라고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 말이 풍기는 뉘앙스가 ' 이 늦은 시간에 떡볶이로도 모자라서 컵라면까지 쳐먹냐. ' 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설마 그런 의도였겠냐만은 어쨋든 찝찝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먹을지 말지를 망설이다가 컵라면을 식탁 반대편으로 쭉 밀었다. 전정국은 나를 쳐다보다가 제 앞에 놓여진 컵라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 앞으로 젓가락과 숟가락도 같이 놓았다.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이 먹을 것을 갈구하는 눈빛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찌되었던 전정국도 배가 고플 것이었다. 아까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니까. " 너 먹어! " " ... " " 나는 떡볶이도 남았고 이제 배불러. " 배부르기는 개뿔이고 아직 컵라면 하나는 거뜬히 먹을 수 있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전정국에게 내 것을 양보했다. 전정국도 배가 고플텐데, 그걸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불편했으니까. 조금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나는 다시 반쯤 남은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는데 내 앞의 전정국은 컵라면만 물끄러미 바라본채로 미동이 없었다. 의아해진 내가 뭐하냐고 묻자 전정국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한 번도 안 먹어봤어. " " ...어? " " 컵라면, 처음 먹어. " " 뭐? 처음? " 귀를 의심했다. 컵라면을 처음 먹는다고? 아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못해도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 중에 하나가 컵라면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걸 안 먹어봤다고? 얘 진짜 별난 사람이ㄴ... 아, 맞다. 잠시 잊었었는데 새삼 다시 깨달았다. 전정국은 별난 사람 맞지. 대한민국의 세자. 그래, 아주 별나신 분이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 그러니까 이게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받고 기다렸다가 익으면 먹으면 되는건데, 내가 스프랑 물이랑 다 넣었으니까 그냥 먹으면 돼. " " ... " " 여기 이 뚜껑을 열어서 먹으면, " " 나도 알아. " " ... " " 처음 먹어보는거 뿐이지 먹는 방법은 알아. TV에서 많이 봤어. " 뚜껑을 열어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내 손이 닿기도 전에 전정국이 스스로 뚜껑을 쫘악 뜯었다. 내가 해주려고 했는데... 덕분에 무안하게 된 손을 내리고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라면을 한 젓가락 가득 뜬 전정국은 호기심과 약간의 경계심이 섞인 눈빛으로 라면을 훑더니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입에 가득 찬 라면을 오물오물거라며 천천히 씹더니 이내 만족스러운듯 살짝 웃음 지었다.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전정국은 어느새 밝아진 얼굴로 허겁지겁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아까의 초연한 얼굴을 했던 전정국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 내 앞에는 새로운 신문물, 컵라면에 눈을 뜬 철없는 세자저하가 앉아있을 뿐이었다. 전정국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턱을 괴고 전정국의 컵라면 흡입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정국이 내가 준 것으로 기뻐하니까 묘하게 기분이 좋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런게 엄마마음인가. 바쁘게 젓가락질을 하던 전정국이 고개를 들었고 내 눈치를 살피던 그 눈과 눈이 마주쳤다. " 처음 먹는다더니 잘 먹네? 어때? 그렇게 막 정신없이 먹을만큼 맛있어? " " ... " " 컵라면 처음 먹은 소감이 어때? 막 신기해? " 컵라면이 밑바닥을 드러내자마자 내가 물었다. 입가에 번지르르하게 방금 섭취한 라면의 흔적을 남긴 전정국은 그제야 머쓱한지 내 시선을 피했다. 그게 또 웃겨서 내가 웃으니까 전정국이 시선을 고쳐 나를 봤다. 그리고는 제 나름대로 변명이라고 생각한건지, 머리에서 급하게 쥐어짜낸 듯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혹시나 네가 오해할까봐 말하는건데. " " 응. " " 맛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배고파서 그런거야. 아까 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서. " " 응, 그래. " " 처음 먹어서 신기해서 다 먹은 것도 아니야. 음식 남기면 안되니까. 너 배부르다고 했잖아. 그래서 다 먹은거야. " " 그것도 응. " 전정국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내가 자신의 말에 무조건적인 긍정을 취했다는걸 알았으려나. 어쨋든 찝찝한 표정을 짓는 전정국을 보고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 컵라면 말고 다른거 먹고싶은건 없어? " " ...어? " " 그동안 보면서 아, 먹고싶다, 생각했던게 있을거 아니야. " " ... " " 아니면 다른거 하고싶은게 있다던지. " 내 말에 놀랐는지 전정국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멍한 전정국의 표정에 내가 뭘 잘못 말했나싶었다. 하지만 천천히 내가 한 말을 되새겨봐도 전혀 이상한게 없어서, 나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던 전정국은 이내 헛기침을 하고 쭈뼛거리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한 번 먹어보고 싶은 게 있긴 한데... " " 진짜? 뭔데? " " 그 곱창... TV보면 사람들이 술 마실 때 먹는데 맛있어 보이더라. " " 곱창? " " 그냥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포장마차에서 이런 떡볶이랑 순대도 먹어보고싶어. " " 또? " " ...놀이공원도 가보고 싶고, " 대한민국의 세자로 살아온 삶이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을 타고난 그런 사람, 요새 말하는대로 금수저니까. 그런데 요 며칠 내가 보았던 전정국은 답답한 새장 안에 갇힌 작은 새 같았다. 자신을 가둬놓은 곳 안에서 정해진 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지내야하는 작은 새. 어쩌면 전정국에겐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다락방과 같은. 나는 언제부터인가 전정국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 내가 해줄게. " " 어? " " 곱창도 사다주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같이 떡볶이도 먹어줄게. " " ... " " 나 포장마차에서 어묵 15개까지 먹어봤다? 대박이지. " " ... " " 또, 나중에 같이 놀이공원도 가자. 나 놀이공원도 엄청 좋아해. " " ... " " 나랑 다 같이 해. 같이 하자, 꼭. "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이 잠시 흔들리다가 나를 바라봤다. 마주친 시선에 내가 살짝 웃으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전정국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웃음에 마음이 놓였다. 작게나마 전정국에게 위로가 된 것 같아서. 놓인 마음이 기대감으로 변하려던 찰나, 전정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그래. " " ... " " 너는 좋아하는거 다 하면서 살아. " 멍해진 나를 뒤로 하고 전정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 방을 향해 걸어가기전 전정국이 마지막으로 한 말은 단 한글자였다. ' 꼭. ' 꼭 그러라고, 너는 꼭 그렇게 살라고, 내가 못 하는 것까지 너는 다 하라고. 그 한글자에 담긴 말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아서 남겨진 그 말은 차마 외면하기에는 너무 존재감이 컸고 주워들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알겠다는 그 한마디면 됐는데, 얼굴에 조금이나마 기대감을 띄워줬으면 나는 그걸로 충분했는데. 전정국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야속하게도 전정국이 자기 주위에 세운 그 벽은 너무나도 강하고 높아서, 나는 그 앞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알게된 꿀팁 중 하나는 어디에 있던 그 곳의 실세, 그러니까 짱이 누군지 알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얍삽하지만 내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는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것은 연리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쉽게도 이 곳의 짱은 내가 아니었고 그랬기에 나는 연리지의 실세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남모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가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김태형은 제외했다. 김태형이 실세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뭔가 좀 그랬다. 다음 후보는 한동안 나를 기죽게 만들었던 윤상궁님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윤상궁님은 연리지의 엄마같은 존재였다. 빨래, 음식, 청소 어느 것 하나 윤상궁님의 관리를 거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지켜본 결과 윤상궁님을 연리지의 실세로 결론지으려했으나 어느 날 목격했던 것이 내 인식을 바꾸었다. 전정국과 나는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고있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맛있는 음식들에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있을 무렵, 전정국이 탁- 소리와 함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맘에 안드는듯 미간을 구기자 저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던 윤상궁님이 한달음에 우리 쪽으로 달려오셨다. 나는 전정국에게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덩달아 걱정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단순한 반찬투정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두고 웬 반찬투정? 나는 윤상궁님의 눈치를 살폈다. 철없는 전정국의 모습에 나는 전정국이 윤상궁님에게 한 대 얻어맞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윤상궁님은 화나거나 어이없어하는 기색 하나없이 상궁 언니들이 다른 음식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는 전정국에게 죄송하다며, 조금만 기다리라며 웃어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토라진 아들을 달래는 엄마같았다. 그래서 그 순간 깨달았다. 연리지의 실세는 다름아닌 우리 세자 저하셨구나. 그런데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은 멀지 않게 찾아왔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있었던 것이었다. 어김없이 전정국이 게임의 세계에 빠져있던 날이었다. 나는 게임할 때 찾아오지 말라는 그 말이 떠올라 말을 걸지도 못한채 옆에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은 그 순간에 나타났다. 그런 내 옆으로 걸어온 민윤기는 내게 작게 목인사를 하고 단번에 전정국의 앞으로 걸어갔다. ...설마? 하는 그 추측이 무색하리만큼 빠르게 민윤기는 콘센트에 연결되어있는 게임기들을 모두 뽑았다. 순식간에 까매진 화면을 바라보며 멍하던 전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분노에 가득 차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정신이냐,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냐, 혹시 미친건 아니냐 등등, 고래고래 쏟아지는 전정국의 외침을 잠자코 듣고있는 민윤기의 표정은 평온 그 자체였다. 분에 못 이겨 소리치던 전정국은 소리 지르기도 지쳤는지 씩씩거리며 들뜬 숨을 내뱉었다. 그제야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 이제 끝? " 소리치던 전정국도, 지켜보던 나도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드디어 너무나도 강력한 실세를 마주했다. " ...저기요. " " 네, 세자빈마마. " " 어... 그, 그게, " " 네, 말씀하세요 " " 저... 오늘 잠깐만 나갔다와도 될까요? " 아무 감정도 없어보이던 민윤기의 두 눈이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러 감정을 품었다. 의아함도 있었고 당황스러운 감정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경계하고 못마땅해하는 감정도 있었다. 그 눈빛에 순간 움찔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밖에 나갔다오려면 민윤기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가 않는데. " 갑자기 왜... " " 하하, 그러게요. " " 무슨 일 있으십니까. "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어디부터 답을 시작해야할까. 우선 내 친한 친구가 애석하게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뻥 차였고, 그래서 울면서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지금 내 신분은 세자빈이 되어서 연리지에 갇히다싶이 살고있지만 아직 어떤 공식적인 발표가 나기 전이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말하면 안돤다는 것을 알기 전 지난번에 말을 하긴 했지만 그 말은 정말 단 0.000001%도 믿지 않는 눈치라서, 한편으론 다행이기도 했다. 지금은 안된다고 딱 잘라 말은 했지만 지금 친구는 통제불능의 상태라서 너가 안 나온다면 우리 집에 쳐들어가겠다고 단단히 선포했다. 그대로 두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차라리 잠시 나갔다오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구구절절 민윤기에게 다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단 나가면 술을 마시게 될텐데 아무래도 그건 허락해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살짝 요점을 바꿨다. 친구가 많이 아픈데 곁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뭐, 아프긴 아프니까 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픈 곳이 몸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인게 문제지만. " 어떻게... 안될까요? " " 다녀오세요. " " 네? 정말요? 진짜? " " 네. 대신에 태형이도 데려가셔야합니다. " " ...에? " "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오고가실 때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데려가시라는 의미입니다. "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눈만 도르륵 굴리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윤기가 핸드폰을 꺼내기에 급하게 잡아말렸다. ' 제가 말할 테니까 전화 안 하셔도 돼요. ' 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이니 민윤기는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고 꾸벅 목인사를 한 후 나를 지나쳐갔다. 그 자리에 남아있던 나는 핸드폰을 꺼내려다가 그대로 다시 집어넣었다. 민윤기에게는 알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게 얼마만에 하게되는 외출인데, 김태형까지 달고 갈 순 없었다. 아무래도 김태형은 이따 들어올 때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연리지를 빠져나왔다. " 그 새끼 진짜 나쁜놈 아니야? " " 응. 나쁜놈 맞아. " " 그렇게 있는대로 작업은 다 걸어놓고... 어떻게 날 까버릴 수가 있어? 뭐? 다른 여자를 만나? 그럴거면 키스는 왜 했는데! " 민윤기와의 약속을 어기고 혼자 연리지에서 나와 친구를 만났다. 예상대로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는 울분을 터뜨리며 서러움을 토했다. 덩달아 씁쓸해지는 마음에 나도 한 잔 두 잔을 비우다가 친구의 말에 사레가 들릴뻔했다 " 뭐? 키스까지 했어? " " 그래! 키스까지 했는데도 사귀자, 어쩌자 그런 말이 없어서 고백했는데 까였다는거지. " " 와. " "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앞으로 너는 누가 키스해도 그 쪽에서 무슨 리액션이 있을 때까지 아무렇지 않은척 해. 태연하게 자연스럽게. " " ... " " 안 그러면 너 내 꼴 난다. 그거 그냥 한 번 간보는거라니까? " 그 말을 듣고있자니 전정국이 생각났던건 왜인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너무 뜬금없잖아. 아, 모르겠다. 곧 대한민국 전국적으로 품절녀가 될 입장에 누구랑 썸을 타다가 키스를 하게되는 그런 일은 나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머니까. 빠른 속도로 술을 들이키는 친구를 보며 나도 다시 술잔을 채웠다. 친구와는 늦은 시간이 되서야 헤어졌다. 데려다 준다해도 한사코 거절하는 친구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늦었는데 더 늦게 들어간다면 민윤기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한편으로 내 체질에도 감사했다. 같은 술을 마셔도 남들보다 술기운이 늦게 퍼졌기에 아직까지는 조금 몽롱한 정도였다. 이대로 자연스럽게 연리지에 들어가 곧장 방으로 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이제라도 김태형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방 깊숙이 넣어놨던 핸드폰을 꺼냈다. 꽤 오랫동안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제법 쌓여있었다. 그 중에는 스팸 문자도 있었고 엄마의 문자도 있었으며 김태형이 보낸 문자와 부재중 전화도 있었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놀랐던건 전정국이라는 이름으로 걸려온 여러 번의 부재중 전화와 내게 보낸 문자들이었다. 민윤기에게 전정국의 번호를 받아 저장한 후로 한번도 내 핸드폰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름이었다. 처음에는 내 번호를 어떻게 알지 싶었다가 아마 나에게 전정국의 번호가 있는 이유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 김태형이 너 찾아 ]. _전정국 [ 너 어디야. 왜 전화 안 받아. ] _전정국 [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문자 보면 바로 전화해. ] _전정국 바보같이 아- 하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전정국이 날 찾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비록 그 시작이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몇 시간동안 감감무소식이었던 나때문에 마음 졸였을 것은 분명했다. 바로 전화하라는 말에 전화기 모양을 누르려다가 먼저 화면에 뜨는 김태형의 이름에 급히 손가락의 방향을 바꿔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뭐야, 받았어? 너 어디야, 지금? ] " ...아 그게 잠깐 나왔는데. " [ 연리지 나갔다고? 왜? 뭐때문에? 어떻게? ] " 그냥 좀 일이 있어서... 민윤기씨한테 허락 받았어요. " [ 민윤기? 그냥 보내줘? 나 데려가라고 안 해? ] " ...했는데 제가 깜빡... 안그래도 지금 연락하려고 했어요. " [ 깜빡은 무슨. 아무튼 알았어. 그래서 어딘데. 지금 갈게. ] " 아, 여기가 어디냐면 그, " 김태형과 전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말을 멈췄다. 단번에 내 시선을 사로잡은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핸드폰 너머로 김태형의 의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선이 닿은 곳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정국이 생각났다. 같이 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결국 한 손에는 곱창을, 반대쪽 손에는 순대와 닭꼬치, 양꼬치를 가득 들었다. 술기운에 머리가 어지러운 것도 모르고 바쁘게 걸었다. 내닫는 걸음이 가벼웠다. 내가 신이 났던건 선선한 날씨가 좋아서기도 했고 적당히 취한 술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좋아할 전정국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연리지의 대문 앞에 도착하자 김태형의 모습이 보였다.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한사코 내 말을 듣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태형에게로 걸어가다가 눈이 마주쳤고 김태형은 내 눈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내려 내 두 손을 보았다. 바로 앞에서 마주하게 된 그 눈에는고 궁금증이 가득했지만 김태형의 입에서 처음 튀어나온 말은 ' 이건 뭐야? ' 가 아니었다. 나와 가까이 선 김태형은 놀라며 말했다. " 설마 술 마신거? " " 아... 그게 그럴 일이 좀... " " 미쳤네 미쳤어. 민윤기가 너 이러는거 알면 너랑 나랑 둘 다 죽어. " " ...알아요. " " 아이고 진짜. 먼저 들어가. 내가 숙취음료라도 사갈테니까. 아무랑도 마주치지 말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있어. 알았지? " 김태형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태형은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갔고 나 역시 대문을 통해 다시 연리지로 들아왔다. 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갈아신으려다가 살짝 비틀거렸다. 아까부터 머리가 어지러운게 아무래도 이제 술기운이 서서히 돌기 시작하는건지. 게다가 주변이 따뜻해서 더 그런거 같기도 하고. 급해진 마음에 움직임이 커졌다. 덕분에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나고나서야 나는 발끝으로 걸으며 조심스럽게 내 방으로 향했다. 드디어 내 오른쪽 시야에 크나 큰 내 방문이 들어오고 그제야 마음이 놓인 나는 긴장을 풀고 내 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야말로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인 내 귓가에 어떠한 예고도 없이 전정국의 목소리가 닿았다. " 야. " " ...악! " 전정국의 부름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깜짝아. 진짜 애 떨어질뻔 했네. 놀라서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린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내 방과 정반대 쪽에 있는 자신의 방문에 기대고 서있는 전정국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고있는 전정국의 모습에 나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 ...안녕! " " 안녕? " " 아, 아직 안 잤네? " " 아직 안 잤네? " 뭐야, 이건...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전정국 때문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뭐 딱히 할 말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어쨋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입만 꾹 다물고 서있으니까 전정국이 그제야 삐딱하게 기대있던 몸을 세우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순식간에 나와 가까워진 전정국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자 흠칫하며 미간을 구겼다. " ...술? " 아.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며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다고 술냄새가 안 날리는 없겠지만.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보기좋게 마주쳐버려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잘못한게 있어서 눈치를 보는 것도 잊지 않았고. 내 끄덕거림에 전정국은 구겼던 미간을 풀며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술냄새를 싫어하는구나, 생각했다. 술을 마셨나고 물어봤던 것도 그렇고, 미간을 구겼던 것도 그렇고... 밤중에 시끄럽게 들어온 나에게서 술냄새를 맡게 한 것이 미안해졌다. 지금은 미간을 구긴 것도 아니었고 짜증이 섞인 표정도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제 눈치를 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전정국이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라고 말하며 자기 방으로 몸을 돌리려던 찰나 내 목소리가 다급하게 전정국을 붙잡았다. " 미안. " " 뭐가? " " 다음부터는 술 안 마실게. 싫어하는줄 몰랐어. " " ... " " 화나게 해서 미안. " 이젠 눈치도 살피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전정국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럼에도 한참이나 아무 반응이 없길래 살며시 눈을 맞췄다. 시선이 마주한 전정국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 반응은 뭐지. 알 수 없는 그 표정에 나역시 의아함 가득한 얼굴로 전정국을 바라보니 전정국이 말했다. " 화 안 났어. " " ...어? " " 화난거 아니고 술 마시는거 싫어하는 것도 아니야. " " ... " " 말했잖아. 여기서 있어도 너 하고싶은거 다 하라고. " 전정국의 말은 깔끔했지만 내 의문점을 풀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화가 난게 아니라면 그럼 아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던거지. 차마 묻지는 못하고 아까와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전정국을 쳐다봤다. 그랬더니 쭉 나를 보고있던 전정국이 내 표정을 읽은건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대신에 말 하고, 전화 하고 아니면 문자라도 하고. " " ... " " 말 없이 몰래 나가지마. 전화도 꼭 받고 " " ... " " ...걱정했잖아, 연락이 없어서. " 전정국은 무심하게 내뱉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쩌면 제 입장에서는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겠으나 어쨋든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으니까. 한참 얼이 빠져있던 나는 전정국에게서 튀어나온 ' 대답은? ' 이라는 물음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고 나서야 잠시 가출했던 정신을 다시 맞이할 수 있었다. 대답을 들은 전정국은 이제 그만 가서 자라며 다시 제 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도 걸음을 떼려다가 그제서야 내 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황급히 전정국에게로 달려갔다. 방 문 바로 앞에서 나에게 손목을 잡힌 전정국은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그런 전정국에게 나는 내가 들고있던 것들을 건넸다. " 이거. " " ...이게 뭔데? " " 곱창이랑 순대랑 닭꼬치... 아, 양꼬치도 있다. " " ... " " 먹고싶다고 했잖아. 내가 사왔어. 같이 먹자. " 내가 조심스럽게 내민 그것들을 전정국은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아무 대답 없이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있는 전정국 때문에 나는 그의 표정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기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정국의 표정이 어떠하였을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내게 들려온 전정국의 대답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 너 먹어. " " ...어? 그럼 같이, " " 싫어. " " ... " " 난 안 먹을래. " 기분 좋게 받아들 줄 알았더니 돌아오는건 거절의 말이었다. 설마 그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는 멍하게 입도 열지 못하고 서있었다. 그런 멍한 내 시선을 받아내던 전정국은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라는 인사말과 함께 내게 등을 돌렸다. 전정국이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던 그 때, 내가 다급하게 먼저 그를 붙잡았다. " 왜 싫은데? " " ... " " 뭐가 싫어? " " ... " " 전에 먹고싶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왜? " " ... " " 이것들이, 사 온 음식이 싫어? 아니면 지금 먹기가 싫은거야? " " ... " " 어? 대답해봐. 내가 사와서 싫은거야? " 당당하게 전정국을 붙잡았지만 그 얼굴을 바라볼 자신은 없었다. 어떤 대답이던지 상처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대답을 들어야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던지 들어야했다. 정말 이건 아니길 바라지만 맞다면, 혹시 이거라면 지금처럼 전정국을 대하면 안 될 것 같았다. " 그것도 아니면, " " ... " " ...내가 싫어? " 내 목소리가 떨렸다는 것은 몰랐으면 싶었지만 불행히도 예민한 전정국이 그것을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전정국도 내 말에 조금은 놀란 것인지 그 큰 눈을 아까보다 조금 더 크게 뜨고있었다. 내가 묻고싶은 말은 다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정국의 대답이었다. 그 대답에 상처받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어쨋든 나는 전정국의 말을 기다렸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던 소음들도 어느새 사라졌다. 단지 전정국의 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이 주위를 밝혔다. 그 불빛들이 모아진 가운데에 전정국과 내가 서있었다. 가뜩이나 조용한 복도에 무거운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침묵을 깨고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니, 안 싫어. " " ... " " 싫지가 않아서, 내가 너를 싫어하지 않다는게, " " ... " " 나는 그게 싫어. " 그렇게 차가운 말을 내뱉고도 전정국은 내게 ' 잘 자.' 라는 인사를 했다. 등을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가는 전정국의 뒷모습은 매정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튼튼하기만 한 전정국의 철벽은 무너질 줄을 몰랐다. 아무리 두드려봐도 잠시 휘청거릴뿐, 다시 꼿꼿하게 그 기상을 자랑한다. 전정국이 세운 벽 앞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어느새 익숙해졌다는게 슬펐다. 그래도 이쯤되니까 나도 오기가 생겼다. 언제까지나 전정국의 벽 앞에서 서있기만 하지는 않을거니까. 그 벽을 계속 두드리고 두드리다가 문득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았다. 멀리서 바라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벽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을. 철옹성같던 전정국의 벽은, 내게 어떠한 틈도 주지않는 것 같던 그 벽은 어쩌면 알게 모르게 빈틈을 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높지 않은 벽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단단함은 오히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되었다. 무너뜨릴 수 없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면 반대편에 갈 수 있는 남은 방법은 하나다. 벽을 넘어서는 것. 나는 그 벽을 넘어서 저 너머에 있는 전정국을 만날 것이다.
| 태꿍쓰꿍쓰 |
Q. 아니 작가양반, 세자빈 적응기가 두달만이라면서요? A. 넵... 면목이 1도 없지만 그렇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뭐하고 살았길래 이렇게 죽은듯이 있었냐면요. 진짜 말그대로 현실에 치여살았습니다... 예쁜 애들한테 치이고 치이기도 바쁜데 말이죠ㅠㅜㅠㅜㅜ 다 미뤄두고 제 할 일만 하다보니까 시간은 엄청 빠르게 흐르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이렇게 찾아와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긴 할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앞으로도 예전처럼 자주자주 올 수 있을거란 말은 못 드리겠어요... 연재중지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또 글을 올리고 싶어질 것 같아 그것도 못하겠고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가끔씩 찾아뵐것 같습니다ㅠㅠㅠㅠ 미안해요 정말ㅠㅠㅠㅠㅠㅠㅠ 말하다보니까 너무 길어졌네요. 어... 모르시겠지만 제가 이번화에 알게모르게 떡밥을 좀 많이 뿌렸습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달달한 정국이도 어쩌면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 암호닉♡ |
[1화부터 신청해주신 순서입니다!] 인생꾹팅 / 민군주님 / 똥똥이 / 퀚 / 화이트 / 고구마 라떼 / 호두마루 / 초딩입맛 / 비림 / 정콩국 / 항암제 / 꿀떡맛탕 / 이다 / ㅈㅁ / 달님 / 셀럽 / 섹시석진색시 / 뮨딘이이쁘징 / 감자 / 헐마이니 / 92꾸이 / 숩숩이 / 오레오 / 부릉부릉 / 레몬사탕 / 라온하제 / 드라이기 / 세자저하 / 꾸쮸뿌쮸 / 증원 / 토끼풀 / 민트슙 / 감자도리 / 991211 / 뷩꾹 / 복숭아리뮤 / 라이크어스타 / 핫초코 / 브라운 / 딸요 / 꿍디 / 스페셜캔디 / 고대가고싶다 / 조이 / 정닺뿌 / 한탄 / ★샛별★ / 새콤달콤 / 꾹 / 박방탄 / 기베기 / 쀼르륵 / 영이 / 피닝 / 세젤예세젤귀 / 빡찌 / 우주인01호 / 치카초코 / 정구기옵하 / 점점국 / 초슈 / 예화 / 즌증꾸기 / 빅베이비 / 또비또비 / 침침보고눈이침침 / 박뿡 / 메이♡ / 향수 / 멜랑꼴리 / 정구가 / 제인 / 우유 / 라임슈가 / 규짐 / 웃웃웃 / 빠밤 / 꾸치미❤ / 유니 / 삐요 / 순대냠 / 디즈니 / 0207 / 더침☆ / 딸기스무디 / 예닝잉 / 토피넛 / 27cm / 허니쿠키 / 안돼 / 밤비 / 이요니용송 / 민윤기 / 오리 / 꾸꾸야 / 정꾸이 / ♡오렌지♡ / 이리오너라 / 오렌지떡볶이 / 짐짐 / 심쿵 / 리자몽 / 메리미 / 태쮸 / 꿀꾹 / 꾹바라기침침이 / 진라떼 / 슈가맨 / 밍뿌 / 핑슙 / 히동 / 이끼 / 지민꽃 / 살구누나 / 정꾸 / 다람이덕 / 민트초코칩 / 뿅아리 / 탱탱 / 핑쿠핑쿠 / 유융 / 계피 / 태태님 / 비비빅 / 꾸가 / 태권브이 / 나의별 / 꾹꾹이 / 골드빈 / ☆★ / 도손 / 퍼플 / 손가락 / 겨란마리 / 꾸뀌 / 정꾸 / 현지짱짱 / 감자탕 / 박력꾹 / 뷰류륭 / 겨울의꽃 / 잘난 / 헤이호옹 / 뷔켜 / 030901 / 블라블라왕 / 뿝우 / 야호 / 삐리 / out / 마츄 / 태태화꾸기 / 코맘 / 가을 / 두둠칫 / 유쟌 / 슙큥 / 융융 / 포카칩 / 뜌 / 쿠우쿠우 / 츄파츕스 / 뽀로루 / 까만콩♥ / 요괴 / 늉늉기 / 맨날자고싶어 / 당근 / 가액 / 따슙 /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 들레 / 시레 / 전정뱅 / 정국쓰스물인디 / 서영 / ♡♡♡♡♡ / 홉효비 / 국쓰국쓰 / 밍 / 파우더 / 뀰 / 권지용 / ❤침쨔 / 전쿠야 / 제이홉라떼 / 태태태탯 / 비딩 / 다영 / 찐빵 / 비븨뷔 / 어디 / 오징어짬뽕 / 윈디 / 망고 / 2.9 / 꿈빛 / 석진이꾸야 / 재영이 / 내발가락 / 꾸기꾸기 / #미리내 / 0309 / 수저 / 뿡치기뿡 / 슙슙이 / 죠스바 / 랄라 / 정국 / 뿡뿡뿡 / 윤기는슙슙 / 수능대박 / 1 / 여지 / 밀짚모자 / 민트 / 딘딘 / 망개몬 / 딘시 / 사랑둥이 / 꿈틀 / 꼼장어 / 전정국세자빈 / 정국의 정인 / 스케일은전국 / 밤사슴 / 0901 / 인빠 / 추억 / 꽃길 / 충전기 / 몽백 / 페이볼 / 심슨 / 침침참참 / 안개꽃 / 김냥 / 포도가시 / 짝짝 / 녹차빙수덕 / 커피사탕 / 쩌리 / 바나나 / boice1004 / 오하요곰방와 / 1024 / 나비 / 유유유 / 두비두밥 / 라임맛사탕 / 전정꾸기 / 2반♥ / 쩡구기윤기 / 랭짱 / 오전열시 / 골룸 / 1다다 / 침찌 / 빵떡아좋아해 / 릴루랄라 / 진진❤ / 코식이 / 악기무능력자 / 꾸꾸 / 눈사람 / 못먹는감 / 포티아 / 동휘 / 빵빵 / 고슈가 / 태형꽃 / ♥남준이몰래 / 음향 / 복숭복숭아 / 복동 / 곰돌이 / 꽃수박 / 머루 / 미니미니 / 민빠답없 / 딸기샤베트 / 평 / 기화 / 퐁 / 노란포스트잇 / 즌증구기 / 마망 / 자몽현 / 미름달♡ / 작가님워더 / 걱정은 노노해 / 빠삐코 / ☆이빛나는리베 / 융기태태쀼 / 깐돌이 / 듀바 / 즌증국이 / 스케일은 전국 / 현서빈 / 꿈은드림 / 다비듀 / 민투구 / 매직핸드 / 로즈마리 / 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 / 쿠앤크 / 고삼 / 꾸가까꿍 / 막꾹수 / 꾸꾸기 / 폴링 / 아쿠아리움 / 자몽자몽❤ / 아침2 / 민윤슙 / 침침이〈 / 태태스무디 / 채꾸 / 정꾸기 / 보라돌이뚜비나나뽀 / 아킴 / 전.정국 / 토익 / 꾸까꾹 / 아카아카해 / 꾸뀨♥ / 흥흥 / 꾸쭈뿌쭈 / 꿍 / 자몽더쿠 / 오여미 / 지오지오 / 1110 / 선풍기 / 모찌 / 쉬림프 / 우럭우럭 / 독차! / ♡♡♡분홍이불♡♡♡ / 아기물고기 / 청들 / 뚜뚜야 / 긍이 / 정쿠키 / 라푼젤 / 햇살 / 유기농 / 솜구 / 사과슈 / 벚꽃난 / 대장암이지 / 콩콩 / 여름겨울 / 부둥부둥 / 히릿 / 유레베 / 도롱도롱 / 오타 / 하람 / 브라운 / 민윤기군주님 / 고도리 / 빠네빠네 / 에떼뽀 / 둥이 / 찜침찜침 / 이불 / 부산의바다여 / 토깽아 / 보라색 튤립 / 진진 / 청춘 / 정국이랑 / 달밤 / 계란말이@ / 쵸니 / 쿠야 / 1211 / 허니귤 / 하늘 / 999 / 또비또비 / 꾸꾸가 / 밤식빵 / 도비도비❤ / 올림포스 / 지민이바보 / 꽃소녀 / 알파카317 / ❤태꿍망개❤ / 원텔라 / 쁘띠젤 / 태태침침 / 늘품 / 짐니짐니 / 딸기짱짱 / 자몽쥬스 / 꽃다발 / 당근 / ㄴㅎㅇㄱ융기 / 황금쿠키 / 모찌 / 1024 / 긍응이 / 초코아이스크림 / 칸쵸 / 나달 / ㅈㅈㄱ / 0418 / 꾸꾹까까 / 세자꾹이 / 쥬스 / 설탕맛쿠키 / 눈부신 / 계란두뷰 / 레몬 / 교토맨 / 룰라랄라 / 자라 / 미융 / 블리 / 라푼젤 / 모나신 / 8개월 / 별찬 / 라즈베리 / 구름위에호빵맨 / 거창아들 / 바나나킥 / 깡깡 / eeggg / 부라더소다 / 덕홍 / 램프 / 디보이 / 태쁘❤ / 쿄쿄S / 맹공자 / 이블 / 요망개 / 국쓰 / 투정국 / 뱁새 / 박망개 / 정국이마누라 / 단미 / 배고프다 / 리프 / 숭아숭아 / 설날 / 정근 / 온도니 / 태태 / 9495 / 1205 / 자몽자몽♥ / 즌증구기일어나라 / 나니 / 호빗 / 짐니찜니 / 초딩입맛 / 천상여자 / 자판기 / 스위스미스 / 소녀 / 태태한 침침이 / 화양연화 / 정국맘 / 홈매트 / 꾸기안뇽 / 2538 / 박지민 / 쀼쀼 / 2학년 / 메리엘 / 살구잼 / 모찌햄찌 / 프로테아 / 미역 / 라코 / 굥기 / 520 / 또또 / 음이 아예 / VVV / 범블비 / 서입구 / 초코파이오예스♥ / 뷔글뷔글 / 원형 / 양심없는풀 / 592401 / 지민이바보♥ / 봄봄❤ / 양장피 / 곰지 / 미융 / 그린라이트☆ / 승블리 / 석진이시네 / •색소포니스트• / 모지리 / 민윤기천재짱짱맨뿡뿡 / 꼼데 / 슴살아카 / 파랑새 / 태형마마 / 쑥쑥이 / 의겸 / 낙화유수 / 미시적 관점 / 설렘사 / ❤지개매❤ / 두부 / 고꾸기 / #두근 / 1022 / 우렁 / 망개몽이 / 무민 / 민윤기야사랑해 / 0328 / 삐리 / 크왕 / 태태퉤 / 부산 / 정실부인 / 고슈가 / 고다 / 모찌☆ / 윤기상하잇 / 자몽사탕 / 스페셜캔디 / 어른꾹꾹 / 김까닥 / 하와 / 이블 / 미 / 몽슈가슙 / 오징어만듀 / 바나나칩 / 퉁퉁이 / 꾹봄 / 잉잉이 / 가온 / 꾸꾸 / 오월 / 메로르 / 찜꽁❤ / 책가방 / 꾸꾸R / 하늘연달 / 라바 / 배고프다 / 핑몬핑몬핑몬업 / 현이 / 디셈버 / 암호닉을뭘로신청할까나리~ / 김유자 / 맙소사 / 던킨도너츠 / 윤기모찌 / 즌증국 / Flos / 919191 / 사과맛포도 / 물꾸기 / 이마 / 에인젤 / 침침한내눈 / 먹고죽자 / 송송잉 / 뱁새☆ / 둥이 / 와인 / 망개떠억 / 설레임 / 호오비 / 2538 / 다이오드★ / 열원소 / 니나노 / 뽀뽀 / 솜사탕 / 아리아나 / 설탕 / 바람에날려 / 모나신 / 숭아숭아 / 예감❤ / 다이제 / 룬 / 도롱도롱 / 뿌빠빠 / 맴매때찌 / 늘예솔 / 설탕 / 이름점 / 꽃길 / 경국 / 오여미 / 꾸엥 / 꽃집 / 서영 / 싸라해 / 상큼쓰 / 쮸뀨 / ❤마츄❤ / 블루베리 / 택부 / 열음 / 그므시라꼬 / 뿌얌 / 우럭우럭 / 마시멜로 / 룰루랄라 / 조오시 / 북끅곰 / 귀찌 / 귤 / 침치미 / 일릴꾸 / 보라도리 / 섭사 / 고정국 / 꾸루 / 유과 / 녹는중 / 아쿠아 / 유다안 / 74 / 0219 / 공쥬별명 / 아야 / 붕붕이♥ / 징징이 / 가위바위보 / 박여사 / 곰돌이 / 여백 / 이졔 / 사랑아정국해 / 밍꽁 / 램이 / 어그로 / 레모나 / 자몽주스♥ / 목베게 / 곰씨 / 부엉이 / 운전 / ♥♥♥베라생♥♥♥ / 강낭당랑망방상 / 우럭 / 싸라해 / 배이 / 바카0609 / 세꿍 / 예자빈 / 레인보우샤벳 / 만세 / 윌리웡카 / 민윤기다리털 / 팅팅탱탱 / 룰루뢀라 / 너랑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너랑나랑거시기해잉 / 니나니나뇨 / 구르밍 / 폭탄초코 / 젤리 / 공정쟁 / 누누슴 / 220 / 몽백 / 발꼬락 / 백구 / 새벽별 / 뚜르르 / travi / 성인정국 / 슨니야 / 꾸꾸까까 / 햄스터 / 난 석진이꾸 / 좋남자 / 남이 / 새슬 / 또이 / 외딴섬 / 이슙우화 / 정쿠 / 난나누우 / 지호 / 뀼 / 밍밍융기현 / 순대곱창 / 군주님 / 딸기우유 / 비행기 / 세젤냬 / 솔트말고슈가 / 이스트팩 / 아침햇살 / 쀼쀼 / 슈비두밥 / 설 / 616 / 슙맨 / 그예 / 나비야 / 꽃보다윤기 / 요롱공주 / 민트슈 / 생크림짱 / 우니꾸기 / 유후35 / 김냥 / 체블 / 메카둥 / 망고 스무디 / 일일구1 / 콩콩이 / 11월의끝 / 몽유 / 이프 / 젤라또 / 만두짱 / 미키부인 / 계주소년단 / 플랑크톤 / 나냐 / 비니 / 0319 / 꾸깆꾸기 / 봉봉아달려라 / 사랑꾼 / 영덕대게 / 몽또몽또 / 세뇌천사 / 연꽃 / 라임슈가 / 딸기바나나❤ / 포마토 / 나니난다난다요 / 태태마망 / 삐용 / 뷔타민 / 뾰루지 / 꽃치르미 / 밍도 / 섹소포니스트 / 소진 / 예찬 / 액희 / 땁답 / 마운틴 / 빨간불 / 꾸야 / 팥빵 / 빵떡 / 만우 / 라뽀 / 색시 / 짱짱맨뿡뿡 / 돌핀이 / 눈누낮누 / 다뷔켜 / 달빈 / 모서리 / 검주국 / 때때럽 / 뀨꺄 / 뽀로로이다 / 1013 / 꾸기밥 / 머슬마니아 / 천하태태평 / 망고 / 월넛 / 아프지망고 / 818 / 방소 / 산들코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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