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또 평범한 나와는 달리 전정국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인사였다. 일단 그 잘생긴 얼굴이 가장 큰 몫을 했고 뛰어난 운동신경이나 노래 실력도 한 몫을 했다. 처음엔 내가 전정국과 연인 관계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그 아인 너무나도 빛나고 멋졌으니까. 그저 같은 반 친구였다. 학기 초에 전정국과 나는 짝이 되었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특히나 여자애들에게 무뚝뚝하다는 친구들의 증언과는 다르게 나에겐 시답잖은 농담을 던질 뿐더러 꽤나 다정한 말도 건넬 줄 아는 아이였다. 덕분에 나도 조금씩 전정국에게 적응했고 티가 안 나게 뒤에서 나를 챙겨주고 항상 내가 먼저인 전정국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처음에는 나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지만 너희는 사귀는 사이냐. 친구 사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답을 하지 못하다가 내가 좋아한다고 답 한 동시에 정말 무드 없게 "전정국, 나랑 사귀자." 라고 고백했고 그에 전정국은 "그래, 우리 사귀자."라고 답했다.
부제: 멀리서 비춰진 우리의 거리는 잴 수 없을 만큼 멀기만 한데.
겨울방학 내내 눈 코틀새 없이 바빴다. 이제 정말 고3이 된 나와 정국이는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서로가 돕고 도우며 열심히 했다. 공부를 제외하고 남는 시간엔 정국이와 데이트를 하며 방학을 보냈다. 문제집을 붙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풀고 있으면 한숨이 터져 나오다가도 정국이 얼굴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눈을 감았다 뜨니 벌써 새 학기였고 정국이와 난 고3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말이 사실인 건지 고 1때 보다도 훨씬 빠르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3학년 첫 모의고사 날이었다. 모의고사 점수가 곧 나의 수능 점수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한 문제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시험을 다 마치고 책상에 스르르 엎어졌다. 아, 앞으로도 이 생활을 몇 달이나 해야 한다니. 내 인생이 착잡하다. 엎어져있기도 잠시, 답지를 들고 내 시험지에 적힌 답을 하나하나 맞춰보았다. 채점을 하면 할수록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내가 지금껏 받아봤던 점수 중 최악이다. 살면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밤을 새가며 공부한 결과가 겨우 이거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쳤다. 더 이상 학교에 있을 자신이 없어 빠르게 가방을 싸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겨울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더욱 커졌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해봤고 진로 상담도 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정국이는 나에게 너무 조급해 말라며 위로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큰 위로는 되지 않았다. 난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수업 시간에 조금이라도 설명을 놓치면 주변 친구들을 따라가기 어려웠고 벅찼는데 정국이는 타고난 공부머리가 있는 건지 설명대로 곧잘 수업 진도를 따라갔고 응용까지 척척해냈다. 난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이나 할 수 있을지, 지방에는 내가 갈 만한 대학이 얼마나 되지. 라는 고민을 할 때에 정국이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합격할 만한 대학을 간추리는 중이었고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건 오로지 나의 노력에 의해 벌어진 결과임이 분명한데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우울해져만 갔다. 열심히 공부에 열중하다가도 머리를 식힐 겸 정국이를 보면 좋았다. 그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가도 정국이가 별생각 없이 내뱉은 너와 씨씨를 하고 싶다, 같은 과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 등등의 대학 얘기가 나오면 말문이 막혔다. 막연하게 대학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이 경주를 끝내려니 겁이 났다. 정국이가 그리는 미래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할까, 과연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 고3이 나 한명뿐인 것도 아니었지만 세상 고민은 내가 다 짊어진 양 마음이 무거웠다. "서점 간다며, 어디 가." "아... 나 안 갈래. 미안." "뭐야. 무슨 일인데?" 아, 맞다. 나 오늘 정국이랑 서점 가기로 했었지. 까먹어버렸다.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정국이가 서점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나를 보고 걸어와 손을 붙잡으며 물었다. 어디 가냐는 물음에 난 오늘 성적이 뭣같이 나와서 우울하니까 너 혼자 서점 가라. 라는 말을 하기엔 정국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변명거리를 생각하다가 결국 우물쭈물 말을 더듬으며 너 혼자 가라고 손을 쳐내곤 다시 걸어갔다. "말을 해야 알지. 왜 그러는 건데."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미안. 오늘은 너 혼자 가." "어디 아파? 몸 관리 잘 하라고 했잖아, 내가." 오늘은 정말 길을 걷다가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마음에 정국이에게 혼자 가라고 한 거다. 사실은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국이한테 창피하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혼자 걷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피곤하다는 나의 변명에 정말 어디가 아픈 거 아니냐며 걱정을 한다. 며칠 전에도 안 하던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했던 나를 알기에 공부도 공부지만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저 말이 몸 관리 하나 못 하냐라는 말로 들려오는지 모르겠다. 분명 날 걱정하는 말이 분명한데 왜 이렇게 서럽고 슬픈지 이대로 더 있다간 정국이에게 화풀이를 할 것만 같았다. 빨리 보내려고 그냥 집게 가서 쉬면 된다고 했지만 아디가 아픈지 말을 해 보라며 지치지도 않는지 몇 번이고 나를 붙잡았다. "그냥 쉬면 된다니까! 내가 알아서 할께." "... ㅁㅁㅁ." "미안한데 먼저 집 가볼게." "너 진짜 이럴래?" "신경 끄라니까? 내가 알아서 하겠다잖아!" 결국 짜증이 난 나머지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내가 잘 한 게 뭐가 있다고 날 걱정하는 정국이의 말을 끊고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가라고. 신경 끄라는 말을 해버렸다. 말을 하고 아차 싶었다. 내가 정국이한테 뭐라고 한 거지, 아. 하지만 이미 정국이의 표정은 놀람에서 걱정으로, 걱정에서 화난 얼굴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왜 그런지 아무런 말도 안 하는 나 때문에 화날 만도 했다. 얄밉게도 나는 이 와중에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렇게 이중적인 내가 참 미웠고 싫었다. 집에 먼저 가 보겠다고 말한 뒤 먼저 정국이를 등지고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어렵게 뗐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시야가 하얗게 흐려지더니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다.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서럽게 울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걸어갔지만 아랑곳하지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걸어갔다. 제어 못 하고 아무 말이나 막 뱉은 게 후회스럽기도 했고 뭐 때문인지 모를 우울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고3이 너 혼자인 것도 아닌데 유난이냐.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선 유난이 아니었다. 엄마가 나에게 거시는 기대는 매우 컸고 난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했다. 나의 목을 죄여오는 듯한 기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조울증이 있는 사람처럼 기분이 왔다 갔다 했다. 도어락을 풀고 침대에 누워 눈을 질끈 감고 생각을 했다. 정국이가 나한테 정이라고 떨어져서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나 진짜 정국이도 없으면 어떻게 살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조금만 누워있자. 딱 10분만 누워있으려고 눈을 감았는데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멍을 때리며 벽을 바라보는데 순간 핸드폰 알림이 울렸고 부운 눈을 힘겹게 뜨고 핸드폰을 켜자 진동이라 몰랐던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와 있었다. [집 앞에 약 두고 갈게, 꼭 먹어.] [말하기 힘들면 말할 때까지 기다릴게.] 매몰차게 대했음에도 온통 내 걱정뿐인 정국이의 문자를 보자 또다시 울컥했다. 이런 내가 뭐가 좋다고 너보다 나를 더 생각해 주는 거야. 나도 걱정 없이 살고 싶은데 현실이 날 도저히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학교 가자. 늦었어." 어김없이 아파트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정국이를 보고 천천히 걸어갔다. 아무리 크게 싸웠어도 이렇게 어색한 적은 없었는데... 일방적인 나의 짜증이었는데 숨이 막히게 어색했다. 마치 정국이와 처음 만난 날처럼. "몸은 어때. 괜찮아?" "응... 어제보다 나아졌어, 고마워." "아프면 바로 말해." 미안해 정국아. 아픈 게 아니라 한심하게 나 혼자 우울해하는는 거야. 뭐든 잘하는 너와는 달리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내가 너무너무 한심해서 짜증낸 거야.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창피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너랑 너무 비교될까 봐 내가 도망친 거야. "공부는 잘 되가? 수학 막힌다며." "그냥... 그냥 그래. 그 얘긴 하지 말자." 학교로 가는 길에 아침밥을 먹었는데 반찬이 영 아니었네, 어제 오빠가 아이스크림을 훔쳐 먹었네, 엄마랑 싸웠네.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면 정국이가 맞장구를 쳐주는 게 일상이었는데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런 내가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걱정을 해서인지 좀처럼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던 정국이가 입을 열었다. 또 공부 얘기. 순간 너무 짜증이 나서 그 얘긴 하지 말자며 정국이의 말을 끊었다. 정국이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 도착하자 도망치듯이 잘 가라며 인사하고 재빠르게 교실로 들어왔다. 정국이 얼굴을 마주하며 살갑게 인사를 건넬 자신이 없어 손만 대충 흔들고 뒤돌아 걸었다. 수업시간인데도 정국이를 생각하느라 제대로 수업을 듣지도 못 했다. 이젠 정국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반갑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게 권태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같이 있으면 좋아야 하는데 만나기만 하면 나 때문에 싸우기만 하고. 이런 내가 싫증 나지도 않는지 항상 나 먼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난 정국이와 별로 같이 있고 싶지 않다. 복에 겨운 소리일지는 몰라도 내 걱정을 하는 것마저도 지금 내 심정을 헤아릴 수도 없으니 괜히 짜증이 났다. "남준아. 너 오늘 시간 괜찮으면 나 공부 좀 알려주라." "오늘? 난 괜찮은데... 갑자기 왜?" "선생님 설명 들어도 이해 안 가는 게 있어서. 끝나고 앞에 카페 가자." 마침 시간이 널찍한 오늘, 남준이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려고 아까 약속을 잡았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남준이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음료는 내가 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종례가 끝나고 신발을 갈아 신으면서 남준이와 학교 운동장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어색한 기류를 조금이나마 없애보려고 반 얘기와 웃겼던 얘기를 하다 보니 어색한 웃음이 아닌 정말 웃겨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졌다. 오랜만에 터지는 웃음에 익숙지 않았다.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켰는데 정국이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아... 설마 정국이 나 끝나는 거 기다린 건가. 정국이한테 먼저 간다고 연락하는 걸 까먹었네. 어쩌지... [너 어디야. 왜 안 보여.] [미안. 나 오늘 집에 빨리 가봐야 해서.] 고민하다가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대충 둘러대곤 핸드폰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정국이랑 같이 걸어가면 또 예민해져서 싸울 것만 같아서이기도 했고 이런 사소한 약속을 보고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이기도 했다. 빨리 오라는 남준이의 말에 간다며 소리치고 빠르게 걸었다. 정국이가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 오늘 얘기는 저의 고민이기도 하네요..ㅎㅎ 다들 한번쯤은 해본 고민일 것 같아요. 무뚝남 커플도 역시나 그 시기를 겪는 중이예요...ㅎㅎㅎㅎㅎ 글 보고 힐링하시라고 하고 싶은데 글이 이렇게 우중충...ㅜㅜ 다들 시험 화이팅하세요!! 저도 잘 보고 오겠습니다!
우리 모두 시험 치고 봐요ㅜㅜㅜ안뇽 ㅜㅜ --- +) 앗 그리고 혹시나 제 글 메일링 원하시는 분 계신가요? 볼 것도 없는 글이지만 한 분이 원하셔서 여쭤봅니다......흡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전정국] 무뚝뚝한 나와 더 무뚝뚝한 전정국이 연애하는 썰 12 33
9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전정국] 무뚝뚝한 나와 더 무뚝뚝한 전정국이 연애하는 썰 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16/10/a4757b599617b0ebaca8b70be3231d83.jpg)
![[방탄소년단/전정국] 무뚝뚝한 나와 더 무뚝뚝한 전정국이 연애하는 썰 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24/20/817215e6fccca6f845a1c888987c7898.jpg)
![[방탄소년단/전정국] 무뚝뚝한 나와 더 무뚝뚝한 전정국이 연애하는 썰 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24/23/909c6e628ccab8b897b1a121423bbb8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