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 잠깐 어디 다녀올건데 그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집 좀 봐줘.’ 하고 부탁한 느낌이다. 잘 지내면서 편안해지려고 하면 ‘아, 여기 남의 집이지.’ 하고 스스로 깨닫는 그런 상태. 고양이 몸에 잘 적응하는가 싶으면서도 나 사람이였지, 지금은 내 몸이 아니지 하고 정말 이상한 타이밍에 툭툭 머리 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였다. 그걸 정확하게 깨달았을 즈음 아직도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몇 일째 악몽에 시달려 잠을 못잔 상태였다.
같이 사는 고양이가 사람 같은데요. 02
11.
“너, 몇 일동안 이렇게 누워만 있을거야?”
“...야아.”
“기운 좀 차려라. 밥도 안 먹고”
“...먀.”
“...나 작업해야하니까 팔 좀 놔라."
“(꽈악)”
“음, 이따 해야겠네.”
12.
“형, 이거 봐요.”
“?”
“탄이가 나한테 뽀뽀해준다. 내가 좋은가봐”
“야, 작업이나 해. 떨어져.”
“그렇다고 발로 차요?”
“내가 떨어지랬잖아.”
“발로 차면 남준이 아야해.”
“돌았냐?”
13.
“여보세요.”
- 형! 형 집에 남준이형 있어요?
“당장 안 데려가면 죽는다.”
- 이잉, 죽이면 태형이 아야해
“너냐?”
- 엥?
“김남준한테 너무 치명적이여서 때리고 싶은 애교 전파한게.”
- 에엥?
14.
[아파]
“?”
[아파.]
“김남준, 티비 틀어놓고 나갔... 아니네.”
[아파]
“먀아”
“탄이 울음소리였나.”
“...우으으”
“왜 그러고 있어, 아파?”
15.
“형, 의사 쌤이 괜찮다잖아요.”
“얘가 그랬어. 아프다고”
“알았으니까 밥 좀 먹어요. 아주 쓰러지겠어”
“애 아픈 것도 모르고 뒤늦게 병원에 데려갔는데. 내가 어떻게”
[난 괜찮은데, 괜히 나 때문에 안그래도 괜찮은데.]
“?”
[먹고 왔으면 좋겠다.]
“아, 형! 그렇게 다 죽어가고 있는데 애가 일어나서 보면 다시 쓰러지ㄱ...”
“가.”
“네?”
“밥 먹으러 가자고.”
반갑습니다. |
그런 적 있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가 발바닥과 손톱에 크게 상처를 입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고 애교부리고 평소처럼 다름없이 지내다가 손톱 깎아줘야지, 하고 그제야 발을 봤을 때 찾은 상처를 본 느낌이요. 티를 안내요. 그건 지금까지도 여전합니다. 좀 아픈 척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문득 생각나 적어봤습니다.
여러분도 아프시면 꼭 주변에 말하거나 병원에 가세요. 참으면 안 좋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비가 내려서 바람이 찹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저번에 초록글에 올랐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 날 저녁에 계란 두 개 먹었습니다. 그 영광을 여러분께!
아, 참고로 이건 제 개인 생각인데요. 고양이는 뽀뽀라기보단 그냥 입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것 같습니다. 고기 먹은 날만 뽀뽀를 위장해서 냄새를 맡으러 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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