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옅은 외면의 모습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정국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없어 보였겠지만, 정국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라 불리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좋아해야 할 텐데. 태형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초록색 가운에 튀긴 피를 대충 닦아낸 정국이 수술용 장갑을 벗어 간호사에게 건네곤 수술실을 빠져나왔다. 정국이 나오자마자 정국의 팔을 붙잡으며 어떻게 됐냐는 늙은 부부에게 정국은 사람 좋은 미소를 건넸다.
" 잘 끝났습니다. 회복만 잘하시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 아이고, 전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다고 말하는 늙은 부부에게 허리를 꾸벅 숙이고, 유유히 복도를 거니는 정국의 표정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죽일 걸 그랬나. 꽤 미모의 여성이었던 것 같은 환자의 얼굴을 떠올리던 정국이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급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많고, 기회도 많았다.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진 정국이 자리에 앉아 차트를 펄럭이며 넘겼다. 몇 장 넘기지도 않아 발견한 그녀의 신상에 정국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태형을 위한 새로운 선물. 태형에게 제 앞에서 죽어가는 여자의 얼굴이야 어떻게 생겼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국에게는 꽤나 중요한 요소였다. 태형을 위한 여자였지만 자신을 위한 전리품이기도 했으니까. 차트 위에 쓰인 이름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던 정국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떤 얼굴을 좋아하려나, 김 태형 씨는. 새로운 희생양을 고르는 정국은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언제나 술래를 도맡아 하며 오늘은 누구를 잡는 게 좋을지 생각했다. 이 여자를, 아니면 저 여자를.
" 전 선생님, 수술실 호출이에요. "
" 오늘 수술 스케줄은 다 끝난 걸로 압니다만. "
" 그게… 긴급이라고 원장님이… "
아, 씨발. 제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걸치고 있던 흰 가운을 정갈하게 다듬으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정국은 실력 있고, 촉망받는 의사였다. 얼굴이 반반하다는 이유로 병원의 얼굴마담이나 하면 되겠다는 말을 듣던 레지던트 시절을 지나, 정밀한 수술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의사가 되기까지 정국은 쉴 틈 없이 수술실을 전전하며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돈을 많이 벌어서, 어린 시절 속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살기 위해서. 목적이 있기에 달릴 수 있었지만, 너무 힘들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달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됐을 뿐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의사가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에 정국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상태였다. 뒤돌아보기엔 눈앞에 있는 자극이 너무 강렬했고, 새로운 자극이 익숙해졌을 때 의사는 이미 일상이었다. 그저 아름다운 여자의 목을 얻기에 편한 직업. 정국에게 의사는 딱 그 정도의 가치였다
" 다른 선생님들한테 들어가라고 하세요. 오늘 수술 없는 분들 많던데. "
" 전 선생님이 전담하시던 환자분이라서, 선생님이 들어오셔야 한다고… "
" … 몇 번 수술실입니까. "
" 2번이에요. "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 없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간다 해도 부족할 시간이었다. 기계처럼 진료를 보던 권태로운 일상에 태형이 끼어든 이후로 느리게만 흘러가던 정국의 시간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정국은 메스를 집어 들 때부터 생각했다. 그냥 죽일까, 하고. 칼질 한 번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위급한 수술까지는 아니었지만, 환자에게 위험부담이 큰 수술이었다. 그리고 병원은 정국처럼 실력 있는 의사를 잃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정국의 실수에 더 관대했다. 정국과 동기인 다른 의사들에 비해서, 정국은 그들보다 월등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더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국의 뒤에 병원이 있음을 의미했다. 병원은 강했다. 정국의 사소한 실수로 목숨을 잃은 환자들의 입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정국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며, 잘 이용할 줄 알았다.
" 수고하셨습니다. "
수술실에 있던 보조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정국이 수술실을 빠져나왔다. 얼굴까지 여기저기 튄 피가 수술실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 빨갛게 제 존재를 과시했다. 잘 마무리된 수술이었지만 심기가 불편했던 정국이 온갖 장기들을 손이 닿는 대로 들쑤셔 놨기 때문이었다. 다 회복할 때까지 고생 좀 하겠네. 마스크를 신경질적으로 벗어놓은 정국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복도를 지났다.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책상 위에 올려진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가운을 벗어 걸어놓았다.
조용한 집 안에 울려 퍼지는 버튼 누르는 소리에 태형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돌아온 건가. 침대 위에 걸터앉아 제 발을 내려다보고 있던 태형이 문이 열리는 듯한 무거운 쇳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금방 오셨, "
고개를 들자마자 암막을 친 것처럼 까맣게 차단되는 시야에 태형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을 깜빡거렸다. 뭔가에 막힌 듯 답답한 눈 위를 손으로 더듬자 부드러운 천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이번엔 갑자기 왜 눈을 가리는 건지, 시야가 가려지자 덜컥 겁이 나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에 정국이 닿았다.
"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
" 기억 안 나요? "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정국의 옷깃을 손에 쥔 태형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오물거렸다. 검은 천에 눈을 가린 채 입술만 달싹이는 태형을 내려다보던 정국이 태형의 턱을 잡아 새가 부리를 부딪히듯 짧게 입술을 부비고는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재밌는 놀이 해야죠. 가려진 두 눈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정국의 말에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며 아랫입술을 깨무는 태형의 행동은 정국에겐 꽤나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살과 살이 맞부딪힌 곳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멀어지고, 곧이어 묵직한 문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들리는 공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태형이 천 밑에서 커다란 눈을 깜박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내리깔았다. 일 분, 이 분. 시간이 지날수록 둔해지는 시각과는 달리, 다른 감각세포들이 깨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음에도 항상 풍겨오는 비릿한 향이 코를 자극했고, 태형의 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이불의 소리가 태형의 귀를 자극했다.
민망할 정도로 허공에 맴돌던 손을 허벅지에 차분히 가라앉힌 태형이 문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틀어올렸다. 콧대가 높은 탓에 슬그머니 태형의 시야를 밝혀주는 천의 아랫부분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형의 시야로 정국의 하얀 발이 가득 찼다.
" 태형 씨. "
" …네. "
" 어때요? "
" …뭐가요. "
" 눈 없어지면 그런 느낌일 텐데.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
" 허튼수작 부리면, 평생 그렇게 살 수 있어요. "
뽑기엔 아깝긴 한데, 아예 없어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정국이 부드럽게 말을 내뱉으며 태형의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손을 그러잡아 자신의 얼굴을 감싸게 했다. 게임 하나를 할 거예요. …네. 태형 씨가 이기면 힌트 하나 줄게요. 손바닥에 느껴지는 정국의 얼굴 근육을 느끼던 태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지금에야말로 숨어있던 감각들을 되살아나게 해야 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느꼈기에.
" 게임 좋아하죠? "
" …네. "
" 그럼 다행이고. "
태형의 손바닥 아래에서 싱긋 미소를 짓던 정국이 태형을 내려다보며 태형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썩 부드러운 손길에 슬쩍 긴장의 끈을 놓으려던 태형이 제게서 멀어지는 정국에 펄렁이며 크게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지금 제 표정이 어떤 표정인지 맞춰봐요. 갑작스러운 정국의 말에 허공에 휘젓던 팔을 멈춰 세운 태형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 얼굴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맞추라는 거예요. "
" 전 여기서 가만히 있을 거예요. 김 태형 씨가 여기까지 찾아오시면 돼요. "
" …지금 술래잡기나 하자는 말이에요? "
" 제가 게임이라고 했잖아요. "
아, 대신 기어서 와요. 개처럼. 정국의 조롱 섞인 비웃음에 울컥이며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던 태형이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습관적으로 혀를 내어 입술을 축이는 태형의 표정이 볼품없이 구겨져 있었다. 갈팡질팡, 한참을 망설이는 태형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국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바닥에 닿은 무릎이 저릿해질 즈음에서야 태형이 상체를 숙여 손을 바닥에 짚었다. 수치스러웠다. 수치스러움에 비례하게 벌겋게 익은 얼굴을 한 태형의 팔과 다리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대형견처럼 엉금엉금 바닥을 천천히 기어 다니며 큰 방안을 헤매던 태형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국이 손에 있던 묵직한 것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쿵- 꽤나 크게 울리는 소리에 정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기어 다니던 태형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조심스럽게 정국 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태형의 손끝에 따스한 무언가가 닿았다. 정국이 도망이라도 갈까, 정국의 발을 꼭 쥐고 있던 태형이 정국의 발목을 타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국의 종아리를 더듬거리던 태형의 손이 정국의 단단한 허벅지를 살짝 그러잡았다가 정국의 옷가지를 꼭 잡으며 접혔던 무릎을 살짝 폈다. 허리를 곧추세우며 정국의 허리를 쓸어올리는 태형의 눈 위로 정국의 커다란 손이 덮였다. 미세하게 빛이 스며들어오는 아까와는 달리 완전한 암흑상태가 되어 버렸음에도 태형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허리를 매만지던 손을 조금 더 위로,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손을 조금 더 위로. 순차적으로 정국의 몸을 더듬는 태형의 몸은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일어나 있었다. 빨간 입술을 오물거리며 자신의 목께를 슬슬 쓸어내리는 태형의 허리를 한 손으로 끌어안은 정국이 표정을 굳히며 아무 말 없이 태형을 내려다봤다. 태형은 당황할 시간도 없었다. 바르작 몸을 떨며 서로의 가슴팍 사이에 끼워져 있던 팔을 들어 정국의 얼굴을 더듬었다. 부드러운 뺨을 엄지손가락으로 쓸기도 하고, 가만히 감긴 눈 위로 정갈하게 자리 잡은 눈썹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꽤 오랜 시간 동안 정국의 얼굴을 더듬거리던 태형이 목을 타고 쓸어내리며 정국의 어깨에 손을 안착시킨 뒤에 정국이 들릴 정도로 작게 말을 내뱉었다.
" …아무 표정 없어요. "
태형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정국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들어 올려졌다. 혹여나 틀릴까, 조심스레 말을 내뱉는 태형의 입술을 흘끗 바라보던 정국이 눈꼬리가 휘어 접힐 정도로 해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았어요. "
" 힌트 주세요. "
천 밑으로 아른아른 보이는 정국의 하얀 티셔츠를 바라보는 태형의 입가에 자그마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이곳에 들어오고 난 후, 처음으로 보인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정국은 태형의 이런 모습을 사랑했다. 이미 망가진 사람이 아닌, 망가뜨릴 수 있는 사람을 원했기에.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정국을 올려다보는 태형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정국이 태형의 허리를 휘감았던 팔을 풀어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올렸다.
" 우리 딜 할까요? "
딜이라는 말에 바로 고개를 저으며 힌트를 달라고 하는 태형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은 정국이 작게 웃음을 지으며 태형 쪽으로 살짝 상체를 기울였다.
" 역시, 바로 안 넘어오네요. "
" 아, 으으… 아파요. 이것, 좀 놔주세요. "
" 이번 표정까지 맞추면 더 큰 힌트를 줄게요. "
" …어떤, 윽, 힌트요. "
" 김 태형 씨가 그토록 원하는 거요. "
태형은 분명 직감했다. 이번 게임은 분명 자신에게 불리한 판이라는 걸. 그럼에도 이토록 고민을 하는 것은, 분명 정국의 마지막 말 때문이리라.
정국은 어떤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지에 대해 그 사람이 모르는 것까지도 모두 꿰차고 있다. 그것이 정국이 여흥을 즐기는 데에 한몫했을 지도 모른다. 정국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여흥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그것이 정국이 지닌 강력한 무기였다.
" …약속 꼭 지키셔야 돼요. "
태형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정국의 얼굴 쪽으로 천천히 팔을 뻗었다. 정국이 비죽 웃음을 터뜨리며 손아귀에 잡혀있던 물체를 잡아 자신의 얼굴 앞에 갖다 댔다. 태형의 기다란 손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딱딱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태형이 뒤로 나자빠졌다. 바들바들 몸을 떨며 자신의 손가락을 벅벅 문지르는 태형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갔다.
" 으… 아, 그거, 그거 뭐예요. "
" 뭐긴요. 태형 씨가 죽인 사람 표정 정도는 기억해야 되는 게 예의잖아요. "
" 흐, 으… 아아… "
" 이것도 나름의 속죄일 텐데. "
희번뜩 하얀 흰자만 까뒤집으며 정국의 손아귀에 붙들려있는 여자는 여과없는 고통을 그대로 받은 게 역력한 표정이었다. 잔뜩 뒤틀린 눈, 코, 입은 어떠한 표정이라고 딱히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시간 없어요. 정국이 태형의 앞에 앉으며 태형의 손을 그러잡아 여자의 얼굴을 폭 감쌌다. 흐, 으… 아으. 자신의 눈을 감싼 검은 천을 축축이 적셔가는 태형의 잇새로 짐승 같은 울음소리만 새어 나왔다. 태형의 손등에는 정국의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에는 한기가 서린 여자의 뺨이 느껴졌다. 천천히 초를 거꾸로 세기 시작하는 정국의 목소리마저도 집어삼키던 태형이 고개를 세게 내저으며 정국에게 애원하듯 말을 했다.
" 흐윽, 끅… 제가 졌, 어요. 안 할, 흑, 래요. "
정국이 초를 세던 것을 멈추고 태형을 바라봤다. 천 밑으로 눈물길을 만들어내며 무릎을 꿇고, 제게 두 손을 싹싹 비는 모습에 빙긋 웃음 짓던 정국이 여자의 머리를 자신의 옆에 조심히 내려놓고는 태형의 눈물 젖은 뺨을 살살 어루만졌다.
" 제가 예쁜 사람한텐 약하다고 했죠. "
" 흐윽, 흐… "
" 사랑한다고 말해봐요. 힌트 줄게. "
" 으, 흐으…"
" 얼른요. "
정국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태형의 뺨을 쓸었다. 태형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손에 느껴졌던,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딱딱한 감촉이 여전히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허벅지에 손을 벅벅 문지르며 감촉을 지우려는 태형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점점 짙은 감촉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발정이 난 개처럼 발발 몸을 떨던 태형이 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정국의 어깨를 꽉 그러잡았다.
" 끅, 사랑, 사랑해요… 끄윽, 흑… "
태형의 말에 발끝에서부터 전율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정국이 살짝 미소를 띠우며 태형의 입술을 머금었다. 괜찮다는 듯, 태형의 등을 토닥여주던 정국이 서러운 울음을 토해내는 태형의 잇새로 뜨뜻한 혀를 밀어 넣었다. 두려움에 한껏 달아오른 몸만큼 뜨거운 태형의 입안을 거칠게 헤집던 정국이 태형을 안아 올려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며 태형의 티셔츠를 말아 올렸다. 괴로워요? 여자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처음 느껴보는 시체의 이질적인 감각에 몸서리를 치는 태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국의 혀 놀림에 맞춰 정국의 혀를 서툴게 감아올렸다. 이대로 모든 것을 멈춘다면 미칠 것만 같았다. 무언가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태형의 허리를 지분거리던 정국의 손이 느릿하게 더 은밀한 곳으로 내려갔다.
사랑하는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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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
...Hey,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늬? 쓰레긔다! 쓰레긔다! 여러분,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저도, 제 반쪽도 다 시험이 끝났어요. (티슈를 뽑는다) (코를 푼다) 하... 예, 보기 좋게 망했습니다. 그래도 시험이 끝났으니까, 예의상 글은 싸질러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조심스레 싸지르고.
아, 수위... 수위가 조금 많이 아쉽긴 한데... 예, 어쩔 수 없죠. 우리 독자님들 다 순수하시잖아요. 안 그럽니까?
허, 예... 할 말이 많지만... 예,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예쁜 하루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