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뮤즈
아아, 성스럽고도 아름다운. 얕게 뿌리 내린 자리마저도 깊은 전율을 새겨버리는 나의 뮤즈. 멀쩡하던 두 눈을 한 순간에 멀게 만들어버리는 나의 것. 죽은 표정을 짓고서는, 죽은 눈빛으로 살아있는 나를 죽어버리게 만드는 나만의 것. 나를 죽여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비와도 같은 너의 아름다운 손짓으로 죽어있는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영원한 나만의 뮤즈.
자유로운 나비 같아, 내 안에 가두어 두지 않으면 날아 가버리는 영원한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을 죽은 두 눈으로 꿰뚫어 보며,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그늘마저도 구석구석 어루만지는 너는 나의 가슴 왼편에 너만의 주홍글씨를 새겨 넣었다.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긴 나는 수치스러움에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다. 유일하게 나의 주홍글씨의 존재를 아는 너는, 새겨버린 너는 나를 떠날 수 없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너로, 더럽고 추악한 나를 덮어 버린다. 유일하게 너만이 나의 곁에 남아 나의 거친 면을 너의 보드라운 손으로 어루만진다. 어루만져진 나의 거친 면은 매끄럽게 갈려 광택이 난다.
풀린 너의 두 눈이 나를 향하고, 떨리는 너의 입술이 윤기야, 하고 나를 부를 때 마침내 나는 내 안에 타오르는 불길을 느낀다. 그 불길은 커지고 커져, 나를 집어 삼킨다. 나의 모든 것이 뜨거운 불에 삼켜졌을 때, 나는 너를 끌어안는다. 너는 어찌할 도리 없이 뜨거운 나를 감당한다.
“…윤기야, 전시회가 언제라고 했지?”
“다음 달.”
그때까지만 참아. 윤기가 한 손에 쥐고 있던 붓을 고쳐 잡았다. 윤기의 손의 미세한 떨림이 그대로 흰 캔버스에 붉은 선으로 남았다. 아미는 푸른 잔디와 갓 피어난 꽃 위로 누워있었다. 얇고 빳빳한 소재의 짙은 남색의 원피스가 주름 잡혔다. 윤기의 앞에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던 아미가 눈을 떴다.
“움직이지 마.”
“날 그리는 것도 아니면서.”
“널 그리는 거야.”
말을 마친 윤기가 붉은색을 덧칠했다. 윤기의 캔버스에 형태만 갖추고 있던 나비가 색을 얻어갔다. 마침내 붉은 나비 한 마리가 어둠으로 가득 찬 캔버스를 누빈다. 장엄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은 나비가 윤기의 그림을 완성시키고 나서야 아미는 눈을 떴다. 벌써 몇 달째 아미는 같은 장소에서 눈을 감았다. 매일같이 짙은 남색의 원피스를 같은 섬유유연제로 향을 주고 나서야 윤기는 그림을 그렸다. 아미는 당연하게도 윤기의 그림을 완성 전까지는 구경할 수 없었다. 한참을 같은 자세로 누워있던 아미를 윤기가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끼워 넣어 아미를 끌어안았다. 아미는 윤기의 몸에 의지해 균형을 잡고 일어섰다. 윤기는 완성된 자신의 그림을 보라는 듯이 아미의 등을 떠밀었다.
“…미성숙한 나비네.”
“응.”
채 날개를 펼치기도 전인 붉은 나비가 눈에 아른거렸다. 어둠 속에 갇힌 나비가 팔랑거리지 못 했다. 윤기는 아미의 말을 들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아미는 윤기의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 하다, 걸음을 뗐다. 한 쪽 발이 땅에서 떨어져 다른 위치로 무게를 실었을 때쯤, 윤기가 아미의 여린 팔목을 잡아챘다. 아미가 강한 힘에 뒤를 돌았다.
“어디 가.”
“집. 집 가잖아.”
“조금만 기다려. 다 정리 했으니까.”
윤기는 정리하는 동안, 아미의 팔목을 놓지 않았다. 오직 한 손으로 모든 정리를 끝내고 아미의 팔을 이끌며 앞장섰다. 내가 먼저 가지 말랬지, 강압적인 윤기의 말에 아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깨물린 아랫입술을 보며 윤기가 걸음을 멈췄다. 윤기에 힘에 이끌려 걸음을 걷던 아미의 발걸음도 따라 멈췄다.
“대답.”
“…미안해.”
아미의 대답을 들은 윤기가 아미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다시 주민들과 동떨어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전시회 끝날 때까지 찬장에도 손댈 생각 마. 역시나 아미는 입을 앙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 * *
와장창, 기분 나쁜 소리가 집 안을 뱅뱅 돌았다. 하늘에 까만 새벽이 찾아 왔을 때였다. 윤기는 오후에 놓고 온 캔버스를 들고 오기 위해 집에 아미만을 남겨두었다. 집 문은 꽁꽁 잠가 두었기에 안심했던 윤기였다. 캔버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윤기는 자신이 가진 열쇠는 하나임을 깨달았다. 윤기는 달렸다. 채 완벽히 정리되지 않았던 물감이 손에 덕지덕지 옮겨지는 것도 모르고 달렸다. 꽁꽁 잠긴 대문의 자물쇠를 풀고 들어가자 유리투성이인 바닥이 윤기를 반겼다. 윤기는 옆구리에 낀 캔버스를 떨어뜨렸다. 쿵, 모서리와 바닥의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내가 찬장에 손대지 말랬지.”
“화, 화내지마. 윤기야, 화 내지마….”
식탁 의자에 앉아 해맑게 웃는 아미를 보며 윤기가 침을 삼켰다. 목젖이 울렁거렸다. 바닥에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을 피해 걸음을 뗐다. 아미의 손에 들려있는 약을 빼앗아 들었다. 안 돼, 가져가지 마…. 아미가 윤기의 팔목을 붙잡았다. 윤기는 다시 한 번 침을 삼키곤 입술을 깨물었다. 활짝 열린 찬장에 다시 약을 집어넣었다. 높은 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자까지 쓴 것을 보니 간절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찬장의 문을 닫았다. 윤기가 바닥에 버려진 열쇠를 주워들었다. 뒤에선 아미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윤기가 자물쇠로 찬장을 잠가 버렸다.
“내가 전시회 전까지는 참으라고 했잖아.”
“윤기야.”
“내가 전시할 주제는 지금의 네가 아니라.”
“윤기야, 나 이상해, 나, 내가 지금, 윤기야….”
씨발, 윤기가 식탁 의자에 앉아 있던 아미에게로 돌진했다. 아미의 양 볼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웃음 가득한 아미의 입술에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부딪혔다. 아미가 윤기의 목을 감쌌다. 윤기가 그대로 아미의 몸을 끌어안고 식탁에 앉혔다.
네가 풀린 눈으로 나를 부를 때면, 나는 불길에 휩싸여 죽어버리고 네가 주홍글씨를 새겨버린 내가 살아난다. 너는 죽은 눈으로, 원래의 나를 죽이고. 내가 감추고 싶어 하는, 너만 아는 나를 살려낸다. 살아난 나는 성스러운 너를 탐한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너는, 더럽고 추악한 나를 안는다.
윤기가 아미의 목에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아미가 고개를 뒤로 젖히곤 윤기의 찰랑이는 머리칼을 잡았다. 차가운 식탁이 아미의 등과 맞닿았다. 윤기가 아미의 원피스의 앞 단추를 풀었다. 간간이 아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웃음에, 나는 또 이성을 빼앗긴다.
원피스 속에서 윤기가 아미의 허벅지를 손으로 쓸었다. 여전히 풀린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는 아미는 윤기의 이성을 잠식시킨다. 아미가 그대로 윤기의 머리를 당겨 입을 맞췄다. 혀가 얽히는 동안에도 윤기는 아미를 탐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 했다. 아미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고개를 든 윤기가 다시 아미의 목에 이를 박았다.
“윤기야, 간지러워.”
“참아.”
(삭제)
그런 아미의 물기 가득한 부름에 윤기는 자신에게 새겨진 낙인에 감사해했다. 나는 더럽고 추악하기에, 차오르는 죄의식을 무시한 채로 성스러운 그녀를 탐한다. 윤기가 아미의 등을 손으로 쓸었다. 전시회 주제를 바꾸고 싶어. 죽은 척하는 나비 말고, 진정으로 살아있는 나비로.
(삭제)
윤기가 아미의 눈에 입을 맞췄다. 촉촉하게 젖은 눈에 윤기가 낙인을 새겼다. 너는, 나 외엔 무엇도 볼 수 없어. 아미의 긴 머리가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었다. 아미는 손을 뻗어 윤기를 끌어안았다. 아미가 엉엉 울면서 소리쳤다. 윤기야, 윤기야.
“응, 나야. 민윤기.”
“윤기, 윤기야….”
(삭제)
“어디, 어디 가.”
“씻으러.”
아미를 들쳐 맨 윤기가 아미를 커버를 내린 변기에 앉혔다. 욕조에 따뜻한 문을 틀었다. 큰소리와 함께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졌다. 아미는 윤기의 손을 붙잡았다. 키스, 해줘. 아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기가 아미의 뜨거운 입 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눈물의 짠 맛이 느껴졌다. 고르지 못하게 숨을 쉬는 아미에 윤기가 입을 떼어 냈다. 아미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혀로 핥았다.
아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세면대와 이어진 받침대에 손을 올리는 순간 뚜껑이 열려있던 수채화 물감에 손을 올리는 바람에 붉은 물감이 아미의 손에 잔뜩 묻었다. 수채화 물감을 좋아하지 않던 윤기지만, 그 순간만큼은 수채화 물감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미는 풀린 눈으로 잔뜩 비틀거리는 아미가 울상을 지으며 일어섰다. 순식간에 중심을 잃은 아미가 아직도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 욕조로 넘어지려 했다. 윤기가 급하게 아미의 허리를 잡아챘다. 윤기 덕에 천천히 물이 차오르는 욕조로 같이 넘어졌다. 차오르던 물이 밖으로 흘러 넘쳤다. 넘실거리는 물살에 아미의 몸이 흔들렸다.
(삭졔)
(삭제)
또 다시 그녀의 부름이었다. 나는 분명 뜨거운 불길 속임에도 불구하고, 더 뜨거운 것을 찾는다. 가장 뜨거운 불길은 그녀일 터이니.
(삭제)
“진정으로, 살아있는, 나비.”
“그, 그게, 뭔데.”
(삭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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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끌어 오르는 나의 더러운 욕망은 결국 너를 탐한다. 성스럽고도 아름다운 너는 결국 나에게 당하고 만다. 감추고 싶은 내 더러운 욕망이 나를 잠식하고, 숨겨진 나의 이면이 드러났을 때, 너는 나의 이름을 부른다. 윤기야.
나는 결코 너를 거역하지 못 한다. 내가 가둔 나비는 미성숙하다. 성숙해지기도 전에 가두어진 나비는, 미성숙한 그 나비는 한 없이 아름답다. 미성숙하지만, 나보다는 훨씬 성숙한. 그래서 나를 보듬는. 나의 주홍글씨도, 나도 너로 인해 존재한다. 수치심에 가려야만 하는 나의 주홍글씨도 네 안에서는 존중받는다.
어쩌면 나의 세상에 나비를 가두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너의 세상에 가두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뮤즈, 너의 세상에는 내가 있고, 내 세상은 너이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너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너의 세상에 내가 갇혀 있는 것이었으니. 영감이 아닌, 나는 너의 일부분을 가져다 색칠해내고 있었다.
침대로 옮겨 놓은 아미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미는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옆에 앉아 누워있는 자신을 보기만 하는 윤기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미안해, 아미가 약간 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윤기가 손 위로 겹쳐진 손의 새끼손가락을 꼭 잡았다.
“약은 먹지 마….”
“응.”
윤기가 아미의 옆자리에 누웠다. 전시회의 구역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은 척하는 나비와 진정으로 살아있는 나비. 저 밑에 있던 이불을 끌어당겼다. 아미에게 목까지 덮어주고는 다시 제대로 누웠다. 아미야, 아미…. 윤기의 부름에 아미가 윤기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응, 나 여기 있어.
나의 세상, 내 스스로 가두어 버린 나의 세상. 나의 그늘을 알아주며, 나의 그늘을 무시하지 않는다. 성스러운 나의 그녀는 그렇지 못한 나를 불쌍히 여기지도 않는다. 어둠에 갇힌 미성숙한 나비이면서도,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리석은 나를 채찍질하게 한다. 아름다운 나의 그녀 또한, 거친 나의 면을 매끄럽게 갈아버린다. 나의 거친 면을 어루만진 너의 보드랍던 손은 나의 거친 면에 갈려버린다. 나의 면이 매끄러울 때쯤이면 그녀의 보드랍던 손은 만신창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신창이인 손으로 나를 어루만진다. 이제 그녀의 손은 더 이상 갈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은 매끄럽다.
미성숙한 나에 의해, 나비는 성장이 더뎠다. 나비는 혼자 성장하려 하지 않았다. 나를 이끌었다. 죽은 눈빛을 하고 있을 때도, 죽은 표정을 하고 있을 때도. 불길에 타오르는 나를 감싸고 이끌었다. 어리석은 나의 행동을 모두 꿰뚫었음에도, 고작 주홍글씨에도 수치스러워하는 나를 보면서도 너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나에게 날개가 생길 때까지.
결국, 나의 세상에 너를 가두었다고 생각한 것은 틀린 것이었다. 나는 네 세상 안에 살고 있었고, 내 세상은 오직 너였다. 그렇지만 성스럽고도 아름다운 너는 나의 뮤즈이다. 어리석고도 멍청한 나의 곁을 지킨.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었지만 너는 나를 떠나려한 것이 아님을.
아아, 나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그녀. 나의 사랑, 나의 뮤즈.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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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오랜만이에요.. (면목없음)
어쩌다보니 이렇게 늦었..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바쁜 일이 끝나고 난 뒤에는 다른 글을 쓰느라 오지 못 했어요.(핑계)
그 글이 다 써지는대로 오겠습니다!
그리고 삭제된 부분은 표현상 삭제될 것 같아서 삭제된 부분이에요.
야해서 삭제는 아니라는..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께 메일링을 할 생각입니다.
물론 재차 강조하지만 전 그런 부분을 잘 쓰지 못해서
그냥 흘러가는 흐름으로 봐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메일링 받으실 분 없으시면...(눈물) 예 아무튼
이번 편까지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께 메일링을 해드릴 생각입니다.
제가 공지를 새로 올려드리면 그때 메일 달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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