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 라고 묻는 전화에 태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삐졌구나, 미란은 웃었다. 태환은 잠시 입을 열다가, 이내 닫았다. 내가 못살아서야 원, 누나가 다 잘못했어. 큼지막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보다 더 큰 손이 태환의 손 위에 겹쳐진다. …누나- 하고 부르는 태환은 잠시 멈칫했으면서도 말할까 말까하고 고민중이라는 걸 미란은 여태까지 오누이로서의 이름에 알맞게 잘 알고 있다. 왜, 무슨 일 있니? 미란이 태환을 향해 웃는다. 우물쭈물 거리는 태환은, 어느사이 벌겋게 익어버렸다.
“…저기.”
“응.”
“…누나 번호 알아요?” 태환이 본인답지 않게 우물쭈물 거렸다, 야 평소대로 해-라고 말하면서도 수영밖에 모르던 애가 드디어 사랑이라니, 로즈란은 감격스러워 하며 장미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 달콤하구나 장미처럼. 미란은 잠시 태환의 이상형과 비슷한 자신 주변의 선수들을 돌아보다, 고개를 절래절래 지었다. 그럼? 미란은 조금, 아니 매우 궁금했다. 수영에 미쳐있던 소년이 드디어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어떤 고운 소녀일까.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태환에게 다시 되물었다.
“누구?”
“…쑨양이요.” 새빨갛게 익어진 태환의 얼굴이 장미같았고, 장미보다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그녀의 발 빝으로 장미차가 나뒹굴어졌다.
[쑨양태환]
그 사람, 은근 대담합디다. (그 사람 귀여웁디다 번외 & 햐피 추석데이)
w. 네온thㅏ인찡
그날의 키스 이후, 태환은 잠시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으로 벽에 머리를 콩콩 박았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세게 박지 않는 이유는 정말 자신이 그랬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는 그 때의 상황을 오래된 연인처럼 받아드려, 쑨양의 행동에 보답했다. 이 무슨 심리일꼬,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리케인 같은 의미모를 감정에 휘몰아치듯이 쓰러지는 태환의 모습은 제각기다. 당황에 벌게짐에 혼동되는 얼굴에 시뻘건 체리처럼, 또는 조금 파리하되 초록색이 되버린 멍한 풋사과처럼, 태환은 자신이 이렇게 제각기인 표정을 낼수 있는지 또한 몰랐을 것이다.
혼란스럽다. ‘My park’ 이라며 말하며 우상이라고 얼굴을 붉히며 (심지어 태환보다 큰 키에도 그 모습이 잘 어울렸다-라고는 죽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한 녀석과 입맞춤, 을 해버렸다니. 으아! 아 진짜! 태환은 탁자를 쿵, 하고 내리치며 붉어진 손을 보더니 조금 울상이 되었다.
“태환아, 뭐해?”
“…누나” 미란의 손에는 큰 봇짐들이 바리바리 싸져있었다, 누나 피난가? 라고 물으려다가 아까 전 일에 대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태환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태환아 너는 어디 안 가는 거야?
“추석인데 부모님한테 좀 들려.”
“이번에 못간다고 했어.” 마음도 좀 싱숭생숭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껄끄럽네. 태환은 다시 조금 붉어지려는 눈시울을 꾹 참으며 말했다, 누나야 말로 어서 가. 기다리시겠다 부모님들, 내 안부도 전해드리고. 미란이 한숨을 쉬며 다시 문을 닫았다.
“푹 쉬어.” 아니면 몸이나 좀 풀고 있어, 수영장에서. 말을 마친 미란은 살짝 열린 문 또한 굳게 닫고 조금 무거운 짐을 들며 걸어갔다. 발소리가 사라지고 난 후 태환은 문을 열었다. 촌에는 아무도 없다, 추석이라 그런가. 다들 들뜬 모습으로 큰 짐수레들을 이고 가는 것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조용한 곳은 적응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저녁시간은 한참 소리들의 피크를 이룰 시간이다, 아무도 없다.공허하고, 조용해서 태환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휴.” 이렇게 고요한 적막이었으면, 그저 자신도 짐을 싸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거 였는데, 아른아른거리는 부모님과 누나. 모든 게 그리웠다. ‘한낯의 슬럼프일 뿐이다.’ 나이도 많고, 슬슬 퇴물이라고 생각되어가는 이 곳에 아무도 자신의 편에 없다는 존재감, 태환은 위축되어 있었다.
“아.” 놀랐습니다, 거기 있었습니까? 키가 크고 다부진 몸의 남자가 큰 가운을 걸치고 있었으며, 젖은 머리를 이리로 저리로 털고 있었다. 흡사, 강아지 같은 모습같아 보였지만 거대한 키에 모두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그리고 태환을 혼란스럽게 했던 키스의 소년같은 남자가 태환을 향해 말했다.
“…너”
“한국의 명절이라던데, 왜 안가요?” 놀랍게도 이 소년은, 그 때의 수줍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순간의 태환의 얼굴을 일초 안 되게 쳐다보았다니 붉어진 얼굴을 가리려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꽁꽁 싸맸다. 마치 얼굴만 눈으로 되어있는 의문의 눈사람, 얼굴만 동그랗게 이어진 주먹밥처럼, 항상 태환 앞에 서있었다. 지난번에도, 지금에도.
“너는 왜 여기 있는데?” 그러자 갑자기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하던 쑨양의 입이 덜덜 떨린다, 어디 아파? 하고 묻던 태환의 얼굴이 그가 발꿈치를 들어 가까이 오자 어쩔줄을 몰라 하고 있다. Umm, it's..... 말이 꼬이고 눈이 핑글핑글 돌고 쑨양의 마음이 덜컹덜컹거렸다. 곧바로 하강 될 것 같았다, 태환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 만으로 벌게져서는 어쩔 줄 몰라하다니, 그는 자신의 모국어로 자기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바보, 멍청이, 이런 못난 놈. 그가 앞에 있는 데에도 말을 하지 못하다니!
“……그냥요.” 보고 싶었어요.
“뭐야.” 태환은 고개를 돌리려 하자 쑨양이 손을 잡았다. 놓으라니까!
나는,
“ 보고 싶었어요. 정말정말, 포스터 속에서의, 인터넷 사진 속에서의, 기사글 속에서의 태환이 아닌 나와 같이 입을 맞추고, 동의해주고, 얼굴 벌게지고, 말 더듬고,
나를 좋아할… 것 같은, 태환이 보고 싶었어요. 너무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오게 되었어요.”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좋아해요, 당신을, 태환을,” 그때의 입맞춤은 허용 아닌가요? 쑨양이 조금 망설이며 태환의 손을 잡았다. 손목에서 손으로 이동된 그의 큼지막한 손등이 태환의 손등을 덮고 그의 손가락이 태환의 손가락과 얽혀 있었다. 계속해서 벌게지는 이 두 얼굴, 그 사람, 은근히 대단합디다.
“…좋아해.”
“네?” 태환, 뭐라고요? 잠시 쉼 호흡을 하며 태환의 거절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쑨양의 눈이 또한번 번쩍 하고 껌벅였다. 여러번 껌벅임에도 꿈인 듯 현실인 듯 감각이 없어 호접몽을 꿈꾸고 있는 듯 생각했다, 엄청나게 화려하고 일생일대의 더이상 오지 않는 꿈을 쑨양 자신은 꾸고 있는 것 인가, 한국이라 그런지 꿈도 다양하고 새로운 듯 하다. 가장 원하는 대답이지만.
“좋아해, 사랑해.” …wha
“계속 계속, 너만 생각하고 있었어. 항상, 계속, 오늘 하루 종일. 누나한테 눈치 받을 정도로 너를 보고 싶었어, 그리고.” 이렇게 끌어 안고 싶었어. 쑨양에게 잡힌 손의 반대쪽 손이 반동을 이용해 쑨양의 목덜미에 닿았다. …Oh, 태환‥
“꿈이, 아니야.” 태환은 쑨양이 풀어준 (너무 놀라 힘이 풀린) 손을 다시 재확인하듯 움직이더니 쑨양의 목에 양 손을 다 감았다. 아직도 쑨양은 멍한 체로 이제 말조차 더듬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태환이 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 감겨진 팔과 손에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혀온다, 처음찾는 신이시여 이것이 진정 꿈?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처음은 조준을 잘못한 듯 입술과는 조금 떨어진 볼, 그리고 그 다음은 콧등, 마지막으로 입술. 벌게진 얼굴에는 도톰한 입술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살떨리게 야한 영화를 보듯 중요한 장면이 클로즈업되듯, 입술만이 쑨양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사랑해요.” 아무도 없는 공간에 오직 두 남자만의 숨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만이 뛰고 있다. 어릴적 누나가 읽었던 그 소설들과 같이,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렇게 단연코 했던 태환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분이 싱숭맹숭하면서도 피할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좀더 계속,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게된다. 정말 이럴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이상형이나 연예인은 여자였는데, 자신보다 조금 더 큰, 그리고 라이벌이었던.
“나도.”
개구쟁이처럼 웃는 나에게 안식을 줄 수 있는 이 수영선수인 남자가, 마음에 든다.
“태환, 송편을 빚어야겠어요.” 입술을 떼어 몽롱했던 쑨양이 잠시 표정관리를 하며 근엄하게 말을 했다. 웃겨, 어린애같은 얼굴인데.
“왜?”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아이 낳는데요. ” 책에 그렇게 써 있었어요, 한국의 문화에.
“근데 왜 궂이 내가 빚어야 하는데?”
“내가 태환의 사람이니까, 태환이 만든 거 먹고 싶거든요.”
바보구나.
네? 그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남자에게 물었다.
“앞으로 좋아하는 거, 다 해줄 수 있으니까.” 고작 송편 하나에 만족하는 건 아니겠지?
네, 기대할게요. 입가에 미소가 스믈스믈 올라온다, 뻥 뚤려있던 가슴 속에는, 누군가가 심장을 쿵쿵 찍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한국이 좋아요. 하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의 사랑하는 사람이 말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야, 라고.
| 더작가즈세이 클릭클릭 안하면 미워할거에요 |
급하게 쓰다가 자꾸 렉이 걸리는 노트북을 부시려...하다가 피씨방에 가니 화장실을 갔다가 어떤 무개념 초딩아이가 제 자리를 차지해서 싸우다가 졌고, 저 많이 힘들었어요ㅠㅠㅠ좀..ㅠㅠㅠㅠㅠ 미안합니다 여러분, 기다리시는 분들도 슬슬 사라지는 군요. 사랑해요, 봐주시는 분들이라도. 저와 함께 달려가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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