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는 08
-쵸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그들에게.
[우리 동아리는 08]
"나 잘 거니까, 깨우지 마."
"넌 맨날 잠만 자더라? 밤에 뭐하길래."
"...점심되면 깨워."
오늘은 꼭 밝힐 것이다. 민윤기가 맨날 학교에서 잠만 자는 이유를.
잠이 많은 애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민윤기는 항상 피곤에 쩔어 있었다.
꼭 밤만 되면 내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집을 나가니까 분명 뭔가를 나한테 숨기고 있다. 분명히.
근데 또 이상한 건 아침에 눈을 뜨면 민윤기가 먼저 일어나서 아침밥을 하고 있다. 마치 밤에 자신은 나간적이 없다는 듯이 행동을 한다.
더 수상해 보이게 말이다.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자는 민윤기를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었을까 김남준이 나를 불렀다.
"김탄소."
"왜?"
"ㅎ,혹시 뭐 궁금한 거 없어?"
"......"
...갑자기 무슨. 궁금한 거라니.
뜬금없는 물음에 김남준을 이상하게 쳐다보니 김남준이 허공에다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김남준은 알아가면 갈수록 처음과 갭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 은근 허당끼가 넘친단 말이지. 냉졍하고 차가운 애인 줄 알았는데.
"그냥 궁금한 게 있는 것 같아서. 예를 들어. 우리가 수업에 안 들어가도 괜찮은 이유라던가."
"...아."
맞다. 지금껏 동아리실에 있으면서 드는 의문 중 하나가 저거였다.
나도 그렇고 애들도 그렇고 등하교를 동아리실에서만 했으니까.
게다가 빈번하게 외출을 해대고. 바로 어제는 바다에도 갔다 왔으니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됐다.
출석 일수를 채워야지 졸업일 텐데 말이다. 어차피 죽을 거라 졸업은 우리에게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찝찝함이라는 게 있었다.
내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김남준이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우리에게 빽이 있잖아."
"빽? 무슨 빽?"
"김석진이라는 아주 유용한 빽."
김남준의 말에 만화책을 읽고 있던 김석진의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며 김남준의 입을 막았다.
김석진이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걸 처음 봤다. 얼굴이 터질 것 같은 김석진이 난리를 부리면 부릴수록 나의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뭐길래 저러는거지. 곧 김남준이 김석진의 손을 잡아 내렸고 손을 한 번도 씻지 않았냐며 왜 이렇게 짜냐며 불쾌한 표정을 짓고는 김석진을 째려봤다.
이러다간 궁금증을 못 풀고 둘이 쓸데없이 싸울 것만 같아 김남준에게 서둘러 질문을 했다.
"빽이라니?"
"말 그대로야. 김석진네 아빠가 이 학교 교장이거든."
"...뭐?"
교장? 교자앙???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겠지. 내 반응이 부끄러웠는지 김석진이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맙소사. 내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우리 학교의 교장에 관한 얘기를 지나가다가 들은 적이 있어서였다.
우리 학교 교장이 엄청 유명한 기업이 사장이라고. 그래서 돈이 넘치고도 흐른다는 얘기를.
김석진이 부잣집 아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돈 많은 집안인 줄은 몰랐다.
"그래서 우리가 김석진 친구들이니까 수업에 잘 안 들어가도 뭐라고 안 하셔."
"그게 뭐야. 원래 자기 아들이라면 뭐라고 해야 정상 아니야?"
내 지적이 날카로웠는지 김남준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김석진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김석진이 괜찮다는 듯이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렇지. 그게 정상이지. 근데 우리 아버지는 비정상이셔."
"......"
"나에게 신경을 안 쓰시거든."
순간 김석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주친 두 눈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했던 질문을 다시 주워 담고 싶었다. 하여튼 이 입이 방정이지.
궁금증을 못 참는 게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김남준이 큰 소리로 웃으며 김석진의 등판을 퍽퍽 거리며 쳤다.
"하하,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해. 그리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지."
"......"
분위기가 더 숙연해졌다. 이번에는 여기저기서 한숨이 들려왔다.
김태형이 이번 시험도 망했다며 절규를 하며 찡찡거렸다.
그에 전정국이 분위기 파악이나 하라며 한소리를 했지만 정작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자신도 김태형과 별다를 게 없는가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이번에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아서 내용을 아무것도 몰라 걱정이 됐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뿐.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어떻게든 되겠지.
민윤기가 왜 밤마다 나가는지 알아보기나 해야겠다. 곧 시험이라는 걸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
.
별 탈 없이 하루가 마무리되고 집 소파에 앉아서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정국이나 박지민한테 말해서 같이 갈까 생각도 했지만 혼자 가는 게 편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또, 전정국은 그곳에 가야될테니. 쨌든 내가 오늘 하루종일 세운 계획은 이거였다.
잠든 척하고 민윤기 뒤를 미행하기. 간단해보이지만 섬세한 숨기 기술이 필요했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야.
뿌듯하게 웃으며 티비를 보고 있을가 민윤기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어?"
"그냥."
"좋은 일 있어?"
"아니."
고개를 갸우뚱한 민윤기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살짝 웃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계속 그렇게 웃어라. 곧 내가 너의 비밀을 다 파헤칠 테니까! 티비 예능에 나오는 아저씨처럼 사악하게 따라 웃었다.
"벌써 자게?"
"응. 오늘 조금 피곤해서."
"아프면 재깍 재깍 말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알겠어."
저녁을 먹고 민윤기와 같이 소파에 앉아서 후식을 먹는 중이었다.
민윤기의 눈치를 슬쩍 보고 소파에서 일어나니 벌써 자냐며 의아해하는 물음이 들렸고 그에 여배우 뺨치는 연기를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민윤기가 확인하러 내 방에 오겠지? 미리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역시나.
시간이 지나자 민윤기가 내 방문을 열었다. 이제 문을 닫고 나가면 그 뒤를 따라가는 건데 예상치 못하게 민윤기가 내 침대로 걸어왔다.
매우 놀랐지만 침착하게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민윤기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게 눈을 감았어도 느껴졌고 곧 민윤기의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열은 없네. 아픈 건 아닌가보다."
"......"
"넌 제발 아프지마라. 아픈 건 다 우리가 할게."
민윤기가 말을 마치고 내 이불을 다시 정리해준 다음 문을 닫고 나갔다. 와, 나 진짜 눈 뜰 뻔했어.
왜인지 모르게 오묘한 감정이 들었고 민윤기가 손으로 짚은 이마를 다시 내 손으로 짚었다.
아픈 건 다 우리가 한다니. 무슨 뜻일까. 쓸데없는 생각이 들려고 해서 황급히 고개를 젓고 방을 나섰다.
집안에 민윤기가 없는 걸 보니 벌써 나갔나 보다. 서둘러 현관을 열어 벽을 방패 삼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왼쪽에서 느긋하게 걸어가는 민윤기를 발견했다.
다행이다. 멀리 안 갔네. 한숨을 내쉬고 민윤기의 뒤를 따라 밟았다.
.
.
.
서서히 뒤를 밟는 게 지루해질 때쯤, 민윤기의 걸음이 멈추었다. 들킨건가 싶어 전봇대에 몸을 구겨넣었지만 들킨 건 아닌가보다.
한참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민윤기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민윤기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는 거로 봐서 그리 좋은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멀리서도 민윤기의 살벌한 욕설이 내 귓가에 울렸다. 음성 지원이 저절로 되는 기분에 몸을 떨었다.
민윤기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전화를 끊은 지 얼마 안 돼서 검은색의 세련된 자동차가 민윤기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고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무서운 남자들이 민윤기에게 구십 도로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우렁찬 인사에 놀라기도 잠시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리는 것도 잠시 민윤기가 무서운 남자들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
미친 민윤기!! 저 사람들의 반도 안 되는 등치에 한 대 맞고 나가 떨어질까 봐 불안해졌다.
"일 똑바로 안 하지 너희."
"...죄송합니다."
"내가 꼭 두 번 일 해야겠냐?"
저 남자들이 민윤기를 때리려는 기세를 보이면 내가 뛰쳐나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별 도움 안되겠지만 혼자보단 둘이 더 나으니까.
하지만 내 불안함이 무색하게도 남자들이 민윤기에게 더욱더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왔다.
왜, 민윤기에게 저 남자들이 쩔쩔맬까. 설마.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 생각을 부정하고 있는데 민윤기가 차를 탔고 나도 급하게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았다.
"저 검은 색 차 거리를 조금 유지하면서 따라가 주세요."
택시 아저씨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긴 나 같아도 따라가 달라는데 이상하게 보이긴 하겠다.
부탁이에요. 제 친구가 저기 타고 있어서요. 간절하게 말하자 그제야 택시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색 차를 따라갔다.
검은색 차가 점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경로를 바꿔 산길을 올라갔고 곧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차를 멈췄다.
나는 그보다 뒤에 멈춰 돈을 아저씨께 건냈다. 돈을 챙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의도로 아껴놨던 돈은 아니지만.
만만찮게 깨진 택시비에 인상을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택시 아저씨가 나를 붙잡았다.
"아가씨, 위험한 상황이여? 신고해 드릴까?"
"그런 거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차 문을 닫고 나가자 택시 아저씨는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산길을 내려가셨다.
도대체 민윤기는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거야. 한숨을 내쉬고 공터 뒤편에 있는 풀숲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
다행히 모두 분주해 보여서 공터에 들어가는데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공터에는 민윤기와 같이 있던 남자들을 포함해서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민윤기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남자들이 민윤기에게 인사를 했다. 설마 하는 생각이 화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항상 정장 차림으로 어딘가에 나갔다 들어오는 민윤기. 이때껏 모른 척 해왔지만 민윤기가 입었던 새하얀 와이셔츠 끝자락에 늘 검은 피가 묻혀져 있었다.
내가 처음 민윤기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봤던 그 날도. 민윤기 손에 죽어가는 사람이 누구냐며 물어봤었다. 그냥 한 말이 아닐테지. 아마도. 아마 민윤기는.
"왜 이제 오냐."
"알잖아."
민윤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목소리에 그리고, 익숙한 모습에 놀라 생각이 저절로 멈춰졌다.
"그래도 전에보다는 일찍 왔네."
"응. 오늘은 일찍 자더라. 피곤하데."
"뭐야, 어디 아파?"
"아니. 열은 없더라."
김남준. 김남준이었다.
그래? 다행이네. 담배를 입에 물며 웅얼거리듯 말하는 김남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날카롭게 남자들을 쳐다봤다.
그 눈빛에 기가 죽었는지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라했다. 무언가 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김남준도였어? 그렇담 내가 전에 느꼈던 그 위화감들이 전부. 마른 침을 삼키며 민윤기와 김남준을 쳐다봤다.
"데려와."
민윤기의 명령에 남자들이 서둘러 누군가를 데려왔고. 그 남자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배신자가 있을 줄이야. 정보를 아주 잘 빼가셨어. 민윤기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
...쿨럭, 꽤 세게 걷어차였는지 남자가 피토를 하며 바닥에 굴렀다.
그렇게 몇 번 남자를 걷어찬 민윤기가 바닥을 구르는 남자의 머리 체를 잡아 올렸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 안 그래? 민윤기가 그 남자를 보며 살벌하게 웃었다.
내가 아는 민윤기가 아니야. 아니면, 저게 원래의 민윤기인가.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 것보다 김남준은 왜.
"ㅅ,살려주세요."
"보스가 뭐래."
살려달라는 남자를 한참이나 바라본 민윤기가 김남준을 향해 나직하게 물었다.
그에 김남준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말했다.
"뭐겠어."
"......"
"처리."
김남준의 말이 끝나자 민윤기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생각하는 처리와 김남준이 말한 처리가 같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다.
처리라는 말을 들은 남자가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민윤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미친 듯이 살려달라고 빌었다.
"미안, 처리하라네."
"ㅈ, 제발. 제발요.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그러게. 이런 짓을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지. 피 묻히기 싫은데 시발."
"ㅇ, 안돼!!!!"
순식간이었다. 민윤기가 품 안에서 작은 칼을 꺼내더니 계속 빌고 있는 남자를 칼로 찔렀다.
민윤기의 행동이 비 오는 그 날과 오버랩이 되었고 놀란 소리가 새나가지 않게 손으로 입을 세게 틀어막았다.
온몸이 떨려왔다. 민윤기의 새하얀 얼굴에 붉은 피가 튀었고 남자가 쓰러지자 칼을 바닥에 던진 민윤기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뒤처리 해."
"예!"
민윤기가 옷으로 대충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고 뒤를 돌아 김남준과 함께 공터를 나가려고 했다.
그 모습에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뒤를 도는데 내 뒤에 덩치 큰 남자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너무 놀라서 그런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풀숲에 주저앉았다.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머리속에 울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어디서 쥐새끼가 돌아다녀?!"
덩치 큰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거로 내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곧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마 위로 따뜻한 것이 흐르더니 머리가 띵해졌다.
쥐새끼 잡았다!!! 남자가 내 팔목을 잡아 모두에게 소리쳤고 모두 이쪽을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뭐야 설마 김탄소?! 시발, 개새끼들이. 내 귓가로 김남준의 외침과 민윤기의 욕설이 희미하게 들렸다.
그리고 내 기억은 거기까지다.
[에필로그]
오늘은 왠지 자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그래서 계속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민윤기가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그게 너무 신경 쓰여 티비를 끄고 민윤기를 불렀다. 야. 민윤기.
"ㅇ,어? 왜?"
"왜 이렇게 돌아다녀? 나한테 할 말 있어?"
...아니. 어색하게 웃은 민윤기가 소파에 앉았다. 그런 민윤기를 힐끗 쳐다보고 다시 티비를 틀었다.
때마침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해서 그걸 살짝씩 웃으며 보고 있는데 이번엔 민윤기가 나를 불렀다. 야, 김탄소.
"왜?"
"늦었는데 들어가서 안 잘 거야?"
"응."
"...왜?"
"별로 잠이 안 와서."
내 대답에 살짝 당황한 민윤기가 이내 빨리 자야 내일 학교에 간다면서 잔소리를 해댔다.
그게 너무 듣기 싫어서 듣기 싫다고 아아아 거리며 티비 볼륨을 높이니 민윤기가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클여틀였다.
아주 애야. 애. 내가 애를 키우지. 한숨을 내쉰 민윤기가 방으로 들어갔고 곧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어딜 가길래 저렇게 차려입지? 뭐, 여자친구라도 생겼나. 뭘 봐. 내가 빤히 보자 민망했는지 민윤기가 퉁명스럽게 말해왔다.
"어디가?"
"왜 오빠가 어디 가는지 궁금해?"
"...뭐?"
"어쩌냐 비밀이다."
"아니. 방금 너,"
"얼른 자라. 내일 피곤하다 찡얼거리지 말고."
벙찐 체 민윤기를 쳐다보자 민윤기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집을 나섰다.
뭐야, 쟤. 뭐 잘못 먹었나? 아까 민윤기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근데 오늘따라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왜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인지. 티비를 실컷 보다가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시계 바늘이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나저나 민윤기는 어디 갔길래 아직도 안 들어와? 살짝 걱정이 됐다.
때마침 도어락이 열렸고 나랑 눈이 정통으로 마주친 민윤기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시계를 한번 나를 한번 번갈아 보며 쳐다봤다.
"너 여기서 뭐 해. 아직 안 자고."
"티비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
"멍청아. 오늘 학교는 어떻게 가려고."
"나도 몰라."
지금이라도 빨리 자둬. 내가 깨워줄 테니까. 민윤기가 고개를 흔들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나는 보고 말았다.
민윤기의 하얀 와이셔츠에 묻어 있는 피를.
[주저리]
허허. 허허허허허허허ㅓ허허허허허허.
실성했습니다 제가. 하허허허허허ㅓ허허ㅓㅓ허허ㅓ허ㅓ
뭔 내용을 쓴지는 모르지만 일단 질렀어요!
항상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께는 더더욱 감사드려요!
오늘도 브금은 없습니다!
[암호닉 분들♥]
BBD님, 꾸기부님, 윤기나서민윤기님, 김지팡님,
라바님, 용용님, 두준두준님, 오월님,
풀네임정호석오빠님, 눈꽃님, 띠리띠리님, 예현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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