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04
우지호가 화가 났다. 그 이유는 내가 우지호의 폰을 봤다는 이유로…. 자기는 내 폰 마음대로 보면서 무슨 심보일까? 며칠 동안 안재효와 연락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화난 척하며 폰을 보았다. 하지만 안재효의 연락이 오던 곳은 형의 친구들과 단체로 대화하는 곳이었고 유독 안재효가 말이 많을 뿐이었다. 괜히 미안해진 나는 멋쩍게 폰을 놓으며 웃었고 우지호는 화가 났다. 오랜만에 다 같이 술자리 약속을 잡는 도중 보고 싶다 언제쯤 보냐 기대된다 하는 안재효의 이상한 말투 탓에 나쁜 안재효. 결국 우지호 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생겼다.
“미안해”
“아, 좀 건드리지 마"
아니 어깨 살짝 건드렸다고 그렇게 죽일 것처럼 노려 볼 필요는 없잖아…. 솔직히 뚱이 하고 저장돼있는 건 좀 좋더라. 저녁이 되자 오랜만에 바쁘게 외출 준비를 시작한다. 다소 정신 사나워 보이는 집 안. 지호와 형들의 약속이지만 늘 그렇듯 나도 옆에서 준비를 한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나갈 준비를 할 때 아무렇지 않게 물어오는 지호.
“너는 왜 오려고”
“에이”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은 체 어깨를 살짝 툭 치니 표정을 일그러 트리며 “아….” 어깨를 뒤로 뺀다. 솔직히 기분이 별로다. 나가기 전 거울을 보니 이미 내 입은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준비를 끝마친 우리는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아무런 대화가 없다. 엘리베이터가 다 내려가기 전 지호의 볼에 짧게 뽀뽀를 하고는 떼어낸다. 평소 같았으면 표정을 굳히고 있다가도 배시시 풀어져야 하는데 소리가 나지 않게 욕을 내뱉는다. 아니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일그러진 표정과 입술을 닫았다 떼어내는 저 분위기가 분명 욕이다.
“계속 그렇게 삐칠 거야?"
“말 걸지 마”
싫증이 난다는 듯 짜증을 낸다. 자기는 나 샤워하고 있을 때마다 폰 보면서…. 솔직히 너 양아치 상이란 말이야 그래서 더 무서워. 그 말은 마음에 간직해 둔 체 약속 장소로 향한다. 평소에 자주 가던 술집에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우리는 택시에 오르고 택시가 선 곳은 어느 큰 아파트 앞. 아무런 대화 없이 쓸쓸하게 엘리베이터에 올라 10층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하자 먼저 나가는 우지호를 뒤따라 엘리베이터 안을 빠져나왔다. 1001호 벨을 누르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재효다. 나쁜 안재효
곧 문이 열리고 “오랜만이다” 하는 목소리와 함께 보이는 안재효의 얼굴. 나는 먹잇감을 포착한 사냥꾼 마냥 눈에 불을 켜고는 안재효를 째려본다. 예전에 우지호 와 입을 맞춘 사실 또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 우리의 싸움의 원인은 안재효였다. 너 때문이야
“아, 안재효 집이야?”
표정을 일그러 트리며 말하자 우지호는 뒤돌아 "투덜댈 거면 집 가던가” 아니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내 편은 아무도 없다.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낯익은 얼굴들 한 명 한 명 손 인사를 하고는 소파에 앉는 우지호를 따라 옆에 바짝 붙어 앉으니 다시 일어나 멀리 떨어져 앉는 우지호. 대충 사이가 안 좋아 보인다는 것을 눈치챈 경이 형은 왜? 하고 소리 없이 물어온다. 나는 그저 입을 삐죽 내미는 것으로 답을 한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 특유의 또박또박하고 천사 같은 말투의 재효형 목소리. 거슬린다. 항상 비슷하다. 치킨과 피자를 시키고는 남자 6명이서 좁지는 않은 거실에 흝어져 앉아 각자할 일을 하고 있다. 일부러 인지는 몰라도 굳이 다른 자리를 놔두고 우지호의 오른쪽 편에 앉는 안재효. 그리곤 또 특유의 또박또박하고 천사 같은 말투로 물어온다.
“둘이 싸웠어?”
“신경 꺼”
틱틱 대며 싫은 티를 내자 안재효도 말을 걸어오다 결국 입을 닫는다. 그런 말을 해도 지호는 아무런 반응 없이 폰을 만지고 있다. 치킨과 피자가 도착하자 자연스레 술자리가 조성이 된다. 20대 초반이 아닌 내년이면 정확히 20대 중반이 되는 형들과 아직은 20대 초반이라 생각하는 23살의 나. 오랜만에 모이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계획 한 듯 우지호의 옆에 앉는 안재효가 거슬린다. 분명 지호는 경이 형이랑 친했는데 왜 저렇게 안재효 옆에 붙어있지?
“야”
내 왼편에 앉은 경이 형은 귓속에 “싸웠어?” 하고 작게 물어온다. “내가 마음대로 우지호 폰 뒤져서 기분 안 좋아” 그러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었지? 술을 마시지 않는 우지호 와 적당히 취한 안재효는 한참 전부터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열 받아. 친구들 앞이니 참아야 한다 한숨을 쉬며 애꿎은 술잔만 비운다. 시간이 흐르자 점점 머리가 아프고 열이 오른다. 눈이 자꾸만 감기고 옆을 보니 아직도 대화중이다.
“둘이 사귀던가”
지호와 안재효를 포함해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취해버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체 목소리가 커져 삿대질을 한 체 “나만 빼고 비밀 이야기하잖아” 그러자 드디어 오늘 하루 종일 볼 수 없었던 웃음을 짖는 우지호. “왜 내꺼 뺏어가 안재효. 나 너 싫어. 왜 내꺼랑 대화하고 그래….”앞에 있던 과자를 안재효 쪽으로 툭 던진다. 정적을 깨고 한 명이 웃더니 안재효의 집은 어느새 웃음바다가 되었다. 난 심각한데 왜 다 웃고 그래 짜증 나게. 나만 심각하다. 웃고 있던 우지호는 내 손목을 쥐고는 비틀 거리는 나를 배려도 하지 않은 체 어느 방으로 데려가서는 침대에 앉힌다. 침대 위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우리.
“뭐가 불만인데”
“안재효 질투나. 왜 안재효 하고 놀아?”
“잠시 안 만났을 때 3주 정도 재효 집에서 지냈어. 그 얘기했지”
“상관없잖아”
그게 더 기분 나쁘단 말이야. 왜 3주나 안재효랑 같이 잤던 거야? 점점 시간이 갈수록 형들이 왜 웃었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울고 있다 아마도.
“왜 화났어 지호야? 폰 안 만질게 이제”
“야, 그것 때문에 화난 거 아니야. 나도 네 폰 보잖아”
“그럼?”
“화난다고 폰 던져서 고장 났잖아”
내가 던졌었나? 내가 잘못 했었구나.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커플 폰이었는데…. 나는 술에 취해 없는 정신을 붙잡고 무릎을 꿇고는 절을 하였다. 사죄가 담긴 절 이였다. 눈이 감길 것 같아 미치겠는데 지호는 날 다시 일으켜 세우며 강아지 달래듯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나도 강아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호 주인님
“넌 적어도 안재효 보다 잘났으니깐 질투하지 마”
“맞아, 밥도 그래”
“그리고 누가 취하래, 대화가 안 통하잖아”
“밥도 안재효 보다 잘 먹어 내가”
미소를 짓고 있던 우지호가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진짜 강아지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에 머리를 우지호 가슴팍에 비비적 대고는 떨어져 방 안을 빠져나간다. 밥도 나보다 잘 못 먹는 안재효 주제에 과자를 먹고 있다.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잔데. 옆으로 가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뺏어들어 “난 너 질투 안 해. 너보다 내가 훨씬 잘났으니깐”그 후론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뜨자 머리가 심각하게 아프다. 나는 우지호 와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어있고 깨질듯한 머리를 긁적이며 거실로 나서자 모두들 잠에 취해있다. 오랜만에 과음을 했던 탓인지 속도 울렁거린다. 토 할 것 같아.
한참 뒤 형들이 깨어나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우지호 와 대화를 하던 도중 어느세 부턴가 나는 개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방에서 나와서도 계속 강아지처럼 짖으며 안재효를 볼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희한한 주사를 부렸다고, 결국은 우지호가 나를 침대로 끌고 가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하였다. 형들은 그 후로 나를 만날 때마다 술이 취하면 진짜 개가 된다고 놀렸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안재효는 질투가 난다. 나쁜 안재효.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seas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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