蝴蝶之舞나비의 춤 찬열은 마루에 걸터 앉아 풀어진 구두끈을 다시 조여 묶었다. 아닌척 힐끔, 구부러진 자신의 등을 향한 시선이 따가웠다. 그렇게 몰래 보면 누가 모를 줄 아나.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또 건너편 방 안에 숨어 자신의 모습을 몰래 관찰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것이었지만 그때마다 찬열은 모른척했다. 그것이 싫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김 하나없이 잘 다려진 가쿠란을 두어번 털고는, 옆에 놓아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작은 도련님 잘 다녀오시이소! 비질을 하던 하인 하나가 웃는 낯으로 소리쳤다. 찬열은 맞받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대문을 나섰다. 겨울의 냄새가 짙은, 쌀쌀한 봄의 아침이었다. "변백현, 나 다녀올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 듣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이 분명했다. 찬열은 대문께에서 고개를 돌리고는 두어번 백현아, 백현아! 하며 마루를 향해 소리쳤다. 길을 지나치던 사람들 여럿이 찬열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것에도 불구하고 찬열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고요한 마을을 찬열의 고함이 뒤덮었다. 이윽고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짜증돋은 얼굴이 쏙 고개를 내밀었다. "어어, 다칠라. 조심히 와야지."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란이야!" "나 간다. 추우니까 나가지 말고. 저번처럼 몸살이라도 들었다간 혼나." 찬열이 손에 쥔 모자를 흔들며 백현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씩 웃는 얼굴이 재수 없다. 박찬열 미워. 홱 고개를 돌린 백현은 찬열이 떠나간 자리를 힘껏 째려보다 일부러 소란을 피우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학교를 가고 싶었다. 친구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볕 쨍쨍한 날에는 자전거에 올라타 멀리 떠나고도 싶었고 얼음이 두껍게 얼어 붙으면 지칠때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싶기도 했다. 꿈에나 그리던 일이다. 날 때 부터 폐병을 안고 자라났다. 집 밖으로는 끽해야 삼보쯤 나서 봤으려나. 백현은 마지막으로 마당을 벗어났던 기억을 헤집었다. 하나, 둘, 셋. 도대체 몇 년이 지난거야. 손가락을 헤집던 백현은 한 숨을 내쉬었다. 교복을 걸쳐 입던 찬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부럽기 그지 없다. 저 보다 나이도 몇 해나 어린 것이 어느 새 백현의 키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 덕분인지 요새 저에게 형 행세를 하는 것이 안그래도 아니꼬워 죽겠는데, 그 성격이 부드럽고 자상해서 남들에겐 좋은 광경으로 밖에 비치지 않으니 그것이 더 뒤틀리는 것이다. 백현은 그러면서도 얼른 찬열이 돌아왔으면, 하고 내심 바랐다. 혼자서 보내는 하루는 심심했기 때문이다. 좀 얄미워서 그렇지, 그만한 말동무도 없다. 찬열이 남 몰래 백현을 챙겨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저가 부러워 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공부를 핑계로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맛있는 찬이 나오면 은근 슬쩍 저에게 그것을 밀어준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찬열의 앞에서는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열등감에만 푹 절어있는 병신이다. 몸도 못 쓰는데 마음까지 이리 비틀어졌으니, 혹시라도 박찬열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계속 쓸지 말지 고민이네요..ㅠㅠㅠㅠ 반응 봐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니나노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백현] 올가미 712년 전위/아래글[EXO/백현] 올가미 712년 전현재글 [찬열/백현] 호접지무 112년 전[EXO] Q : 범인은 누구일까? (해석 있음) 3012년 전정수정 X 최진리 X blank 백야행 C 512년 전[세훈/종인] S & N 01 1012년 전[EXO/찬열] Make me shine 2412년 전정수정 최진리 물망초 A 212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