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x백현]좋아하고 있어 변백현의 주위에선 항상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경수는 생각했다. 왜인진 잘 모르지만, 가만히 그 아이의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밝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아마도 그 아이의 입꼬리에 항상 미소가 걸려있음이겠지. 백현이 눈꼬리를 찌부러트리며 환히 웃는 순간, 무표정하던 경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 . . 경수가 백현을 처음 봤던 날은 입학식이었다. 입기 싫은 옷을 억지로 입었던 것인지, 제 체구보다 한 뼘은 큰 떡볶이 코트를 입고 서 있었더랬다. 맘에 들지 않는 듯 발갛게 부어 부루퉁한 뺨은 마치 다섯 살 짜리 제 조카 같았다. 기다란 소매로 말간 코를 쓱쓱 훔치더니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는 것도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닌가. 그 날부터, 백현은 경수의 맘 속 작은 공간을 꽉 채워 나갔다. "그래서 x는 y이고..." 백현은 수학 시간마다 눈이 초롱초롱히 빛났다. 영 머리 굴리는 데엔 소질이 없는 것 같다가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사각대며 문제를 푸는 것을 보면 얼추 실력은 있는 듯도 싶다. 한참을 무표정으로 백현을 주시하던 경수가 아, 하며 슬쩍 웃었다. 문제를 풀지 못해 잔뜩 인상을 쓴 백현이 입을 빼죽히 내밀고 끙끙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니까 꼭 백구 같네. 어느새 경수만의 별명이 하나 더 늘어났다. 백구, 멍멍이, 찹쌀떡, 수학요정, 그리고 우리 백현이. 아직, 경수 저는 백현과 말을 나눈 적이 몇 없었다. 자리가 가까울 때 마다 필요시에 오갔던 몇 번의 질문이 그들 사이의 유일한 의사소통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경수는 괘념치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백현도 저를 흘끔 쳐다보곤 했기 때문에. . . . "..도경수가, 나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우물쭈물하던 백현의 한마디에 찬열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뭐? 누우구? 도경수우? 걔가 미쳤냐, 너 같은 칠칠이를 쳐다보게. 잔뜩 놀리는 투로 능얼거리며 백현을 놀리기 바빴다. 아, 씨이. 진짠데. 쟤 맨날 나 쳐다본단 말이야! 진지하게 항변한들 찬열의 유들한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존나 말이 안 되잖아. 쟤가 누구야? 도경수 쟤는 존나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는 애라니까? 중학교때도 그렇고. 존나 예쁜 애들도 뻥뻥 차는 새낀데, 널 뭣하러 쳐다봐?" 일 반에 혜리도 쟤한테 차였다더라 하며 쉴 새 없이 말을 늘이는데 백현은 듣는 척 조차 않는다. 머릿 속이 온통 경수로 꽉 차 있었다. 반듯한 머리, 저와 비슷한 키, 엄청 큰 눈. 그래, 그 눈은 분명 저를 향하고 있었다. 슬쩍 경수의 자리를 쳐다 볼 때마다 처음 보는 미소를 짓는 그 눈과 항상 마주쳤더랬다. 새카맣고 큰 눈은 정말로 너무 커서 그 속에 담긴 제 모습이 다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경수의 두 눈 속의 제 모습을 마주할 때 마다, 심장이 개구리가 된 것 같았다. 어느덧 정신을 차린 백현은 망상에서 벗어나 찬열을 내치고 고개를 돌렸다. 아, 또 마주쳤다. 심장이 팔딱팔딱 뛴다. 안돼, 요 개구리야. 쉿, 조용히 해야 해. . . . 경수는 슬그머니 제 책상 위로 올려진 손가락을 응시했다. 점이 콕 박힌 손가락. 주인을 닮아 그런지 앙증맞아 보이기만 한다. 경수의 옆자리에 백현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둘은 짝이 되었다. 둘의 미묘하고 간지러운 분위기도 그 쯤부터 시작된 듯 싶다. 고 나이대의 사내애들이 그렇듯 둘은 꽤나 쉽게 친해졌다. 말랑말랑한 감정은 우정도 뭣도 아니였지만, 둘은 그저 좋았다. 둘의 사이를 사랑으로 바꿀 열쇠는 경수에게 있었다. 마냥 좋기만 한 백현은 두루뭉슬해 본인의 감정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가슴 안에 작은 개구리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었구나 하고 마는 것이다. 책상 아래로 손을 잡고 간질거리는 장난을 칠 때 마다, 경수는 그 개구리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고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그맣게 펴진 백현의 연습장. 경수는 그 위로 사각대며 연필을 눌렀다. 백현은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고, 경수는 자신만의 연인을 한 번 쓰다듬고 일어섰다. 백현이 일어났을 땐, 그가 자신만의 연인이 아니게 되었으면. 경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백현이 하품을 길게 하며 허리를 바로 세웠다. 졸려 죽겠어요 하는 표정으로 눈을 비비작댄 백현은 한숨 잤으니 학업에 열중 해 보려는 맘으로 연필을 꼭 쥐었다. 그리고 시야에는 제 연습장. 꾹꾹 눌러 써 못생긴 경수의 글씨. '좋아하고 있어' '음악실' 한참을 멍하니 글씨를 보던 백현은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박차고 일어나 나갔다. 헉헉, 숨이 차게 달렸다. 그리고 큰 눈동자 속의 저를 마주했다. 경수다. 나도 경수, 너를.. "..좋아하고 있어, 경수야." 때로는 단순한 고백이 화려한 언변보다 더욱 진심을 울리는 법이다. 바로 지금, 경수와 백현처럼. *** 드디어 다 옮겼네요! 전 아이디(필명)에서 글을 다 옮겼습니다 이미 이 글을 보신 분들도 계실거에요! 앞으론 이 필명에서만 글 쓸 예정이니 여기서 봐주세요! 댓글 달면 포인트가 돌아온다카더라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