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번호가 적힌 종이를 찢어버리지도 못하고 대충 구겨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아 나도 몰라. 나중에 생각하자.
"반가워요."
그나마 이번엔 좀 멀쩡한 사람이라 안심이 된다. 이 사람도 외국인인가? 한국인같기도하고?
혹시 친구년이 말한 나난가 뭔가하는 인간이 이 사람?
'나나?'
"...나나?"
'나나 아니예요?'
"아.. 푸흡.. 혹시 니니를 말하는거예요?"
니니? 데이터를 끈채 카톡을 확인해보자 니니라고 적혀있다. 아 이름을 잘 못 알았구나. 이래서 팬이 아니란걸 들킨건가?
어쨌든 이름도 알았고 이 남자가 나난지 니닌지가 아닌걸 알게되었으니 싸인을 받으려 앨범을 내밀었다.
"재밌으신 분이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차ㅇㅇ'
"네 차ㅇㅇ씨. 다음부터는 헷갈리면 안돼요~"
이번엔 허탈할정도로 싸인이 빨리 끝났다. 이렇게 쉽게 얻으니까 이거 나름대로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빨리 받은게 어디야. 얼른 다 하고 집에가서 선짓국이나 얻어먹고 잠이나 자야지. 응. 아 벌써부터 설렌다.
"근데 진짜 이름은 뭐예요? 종이에는 왜 쓰는거고?"
그래. 웬 일로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 잠시나마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그래도 이번엔 싸인을 미리 받은터라 대충 넘기고 가자는 생각이 내 머리를 휩쓴다.
"말하기 귀찮으니까요."
싫다는 티를 팍팍내며 쳐다보자 뭐가 그리 웃긴지 쌍커풀없이 찢어진 눈매를 휘며 방정맞게 웃는다. 이사람 한국인이네.
참기힘든지 테이블마저 두드리며 웃어대는 통에 살짝 미친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쉽게 싸인을 해줬기에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줬다.
조금 미치면 어때. 알아서 잘 살겠지.
"푸흡..큭큭.. 저희 팬 아닌건 알겠는데 너무 당당한거 아니예요?"
"아닌거 알면 그냥 보내주세요. 아직 싸인받을 사람이 반은 더 있거든요."
"푸하핫! 하하하! 끕.. 큭큭.."
정정한다. 이 남자 그냥 미친거다.
미친듯이 웃는 모습이 나도 좀 같이 알고 웃고싶다. 내가 뭐 개그라고 친것도 아니고 한 마디했는데 저렇게 웃으면 개그우먼의 길로 가야할것만 같잖아.
"제 이름 모르죠?"
"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자 또 뭐가 그리 웃긴건지.. 이제 생각하기도 귀찮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자신의 이름을 첸이라고 가르쳐준 남자는 악수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원래 그런건 팬이 가수한테 부탁하는거 아닌가? 손이 닳는건 아니기에 오른손을 내밀자 크게 흔들고는 잘 가라고 한다.
와 그래도 쉽게 풀려났네. 어쩐지 행복하다.
서둘러 다음 차례로 넘어가지 이번엔 모델인건지 체격이 훌륭한 남자가 앉아있다.
멀리서 봐도 물씬 풍기는 포스가 진짜 연예인 같달까, 어쩐지 조금 기대가 된다.
"어어? 안녕하세여?"
.........뭐야 이 비글같이 생긴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