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돌아가자, 평화로웠던 그 날로-
평화가 잦아드는 밤
w.녹음
어,어,나온다!!
햇빛이 유독 쨍한 날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빛 때문인지, 옹기종기 모여앉은 체온 탓인지 떠들석한 교실이 따뜻했다. 후끈하게 내리쬐는 햇빛의 열기가 교실을 데우고 아이들에게도 옮겨붙은 듯 붉게 상기된 아이들의 얼굴이 어린아이의 그것마냥 해맑았다.
-10점 입니다!
"와아아악!!!!"
작은 스마트폰을 들고 두명의 아이와 함께 보는 것은 지금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이었다.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화면은 과녁으로 전환된다. 화살이 과녁에 박힌다. 10점입니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높아져 있었다.
"전탄!!! 내 새끼!!!!! 장하다!!!!!"
오면 뽀뽀해야겠다!! 태형이의 목소리에 지민과 이어폰을 나눠끼고 있던 호석이 귀에 꽂힌 이어폰을 내팽겨치고 태형이의 목에 팔을 둘러 조른다.
"악!!!왜!!!!왜?!!!!!!!"
억울한 태형이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매정하게 목을 조르는 호석이다. 지민은 혀를 차며 이어폰을 주워 올리곤 태형의 발버둥을 피해 몸을 튼다. 평화로운 나날이다.
정호석, 나쁜 새끼. 어찌나 할 말이 많은지 쉬지도 않는 태형이의 입을 쳐다도 보지 않고 호석이가 핀잔을 준다.
"아, 조용히 좀 해봐. 존나 안들리잖아."
줘용휘 줨 홰봐, 줜놔 완 둘뤼좒와. 아씨, 김태형 미친놈이. 언제 가만히 있었냐는 듯 또다시 싸우는 두사람이다.
"정호석,김태형. 니네 둘 다 시끄러워!"
쫌 닥쳐봐!
-...2위였습니다!
그리고 1위는...!
긴장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지민의 쿵쿵대는 심장소리가 싸우던 두사람에게도 전해졌는지 두사람은 어느새 진지하게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래,1위는...?!
-전...!
전...!
"앉아라!!!!!!!"
쉬는시간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일어서 있어?!!!!! 앉아!!!!!!!!!
"아아아악!!!!!!!!!!!!!!!!!!!!!!!"
"박지민 나가!!!!!!!!!!!!!!!!!!!!!!!!!"
"탄아!!!!"
"지민아!!"
숨이 막힐 정도로 나를 끌어안는 지민이의 교복에는 옅은 섬유유연제 향이 났다. 할머님이 제일 좋아하는 라일락 향이다. 좋은 향이야. 체전이 끝나고 차를 타고 바로 학교로 왔는데 그 동안에도 긴장으로 굳어있던 몸이 비로소 풀어지나보다. 잠이 온다.
"휴대폰으로 다 봤다?"
괜히 민망해서 나를 더욱 끌어안는 지민이의 등을 토닥여줬다.
"고생했다~! 하루종일 연습만 하느라 살 엄청 빠졌는데 다시 찌겠구만?"
어깨동무를 하려고 달려드는 김태형의 거대한 몸뚱이를 피해보지만 그의 길다란 팔은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하는 듯 지민이와 나를 한꺼번에 안아버렸다. 으- 숨막혀!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좋다고 웃는 태형을 보며 나는 그냥 웃어버렸다.
멀뚱히 서있던 호석이도 다가와 장난스럽게 엉겨붙는다. 지민이는 태형이를 밀어내고, 태형이는 그저 좋다고 매달리고. 호석이는 은근히 지민이를 밀쳐내고 있다. 어쩜 이렇게 한순간을 가만히 못 있는지 투닥이면서도 그 몸짓이 과격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애정어린 행동들을 느끼자 웃음이 지어졌다.
"정국이는?"
"아, 국이 조금 있음 올거야. 씻고 온댔어."
"학교는 어쩌고?"
"우리 어차피 결석 처리 안 될 거야. 괜찮겠지,뭐."
"정국이도 1등 했더라, 우리 봤지."
자랑스러운 전씨 쌍둥이! 난 너희가 너무 장해! 방방 뛰어오는 태형이를 피해 호석의 뒤로 숨자 호석이 귀찮다는 듯 옆으로 물러섰다. 정호석, 나쁜 놈.
코치님의 눈총과 잔소리를 들었다. 잠시 앉아만 있는다는 게 깜빡 잠이 들었었나보다. 멍한 내 상태보다는 등에 꽂히는 코치님의 따가운 눈총이 먼저다. 다른 애들은 연습중인데 나만 혼자 농땡이 치고 있었네.. 코치님 화 나실만도 하네. 얼떨떨한 상태로 내 자리에 가서 스트레칭을 했다. 친구들이 화살을 회수하러 가는 게 보였다. 오면 같이 시작해야겠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내 활이 보였다. 흔치않은 흰색 그립과 몸통, 이 색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꼭 따스하고 평화로운 우리 학교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이 활을 받아서 들기 위해서 무척 노력했던 것도 기억난다. 더 무겁고, 더 예리하고, 더 빠른 화살을 쏘고 싶어서.
풀어놨던 가드들을 입고 화살이 꽉꽉 차있는 쿼버를 허리에 찼다. 보통은 자기가 사용하는 주된 화살 여섯발 정도와 예비용 화살 세네발만을 가지고 다니는데 나는 그런 구별없이 쿼버가 미어터지게 꽉꽉 채워다닌다. 깃이 상한다고, 긁힌다고 매일 잔소리하는 코치님께는 미안하지만 잔소리로 알아듣고 흘려버리는 게 일상이다.
미안해요,코치님....
양궁은 참 재밌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화살의 궤도나 방향이 달라져 그것을 계산하고 쏘는 것도, 폭이 아주 작은 동그라미 안에 몇개의 화살을 전부 집어넣는 것도. 너무 재밌고 신난다. 누구보다 좋아하고, 누구보다 잘한다고 자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텐 포인트에만 집중된 화살을 뿌듯해하며 회수하고 있었다. 야자가 시작했나? 아까는 소란스러웠는데 조용해진 교내에 어색해하며 뒤돌아봤다.
불행은 물에 가루가 녹듯이,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
"탄아, 쟤 보여? 우리 컨테이너 쪽으로 오는데?"
"어? 어...그러네? 무슨 일이지?"
교복을 입은 아이가 우리 부 컨테이너 박스쪽으로 오고 있었다. 우리 부원은 아니었다.
"근데 쟤 되게 웃기다. 뭔데 저렇게 뛰어와?"
나 먼저 들어갈게. 얼른 뽑고 와! 누군지나 봐야겠어. 빠르게 돌아가는 친구의 등을 보며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응,하고 대답했다. 나도 얼른 뽑아야지.
"살려줘!"
"....뭐야?"
아까 먼저 돌아간 친구의 목소리였다. 뒤돌아 보자 양궁부 컨테이너의 창문에 달라붙은 부원들이 보였다.
"뭐야, 뭐야?"
일렬로 늘어선 유리창에 피범벅이 된 친구와 부원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라붙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 싶은데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 나도 모르게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손에 쥐고있던 화살이 챙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코치님?"
왜, 왜 그러세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코치님을 불렀지만 코치님은 대답않고 멀리서 걸어오셨다.
"도, 망ㅊ..."
"코,치님..! 왜 그러세요...무섭게.."
무릎이 꺾이며 거품을 쏟아내는 코치님의 입과 손이 점점 푸르게 변해갔다. 쿨럭- 거품에 뒤섞인 핏방울이 코치님의 입에서 울컥 쏟아져 내리더니 어느새 피범벅을 한 코치님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멀리서는 잘 몰랐는데 가까이오니 코치님의 모습은 더 가관이었다. 기괴하게 돌아간 팔과 고개, 그리고 누런 안광. 낮게 흘러나오는 성대를 긁는 울음소리.
마치 짐승을 연상케했다.
코치님이 왜 저러시지? 머리끝이 쭈뼛하게 솟는 느낌이었다. 뒷걸음질 치던 나는 부원들의 모습과 계속 불안해했던 기시감의 정체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지금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쩌면 이미 우리 학교는..........
툭-
카아악-
뒤로 물러나던 나의 등에 과녁판이 닿았다. 도망칠 수 없는 나를 향해 뛰어오는 코치님을 보고 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내가 있던 자리로 돌진했는지 매트리스에 부딪힌 코치님이 나를 향해 목을 꺾는게 보였다. 그 기괴한 모습에 눈에는 눈물이 차고, 다리는 떨려왔다.
도망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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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미숙하고, 어린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예쁘게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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