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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기억 속의 그대

 

천둥

 

 

 

 

 

 

 

 

 

“……”

 

 

 

 

악몽을 꿨다.

 

늘 같은 꿈이었다. 내 손에 들려있는 녹색의 소주병은 산산조각 나있었고,

 

 

 

 

……아’

 

 

 

 

난자하게 피가 튀긴 방안에는 쓰러진 아빠가 누워있었다. 아빠의 흰 티가 붉은 피로 젖어있었다.

 

 

 

 

“……하.”

 

 

 

 

띵하게 울려오는 머리를 붙들며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또 떠올랐다. 3년 전의 일인데 아직도 금방의 일처럼 눈 앞에 선명했다. 비릿한 피 냄새와, 타는 듯한 냄새.

 

 

 나는 그날 분명, 아빠를 죽였다. 그리고…… 불을 질렀다. 죄책감이 든다기보다는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죽인 게 맞는 걸까. 영영 끝나지 않는 게임처럼 일어나서 나를 다시 때리지 않을까. 멍하니 바라본 내 손목에는 죽음의 자국이 선명했고,

 

 

 

 

“……토할 것 같아.”

 

 

 

 

바닥에는 아빠의 흔적이 자욱했다. 그제야 기억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 뒤에는, 내가 불을 질렀다. 늦은 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며 손님이 두고갔던 라이터를 들고 왔었는데, 그 라이터로…… 나는 집에 불을 질렀다. 뿌연 연기가 좁은 집 안에 가득 퍼졌고, 나는 멍청하게도 집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가야 하는데, 집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멍하니 벽에 기대어 그저 연기만 마시고 있는데 그 뿌연 연기 틈으로 하얀 손이 보였다.

 

 

 

 

“……”

 

 

 

 

그건 너였다. 전정국. 너였다. 늘 웃던 니 모습이 아닌, 우는 니 모습. 너무나 서럽게 울며 나를 붙들고는, 일으켜 세우고 자기 품 안에 안고 내 등을 토닥이며 집을 빠져나가던 니 모습.

 

집을 빠져나온 후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나를 품에서 놓지 않은 채 끌어 안고는 토닥였던 너. 그리고, 하염없이 울음을 터트렸던 너. 이상하게도 그 뒤에 너를 본 적이 없다.

 

 

 

 

“전정국……”

 

 

 

 

보고 싶어도 나는 너에 대해서 아는 것이 이름과 나이 밖에 없었다. 뒤늦게 너를 찾으려고 했을 때가 되서야, 너는 나의 모든 걸 알고 싶어했지만 나는 너에 관한 것을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했다. 너를 찾을 수 없어서 한참을 헤매였었다. 그게 3년이었다.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5시. 창 밖을 확인하니 푸른 하늘이 어두웠다. 내가 겉옷을 챙겨입고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집 밖을 나섰다.

 

 

 

 

“……아. 입김 나네.”

 

 

 

 

간밤에 눈이 온건지, 온 동네가 하얬다. 너를 잃어버린 그 후, 나는 습관처럼 새벽에 눈을 떠 거리를 걷는다. 오늘따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저 멀리서 까치가 울었다. 오늘은 늘 걷는 거리가 아닌, 익숙한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

 

 

 

 

동네로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비릿한 피 냄새가 감도는 듯 했다. 그리고는, 내 손에 무언가가 잡히는 듯한 감촉이 들었다. 타는 듯한 냄새도 들었고,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듯 했다. 마치, 3년 전의 그 날 일처럼.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길을 걸어온 걸까.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골목 벽을 쓸었다.

 

 3년 전 아주 늦은 밤. 나는 새벽 녘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빠르게 겉옷을 챙겨 입은 채 그래도 피붙이라고, 아빠를 주기 위해 식당에서 받은 음식을 싸와서는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을 걷곤 했다. 달빛에 의지해서 걷는 게 무서워서 차가운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집으로 향했던 것 같다.

 

다른 집처럼 보드랍게 나를 감싸주는 손길이 아닌, 나를 향한 폭력 가득한 손길. 나는, 어쩌면 아빠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빠에게 맛있는 것을 드릴 생각에 싱글벙글 들어간 집에는, 술과 담배에 쩔어있는 아빠가 있었고 아빠는 나를 보자마자 습관처럼 손을 올렸다.

 

 

 

 

‘이, 씨발년.’

‘……’

‘지 애미 닮아가지고는, 걸레같이 이 시간에 돌아다니기나 하고. 좆같은 것.’

 

 

 

 

무미건조한 말투와는 다르게 아빠의 폭력은 너무나 가학적이었다. 그 날은 유난히 더 심했던 것 같다. 이성을 잃었었던 지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나는 녹색 소주 병으로 아빠의 머리를 내려쳤고, 깨져버린 소주병으로 아빠를 찔렀던 것 같다. 여전히, 그 찌르는 감촉이 여전하다.

 

 

 

 

‘너……’

 

 

 

 

아빠의 입에서 피가 솓구쳐 내렸던 것 또한 아직까지 너무 익숙하다. 그리고, 내가 술병을 떨어트렸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빠한테 맞을 때 떨어트렸던 라이터를 집어 들고는 붉은 피가 난자한 이불 위로 던졌던 것 같다. 순식간이었다. 좁아터졌지만 나의 안식처가 불꽃에 잠식되었던 건.

 

 

 

 

‘……누나.’

 

 

 

 

눈물 범벅된 전정국이 내 앞에 서있었다. 하얀 손이 나를 붙들고는 일으켜 세웠다. 내 손에 묻은 아빠의 피가 전정국의 손에도 묻었다.정국아. 더러워. 정국아, 나 더러워. 만지면 안 돼. 덜덜 떨리는 입술로 정국이에게 말했고, 정국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내 등을 토닥이며 날 끌어 안았다. 정국이는 빠른 속도로 날 끌어 안고, 집을 빠져나왔고 골목에 기대 서서도 여전히 날 품안에서 놓지 않았다.

 

 

 

 

‘누나.’

‘……’

‘누나, 대답 좀…… 해 봐요.’

 

 

 

 

울먹이는 정국이의 목소리처럼, 정국이는 울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는데 내 손이 너무 더럽혀져서. 아니, 어쩌면 아빠의 피 때문이 아니라 그냥 더러웠는지도 모른다.

 

한참 찬 벽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걷다 보니, 익숙한 그 곳에 왔다. 정국이가 나를 부둥켜 안고 울었던 골목길. 정국이가 기댔던 그 곳, 그 자리. 혹시나 온기가 느껴질까 바보같은 생각으로 벽에 기대봤지만 차게 식은 벽만 느껴졌다.

 

 

 

 

“……있을리가 없지.”

 

 

 

 

3년 전의 정국이의 온기는 이미 식어버린지 오래였다.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예전 살던 집이 눈에 보였고,

 

 

 

 

“정국아.”

 

 

 

 

정국이였다.

 

분명 내 마지막 기억 속의 니 모습과는 다르게 훌쩍 커버린 모습이었지만, 너는 정국이가 틀림 없었다. 너와 눈이 마주쳤다. 니가 나를 보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예쁘게 말려 올라가는 그 입꼬리가, 온전히 너였다.

 

 

 

 

“……”

 

 

 

 

내 입에서 나온 니 이름에 니가 나를 보고 웃었고, 그 순간 온 시야가 뿌얘졌다. 자꾸 눈물이 울컥하고 터져나와서 니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내가 너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3년 전처럼 너에게 안겼다. 그리고, 너는 당연하게 나를 토닥여줬다.

 

 

 

 

 

“누구……세요.”

 

 

 

 

그러나 니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너를 끌어안지 못했다. 누구냐는 말. 정말,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 사람은 니가 아니라, 너를 너무나도 닮은 사람인 걸까.

 

 

 

 

“추운데. 이러고 입고 있는 거에요?”

 

 

 

 

당황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연스레 내게 겉옷을 벗어 걸쳐주는 너는, 생판 처음보는 남을 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에 너라고 확신을 했다.

 

 

 

 

“전정국. 정국아…….”
“혹시, 나를 알아요?”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너를 아냐는 말. 나는 너에 대해서 아는 게 이름 밖에 없다.

 

 

 

 

“나, 나, 나 기억 안 나?”

 

 

 

 

말을 더듬어가며 고개를 들어 널 바라봤다.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너임이 확실했다. 니가 아닐까 조마조마했던 한 켠의 마음이 눈 녹 듯 녹아 사라졌다.

 

 

 

 

“……죄송해요. 잘 기억이 안나서.”
“……”
“사실, 제가, 사정때문에 3년 전 기억이 아예 없어요. 죄송해요.”
“……”

 

 

 

 

3년 전이라는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는 듯 했다. 너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이 바로 3년 전이었다. 나와 함께했던 모든 기억이 사라져버렸다는 말에, 슬프기 보다는, 너무 이기적이게도 나는 행복했다.

 

 

 

 

“……다행이다.”
“네?”

 

 

 

 


너의 기억 속의 나는 없으니까. 더러운 나도 없고, 또 깨끗한 나 또한 없으니까. 그 날의 악몽도 너에게는 없는 일이니까.

 

 

 

 

“……원래 이러고 다녀요?”

 

 

 

 


니가 내게 묻는다. 걱정하는 듯한 그 눈빛은, 여전히 3년 전 그대로였다. 다행인 걸까.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걸까.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이러고 다니지 마요.”
“……응.”
“감기, 잘 걸릴 거 같아요. 혹시 겨울에 감기 자주 걸려요?”
“……응.”

 

 

 

 

감기 자주 걸리냐는 니 말에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누나.’
‘……응.’
‘목소리 또 왜 그래요.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갛고.’

 

 

 

 

밤샘 알바로 인해 엎드려 있던 날 일으켜 세웠던 니가 내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또 아르바이트 했어요?’
‘아니. 안 했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 늦은 시간에 들어가는 걸 니가 알아채고 난 후 너에게 된통 혼났던 적이 있다. 그 뒤로는 너를 쭉 속였었다. 그냥, 밤 새 공부하느라. 내 말에 너는 속는 듯 했다.

 

 

 

 

‘……감기, 걸리지 마요.’
‘……응.’
‘어째 누나는 매 년 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네요.’
‘……매년?’

 

 

 

 

니 말에 되묻자 너는 화제를 돌렸다. 감기 좀 걸리지 마요. 안 그래도 얼굴 빨간데, 더 빨개졌다. 그리고 로션은 좀 바르고 다녀요. 예쁜 얼굴 다 텄네.

 

너의 커다란 손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찬 볼에 닿는 따뜻한 감촉에 포근해서 눈을 감았다.

 

 

 

 

“감기에는, 따뜻한 게 최고에요. 맛있고 몸에 좋은 것도 좋지만, 따뜻하게 입고 따뜻하게 지내고.”
“……응.”
“아, 처음 보는데 너무 말이 많았나.”
“……”

 

 

 

 

니 입에서 나온 처음이란 말에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아, 처음이……”
“……”
“아니구나…….”

 

 

 

 

니가 그렇게 말하며 날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어쩌면 내게 하늘이 내린 기회니까.

 

 

 

 

“……이름, 알려줄래요?”
“……”

 

 

 

 

다시 내게 돌아온 너를 붙잡으라고,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나 마찬가지일테니까.

 

 

 

 

 

 

 

 

 

 

 

 

 

 

 

 

 


“……오늘은 공부 많이 했어요?”

 

 

 

 

너는 대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어디 학교 다니냐고 묻자 너는 들으란 듯 유명한 대학교 이름을 댔고, 또 아주 부자 동네에 살고 있었다. 3년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하나 둘 씩 깨닫게 되자 너와 나의 너무나도 큰 격차 때문에 내가 더럽게 느껴졌다.

 

 

 

 

“……응.”

 

 

 

 

더러운 건, 내 손에 묻었던 피가 아니라 그냥 나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얗게 때묻지 않은 니 웃음을 보면서 생각했다.

 너와 이렇게 마주한지도 어느 덧 2주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흘렀다. 눈이 점점 녹아가고, 매우 추웠던 한 겨울이 지나 늦 겨울, 계절이 봄의 문턱에 서있었다.

 

 

 

 

“아무 것도 안 풀려 있네.”
“……응.”
“누나. 오늘 어디 아파요?”

 

 

 

 

니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짚었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정신을……”
“……”
“누나.”

 

 

 

 

니가 멍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가까이했다. 가까워진 니 얼굴이,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앳된 너의 얼굴이 그대로지만, 3년 새 너무나도 커버려서 다른 분위기의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 어쩌면 3년 전 너와 지금의 너를 비교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 아닐까. 너는 3년 전의 기억이 없는 지금의 전정국인데.

 

 

 

 

 

“나랑, 겨울바다 갈래요?”

 

 

 

 

그러기에는 지금의 너는, 3년 전 너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아……’
‘뭘 그렇게 봐요?’

 

 

 

 

3년 전 겨울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사진집을 보다가 본 겨울 바다 풍경에 온 집중을 그 곳에 빼앗겼었다. 너는 그런 내 집중을 뺏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었다.

 

 

 

 

‘바다, 가고 싶어요?’
‘응.’
‘바다 좋아해요?’
‘……응.’
‘겨울 바다 진짜 예쁜데. 가본 적 있어요?’

 

 

 

 

바다 좋아하냐는 니 말에 고개는 끄덕였지만, 나는 태어나서 바다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겨울 바다가 예쁘다며 가본 적 있냐는 니 말에 나는 아무 대답하지 못하고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랑, 나랑 가요.’
‘……진짜?’
‘같이 가요. 나도 마침 바다 보고 싶었는데. 나랑 가면 되겠다.’
‘아니야. 너 일부러 그럴 필요……’
‘누나 되게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아요.’

 

 

 

 

니가 개구지게 웃었다.

 

 

 

 

‘나, 바다 되게 좋아하는데.’

 

 

 

 

결국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고, 3년 전 니가 했던 약속을 그때의 기억도 없는 니가 지켜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이기적이었다. 너를 더럽히기 싫다면서, 알게 모르게 너를 더럽히고 있었다.

 

 

 

 

“좋죠.”
“……응. 좋다.”
“추운데, 또 이렇게 입고 다니네.”

 

 

 

 

니가 나를 붙들고는 옷을 벗어 내 어깨에 걸쳐주었다. 한참 바닷가만 걷다가 뒤를 돌아 널 바라보니, 너는 나를 보고 환히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꼭 예전 니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아서.

 

 

 

 

“……”
“예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확신했다. 더 이상은 너를 더럽혀서도 안 되고 내가 욕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

 

 

 

 

“그러고 서 있으니까, 진짜 예뻐요.”

 

 

 

 

그렇게 말한 니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큰 손으로 내 양볼을 붙잡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가까워지는 니 얼굴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것 또한, 욕심이다. 근데도 나는 너를 밀어낼 수가 없다.

 

 

 

 

“……”
“……”

 

 

 


니 작은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니가 나를 폭 끌어 안고는 내 뒤통수를 헤집었다.

 

 

 

 

 

“좋다. 진짜 좋네요.”
“……”
“나 바다 되게 좋아하는데.”

 

 

‘나, 바다 되게 좋아하는데.’



 

 

 

 

너는……,

 

 

 

 

“누나랑 와서 더 좋다.”

 

 

 

 

왜 자꾸, 나를 헤매이게 하는 걸까.

 

 

 

 

 

 

 

 

 

 

 

방을 따로 잡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나에게 지켜주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니 모습이 귀여워서,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머리……”

 

 

 

 

너를 만나고 난 후로 부터, 자주 머리가 띵 하니 아파왔다. 그냥 편두통이라 생각했다. 옷을 갈아입고 난 후에 너의 방문 앞에 섰다. 작게 노크를 하니,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두 어번 더 노크를 하고 나서도 인기척이 없길래 조심스레 문을 여니,

 

 

 

 

“……”
“……”

 

 

 

 

반바지에 상처가 가득한 허벅지에 연고를 바르는, 니가 앉아 있었다.

 

 

 

 

 

“누나. 잠깐, 나가요.”

 

 

 

 

단호한 니 목소리에 당황해서 내가 바로 너에게로 달려갔다. 니 허벅지를 바라보니 심장이 쿵 내려 앉는 듯 했다.

 

 

 

 

“누나. 나가요. 얼른.”

 

 

 

 

화난 듯한 목소리.

 

 

 

 

“너, 너 허벅지 왜 이래? 왜, 왜, 왜 이러는 거야? 어? 정국아. 너…….”
“누나. 나가요. 제발, 나가요.”

 

 

 

 

낮게 깔린 목소리에, 내가 놀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니가 결국 일어서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얼른 옷 갈아입고 나갈게요.”

 

 

 

 

화난 듯이 굳은 얼굴에 내가 벽에 기대 서있었다. 찬 벽이 등으로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니가 나왔고, 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뭐 먹으러 갈래요?”

 

 

 

 

 

 

 

 

 

 

 

 

식사를 마친 후 또 다시 너와 늦은 밤 바닷가를 걸었다. 편의점에서 니가 사온 폭죽을 바닥에 두고는 근처에 쪼그려 앉아 하늘에 불꽃이 피기만을 기다렸다. 타는 냄새가 나고는 큰 소리와 함께 하늘에 불꽃이 피었다.

 

 

 

 

“……예쁘다.”
“예뻐요?”
“……응.”

 

 

 

 

내 대답에 니가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누나가 더 예뻐요.”
“……”
“누나.”
“……”
“나랑, 만날래요?”

 

 

 

 

니 그 말에, 자연스레 내 고개가 하늘에서 너에게로 돌아갔다.

 

 

 

 

“……”
“나 누나 되게 좋아하는데.”

 

 

 

 

니가 고개를 푹 숙였다. 환한 불꽃에 비춰진 니 귀 끝이 붉었다.

 

 

 

 

“……나랑, 만나요.”

 

 

 

 

내가, 너를 만나도 되는 걸까.

 

 

 

 

 

“……”
“내가 누나 많이 좋아해요.”
“……”
“얼마나 좋아하는지, 누나는 모를테지만.”

 

 

 

 


내가, 너를 욕심내도 되는 걸까.
내가, 너를……

 

 

 

 

“대답해줘요.”


‘누나, 대답 좀…… 해 봐요.’

 

 

 

 

더럽혀도, 되는 걸까.

 

 

 

 

 

 

 

 

 

 

 

 

 

 

 

 

 

 


흐린 기억 속의 그대 (1/2)

이것 또한 단편.. 저 날 정국이가 너무 예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아요...

유일하게 주인공 이름이 안나온 거 같기둥.. 헤헤..(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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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진
독자1
작가님....엉엉 ㅠㅠㅠ진짜 필력 대박이세요 ㅠㅠㅠㅠㅜㅠㅠㅜ엉엉❤❤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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