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자집 세실리아 08
w. Cascade
![[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8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6/9/569b0d2e8c900fe8f56b3cf6705dc1cc.png)
"당신, 아직 안자고 뭐해?"
백현이 돌아왔다. 뽀삐가 그런 백현을 먼저 반기었다. 찬열은 부엌 식탁 의자에 앉아 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잠이 안 와서.. 재밌게 놀았어?"
"뭐. 운동했어 친구랑."
"둘이서 무슨 운동을 하냐?"
"일대일 농구. 근데 오늘 하루종일 뭐했어?"
"나? 그냥 식당일하고 집 와서 쉬었어."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퍼?"
백현이 찬열에게 다가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미간을 찌푸리던 찬열은 백현의 손길에 놀란 듯 했다. 찬열은 백현의 손목을 잡고는 백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뭐야, 느끼하게 그런 눈으로 보지마.. 열은 없는 것 같은데.." 백현은 자신의 이마를 함께 짚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변백현.."
"진짜 당신 오늘 너무 이상한데? 정말 아무 일 없었어?"
백현은 의자에 기대어 힘없이 앉아있는 찬열이 안쓰러운듯 왠일로 찬열의 손을 뿌리치지도 않은채 가만히 찬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찬열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루종일 혼란스럽고 애써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 사실들이 튀어나와 찬열을 괴롭혔다. 백현의 손길이 닿자 찬열은 그런 잡념들이 사라지는듯 했다.
"당신. 혹시 뭐 내가 도움이 조금이라도 될 수 있으니까.. 음.. 그니까.. 힘든 일 있으면 말해. 당신도 나 도와줬잖아.. 맨날 약한 사람처럼 활발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축 늘어져있으면 괜히 무섭단말야. 알았어?"
백현은 찬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항상 입고 있던 교복 탓이었을지는 몰라도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동생같던 백현이 지금은 의젓하게 자신을 바라봐주고 있었다.
찬열은 깨달았다. 변백현이 자신의 세실리아였다. 행복을 주는 사람.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이기심이었음을.
"변백현.. 오늘만 내 옆에서 자라."
찬열은 백현의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찬열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백현은 의자에 앉아있는 찬열 손을 잡은 채로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딘가 기운이 없는 찬열의 모습이 걱정되는듯 백현은 찬열의 무릎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는 빤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뭐라고 했어? 안들려."
"웃어봐."
"뭐라고?"
"웃어보라고. 환하게.."
백현은 갑작스런 찬열의 부탁에 멋쩍은듯 허허 헛웃음만 내뱉었다. 그러나 어째 장난으로 부탁하는 말이 아닌것 같아 백현은 찬열의 어깨를 톡 치더니 자신을 보라고 손짓했다.
"자 잘봐야되. 나도 민망하니까. 하나, 둘, 셋."
백현의 입에서 '셋'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백현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눈꼬리가 경쾌하게 내려오면서 입꼬리는 쭈욱 올라간 표정. 어디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미소. 누군가가 가느다란 붓으로 민 얼굴에 그려놓은 듯한 미소였다.
![[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8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file/20131110/4/7/0/47064faeae550178b7e7a83ba48c0ad9.jpg)
"당신 그런 표정 안어울려. 무슨 걱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내가 하나 확신하는 건 말이야, 지금 이렇게 괴로워하며 고민하던 순간이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 때 무슨 고민을하며 괴로워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는거야. 그리고 그냥 뭔가 내가 장담하고 싶은건 다 잘 해결될거야."
백현은 찬열을 보며 일장 연설 아닌 연설을 하고는 스스로가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때, 앉아있던 찬열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백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꼬옥 백현을 안았다.
"당신 오늘 진짜 이상한건 알지? 정말 이상해."
"나도 알어. 오늘만이야. 정말 딱 오늘 하루만. 내일부터는 안 그럴게."
"근데 있지.."
"응? 왜?"
"아니, 아까 당신이 나보고 웃어달라고 그랬잖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언제 이렇게 환하게 웃어본 적이 있었나 싶더라고. 되게 오랫만인것 같아. 이런 기분..이런 느낌.. 잊고 있었어."
"왜 잊고 있었는데?"
"나도 몰라. 혼자 남겨진 후에는 거울을 제대로 본 적도 없으니까. 내 표정을 보기가 싫었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고, 죽고 싶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했거든 엄청."
"미안."
"왜 당신이 미안해? 갑자기.."
"그냥..다 미안해. 미안. 정말 미안해."
"뭐야..무섭게.. 아니 오늘 누구한테 얻어맞기라도 했어? 사람이 왜 이렇게 풀이 죽어있어.. 미안하다는 소리만 해대고."
찬열은 품 안에 안고 있던 백현을 살짝 밀치고는 그 두 눈을 곧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백현에게 말을 건넸다.
"부디떼 도브,리 야 류블류 찌바"
***
"미친놈. 내가 기껏 걱정해서 위로해주고 엉? 웃어주고! 그랬더니 결국 한다는게 욕이냐? 씨바? 당신 지금까지 이거 다 연기한거지. 나 놀려먹을라고."
찬열의 말에 방방 뛰는 백현의 모습이 귀여운듯 찬열은 아무말 없이 씨익 웃었다.
"웃었어? 방금 당신? 그래 내가 바보지. 어쩐지 오늘 느낌이 쎄-한게 안 좋았어. 나 자러 갈거야. 혼자 쳐 잠이나 주무세요."
백현은 찬열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열불이 나는듯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갔다. 이럴 때에 보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찬열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현재의 자신의 삶은 달라져있을까? 그 때, 지갑을 열어보지 않았다면 일은 달라졌을까? 루한이 아닌 자신이 백현의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였다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질색하는 박찬열이었다. 3의 법칙. 모든 일은 3분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는다. 찬열이 조직 일을 하면서, 그리고 또 조직을 벗어나 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갖고 있는 신조이다. 3분 고민해서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은 그 이상을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즉, 이 일도 3의 법칙에 따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period.
***
"루한! 지금 뭐해?"
"뭐하긴, 씻고 잘 준비한다."
"지금 통화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 가나슈님."
"혹시 말이야.."
"응?"
"너 가게에서 일하면 한 달에 얼마정도 벌어?"
"한 달? 음.. 업체에 납품하는 거랑 손님한테 직접 판매하는 거, 그리고 케잌 판매 외에 다른 부수입까지 합하면 총 월 900만원 정도? 그걸 박찬열이랑 나누고, 또 그 알바생한테 좀 떼주면 400만원정도 받는 것 같은데. 시즌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와...그럼 혹시 있잖아.."
"네네~ 가나슈님 말씀하세요."
"아 나 지금 진지하다고. 나 좀.. 거기서 일하면 안될까?"
루한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더니 멍하니 액정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스피커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아니 갑자기 왜."
"돈이 필요해서."
"돈? 너 사채써?"
"사채는 무슨. 날 뭘로 보고.."
"그럼.. 집에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있기는.. 있어봤자 한참 전 일이고. 그냥.. 용돈 좀 벌어볼까 했지."
"차라리 과외를 해 그럼. 가게 일 은근 힘들다.."
"과외 구하는게 얼마나 힘든데.. 아니다 그냥 다른 일 알아볼게. 신경쓰지마."
"가나슈!"
"응?"
"끊지 말아봐."
루한은 스피커 버튼을 해제하고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남들은 속여도 난 못 속여. 직접 만나서 이야기 안하고 이렇게 전화로 부탁하는 것도 이유가 있지 너. 괜히 표정에 다 드러날까봐.. 전화로 말하는거잖아 지금. "
"아니야, 무슨 소리야. 심각한거 아니래도. 정말 용돈벌이하고 싶어서 그래."
"내일 학교에서 만나서 이야기해 그럼. 나도 박찬열한테 물어볼게."
"응.. 고마워 루한."
"뭐 이런거 가지고 고맙다고 그러냐. 어서 잠이나 자. 늦었다."
"뭐래"
"물어보겠다네요. 이제 속이 좀 풀려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되는 이유가 뭐에요."
"지금 나한테 따지는건가. 알잖아 김민석. 니가 일만 제대로 했어도 지금 너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약속했잖아. 나보고 천사라고 할 때는 언제고..왜? 이젠 악마같아?"
민석은 레이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나쁜 새끼.. 레이는 분명 민석과 루한의 관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분명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내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만 알려주고 갈게. 네가 이 길을 택하나, 저 길을 택하나, 그는... 죽는다."
"그렇게는 내가 가만히 안 있을거에요."
"네가 무슨 역량으로? 사람 하나 변변찮게 때려봤지도 못했을 솜씨로?"
"내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
"있잖아.. 그 날.. 넌 그러지 말아야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후, 지금에서야 난 깨닫는다.
오랫만에 글을 쓰려니 설레면서도 부담이 있지만..끝까지 해보렵니다! 2막이 시작된 양과자집 세실리아는 케이크 테마에서 벗어나서 이제 마지막 두 문장의 화자가 누구인지 추리하는 형식으로 나가려 합니다. 백현의 입장에서 찬열이 자신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았어야함을 원망하는 말일 수도 있고, 찬열의 입장에서 백현이 자신에게 환하게 웃어주던 것을 회상하며 원망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 또 민석이와 루한이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Cascade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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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