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자집 세실리아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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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2/2/b220436d5db42e59af8a0ce535665678.png)
"가나슈! 시험도 끝났는데 이제 남은 한 달 동안 뭐하고 지낼꺼야?"
"글쎄... 슬슬 취직 준비도 해야되지 않을까?"
아침부터 민석은 세실리아를 찾았다. 찬열은 몸이 좋지 않다며 루한에게 꼭두새벽부터 전화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백현은 학교 자습시간에 나가야한다며 저녁 쯤 돌아온다고 찬열을 통해 전했다. 결국 가게에는 세훈, 루한 그리고 민석만이 남았다. 오랫만에 손님도 없는 한가로운 오전이었다. 세 남자는 루한이 만든 커피와 함께 티라미스 세 조각을 꺼내 먹고 있다.
"루한, 너는 계속 이 가게에서 일할거야? 취업 안하고?"
"일단은? 졸업하기 전까지는 계속 일할 것 같아. 그 이후에는 생각해봐야겠다."
"취직은?"
"취직... 아직 생각은 안 해봤다."
세훈은 루한의 눈치를 살살 살피었다. 루한이 한국에서 취직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증명서가 필요한데, 그럴 경우 루한의 존재를 조직에서 알아차릴 지도 모른다. 특히나 한국의 대기업의 경우는 조직과 연결고리가 꽤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사실, 루한이 대학교에 진학하기까지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다행히, 조직원들은 대학교와 공통분모가 없거니와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루한은 안심하고 본명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사실, 찬열보다도 루한의 죽음은 조직에게 있어 큰 충격이었다. 찬열과 함께 조직을 이끄는 투헤드(two head)로서, 많은이들이 루한을 존경하고 또 부러워했다. 그만큼 미션 수행에 있어 뛰어났고, 머리가 명석하여 일에 대한 판단력이 좋았다. 3년전 한국에서의 임무 수행 중 루한과 찬열의 죽음, 특히 루한의 죽음은 조직에게도 큰 손실이었고, 그 원인에 대한 규명 조사가 샅샅이 이루어졌으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채 그들의 죽음은 미궁 속으로 빠져갔다. 혹자는 조직 보스(boss)가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으로 파견을 보낸 후 죽였다는 괴소문까지 돌았다. 그만큼 조직 보스 차원에서도 그들의 시체를 찾거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세훈은 괜히 루한을 보면 미안함 감정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아버지가 루한을 홍콩으로 데려간 것이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루한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사실 민석과 루한이 서로 알고 지낸지 그 기간을 얼마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페루에서의 14일이 전부였고, 이 곳 한국에서 우연히 만나 지낸지도 14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기간이 무색하게 둘의 사이는 매우 가까웠다. 항상 학교 안에서 혼자 지내는 것으로 유명한 루한이 언젠가부터 친해보이는 남학생과 줄곧 붙어있다는 사실은 경영대 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7/a/37a1297fc8d3474eeb49c0e83d19316a.jpg)
루한은 제 눈 앞에서 야금야금 케잌을 행복한 표정으로 먹고 있는 민석을 쳐다보았다. 민석은 요새 다이어트를 한다고 틈만 나면 헬스장을 들락날락하지만 루한은 민석의 볼살을 잃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장난으로 민석의 볼을 콕콕 찌르면서 사라지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면, 민석은 눈을 흘기며 루한 볼을 꼬집었다.
"가나슈.. 볼살 없애면 안돼.. 알았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없앨거야! 아주 모조리! "
민석은 티라미스를 한 입 베어물다가 루한의 장난에 또 반응했다. 제 앞에서 장난치면서 동글동글 웃고 있는 루한의 모습이 얄밉지는 않다. 이따금씩 페루에서 루한과 지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김민석! 내일은 어디로 갈까?"
"글쎄.. 여기 여행 정보글보면 이 곳이 밥이 되게 맛있다나봐."
"밥? 무슨 밥?"
"무슨 양고기에 빵이랑 같이 먹는 거라던데."
"되게 너 먹는 거 좋아하나봐?"
"놀리지마~!"
쪽-
"뭐...뭐야?"
"귀여워서"
그 때 민석은 루한의 동글동글한 웃음을 처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부터 루한을 볼 때마다 한없이 울고 싶어졌다. 민석을 턱을 괴고 루한을 올려 보았다.
"루한."
"응? 왜 가나슈"
"졸업하고 우리 또 여행가자."
"여행?"
"응. 한국에서 머나먼 곳으로. 페루보다 더 먼 곳으로!"
"김민석 너 놀고 싶구나? 그래 좋다 여행! 이번엔 이집트로 가볼까.."
"콜! 티라미스 잘 먹었어. 세훈씨도 고마워요. 매번 놀러올 때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 대접해주고. 나 교수님 면담 때문에 학교 가봐야겠다. 이따 또 들를 수 있으면 올게!"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루한도 덩달아 일어났다. 루한은 주섬주섬 민석의 물건을 챙겨 민석에게 건넸다. 민석은 활짝 웃으며 물건을 받아들고 가게문을 나섰다.
"형, 둘이 무슨 사이야?"
"응? 무슨 소리야?"
"아니, 꼭 하는 짓이 연인들같아서.. 형 예전 애인을 보는 느낌이랄까.."
"글쎄.." 루한은 수줍게 웃었다.
"민석씨는 알어? 형의 과거에 대해서."
"아니, 몰라. 앞으로도 몰랐으면 좋겠어. 나의 단편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행복해보여 형."
*
민석은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이제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을 모양인지, 따가운 햇살만이 민석 머리 위를 내리쬐고 있었다. 민석은 한 번 양 옆을 두리번대더니 저번 그 커피숍으로 올라갔다.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손을 들어 민석을 반겼다.
"김민석, 여기야."
"안녕하세요. 레이."
"오늘도 루한 만나고 오는 길?"
"아니요. 집에서 바로 왔어요."
"왜? 둘이 친한 사이 아니었나?"
"친해지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워낙 성격이 대쪽같아서."
"그래... 근데 저번에는 어쩐 일로 루한이 갑자기 나타난거야?"
"우연히 길을 지나가고 있었대요. 원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 저번 일은 대신 사과할게요."
"그건 됐고."
"저... 그만하면 안될까요? 제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아요."
"은혜 갚겠다며."
"다른 걸로 갚으면.."
"아니. 왜? 자신이라도 없어진거야?"
민석은 탁자 위에 두 손을 꼭 쥔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두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아니요. 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먼저 일어날게요. 연락은 먼저 해 주세요."
******
민석은 힘없이 카페를 나와 거리를 걸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루한을... 사랑해버렸다. 민석의 가족은 5년 전, 아버지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지방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엎친 데 덥친 격으로 하필 그 사기꾼은 민석 가족 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 민석의 아버지가 그 사기꾼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한바탕 조직원들이 민석의 집을 방문하여 뒤집어놓았다. 그 때, 그 조직의 사람들 중 레이가 있었다. 레이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부드러운 눈매에 하얀 피부, 그리고 굉장히 밝은 머리색 때문인지 조직 사람 치곤 무척이나 선한 인상이었다. 부서진 가구, 바닥에 뒹구는 물건들 사이에 고등학생이었던 민석은 멍하니 울음을 참으며 서 있었다.
"얘. 너 이름은 뭐니?"
레이가 물었다.
"김민석이요."
"오늘 일은 내가 대신 사과할게. 너희 아버지도 피해자인 것을 알았으니 더 이상 우리가 네 가족을 건드리는 일은 없을거야. 그런 일은 내가 막을테니까 걱정하지말고. 그리고, 금액은 내가 배상해줄게."
"왜 이렇게 친절을 베풀어주시는거에요?"
"난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을 건드리는 것은 싫어하거든. 내 철칙이야."
"가..감사합니다."
레이는 작은 체구의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석은 참고 있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었다.
"보답할게요."
"그래, 나중에 때가 되면."
레이는 민석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레이의 일음 두 글자와, 연락처 만이 적혀있었다. 민석은 그 명함을 받아 자신의 지갑에 넣었다.
2년 후, 아무 연락 없던 레이에게 전화가 왔다. 레이는 민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뜬금없이 여행을 다녀오라했다.
"여행이요?"
"응. 페루로 다녀와. 2주일."
"이게 당신한테 보답하는 방법인가요? 여행을 가는게? 가서 뭔가 제가 하는 일이 있는거겠죠? 조직 일인가요?"
"아니. 조직 일을 일반인에게 시키지는 않지."
"그럼.."
"사람을 만나."
"사람이요?"
"여권이랑 비행기표 준비해서 같이 줄게. 루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야. 나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서 얼굴은 모르지만.. "
"만나서 뭘 하면 되나요?"
"죽여."
민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레이는 평범한 대학생인 자신에게 사람을 죽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있었다.
"저.. 전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적이 없어요. 해쳐본 적도 없고.."
"걱정마. 넌 김민석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페루로 가는거야. 가짜 여권, 가짜 비자로. 그리고 죽이는 법도 간단해. 독약을 먹여, 그 루한이라는 사람에게. 네가 그 사람과 친해지며 접근하는 것은 네 재량이겠지만. 그 여타 일들은 내가 도와줄테니."
지금 민석이 평화로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10억이라는 큰 돈을 선뜻 내주었으며, 조직원들로부터 자신의 가정을 보호해주었다.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민석은 페루로 떠났다.
*
푸르른 고원에서 민석은 루한을 처음 만났다. 상상하던 모습에 비해 굉장히 선한 인상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기껏해야 자신의 나이 또래에, 조곤조곤 말하는 투가 정중한 사람이었다. 처음 루한이 자신에게 먼저 다가올 때를 잊지 못했다. 민석이 고개를 들어 루한을 처음 보았을 때, 강렬한 햇살 때문이었을지는 몰라도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울리었다. 아마 이 때부터 민석은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루한과 친해지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생각보다 적극적인 루한의 태도에, 같은 숙소를 썼고, 2주 내내 함께였다. 마음만 먹었다면, 루한이 마시는 물에 약을 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민석은 밤마다 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 사실, 레이가 왜 루한을 죽이려는 것인지 그 정확한 이유를 모를 뿐더러, 민석이 보기엔 루한은 전혀 나쁜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페루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밤새 민석은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약통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것을 버려야 할지, 아니면 레이의 지시대로 물통에 따라야할지..고민했다. 그러나, 민석이 아침에 눈을 떳을 때에 루한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민석은 괜한 안도감에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는 루한에 대한 섭섭함도 자리했다.
"친해지기가 어렵던데요."
"만나기는 했어?"
"네. 제가 먼저 다가가서 친근하게 굴었는데도, 어찌나 경계를 하던지.. 같은 숙소를 잡으려 해도.. "
"그랬구나.. 수고했어, 일단. 루한도 한국으로 돌아왔을거야. 들어보니 너랑 같은 학교라던데."
"네?"
"그러니까 앞으로도 부탁해, 김민석. 이젠 네가 직접 죽일 필요는 없어. '그것'만 알아와."
*
예전까지만 해도, 민석은 레이가 자신의 가족 앞에 나타난 천사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 레이라는 사람은 민석을 옥죄고 있었다. 민석이 학교에서 루한과 마주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 눈 앞에서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자신의 필기구를 챙겨 건네주는 루한... 민석은 루한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루한, 너는 그 날 내 앞에 나타나서는 안됐다.
천진한 표정으로 내 앞에서 웃고, 가나슈라는 애칭을 부르며 나를 안아주는 너를 보면, 나는 또 마음이 울렁인다. 널 처음 만난 그 때처럼, 넌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온몸으로 울었다. 너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어느새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 루한, 나는 레이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루한,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루한, 나는 떳떳이 너를 좋아할 수 있을까?
******
"형, 계속 어딜 보는거야?"
"아. 혹시 민석이 언제쯤 가게에 올까 하고.. 지금쯤 면담이 끝났을거거든."
"루한형은 그렇게 민석씨가 좋아?"
"내 말이. 어디가 이쁘다고 내가 이렇게 좋아라하는거지."
"이 가게 이름 형이 지었다고 그랬지?"
"응. 페루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책에서 배운 단어야. 세실리아, 행복을 주는 사람."
"왜 근데 그걸로 지은거야? 다른 이름들도 많잖아. 찬열 형 얘기 들어보니까, 자기가 주장한 이름들은 하나같이 다 거절했다고 불만이던데."
"그 곳에서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두 눈을 처음 보는 순간 갑자기 떠올랐어. 세실리아. 그리고 그 때를 꼭 기억하고 싶었어. 내가 이 가게 안에서 많은 시간을 지내면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그리고 나에게 그 행복을 전해 준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김민석."
![[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9/e/c9ed9aa46f21517bd32d928fa467444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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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까지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중 선정해서 '디지털 소장본' 배부해드리겠습니다. :D
그리고 맛깔스런 티라미스 사진을 주신 '케캐'님 감사드립니다. 따로 메일로 선물 배송 안내 해 드렸으니 확인해주세요!
다소 먹먹했던 6,7화였지만 다음화부터는 다시 달달하고 싱그러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암호닉도 열심히 정리해서 다음화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찬백, 루민의 옛 이야기들이 얼추 드러난 것 같네요. 양과자집 세실리아 2막을 올리겠습니다 ^-^
Cascade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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