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자집 세실리아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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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e/8/de88dacbe1d9fcaaf096fef8e11a3e98.png)
'루'님께서 주신 표지입니다.
# 몽블랑
요란스럽게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백현은 눈을 떴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가 본인의 알람은 아니었다. 백현은 눈을 비비며 방을 나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역시나 찬열 방의 반쯤 열린 문 틈 사이로 노래가 새어나왔다. 백현은 발로 문을 톡- 차더니 찬열의 방으로 들어갔다. 찬열은 이불은 반쯤 팽개친 채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백현은 또 발 끝으로 자고 있는 찬열의 등을 톡톡 찼다.
"당신. 일어나. 저 알람 좀 꺼. 시끄러우니까."
백현의 말에도 찬열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분명 어제 일찍 자겠다며 10시쯤 들어간 것 같은데, 찬열은 매우 깊게 잠들어 있었다. 백현은 찬열의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바닥에 쭈구려 앉았다. 두 손을 침대 위에 올려놓은 채 찬열이 잠든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짙은 눈매에 오똑 솟은 코가 꼭 기집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 찬열이 제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을 때에는 낮고 묵직한 것이 매우 남자다웠다. 그리고 이따금 자신의 어깨를 잡을 때면 그 아귀 힘에 깜짝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백현은 지금 자신 앞에 잠들어 있는 박찬열이 궁금해졌다. 현재의 박찬열도 그렇지만 과거의 박찬열도.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던 사람일까. 백현은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놓여져 있지 않은 책상, 텅 빈 책장. 그 흔한 사진 한 장도 찬열의 방 안에는 찾을 수 없었다. 백현은 무릎에 손을 짚더니 뻐근한 듯 일어났다. 그리고는 찬열 침대 옆에 놓여진 책상으로 다가가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문득, 책상의 서랍이 눈에 들어왔다. 백현은 자고 있는 찬열을 한번 쳐다본 후 스르륵-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투박한 노란 박스가 들어있었다.
"뭐지. 애인이랑 주고받은 연애편지라도 숨겨놨나."
그 때였다. 백현의 뒤로 그림자가 지더니 찬열이 백현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아..아..!!! 아파! "
"너 남의 방에 와서 응큼스럽게 뭐하고 있냐."
찬열의 목소리는 이제 막 잠에서 깬듯 갈라져있었고, 평소보다도 3음 정도 낮은 목소리였다.
"당신이 알람을 안 꺼서 내가 일어난거야. 알람을 맞춰놨으면 좀 일어나든가."
"아침은 먹었냐?"
찬열은 백현이 열어놓은 서랍을 발로 툭 건드려 다시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어기적어기적 부엌으로 걸어갔다. 냉장고를 열었으나, 안에 있는 것은 반 쯤 남은 우유 한 통과 계란 몇 알 뿐이었다.
"변백. 준비해, 지금 나갈꺼야."
"뭐?"
"아침 먹을게 없어. 나가서 먹자."
찬열은 익숙한 듯 현관 앞에 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신발을 신었다. 백현은 급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곧바로 학교 갈거야. 근처에 먹을 곳이나 있어?"
"기막힌 토스트 집이 있어."
찬열은 성큼성큼 앞장섰고, 그 뒤를 백현이 따랐다. 이른 아침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골목을 한 번 돌고 나니 굉장히 작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데에 토스트 가게가 있어도 되나 싶을만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토스트 가게였다.
"이따금 루한이랑 와서 먹곤 했거든. 생각보다 맛있어."
"아침부터 토스트먹으면 속 괜찮아?"
백현은 메뉴판을 구경하며 찬열에게 물었다.
"나는 해장도 토스트로해."
"우웩."
"이모, 여기 스페셜 토스트 세 개요!"
"세 개?"
"내가 두 개 먹을거니까 걱정마."
백현은 찬열의 놀라운 식성에 혀를 내둘렀다. 가게 벽에 걸려진 시계는 어느덧 7시 30분을 가리켰다. 미리 준비라도 해 놓은듯 토스트는 금방 나왔다. 찬열은 손에 큼지막한 토스트를 들더니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구경하다 조심스레 토스트를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침을 챙겨먹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빈 속으로 학교로 향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경수를 데리고 학교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에서 항상 공장에서 만들어진 빵 하나와 우유 한 팩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이렇게 따뜻한 음식으로 아침부터 배를 채워본 적은 굉장히 오랫만이었다.
입 한가득 토스트를 물고 우물거리는 백현의 모습을 찬열은 가만히 쳐다보더니 손으로 백현의 입가를 닦아내었다.
"케첩 묻었어."
그리고는 다시 두 번째 토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면서 저절로 찬열의 일상을 상상했다. 과연 찬열은 하루종일 무엇을 하고 지낼까 궁금해졌다.
"당신 보통 하루종일 뭐하고 지내?"
"나? 아침 먹고 가게 오프닝하고 가게 닫고 집."
"항상?"
"응. 항상. 가끔 루한이랑 술 한 잔 하는 정도?"
"생각보다 되게 단조롭네. 뭐 연애 이런건 안해?"
"연애? 관심없어."
"되게 여자 밝힐 것 같았는데."
"시시해, 그런거."
찬열은 휴지로 입가를 닦으면서 답했다.
"왜 묻는데?"
"아니 그냥..갑자기 궁금해져서.."
"우와~ 변백..! 너 이제 나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거야?"
"미친.. 아니야 그런거. 예의상 물어본거야."
"우리 변백이 이제 예의도 차릴 줄 알고. 내가 돌봐 준 보람이 있다."
장난스런 찬열의 반응이 백현은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예전같았으면 끝까지 박박 우기며 아니라고 했을 백현은 그저 말없이 웃었다. 가게를 나오자 어느덧 해는 모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찬열은 백현의 학교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싫다는 백현의 뒤를 졸졸 따랐다. 수십명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신기한 듯 찬열은 연신 두리번대었다.
"우와. 교복이란게 진짜 신기하다. 네가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으니까 나름 괜찮은데?"
"뭐야. 당신 교복 안 입어봤어?"
백현의 물음에 찬열은 잠깐 벙쪄있다가 "응. 한번도 안입어봤어." 라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찬열의 대답에 백현은 다른 이야깃거리로 화제를 돌렸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저녁? 응. 왜? 혹시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그런거 아니야. 그냥 나랑 서점 좀 같이 가줄 수 있나 해서."
"서점은 왜?"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찬열은 백현의 말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무어라 적는 듯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그래! 너 끝나는 시간 맞춰서 학교로 갈게."
"아니야 내가 세실리아로 갈게."
"내가 학교로 간다니까!"
"그러시던지. 나 좀 늦어서 뛰어야되겠다. 당신은 그냥 바로 가게로 가. 이따봐!"
백현은 찬열에게 손을 두어번 흔들더니 교복 무리에 섞여 뛰어갔다. 멀어져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찬열은 무척이나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찬열의 핸드폰 액정에는 달력이 켜져 있었고, 그 곳에는 '백현과 첫 데이트' 라고 적혀 있었다. 찬열은 실실 웃으며 다시 주머니에 핸드폰을 찔러 넣고는 집으로 향했다. 지금 차림으로 가게로 갔다가는 분명 루한이 면박을 줄 것이 뻔했다. 백현과 함께 소소하게 굴러가는 이 일상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따금 백현이 엉엉 울던 날이 생각났다. 여느 어린 아이와 똑같이 서럽게 울어대는 백현을 보고 찬열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저 찬열이 해줄 수 있는거라곤 백현을 안아 안심시키는 것 뿐이었다. 앞으로도 자신이 백현에게 있어 어떤 존재가 되어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백현 성격에 부담스러워할 것이 뻔했다. 지금 찬열의 집에 얹혀 사는 것도 무척이나 미안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찬열은 주머니에 찔러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다시 꺼내 사진 갤러리를 열었다.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보는 것은 좋아했다. 길을 걸으며 한장 한장 사진들을 넘겨보았다. 루한과 가게에서 찍은 사진들, 홍콩에서 세훈과 쇼핑하면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백현의 사진. 찬열은 백현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에서 한참을 멈추었다. 분명 자신은 단순한 호기심의 감정을 넘어서 백현을 좋아하고 있다.
*
"박찬열 너 오늘 오프닝 한다더니 지금 몇시냐."
루한은 찬열이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쏘아대었다. 옆에서 세훈은 조용히 접시를 닦아 정리하고 있었다. 찬열은 루한의 잔소리가 이제는 익숙해졌다는듯 대수롭지 않게 "미안"이라 말하고 앞치마를 둘렀다.
"나 오늘 일찍 가도 되냐?"
"뭐?"
"오늘 나 약속이 있거든, 저녁 즈음에."
"지금 늦게 와놓고 뻔뻔스럽게 일찍 가겠다는 말이 나오냐 박찬열?"
"좀 봐주라 응? 변백이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단 말야!"
"그 꼬맹이?"
"응응!"
찬열은 루한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특유의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루한은 피식거리며 찬열을 보더니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지 말라고해도 멋대로 나갈 박찬열이었다. 월요일은 어차피 손님도 많지 않은 요일이었기에 망정이지, 금요일에 찬열이 이랬다간 루한도 정색하며 받아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찬열이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오랫만에 보기도 하거니와, 백현이라는 꼬맹이가 굉장히 소중한 존재처럼 보였다. 루한은 문득 민석이 떠오르면서 박찬열을 이해하기로 했다. 이 바보.
"박찬열 너 너무 좋아하지는 마라."
"왜?"
"그 꼬맹이는 너 좋아하냐?"
"자꾸 꼬맹이라 한다. 변백현이야 백현이. 내가 누군데, 날 싫어할리가 있겠어?"
"지금은 그렇지. 아직 서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근데, 내말은 그 꼬맹이가 박찬열 너란 사람의 어디까지 아느냐는 말이야. 지금이야 그냥 양과자집 철없는 사장 정도겠지만.."
"나도 알아. 근데, 지금은 그런거 생각하고 싶지 않다. 모르겠어. 어차피 닥칠 일이겠지만 나는 지금 이 행복에 집중하면 안되냐? 꼭 그렇게 항상 그 걱정을 하며 우울해야 하나.."
"부럽다."
"뭐가?"
"니 성격 말이야. 전에도 항상 그랬지. 거침없고 항상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좋은것만은 아니야, 감정에 충실하다는게."
찬열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가게를 빙글빙글 돌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백현이 먼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처음이었다. 백현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아침부터 양과자집 세실리아에는 행복과 환호가 넘쳐흘렀다.
"나는 학교 가볼게. 오늘 4교시면 끝이니까 찬열이 너랑 교대하면 될 것 같다. 세훈이 오늘 주방일도 조금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찬열이 네가 좀 돌봐주고. 그리고 감시 잘해. 손님들한테 찝적대지는 않는지."
"형은 무슨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나는 그냥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
"오세훈 입만 살아서 아주 쫑알대는게 .. 박찬열 너도 한번 둘이 가게 지켜봐. 어휴.. 아무튼 난 간다!"
루한은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들고 세실리아를 나섰다. 10시 30분.. 지금부터 걸으면 3교시에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가게가 학교와 가까워 무척이나 다행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학교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서 정문을 지나더라도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사람들은 이런 상대를 두고 '마법의 성'이라 불렀다. 얼핏 가까워보이지만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건물이라며.. 낮이 되니 어느덧 햇빛이 강렬해졌고, 열심히 캠퍼스 언덕을 오르는 루한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처음 듣는 계절 학기 수업이었다. 세훈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홍콩에서 지내다 다시 한국에 제 두 발로 도착한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첫 해는 찬열과 이곳 저곳을 다니며 정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조직의 눈을 피해야 했기에 지방에 거주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래서 결국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고, 막노동까지 해가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찬열과 자신이 원했던 삶을 직접 일구어내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캠퍼스를 지나다니면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 한가득 손에 안고 어기적대며 언덕을 내려가는 학생들, 로비에 떡하니 자리잡고 노트북을 켜고 바쁘게 무언가를 하는 학생들, 벤치에 누워 평화로운 낮잠을 자고 있는 학생들.. 물론 루한은 이 곳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과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조모임에서 말을 하는 정도였지, 그들과 따로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자신의 과거가 떳떳하지 않았고, 또 혹시나 꼬리가 길면 잡힐까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싶었다. 물론 단 한 사람, 민석만은 예외였다.
"가나슈! 뭐해?"
루한은 언덕 오르는 길에 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울리자마자 민석이 전화를 받았다.
"응 루한! 수업 끝나고 도서관 가는중이야."
"이따 나 수업 끝나고 보자."
"그래! 그럼 이따 유라운지에서 보자. 끝나는 시간 맞춰서 나가있을게."
루한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며 히죽대었다. 아직도 자신과 민석이 이렇게 통화하며 약속을 잡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도착한 상대 별관에는 50여명의 학생들이 벌써 앉아 책을 펴고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한은 터벅터벅 교실 뒤쪽 자리에 앉았다. 잘생긴 얼굴 탓에 항상 교실을 들어갈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루한에게 쏠렸으나, 루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몇 번 관심있는 여학생들이 루한에게 커피나 초코렛을 가져다주곤 했지만, 그때마다 루한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루한에게 집중되던 관심들도 잠잠해졌다.
루한은 손을 괴고 스크린의 피피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처음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공부도 무척이나 재밌었다. 조모임을 하면서도 말은 없었지만 자료 조사도 열심히 하고 무척이나 열심이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수업이 지루한듯 계속 핸드폰을 뒤적였다.
*
드디어 기나긴 두 시간이 지났다. 루한은 하품을 하며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민석에게 전화를 했다.
"가나슈, 나 수업 지금 끝났어."
"그래? 그럼 5분 뒤에 도서관 앞에서 보자. 어차피 밖으로 나갈거지?"
"아니. 오늘은 학교에서 보자."
"왠일이래? 오케이!"
언덕을 올라가는 것은 힘들었어도,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루한은 전공 서적을 가방에 넣고는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도서관 앞에 민석이 서 있었다. 약간 주황빛이 도는 밝은 머리를 한 민석은 멀리서도 눈에 보였다.
"루한!" 민석이 환하게 웃으며 루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루한은 그런 민석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루한 곁에서 걷고 있던 한 무리의 학생들이 그런 루한의 모습을 처음 보는듯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루한과 민석을 구경했다. 루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석에게 달려가 꼬옥 민석을 안았다.
"야..사람들 보잖아.."
민석은 갑작스런 루한의 행동에 당황한듯 했다.
"뭐 어때."
루한은 민석을 놓아주고 민석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해주었다.
"이제 계절학기도 끝나간다. 그치?"
"응. 시험만 보면 이제 진짜 방학이다. 가나슈 너 점심은 먹었어?"
"아까 먹었지. 루한 너는?"
"나도 먹었어. 그럼 우리 디저트 먹을까?"
"아까는 학교에서 보자더니. 알았어~ 세실리아로 가자!"
"꼭 우리 가게 아니여도 되는데.."
"난 거기만 가면 기분이 좋더라."
루한은 민석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올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민석이 루한의 품쪽으로 다가왔다. 민석은 루한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마추픽추에서도 작은 방을 같이 썼을 때,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을 청하곤 했던 그 숨소리였다. 사실 루한을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민석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정말, 루한과는 영원히 안녕이라고 생각했다. 말없이 마추픽추에서 자신을 떠난 루한을 처음에는 원망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동안 마음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한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고, 그 때와 같이 다정하고 눈물나게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을 알아보지 않기를 맨처음엔 바랐다. 그래서 조용히 루한을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루한은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루한이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불러주었을 때, 민석은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그리움에 사무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자판기 커피를 건네며 환하게 웃는 루한을 보며 한 번 더 마추픽추에서 루한을 만난 것을 후회했다. 민석의 눈에 루한은 마추픽추의 전경보다도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지난번 루한과 국밥집에서 얘기를 나누던 내용이 생각났다.
"루한, 너한테는 그 2주가 어떤 날들이었어?"
"나? 말했잖아. 가장 행복했던 순간. 처음으로 '믿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순간. 가나슈, 너는?"
"나는.. 예상보다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으로 수백번 울었던 순간.."
정말 그 때 대답이 정확히 민석 자신의 느낌을 정확히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민석의 눈 앞에 나타난 루한은 예상보다 너무 아름다웠고 수백번 울었다, 가슴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여행 내내 루한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도 민석은 필요한 말만 할 뿐이었다. 가끔, 정말 말을 하고 싶을 때는 루한보다도 수다쟁이가 되고는 했지만.. 하지만 민석 못지 않게 루한도 굉장히 과묵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일절 말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좁은 방 안에서 그렇게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있기만해도 무척이나 즐거웠으니까.
*
"가나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루한이 쑤욱 민석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민석이 놀라며 루한이 들이민 고개를 다시 손으로 밀어 넣었다.
"아무 생각도 안했어. 오늘은 무슨 케이크를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어."
"다 왔다!"
민석의 눈 앞의 가게. 양과자집이지만 굉장히 정직하게 한국어로 '양과자집 세실리아'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민석은 앞장서서 가게 문을 열었다. 찬열과 세훈이 민석을 환영해주었다.
"민석씨 또 오셨네요! 루한 때문에 많이 힘들진 않으세요?"
찬열의 장난스런 물음에 민석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말도 마세요. 캠퍼스 안에서 가나슈 가나슈 거리면서 따라다니는데.."
"루한 형이요?"
세훈은 민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는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세훈의 기억 속에 루한은 굉장히 무덤덤하고 차가운 인상의 사람이었다. 훈련을 받을 때에도,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무술을 하던 루한의 모습이 생각났고, 미션 수행 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가차없이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던 루한이었다. 사실 가게 안에서도 루한은 대부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이따금씩 찬열이 어이없는 장난을 치거나 훼방을 놓을 때나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루한을 무장해제 시키는 눈 앞의 사람이 세훈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루한이 이리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일까...
"가나슈! 뭐 먹을래?"
"글쎄.. 여기 뭐가 맛있어? 추천!"
"몽블랑 어때?"
"루한 네가 추천해주는 거면 믿고 콜!"
![[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1/2/a126e9405b6460e5bb17d7ab913aebc1.jpg)
루한은 민석을 두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항상 루한은 민석이 가게를 찾아올 때면 손수 주방으로 가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찬열이 루한에게 약간 하자가 있는 상품들을 공짜로 주라고 누누히 얘기를 했지만, 루한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찬열은 자신은 백현에게 항상 그런 케이크만을 줬다고 투덜댔다. 찬열과 세훈은 루한이 주방으로 모습을 감추자 의자를 댕기고 민석 주위에 모여 앉았다. 저런 얼음왕자 루한을 녹이는 민석이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김민석이죠? 이름.."
"네. 혹시 성함이..?"
"아, 오세훈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곳에서 새로 일하시는건가요?"
"네. 맞아요. 루한 형이랑은 동갑이신거죠?"
"네. 90년생."
갑자기 자신 주위로 몰려온 찬열과 세훈에 민석은 당황한 듯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안절부절했다. 그런 모습이 재밌는듯 찬열은 한 술 더 떴다.
"루한이 어때요?"
"네?"
"아니..뭐..친구로서 아니면 학교 동기로서.. 항상 직장 동료로만 루한을 보다보니 루한이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요."
"되게 다정다감해요. 착하고.. 찬열씨는 루한이라고 말하시는거보니 90년생이신가요?"
"아..아니요..92년생인데.."
"아.. 반말을 쓰길래 혹시나 했어요."
"워낙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라 그래요.. 하하.."
그 때 루한이 주방 안에서 나왔다. 이쁜 접시에 아기자기한 몽블랑 하나가 맛깔스럽게 담겨있었다. 꽤 정성을 들인듯 보통 판매하는 몽블랑보다도 장식이 화려했고, 접시 위에는 메이플 시럽을 뿌려 멋을 내었다. 찬열은 접시 위에 몽블랑을 보더니 장난스레 "오~"하며 루한을 놀렸다. 루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석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루한 너는?"
"응?"
"너는 안먹어?"
"나는 네가 먹고 있는것만 봐도 배불러."
루한은 민석 앞에 앉더니 꽃받침을 하는것처럼 얼굴을 손에 괴고 민석을 쳐다보았다.
"맛있게 먹을게! 고마워!"
세훈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루한과 민석이 신기한듯 계속 그 쪽을 응시했다. 보다못한 찬열이 세훈 눈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
"왜 그래 오세훈?"
"아니. 정말 신기해서. 루한 형이 저런 사람이었나? 항상 내 기억에는 차갑고 억세고 힘 세고 ..뭐 그런 이미지로만 있었거든. 찬열 형은 알았어? 루한 형에게 저런 면이 있었다는거."
"나도 최근에 알았어."
"저 민석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알게된거래?"
"마추픽추에서 만났다던데? 잠깐동안 루한이 여행을 간 적이 있거든. 페루로."
"마추픽추.. 신기한 인연이네. 거기서 만났는데 학교가 같았던거고?"
"그런가봐. 요새 루한은 완전 귀에 입이 걸려서 학교 다닌다. 말도 말아."
세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항상 자신에게 엄격했고, 동료들 그리고 부하들에게 엄격했던 '콘실리에리 루한' 이었다. 찬열이 루한에게 반말을 쓰는 것은 그들이 조직에서 같은 '콘실리에리' 위치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권력이 있는한 나이는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따금씩 찬열이 루한에게 반말을 쓰는 것을 보는 사람들이 이 둘을 동갑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루한은 항상 찬열에게 존대는 바라지도 않으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찬열이 이를 용납할리가 없었다.
루한은 제 앞에서 자신이 만든 몽블랑을 맛있게 먹고 있는 민석을 바라보았다. 요새 살이 다시 찌고있다며 투정을부리는 민석이었지만 제 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아 생각났다!"
"뭘?"
"마추픽추에서..민석이 네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그랬었잖아."
"그랬나?"
"응. 몇 번이고 할 말이 있다고 그랬는데, 결국 안 말해줬어."
"그건 루한 네가 훌쩍 떠나버려서 그런거지. 근데 무슨 말이었지? 기억이 안난다.. 벌써 1년이나 지났는걸.."
"싱겁긴.. 무슨 말이었을지 내내 궁금했었는데."
"내가 다시 생각나면 바로 알려줄게!"
민석은 그러고 다시 몽블랑을 먹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달고 맛있었다. 민석은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루한을 보았다. 루한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2주 동안 민석이 말한 것, 행동한 것.. 하나하나 루한의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머리가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루한!"
"응 가나슈. 왜?"
"고마워. 맛있는 케이크도. 그리고 옆에서 날 꼭 붙잡아줘서."
"갑자기 왜그래? 무슨 일 있어?"
루한이 민석의 머리를 살짝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아니..그냥.. 생각날 때 말해줘야 될 것 같아서. 나중에 또 기억 안난다고 할까봐."
"귀엽긴. 고마워. 바로 말해줘서."
언젠가 민석 자신이 당당하게 루한 앞에서 지금 가슴 안에만 응어리져 있는 말을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루한은 지금처럼 밝게 웃어주겠지. 아름다운 사람.
******
찬열은 지금 백현이 다니고 있는 학교 교문에 기대어 서 있다. 수업이 끝났는지 하나 둘 학생들이 교문 밖을 나섰다. 모두들 한 번씩은 찬열을 흘끔 쳐다보는 듯 했다. 찬열은 자신의 멀쑥한 키에 잘생긴 외모가 돋보여서 그런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오는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백현은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찬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나가고 있어." 툭-
할 말만 하고 끊는 백현의 행동에 찬열은 잔뜩 약이 올랐다. 그 때, 멀리서 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찬열은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가 백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변백!"
"으악 저리 가! 징그럽게!"
"정 없긴... 근데 서점은 갑자기 왜?"
"책 살게 있어서."
"무슨 책?"
"가보면 알어."
백현은 좁은 골목을 앞장 서서 걸었고, 그 뒤를 찬열이 따라갔다. 백현은 미리 길을 알아본 듯 능숙하게 사람들을 피해 서점 앞에 다다랐다. 서점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책 냄새로 가득했다. 찬열에게는 굉장히 낯선 공간이었다. 이렇게 많은 책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이 장소가 신기하기만 했다. 찬열은 두리번 두리번대며 서점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책장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사람, 한 쪽 손에 책을 한가득 안고 또 다른 책을 찾아보는 사람..
"당신 뭐해? 나 다 골랐어."
백현의 손에는 책 두 권이 들려 있었다. [베이킹 기초 다지기], [제과 기본서]. 찬열은 그 책들의 제목을 보자마자 흐뭇한듯 활짝 미소지으며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꽤 하는데? 변백?"
그러자 백현은 쑥스러웠는지 툴툴대며 계산대로 향했다. 찬열은 백현의 뒤에 서더니 점원에게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왜 당신이 계산해?"
"내가 고용주잖아. 직원이 공부하겠다는데 이정도 복지 지원은 해줘야지."
나름 열심히 해보겠다는 백현의 모습이 찬열의 눈에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백현을 처음 만났을 때 찬열은 백현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무심하게 자신이 건넨 손수건을 잡아들고 교복 이곳 저곳을 닦아내던 백현의 표정은 '無'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 자신 앞에 책 두권을 손에 안은채 뿌듯해하고 있는 백현의 표정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게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차츰 차츰 살아나는 백현의 얼굴이 찬열의 눈에는 보였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자신 옆에 있으면서 그게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여러 감정들을 백현이 느꼈으면 했다.
나란히 집에 가는 길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찬열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채 성큼성큼 걸었고, 백현도 한 손에는 책 봉지를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든 채 조용히 걸었다. 그 때, 머리 위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순간 비가 쏟아져내렸다. 백현은 이 상황이 마냥 즐거운듯 가방을 머리 위에 둔 채 웃으며 뛰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찬열이 조용히 뒤따라 뛰었다. 숨차게 뛰어 어느덧 찬열의 집 앞에 도착했다. 서둘러 번호키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 먼저 씻는다."
백현은 쪼르르 욕실로 먼저 달려갔다. 찬열은 부엌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그리고 백현이 아까 샀던 책을 가방에서 꺼내서 천천히 넘겼다. 문득, 자신이 양과자집을 하겠다며 루한을 설득하던 날이 떠올랐다. 루한은 무슨 남자가 베이킹이냐며 무척이나 반대했었다. 결국은 루한이 먼저 자격증을 따고 나중에는 자기가 더 베이킹에 열심이 하는 꼴이 되었지만. 옛 생각이 나는듯 찬열은 책장을 하나하나 넘겼다.
"나 다 씻었어. 당신 가서 씻든가."
"난 안 씻어."
"헐. 더럽게....."
"오늘 아침에 샤워했는데, 그냥 자지 뭐.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면 돼."
"알아서해. 나는 먼저 잔다."
"벌써 자게?"
"11시야. 자야지.. 내일 학교 일찍 가야돼."
그 때, 창 밖에서 천둥이 쳤다. 그리고 더 거세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하던 장마가 다시 시작된 것 같았다. 백현은 방으로 들어가다 천둥 소리에 멈칫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부엌 테이블 의자에 앉아있는 찬열의 눈치를 보았다.
"있잖아.."
"응?"
"오늘만 당신 옆에서 자도 돼?"
"응? 뭐라고? 다시 말해봐."
"무서우니까 오늘만 당신 옆에서 자고 싶다고.."
"변백현! 너 천둥이 지금 무서운거야? 다 큰 자식이 진짜 가지가지한다."
"싫음 관둬."
"아니야 아니야. 으규으규 그랬어요 우리 백현이. 천둥이 무서웠구나. 가자 들어가자!"
찬열은 백현의 목을 팔로 감고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익숙한 듯 자기 베개 위에 누웠다. 백현은 쭈뼛거리더니 조심스레 그 옆에 누웠다. 찬열은 백현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 떨어져! 징그럽다니까."
"무섭다며. 그러니까 이러고 있어. 그럼 덜 무서울걸."
"오늘만이야.."
![[EXO/찬백루민] 양과자집 세실리아 0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4/a/c4a764e9a2939b2d264828609b76408d.png)
찬열 옆에 백현이 나란히 누웠다. 찬열은 백현의 얼굴을 한번 흘핏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귀여워. 소리가 절로 나왔다.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찬열은 조용히 백현을 불렀다.
"변백."
"..."
"자냐?"
"..."
찬열은 백현이 깰까 조심스레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백현의 이마, 코 그리고 입에 입맞추고는 다시 조용히 누웠다. 창문 밖에 비치는 달이 밝았다. 아마 비가 갠 모양이다. 옆에서 세상 모르게 코까지 골아가며 자고 있는 백현의 목 뒤로 자신의 팔을 넣어 팔베개를 해주었다. 그러자 더이상 코골이 소리가 나지 않았다. 피식- 찬열은 웃더니 오목조목 백현의 얼굴을 살폈다.
"정말 강아지처럼 생겼네.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냐 너. 천둥소리도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그동안 혼자 살았던거야. 변백, 내가 너한테 행복을 찾아줄 수 있을까?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게.. 그렇게 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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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티라미스
"박찬열, 이 지갑 안에.. 이 사진.. 나한테 설명해줘야겠다."
"잠시동안만이야 루한. 그러니까, 나에게 시간을 좀 더 줘."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니 이 세상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변백현.
민석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루한을 온전히 사랑한다.
항상 행복하세요.
Cascade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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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