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랄라
결혼 날짜를 잡고 오늘은 웨딩드레스 보러 가는 날.
몇 번 이 앞을 지나갈 때 마다 이게 이쁘다, 저게 이쁘다 했었는데
정말 그 예쁜것들을 입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렜다. 어, 오빠 전화왔다!
![[국대망상] 웨딩드레스ver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f/d/2fdba3a21a2ca019d96227af15f2e343.jpg)
박주영
“ 빨리 빨리 안나오나- 지겨워 죽겠다. ”
드레스를 힘들게 입고 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오빠의 목소리. 아오 이쁘기만 이쁘지 입을 땐 완전 힘드네……. 아 다이어트 좀 더 할껄. 배에 힘주느라 미치겠다. 거기에 이제 남편 될 사람의 지친 목소리 까지 들으니 더 힘들다. 소리를 꽥 지르고 싶었으나 나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직원분이 보여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끝에 들린 소리. 이제 다 됐어요 신부님-. 숨을 크게 쉴 수도 없었다. 오늘부터 또 다이어트다!! 두꺼운 하얀 커튼이 천천히 열리고, 오빠가 쇼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이쁘게 하고 나왔는데. 직원 언니가 오빠를 불렀다. 저- 신랑 분- 그제서야 오빠는 눈을 천천히 떴다.
“ 와 ”
“ …괜찮아? ”
“ 아…니 왜캐 이쁜데. ”
혼이 나간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말하는 오빠. 아 사람들도 있는데 저런 팔불출 소리를 들으니 너무 부끄러웠다. 오빠는 갑자기 휴대폰 카메라를 실행시켜 날 몇 번 찍었다. 습관적으로 브이 자가 나오려는데 내가 입고있는게 드레스라는걸 생각하곤 그냥 활짝 웃었다. 직원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도 모습 보실래요? 살짝 옆으로 보세요-. 오빠 때문에 날 제대로 못봤네. 옆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이 보였다. 이제서야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 내가 정말 결혼을 하는구나. 내가 거울을 계속 쳐다보자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왔다.
“ 니 너무 니 모습에 심취해있는거 아이가? ”
“ 오빠… ”
“ 왜 그래 부르노 또. ”
“ 우리 진짜 결혼하는구나… ”
오빠는 아무 말 없이 거울을 통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 어딜 갔다 온 직원 언니가 말했다. 다음 드레스 입어 보실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또 다시 긴 시간동안 드레스와의 전쟁을 했다. 이번엔 오빠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냥 커텐이 다시 열리면 너무 예쁘다는 소리들을 했고 그래서 무슨 드레스를 할지 계속 정하지 못했다. 하나만 골라보라고 성질내니 나보다 더 성질내며 말하는 오빠. 아 다 이쁜데 어야라고!!!
결국엔 제일 처음 입어봤던 하얗고 긴, 웨딩드레스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는 드레스를 골랐고, 내 드레스가 골라지자마자 오빠는 턱시도를 입어보러 갔다. 앉아서 아까 오빠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직원 언니가 내 옆에 와선 슬쩍 앉았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 부러워요… ”
“ 네? ”
“ 신부님 너무 부럽다구요, 저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
“ 이제 방탕한 생활은 끝인데요 뭘…흐흐 ”
“ 그래두요- 저한테도 저렇게 예쁘다고 넋 놓아버리는 남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그 말을 끝으로 저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나서 내게 작게 인사하고 가는 직원언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가 부럽다니 너무 다행이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썩 나쁘진 않았다. 지금 이 행복이 결혼 후에도 계속 이어져야할텐데- 그나저나 턱시도 입는것도 이렇게 오래 걸리나… 빨리 우리 오빠 보고싶은데.
![[국대망상] 웨딩드레스ver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0/6/5064df6365c43deca78b95ba0464ef64.jpg)
기성용
“ 다른거. ”
아까부터 계속 미간을 구기며 다른걸 외치는 기성용. 아 힘들게 입고 나왔더니 왜 계속 저래- 직원언니도 계속되는 불만에 많이 당황한 듯 했다. 하긴 여기와서 누가 저런 험악한 표정 짓고 그래. 평소에 보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쁜거 입고 싶은데… 내가 입고 싶은 이쁜것들은 살짝씩 노출이 있는 것들 이였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거나, 가슴 부분이 살짝 파였거나, 짧은 미니 웨딩드레스나. 평소에도 치마 입을 때 허벅지가 살짝만 보여도 뭐라 하는 오빠 때문에 치마도 눈치보며 입었어야하는데 웨딩드레스도 그래야 하다니… 커튼을 다시 닫고 직원언니에게 잠시 오빠랑 말 좀 하고 온다고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언니가 잘 해결하라고 하곤 다른곳으로 갔다. 내가 그냥 옷을 입고 오빠의 옆으로 가자 왜왔냐는 듯이 쳐다봤다. 왜 왔긴, 너랑 얘기하러 왔다.
“ 왜? 더 안입고. ”
“ 오빠가 자꾸 다 싫다는데 내가 뭘 입어. ”
“ 다 별로였어. ”
“ 아 왜!! 한 번 뿐인데 좀 이쁜거 입고 싶단 말이야. ”
“ 안 돼. 노출 없는거 입어. ”
“ 아 오빠아… ”
평소 오빠가 껌뻑 죽는 말꼬리 늘어뜨리기를 시도했다. 구기고 있던 미간이 살짝 펴지는게 보였다. 좋았어. 계속 오빠 팔에 매달려 제발 입게 해달라고 낑낑거렸다. 오빠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저 무표정으로 헛 짓을 하고 있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좋긴 뭐가 좋았어. 다 망했다. 물론 노출 없는 것들도 예쁘긴 다 예쁘지만 그래도 내가 입고 싶었던건 저게 아닌데. 여기와서 싸우기 싫었는데. 넘어오지 않는 오빠에 괜히 민망해져 잡고 있던 오빠의 팔을 놓았다. 결국 실패구나.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구두만 쳐다봤다. 아씨… 짜증나. 괜히 눈물이 나올려고 했다. 진짜 밉…
“ 다시 입어보든가 ”
옆에서 들려오는 개미 만한 오빠의 목소리. 감격해서 오빠를 쳐다보니 오빠는 아까 그 무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진짜냐고 계속 물어보니 그럼 가짜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오빠였다. 착잡했던 기분이 한순간에 좋아졌다. 신나서 오빠 볼에 뽀뽀를 해주니, 내 볼을 잡고 다시 입술에 뽀뽀하는 오빠. 누가 볼까 걱정되는 것도 없었다. 그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한거지. 역시 이뻤다니까.
“ 오빠. 이쁘긴 진짜 이뻤지? 아까 두번째 그거. ”
“ 가슴 너무 파였어. ”
“ 아~ 이쁘잖아 나 그거 못입으면 결혼 안하려고했었어. ”
“ 뭐? ”
“ 농담! 아까 나 예뻤지! 진짜! ”
“ 너가 드레스빨 받은거야. ”
…치, 어쨌든 뭐 이쁘긴 이뻤단거네. 다시 쳐다본 오빠의 입술 끝이 올라가있었다. 나도 더 환하게 웃었다. 직원언니에게 말하자 잘됐다며 나보다 더 좋아했다. 두번째 입었던게 솔직히 제일 잘어울렸다면서 박수를 짝짝 치며 말했다. 언니가 나보다 뭐 더 귀엽냐- 그리고 직원 언니가 말했다. 신부님 드레스 다시 한 번 더 입어보실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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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이거밖에 못썼네요ㅠㅠ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독자님들 하트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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