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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2172l 1









"권지용."


낮지 않은 목소리가 내이름을 부른다. 날카로운 바람이 내 귓가를 가르고 그 작고 얇은 목소리를 바스러뜨린다. 나는 혹시나 그 작고 얇은 목소리가 바스라져 가루가 되었을까봐 뒤를 돌아 본다. 그러면 그 작고 얇은 목소리를 가진 아이는 한발짝 먼 곳에서 나와 눈을 마주하며 생긋이 웃고만 있다. 아이는 입을 연다. 같이가자-. 다행이야, 너의 목소리가 가루가 되지 않아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지용아-."



작고 얇은 목소리는 투정부리듯이 말한다. 앞니라도 빠진 일곱살짜리 마냥 새는 발음이 우습게만 들린다. 그래서 조금 웃음이 난다. 뚜벅뚜벅 내 발걸음 소리에 맞춰 타박타박 걷던 너는 발걸음을 놀려 내 옆에 와서 선다. 그러면 나는 너가 온 줄 알면서도 계속 뚜벅뚜벅 길을 걷는다. 하지만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우니 발걸음을 조금 늦출게. 그러면 어느새 우리의 발걸음은 같아져 같은 발자국 소리를 낸다. 
탁, 탁- 우리 같이 이인삼각 나가면 잘 뛸 거같아. 나는 머리로 우리가 한쪽발을 묶고 함께 달리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하얗고 창백하게 질린 손이 한쪽 코트 소매를 붙잡는다. 하얗고 창백한데 또 통통하고 투박한 그 손은 아이같아 웃음이 난다. 너는 참 웃긴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널 보면 웃음이 난다. 나는 그제서야 발걸음을 멈춰 너를 쳐다본다. 하얗게 질린 너의 손은 꼭 찐빵같아. 그래서 나는 그 손을 잡아본다. 혹시나 일그러질까 조심스럽게 쥐어보았다. 찐빵같은 하얀손은 찐빵처럼 따뜻하고 말캉하지는 않지만 잡고있을 수록 뜨거워져 가만히 잡고만있었다. 
그러면 너는 덥지도 않은 이 추운 날씨에 여름의 중심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더운듯 볼이 발게 진다. 목도리에 코를 묻고 입을 가리고선 볼이 빨개진 채 눈만 방긋방긋 웃고있는 너는. 프리지아 꽃향기가 난다. 붉은 장미의 꽃을 얼굴에 피우고서는 하얀 프리지아 꽃내음을 풍겨 마치 지금이 겨울의 입구가 아닌 4월의 봄햇살이 스며드는 때 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해. 나는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프리지아 꽃내음도 나를 따라온다. 바람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몸을 이불 속에 뉘였다. 한 손 가득한 차갑던 찐빵은 어느덧 너무 뜨거워져 데일 것만 같다.



"뜨겁다, 그치?"



침대에 걸터앉아 우리의 맞잡은 손을 조물거리며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손을 물끄러미 보는데 조물거리는 손이 꼭 지점토 같아 쥐어보았다. 한손으로는 부족한 마음에 다른 손마저 쥐었다. 내 손안에 가득 담긴 지점토같은 너의 가지런한 두 손을 보며 처음보는 장난감을 앞에 둔 일곱살 어린아이처럼 만지고 싶은 마음에 쥐었다 폈다 해본다. 너는 고양이처럼 갸르릉거리더니 간지럽다며 몸을 비튼다. 너의 얼굴엔 아직도 붉은 장미가 담겨 있어. 너의 장미는 전염이 빠른지 어느덧 거울 속 내 얼굴에도 붉은 장미가 서려있다. 
나는 감기는 눈꺼풀에 눈을 감았다. 지점토는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아 쥐고 있기로 했다. 침대 매트리스가 기웃하더니 가까이에서 너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춘다. 프리지아 꽃향기를 내 숨이 더럽힐까 혹여 걱정이 되서. 따뜻한 기운이 내 머리를 헝크린다. 
그러면 나는 단지 피곤해서 모르는 척 너의 손길을 용서해준다. 피곤해서 그래. 그러니 너의 손길에 지금은 눈을 감아줄게. 쓱쓱 머릿결을 쓰는 너의 손길 밑에서 나는 너의 고양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심장이 떨린다.



"피곤해?"

"응-."



피곤하냐고 묻는 말에는 걱정이 새어나와 나는 잠시 투정을 부리고 싶어지기도해.  옆에서 작게 너의 웃는 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 들어 고막을 울린다. 고막은 심장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지 심장도 함께 울린다. 쿵쿵 뛰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떠 너를 보면 너는 늘 그랫듯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장미를 품은 너의 얼굴이. 고동색으로 반짝이는 너의 눈동자가. 연분홍빛 살구같은 너의 입술이 내 눈에 들어오면,
나는 이상하게 너를 안고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조용히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만 존재하는 이 공간에 내 귀에는 진동하는 나의 심장 소리만이 가득해서 혹시 귀가 멀어버린 건 아닐까 작게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승현아"



내 눈안에 가득 담긴 너를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요동쳐 하는 심장이 부끄러워지곤해.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 지 심장의 뜀박질은 더욱 빨라져 귓고동을 울린다. 나는 네 품에 가두었던 얼굴을 들어 너를 올려보았다. 네가 눈을 맞춰주며 눈꼬리를 휘며 말한다. 



"응, 말해"



이상하게도 네 목소리에는 온도가 있는 것 같다. 따뜻한 온도를 가진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 온몸이 따뜻함으로 물드는 기분이 들어. 마주본 너의 눈은 한 없이 따스해서 그 따스함이 날 향한 다고 생각하면 가끔 온 몸이 달아 오를 때가 있기도해. 그 따스한 눈이 나를 향해 웃어주고 나를 담는다고 생각하니 너를 안고는 못 배길것 같아 그냥 너를 안아 버렸다. 단지 안고싶었을 뿐이야, 네가 너무 따뜻해서. 나는 몸을 돌려 너의 허리를 양팔로 꽉 끌어 안아 날 너의 품속에 가둔다. 나는 그 순간만은 아이가 되고 싶어진다. 너의 품 속에서 온전히 숨을 쉬는 아이가.
프리지아 꽃향기가 내 코로, 내 몸 속으로,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질 때면 나는 조금 더 빨라진 내 심장의 동요가 더 부끄러워져 꼭꼭 숨기려 더욱 너를 세게 끌어안았따. 너는 몸을 작게 떨며 내 머리를 감싸지. 벚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지 듯 가볍지만 천박하지 않은 너의 웃음 소리가 내 고막을 간지럽히고, 그러면 심장도 간지러워진다. 고막도 심장과 연결되있는게 분명해.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너의 작은 손이 내 머리를 헝크리면 나는 내 팔에 힘을 주어본다. 우리 둘만이 가득 찬 공간 속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너의 따스하기 만한 손길은 우리의 처음을 떠올리게해. 너의 손길이 내 머리를 헝클이 듯 선선한 바람이 우리의 머리를 흩날리던 봄과 여름의 사이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




유난히 작은 어깨를 가진 아이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지. 약의 냄새가 가득할 것만 같은 하얗고 얇은 천 하나만을 걸친 채 안개꽃만이 가득한 꽃 밭에 서있던 아이의 존재는 마치 안개꽃 속 펴있는 한 송이 장미같이 아름답기만해서, 나는 그 모습을 초침이 백번을 넘게 째깍거리는 것고 모르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의 하얀 옷과 고동색 머리를 흩날리는 작은 바람의 몸짓에, 홀린 듯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바람이 뒤에서 내 등을 밀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주춤거리는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아이는 뒤돌아있던 등을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의 턱까지오는 머리통이 작았다. 어깨도 작고 몸도 작아보였다. 아이에게선 약 냄새가 났다.
아이는 하얀 환자복을 입은 주제에 내눈엔 붉은 장미처럼 보여 나는 이상한 것 같은 내 눈을 감았다 떠보았다. 나와 마주친 고동빛 두 눈은 마치 죽어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그 아이가 곧 죽어버리는건 아닌가 걱정을 했다. 그것도 잠시, 아이는 고개를 돌려 무수히 펼쳐진 안개꽃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예쁘죠 꽃들이"



아이같이 밍밍하고 높은. 간지러운 목소리였다. 나는 아이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안개꽃들. 꽃들이라고 해봤자 이 들판을 가득 채우는 안개꽃이 다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힘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고 안개꽃은 빛을 받아 반짝거려 내눈에는 숨막힐 듯 피어있는 안개꽃이 꼭 별을 빼어 담아논 것도 같았다. 안개가 서리듯이 우리를 애워싸고 있는 안개꽃들에 나는 혹시 우리가 이 속으로 빠져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뻐."



너의 모습이. 나는 혹여 안개꽃이 듣고 질투를 낼까봐 뒷말은 하지 않았다. 마음으로만 한 번 더 되새겨보았다. 아이는 그저 먼곳을 바라보며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순간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아버리려 뻗으려는 손을 멈추느라 양손에 힘을 주었다.



"안개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나는 언젠가 친구로부터들은 적 있는 안개꽃의 꽃말을 기억하기위해 애썼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이는 등을 보이며 느릿하게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대답도 듣지 않고 가버리는 아이를 원망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안개꽃...안개꽃....아 그래,



"기쁨"



그 친구는 내게 말했었다. 안개꽃은 꽃말이 많아. 하나는 기쁨인데 하나는... 기억나지가 않았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너는 내 말을 들은걸까. 밑으로 처진 어깨와 숙여진 고개를 바라만보았다. 바람이 불어와 안개꽃이 날렸다. 내게는 아이도 흔들리는 것 처럼 보여 정말로 내눈이 이상한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크게 눈을 뜨고 본 아이의 주변은 온통 안개꽃이었다. 아이만 덩그러니 흐뿌연 안개꽃 가운데 서 있는 장면은 꼭 마치 장미 한 송이와 안개꽃처럼 보였다. 언젠가 내게 안개꽃의 꽃말을 가르쳐준 친구가 한 말이 있어.



"이대로,"



서서히 아이의 몸이 돌아가고 완전히 나를 향해 몸을 돌렸을 때. 아이가 숙여져 있던 고개를 들었을 때. 그리고 우리의 눈이 마주쳤을 때.



"그냥 보낼 수 없어"



말했다. 장미꽃 한 송이와 안개꽃의 의미는 오늘 이대로 당신을 보낼 수 없다는 뜻이야. 나는 그냥 그 말을 뱉어버렸다. 아무런 생각없이 뱉어버린 그 말을 나는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 아이는 발걸음을 주춤하다 저벅저벅 내게 다가오더니 옷 안에서 무언 가를 꺼내보였다. 나는 아이의 손에 들린 하얀 장미를 바라만 보았다. 아이는 하얀 장미를 나의 정장 플라워홀에 꽂았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나는 가만히 아이를 쳐다보았고 아이는 싱긋 웃고는 등을 돌려 사라졌다. 나는 아이가 떠난 후 한참 하얀 장미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정장을 입길 잘한 거 같아. 그 후에 나는 검색을 통해 하얀 장미 한 송이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때 내 심장이 어째서 요동쳤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생소한 느낌에 둥둥, 소리를 내며 뛰는 심장을 멈추느라 애를 썼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안개꽃의 꽃말 하나는 죽음이라는 것을. 그것이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남긴 우리의 첫만남이었지. 




*




나는 우리의 처음을 회상하니 닿아있는 너의 몸이 너의 존재를 느끼게해줘 더욱 꽉 끌어안았다. 지금 내가 닿아있는 존재가 너라는 것에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고마워"



나는 너에게 고마운 것이 많아. 나에게 프리지아 꽃향기를 선물해 준 것도. 안개꽃이 가득한 곳에서 무사히 돌아와 준 것도.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것도. 



"나도 고마워"



우리는 뒷말을 아낀다. 말로는 다 못해서 마음으로만 되내인다. 열린 창문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엔 하얀 눈이 내려온다. 첫눈이네. 너는 내 몸을 일으켜세우고는 창가로 이끈다. 아직 잡은 우리의 손은 뜨겁기만 하다. 까만 밤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는 프리지아 꽃잎처럼 보인다. 너는 창문을 활짝 열어 내리는 눈에 손을 뻗어본다. 
하얀 프리지아 꽃잎이 너의 손 위로 나풀거리며 떨어진다. 너는 녹아버려 물이 되어버린 꽃잎을 보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만 있다. 나는 네가 웃는 모습이 왜이리 웃긴지 모르겠어. 그러니 나는 지금도 너를 보며 웃는다. 예쁘다,그치? 응,첫눈이네. 나가자우리. 너는 춥지도 않은지 나의 손을 끌며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나는 싫다고 투정을 부리고 너는 맞잡은 손을 흔들며 나를 재촉한다. 그러면 나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나가기 싫어. 춥잖아. 근데 나는 집 안이 너무 답답하니까 어쩔수없이 나가는 거야. 나는 신발을 신었다. 특유의 덧니를 보이며 방긋방긋 웃는 웃음이 밉지가 않다. 계속해서 잡은 손을 재촉하는 몸짓에 천천히가자고 말을 해도 너는 빨리, 빨리- 만을 연신 되내이며 날 잡아끈다.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너는 웃어준다. 너는 잡은 손을 놓질 않고 달리기 시작한다. 내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지고 우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꽃잎을 맞으며 어두운 밤 거리를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가파오는 호흡에 발걸음을 점점 늦추니 너의 발걸음도 느려지고 어느덧 멈추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쉴 때 마다 하얀 입김이 나온다. 너를 쳐다보니 코가 빨개져서는 예의 그 웃음을 지어보이며 웃고있다. 빨간 코에 웃음이 나서 웃으니 그에 따라 입김이 피어오른다. 계속 잡고 있던 손에서 느껴지는 축축함도 나쁘지 않았다. 너 코 빨개. 웃으며 말해주니 너는 귀 빨개.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마주보고 웃고있었 던 것 같다. 머리 위에 꽤 쌓여있는 하얀 눈을 털어주었다. 빨개진 코에 입김을 하- 하고 부니 되려 볼이 더 빨개진다. 너는 두 손을 뻗어 내 두 귀를 덮었다. 떨어진 손이 조금 아쉬워 쥐었다 폈다 해보았다. 



"따뜻하지?"



고개를 끄덕끄덕 해주니 너는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로 활짝 웃는다. 너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다시 내손을 잡아끈다. 흩날리는 프리지아꽃 아래 나의 프리지아 향이 나풀거린다. 바람이 불어와 내게서 풍기는 향기가 진하게 내 코를 간질인다. 나는 어렴풋이 떠올려보았다. 네가 프리지아 향기를 가진 그 날을. 우리는 처음 만난 후 다음 4월. 프리지아꽃이 필 무렵 다시 만났다. 



*



학교는 지루했다. 정해진 일상을 반복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았다. 기계처럼 공부만을 반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가 떨어지게 했다. 열아홉. 삶에서 맞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4달 정도 지나갈 무렵 나는 너를 다시 만났다. 4월의 봄햇살이 창가를 통해 들어오면 나는 고양이처럼 나른해지는 몸을 책상에 뉘였다. 전학생이왔어. 딱딱하게 말하는 담임의 목소리에 고3에 무슨 전학이냐며 아이들이 입을 놀렸다. 담임은 출석부로 교탁을 몇번 내려쳐 소란스러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앞문을 열고 전학생을 데려 들어왔다. 
나는 숨을 죽였다. 아니 쉴 수 없었다. 쉬어지지 않았다.하얀 장미의 소년이 환자복이 아닌 나와 같은 교복의 차림으로 안개꽃밭이 아닌 교탁 앞에 서있었다. 알 수 없게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살짝 올려보았다. 일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만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승현이야"



이승현, 이승현, 이승현.
하얀 장미를 준 소년은 자신을 이승현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작게 이름을 되내어 불러보았다. 승현이. 이승현. 혀가 구르며 발음되는 너의 이름이 너와 잘어울렸다.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예쁜 이름. 너처럼. 그 아이는. 아니 이승현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지난 해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안개꽃에 둘러쌓여 있던 아이는 더이상 뿌연 안개 속이 아니었다. 이승현을 보고 아직 살아 있음에 안도를 했다. 넌 그 때 곧 죽을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잖아. 다행이야, 아직 죽지않아서. 그러나 여전히 작은 어깨와 머리만은 변하지 않아서 설핏 웃음이 났다. 
나는 이승현을 눈에서 놓칠 못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작은 머리가 몇 번 주위를 둘러보고 곧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엉겼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작게 입을 벌린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너는 이때부터 참 웃겼던 것 같아. 아이는 쭈뼛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정말로... 아이는 말끝을 흐렸다



"다시 만났네."



나는 아이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네가 우리의 다음을 기약했음을. 어쩐지 심장의 움직임이 조금 더 거세진 것 같기도 하다. 아이의 뒤로 햇빛이 들어왔다. 따뜻한 봄 햇살이었다.



"죽지않았네."



나는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이는. 아니 너는 내게 어떤 것도 비할 수 없는 예쁜 웃음을 지어보였지. 햇빛이 눈이 부셔 눈을 감았다.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차갑지 않은 따스한 바람이. 교실 창가에 놓여있던 백색의 프리지아꽃 향기가 네 몸을 스쳐 내게 다가왔다. 너는 더이상 지독한 약 냄새가 아닌 프리지아꽃 향기를 가지게 되었다. 



-



많이 아팠어. 너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곧 죽을지도 몰랐거든. 담담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더 서글퍼지게 한다.



"안개꽃이 보고싶어서 무작정 찾아갔어. 병원 창문으로 매일매일 내려다보기만 했는데 갈 수는 없었거든 링거 주사가 나를 묶어놨었어. 나는 오래, 아주 오래 병원에 있었어. 얼마나 오래였는진 잘 모르겠어."



너는 그 날의 안개꽃밭에 서 있던 아이처럼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학교 옥상은 아무도 발걸음하지 않아 조용했다. 하얀 와이셔츠 아래 말라빠진 너의 팔이 비친다. 너는. 너는 많이 아팠구나. 우리의 처음 속 환자복을 입었던 너를 그려보았다.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만 같았어. 많은 걸 잃었거든. 곧 내가 죽고말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날. 링거 주사를 내 팔뚝에서 빼고 병원을 나섰어. 그리고 내 침대옆 탁협 위에 놓여있던 하얀장미 꽃다발에서 하나를 꺼내어 환자복안에 넣었어. 안개꽃밭은 병원에서 본 거랑 다르게 꽤 멀더라구. 병원 슬리퍼를 끌고 무작정 갔어. 그리고 도착했는데 안개꽃은 참 이쁘더라. 내가 매일 내다본 곳이 었는데 가까이 보니 더 이쁘더라."



톤이 일정한 너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 날 너의 모습을 생각했다. 하얀 환자복을 입고 약 냄새를 갖고 있던 너의 모습을. 너의 발은 끝내 떠오르지 않아 조금 답답했다. 



"안개꽃의 꽃말은 죽음이라고 누군가.. 말해주었어. 나는 나를 둘러싼 안개꽃을 보면서 내가 죽음에 갇혀있는 거 같아서 무서웠어. 곧 정말 내가 죽을 거 같았거든."



누군가를 말하는 너의 말 끝이 흐려진다. 나는 지독히도 슬픈 너의 말을 담담하게 듣고있었다. 단지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을 뿐.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겠더라. 내가 이대로 이 안개꽃 사이로 빠져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어. 근데 그 때 네가 다가왔어."



나는 그때 바람이 나를 네게로 밀어 네게로 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네게로 밀어준 바람이 참 고마워. 



"나는 그제서야 움직일 수 있었어. 너를 올려다보는데 되게.. 뭐라구 해야하지. 심장이 뛰는게 느껴졌거든. 오랜만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내가 살아있는거 같은 느낌말야."



너는 나를 보며 심장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는 너의 얼굴이 조금 붉어 보이던 것은 지금 노을이 지는 탓이 었을까. 



"나는 아마 그때 안개꽃밭을 바라보며 너에게 예쁘냐고 물었던 거 같아. 왜냐면 니가 '응, 예뻐'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기억이 나거든. 그리고 나는 너에게 안개꽃의 꽃말을 물었을거야. 근데..."



너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조금은 목이 매는 듯 갈라진 목소리에 너를 바라보았다. 담담하던 목소리가 어느덧 눈물에 젖어있었다.



"나는 왠지 가야할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안개꽃의 꽃말을 기억해내려는 듯 애쓰는 너에게서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지. 나는 느꼈어 안개꽃밭에서. 내가 곧 죽을거라는 걸.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더라. 근데 그때 들었어 네가 한 말을."



나는 네가 할 말을 알 것도 같았다. 



"기쁨."



나의 친구가 말한 안개꽃의 꽃말을. 이제 나는 안개꽃의 꽃말이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안다. 



"죽음을 말할 줄 알았어. 내가 모두에게 안개꽃의 꽃말을 물었을 때 한 사람을 뺀 모두는 죽음이라고 말했거든. 아무도 내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어. 심장이 떨리더라, 나는 알고 있었어 기쁨이라는 안개꽃의 꽃말을. 근데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죽음만을 본 거야. 갑자기 죽음만 같았던 주위가 온통 기쁨으로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서 그냥 가만히 서있었어. 근데 갑자기 니가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목이 매여 흐리는 너의 뒷 말을 알 것 같았다. 장미 한 송이와 안개꽃의 의미를. 나만을 바라보던 너를 보며 뱉어버린 그 말을. 너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한 그 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느꼈어. 내가. 내가 너를 꽤 오래 못잊을거같다고. 안개꽃밭에서 만난. 내게 빨간 장미 한 송이와 안개꽃의 꽃말을 말하던 너를 말이야." 



너는 알고 있었구나. 그러면 그 것도 알았을까. 그 빨간 장미 한 송이는 바로 너 였다는 것을. 



"하얀 장미 한 송이의 꽃말은 다음을 기약하는 거라고 누군가 말해주었어. 나는 그 때 내 품 속의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너에게 주고 싶어졌어. 막연히 다시 너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사실 다른 사람 주고싶었는데너의 정장에 내가 가져온 하얀 장미 한 송이를 꽂을 때 이 꽃의 주인은 너구나. 하고 느꼈어. 나는 너를 꼭 다시 보고 싶어졌어. 그리고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라고 느꼈어."



말하는 너의 목소리엔 벅찬 감정이 묻어난다. 너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내 심장이 전보다 빠르게 뛰는게 느껴진다. 너를 만나고 나서 부터 느끼는 이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 그저 느끼고만 있었다. 



"왜냐면... 안개꽃의 꽃말 중에는 약속도 있거든. 우리는 약속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다음을 기약한거야. 나한테 다시 삶의 의미가 생긴거야. 너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그래서 엄청 노력했어 매일매일을. 치료도 열심히 받고 밥도 꼬박꼬박 먹었어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리고 지금."



너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내 동공이 흔들리고 내 심장이 떨리고 있는 게 너도 느껴지니? 



"나는 너를 만났어."



나를 보며 웃어보이는 너를. 나는 안아버렸다. 너도 팔을 뻗어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느꼈다. 지금 내 품속에 있는 너를 못놓을 거 같다고. 나는 너를 향하는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너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생경하고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그 심장의 움직임이 너를 놓지말라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때 내 품 속 너는 프리지아 향기가 났다.




*




"지용아."

"응."

"..."

"이승현."

"응."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대답은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익숙하게 침대로 가 서로의 옆에 눕는다. 여전히 창 밖에선 하얀 눈이 내리고 길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창가로 스며 와 우리 사이를 비춘다. 너는 몸을 돌려 나를 보며 말한다. 살짝 내리깐 기다란 속눈썹은 눈 밑에 그늘을 만든다. 



"나 사실 너 처음 봤을때 어른인 줄 알았어."



나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나른하게 졸음을 오게 하는 목소리에 눈꺼풀이 감긴다. 왜-. 오래 말을 하지 않아 잠긴 목소리가 갈라져 소리를 낸다. 너는 어깨를 떨며 웃으며 얘기를 한다.



"그냥 그렇게 보였어. 다 자란 어른같은 느낌 말이야."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밉지 않아 나는 손을 뻗어 너의 입술을 당겼다. 아, 아-. 너는 미간을 찌푸린다. 흘겨보는 눈초리가 매서운데 무섭지가 않다. 나는 손을 뻗어 말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축축한 너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준다. 너는 언제 눈을 흘긴 고양이였냐는 듯 주인의 손길을 느끼는 강아지처럼 변해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다 자란 어른의 모습을 하고있었다는 나는 너의 기억속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너는,"



나는 너를 만난지 몇개월이 지난 후에서야 너의 첫느낌을 고백한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생생한 너의 모습을.



"장미같았어."



탐스러운 붉은 장미말이야. 이 이상으론 표현이되질 않아. 너는 하얀 안개꽃 사이 외롭게 핀 한 송이 장미였지. 봐봐, 지금도. 너는 얼굴에 장미를 피운다. 





*




나에겐 곁을 지켜주던 여자가있었다. 이제와 말하지만 내게 안개꽃의 꽃말을 가르쳐준 그 친구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안개꽃을 좋아했다. 붉고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장미보다 하얗고 수수한 안개꽃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보다도 안개꽃과 잘어울렸다. 그녀 역시 장미를 닮았었다. 그녀는 안개꽃다발을 들고와서는 내게 안개꽃의 꽃말을 이야기해주었다. 안개꽃과 잘어울리던 그녀는, 어느날 홀연히 떠나버렸다. 나는 안개꽃을 좋아하던 그녀를 안개꽃이 가득한 그 곳 옆에 있게 했다. 어느날 꿈을 꾸었다. 구름처럼 가득찬 안개꽃밭 중심에 서 있는 그녀를. 잠에서 깨어 본 달력은 그녀를 보낸지 정확히 5개월째가 되었음을 말해주었다. 나는 꿈에 찾아온 그녀를 찾아갔다. 예쁘게 정장도 차려입었다.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얼마간을 그녀와 있었을까. 나는 납골당에서 나와 한발 두발 걷기시작했다. 한 쪽 길옆엔 그녀가 떠났던 매말랏던 겨울의 모습과 다르게 어느덧 안개꽃이 어여삐 피어있었다. 바라본 안개꽃밭에서 나는 너를 보았다. 그녀처럼 붉은 장미를 닮은 너를. 이제와 하는 생각인데 그녀가 내꿈에 나온건 너를 만나는걸 도와준게 아닐까하고.



-



사실 그녀는 죽기전에 내 곁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죽기 하루 전날 내게 찾아와서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내게서 등을 돌렸다. 검정빛 긴 생머리가 그녀를 따라 찰랑거렸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그녀를 잡지도 못했다. 나는 너무 어렸어. 나는 사실 그 순간 그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않았다. 그녀는 문고리를 돌리던 손을 잠시 멈추곤 나를 향해 뒤돌아봤다. 



"나를 사랑한적이있어?"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란게 정확히 무엇일까?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적이 있나? 정적 속에 휩싸인지 몇분이 흘렀을까. 그녀는 문을 열어 발걸음을 옮겼고 나는 문이 불어오는 바람에 큰 소리를 내며 닫힐때까지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나는 부엌의 식탁 위 놓여져있던 하얀 안개꽃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녀는 죽었다. 교통사고였다.





*





나는 창문으로 새어들어온 길가의 가로등 불을 통해 흐릿하게 보이는 시계를 보았다. 정각 12시. 또 다시 하루가 지나고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생일축하해"



너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인다. 고마워-. 작게 내뱉은 말엔 쑥쓰러움과 고마움이 묻어나와 듣는 내가 되려 쑥쓰러워진다. 우리의 시선이 닿으면 나는 소리없는 말을 네게 보낸다. 우리가 처음 맞는 너의 생일이야. 그러면 너는 그 말을 이해한듯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 



"선물은 없어."

"괜찮아."



정말로 선물은 없어. 그러니 나중에 정말 없다고 실망하지마. 나는 머릿속으로 미역국 끓이는 순서를 다시 떠올려본다. 



"저녁에 케이크 먹자."

"응."



아침에 너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면 너는 또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서는 고맙다며 말하겠지. 나는 아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너는 알꺼라고 믿어. 말로는 못하는 나의 진심을. 너는 늦잠을 자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마트에 들러 재료를 사서 준비을 하면 되겠다. 그리고 너를 깨우는 거야. 그러면 너는 눈을 토끼처럼 뜨고는 나를 쳐다보겠지. 그리고 나긋나긋하게 잘먹을게. 고마워. 이런 말을 내뱉겠지.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점심이되면,



"내일 잠시 어디 갔다올게."

"...응. 나도 잠시 나갈거야."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



일년 반만에 찾아온 이곳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를 감싸고 있던 공기만이 더욱 차가워지고 냉랭해졌을 뿐. 오월. 봄의 향기가 맴돌던 그 날과는 다른 모습이, 쓸쓸해보이는 그녀의 뼛가루를 더 시리게 만들것 같아 괜히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녀에게 닿지 않을 말을 걸어본다.
잘지냈어? 오랜만에 보네. 너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구나. 네가 떠난지 이년이 흘렀어 벌써. 나는, 나는 지금 좋아.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생겼어. 오늘이 그 사람 생일인데... 네가 떠난 날이랑 같더라. 신기하지? 우선 내가 온건 너한테 해줄 말이 있어서 왔어. 있잖아, 미안해. 난 이제 알게됐어. 내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는 손을 뻗어 들고온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두었다. 국화꽃 대신 장미를 닮은 그녀를 위한 한 송이.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거야. 너의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을 알게될 때. 그 때 다시올게. 나는 왼손에 채워진 손목시계를 보며 언제쯤 도착할지 계산해보았다. 4시쯤 도착하겠다. 생크림 케이크를 살까, 치즈 케이크를 살까? 둘 다 사지뭐. 장미꽃다발도 하나 사야지. 
널 닮은 붉은색으로. 단 것을 좋아하는 네가 케이크를 받고 지을 표정이 그려진다. 포크로 떠서 작은 입에 가득차게 케이크를 넣고, 입가에 하얀 생크림을 뭍히고는 내게 웃어주는 네가 상상이되어 웃음이 난다. 빨리 가야지. 그리고 고개를 들고 바라본 곳엔 나와 같은 하얀 장미 꽃다발을 들고는 나를 향해 울것 같은 표정으로 서있는 너를 보았다.




-




너는 딱 두 번 너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한번은 우리가 다시 만났던 날, 또 한번은



"나한테 안개꽃의 꽃말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어."



너는 화분에 꽂혀진 안개꽃을 매만지며 말한다. 추억에 잠긴듯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듯한 표정을 가지고선 계속 말을 한다. 



"병원에서 만났어. 봉사하러 다닌다고 하더라구. 매일 병원이란 지옥에서 지내던 나한테 내려온 천사같았어. 자주는 아니지만 한달에 네번은 꼭 와서 나랑 얘기도 하고 다른 환자들을 도와주고.."



너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내가 모르는 너의 과거 속에서 너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있다. 너의 입을 통해 듣는 네가 좋아했던 사람의 이야기.



"내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병실에서 안개꽃밭을 내다보고 있을 때 였어. 그녀가 내 옆에와 서더니 안개꽃을 보며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말하더라. 그 때 내게 가르쳐줬어 안개꽃의 꽃말을."



나는 그 때 내게 안개꽃의 꽃말을 알려주었던 죽은 그녀를 잠시 떠올렸다. 



"죽음. 기쁨. 맑은 마음. 약속. 한 꽃안에 죽음과 기쁨의 의미가 함께 존재하는 거야. "



너는 꽤 북받힌 목소리로 말을 한다. 조금 격해진 듯한 감정으로, 그 때로 다시 돌아간 듯 눈을 감고 말을 하는 네 모습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처럼 보여 나는 슬그머니 너의 옷 자락을 움켜 쥐었다.



"꽤 많이 좋아했었어. 정말로. 근데 어느날부터 찾아오지 않더라구. 알고보니까 교통사교로 떠난거야 하늘로. 더 슬픈건 그녀가 나를 보러오던 길이었데. 나는 몰랐어 전혀. 그런데 더 놀란건."



크게 숨을 들이쉬는 네 모습을 보며 느꼈다. 정말 많이 좋아했구나. 울적한 너의 표정과 젖은 목소리가 마음의 깊이를 알게해주었다.



"그녀가 떠난 날이 내 생일이었어. 나는 내 생일이 너무 싫어."



-



귓가에 너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 했다. 내 생일이 싫어.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너의 그녀가 누구인지. 안개꽃을 좋아하던 나와 너의 그녀. 너는 장미꽃다발을 손에서 놓아버린다. 너의 등이 보이고 너는 점점 멀어진다. 어느덧 멀어지는 네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느릿하게 걸어가 네가 떨어뜨린 장미꽃다발을 집어들며 느꼈다. 한동안 너를 꽤 오래 못 볼것 같다고. 




*




맑은 종소리가 딸랑거리고 작은키의 여직원이 어서오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치즈케이크, 생크림케이크, 초코케이크, 조각케이크모음 등 맛있는 빛깔을 자랑하며 놓여져있는 케이크들로 눈을 돌렸다. 케이크 코너를 보고있자 여직원이 내게 다가온다. 나는 하얀 생크림 위 장미꽃 장식이 되어있는 케이크를 골랐다. 여직원은 케이크를 상자에 담으며 내게 물었다. 여자친구 주실 껀가 봐요? 
나는 짧게 대답한다. 아니오. 여직원은 뭐가 그리 궁금한지 다시 내게 질문를 한다. 음, 그럼 누구 주시는건데요? 어머님? 친구? 높은 목소리가 내게 묻는 목소리에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너는, 너는 내게 무엇일까. 우리의 사이는 뭘까?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너를 위해 케이크를 산다. 


집안은 인기척이 없었다. 침대 위 베게도 여전히 두 개고 욕실의 칫솔도 나란히 두개가 걸려있다. 부엌에는 아침에 먹고 치우지 않은 밥그릇 두개가 올려져있다. 숟가락도 두 개, 젓가락도 두 쌍이다. 변한것이 없는 이 공간은 너만히 비어있었다. 잊고있었어. 너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눈을 감고 잠이 들고 눈을 떠서 아침을 맞고. 일상은 변한게 없지만 너는 없었다. 괜찮을 것 같았다. 원래 혼자 지냈으니까. 그녀가 떠났을 때도 잘만 지냈던 것 같아. 리모콘을 들고 티비를 켰다. 이 시간이면 늘 하던 뉴스가 티비에서 흘러나온다. 채널을 돌리니 네가 좋아하던 프로그램들이 보인다. 매일 네가 볼 때면 재밌어? 하곤 물었는데. 
그러면 너는 새는 발음으로 응, 재밌어. 하며 웃어보였지. 나는 채널을 멈추고 리모콘을 내렸다. 보고싶어졌어. 너는 없는데 너의 웃음소리는 내 귓가에 들린다. 높은음으로 애처럼 꺄르륵거리던 목소리가. 어쩔수 없어. 인정해. 네가 보고싶었다. 근데, 나는 널 왜 보고싶어하는 걸까. 베게에 얼굴을 뭍었다. 짙은 어둠이 눈가에 자리잡는다.

네가 떠난지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덧 길가엔 매년 그랫듯 크리스마스 크리들이 불을 밝히며 서있고 십구년을 빼놓지 않고 들은 익숙한 캐롤들이 귀에 울린다. 너는 어디에 있을까. 넘처나는 사람들 속 너는 없다. 네가 없는 공간이 싫어 떠났지만 더 쓸쓸해진 몸을 이끌고 돌아온 우리의 공간엔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 매일매일 집에 돌아올 때 마다 생각해. 그냥 네가 집에 돌아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는 그냥 모른척 너를 안을텐데. 냉장고 속에는 뜯지 않은 케이크상자가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 방을 한번 돌아보았다. 침대 왼쪽에 놓여있는 하얀 장미가 피어있는 화분. 어느날 갑자기 하얀 장미꽃이 담긴 화분을 들고와서 너는 내게 내밀었지. 넌 하얀 장미가 잘어울려. 그렇게 말하며 너는 화분을 침대 옆에 두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나는 다음날 붉은 장미가 담긴 화분을 침대 오른편에 두었다. 
너는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나는 너를 떠올린다. 너를 찾고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학교도 가지 않은지도 어느덧 일주일. 사실 도망친건 네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르겠어. 나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우리의 관계가 무서워. 몸을 웅크렸다. 정말로 이대로 널 못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그녀의 마지막 질문을 떠올려본다. 그녀와 있으면 편했다. 좋은사람이었고 고마웠다. 이런 감정이 사랑인걸까? 끝없는 질문, 그 끝에는 흐릿하게 네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





시간은 흘러 어느덧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너랑 약속했는데. 크리스마스 때 같이 파티하기로. 아른아른하게 그려지는 너의 형상이 점점 희미해진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를 가리키는 시침바늘. 커튼을 걷어 내다본 바깥 하늘은 구름이 껴 흐리기만 하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정처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바깥이 얼마나 매서운지 보여준다. 다시 침대에 누워 가지런히 놓여있는 주인 잃은 베게를 매만져 보았다. 네가 누워있어야 할 자리가 너무 시리다. 눈을 감고 어제밤 꿈을 떠올려 보았다. 꿈을 꾸었다. 네가 나오는 꿈을. 어두움 만이 가득한 공간에 하얗게 뻗어 있는 길. 하염없이 길 위를 걸었던 것 같다. 
얼마를 걸었을까, 어느덧 길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을때. 그 길의 끝이 어렴풋이 보일때. 나는 보았다. 길의 끝에 서있는 너를. 눈을 감으니 다시금 생생히 보이는 꿈에 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눈을 뜨니 보이는 빈 자리에 마음이 시렸다. 나는 결국 네가 없는 공간을 이기지 못해 나갈 준비를 한다. 네가 없는 곳이 괴로우면서 너를 찾지 못하는 미련함이 마음을 짓누른다. 옷장 가득 걸려있는 네 옷에서 나는 네 향기가 아직 남아있어. 네 옷을 매만져보며 너의 흔적을 쫓는다. 바깥은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정처없이 길을 걸으며 우연히 그냥 너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시내는 붐볐다. 은근히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네가 혹시라도 이 길 위에 있을까 매일 찾아왔는데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빽빽히 들어선 사람들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람을 피해 들어간 작은 골목. 그리고 작은 꽃집. 홀린듯 걸어간 작은 꽃집은 다른 꽃 하나 없이 장미와 안개꽃만이 가득했다. 색색의 장미만이 가득한 곳. 그 중 제일 시선을 잡아 끄는 붉은 장미. 네가 생각이 난다. 지금 네가 여기 있더라면 참 좋아할텐데. 가게의 주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찾으시는 꽃이라도..?"



나는 대답을 생각하지 못해 그저 가만히 붉은 장미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내 시선을 읽은건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붉은 장미로 드릴까요? 앞에 진열되어있는 붉은 장미와 안개꽃 다발을 보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게 붉은 장미는 필요없다. 여자에게 물었다.



"안개꽃다발도 되나요?"



여자는 꽤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는 표정으로 바꾸고는 가게안에서 기다리세요. 하고 말한다. 장미꽃다발은 필요가 없다. 이미 장미는 있으니. 여자는 어딘가에서 안개꽃을 가득 가지고 오면서 물었다.



"애인이 있나봐요?"



나는 너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너에게 미안해. 나는 아직 우리의 해답을 찾지 못했다. 형편없이 일그러졌을 내 얼굴을 보며 여자는 작게 웃어주었다. 여자는 장미꽃 몇송이를 집어들면서 말했다. 잠시 이것 손질만 다하고 해드릴께요-. 나는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이 있는데, 잠시 떠났어요. 사실 잠시인지는 모르고... 그런데 그 사람한테 주고싶어서... 근데,"



나는 용기를 내 보려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내 안의 물음을 처음으로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왜 그런 걸까요"



정말로, 내가 왜 이런걸까요.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에는 나약함이 뭍어나오는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쉽네요"



나는 장미의 가시를 다듬으며 말하는 그녀를 보았다. 단정하게 묶어 올린 갈색 머리에선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이는 듯 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해주었다. 그녀의 눈가에 지는 주름이 못나보이지가 않았다. 



"그 사람을 사랑하나보네요."



사랑... 입으로 작게 되내여 보았다. 나는 너를 떠올린다. 해사하게 웃으며 내게 하얀 장미를 꽂아주던 너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음이 어지러웠다. 여자가 웃음을 띄고 말한다.



"처음 장미를 잡을 땐 두려웠어요. 혹시나 가시에 찔릴까봐. 하지만 가시를 다 제거해야 장미를 완전하게 만질 수 있죠"



여자가 장미의 가시를 하나하나 제거하며 말한다. 뛰는 심장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두려움 속에서 장미의 가시가 하나하나 다듬어지는거였죠. 어느덧 가시는 다 다듬어져 있었어요. 이 두려움을 안고도 장미를 다듬는 이유는,"



여자가 가시를 손질한 장미를 한 손에 말아쥐어보았다. 그리고 장미의 향을 맡으며 읊조렸다.



"장미는 그 만큼 아름답잖아요. "



나는 가슴 가득 채워지는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랑이란 어떤 감정인지. 너는 내게 어떤 존재인지. 나는 왜 너를 보면 이상하게 심장박동이 빨라졌는지. 너의 웃는 모습은 왜 그렇게 웃긴건지. 
전율이 돋았다. 사랑이란 이런 느낌이구나. 나는 왜 몰랐을까. 쉬운 것이었다. 단지 내가 너를 보며 느끼는 모든 마음이 다 사랑이었음을. 나는 어디에서 사랑을 찾으려 하던걸까.하얀 길 위, 그곳에 네가 서 있는게 보인다. 내 가슴 속은 너로 가득 채워진다. 승현아, 내가, 내가 너를...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네가 너무 보고싶어. 하고싶은 말이있어. 꿈에서 본 하얀 길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곧게 뻗어 있는 길 위를 달리고 달렸다. 그리고 정말. 내 앞에 네가 나타났다. 
장미같았던 너를 잡는게 겁이났어. 혹시나 가시에 찔려 다치는 건 아닌가. 나만 걱정했어. 네가 가지고 있는 가시는 나에게만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사실 그녀를 보내고 많이 슬펐어. 가시를 두려워 하다 결국 그녀는 시들어버렸다. 그래서 너를 잡는게 겁이 났어. 나는 겁쟁이야. 
나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오십미터, 삼십미터, 십미터, 삼미터, 그리고. 너의 작은 머리가 나를 돌아보고 내 품 가득히 네가 느껴진다. 순간 보았던 동그랗게 떠진 눈에 웃음이 난다. 나는 이제 알아 승현아. 나는 가픈 숨을 내 뱉으며 아직 진정되지 않는 심장의 동요를 느끼며 너만이 들리게끔 너의 귓가에 서툴게 말해본다. 



"좋아해."



너를 좋아해. 더 이상 피하지 않아. 심장이 뛰고 있다. 이제는 깨달았다. 이상하게 여기던 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어. 애써 만들어낸 변명으로 너의 손을 잡던, 너의 웃음에 웃음을 짓던 내모습에 나의 나약함을 느낀다. 너는 알고 있었니 모든 답은 사랑이 었다는 것을. 우리는 사랑을 하는 거야. 따스하게 감겨오는 너의 팔이 고맙다. 너의 작은 손은 내 등을 토닥여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런 네 손길에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너를 더 꽉 껴안아본다. 괜찮아.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은 너의 손의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손가락 마디마디 하나하나까지. 너의 작은 몸은 따스해서 닿아있는 우리는 너무 뜨겁다. 귓가에 들리는 매섭기만한 바람이 우리를 비껴가는 것인지 더 이상 춥지 않다. 듣기좋은 심장의 고동이 귓가를 울린다. 너무 크게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생소하지 않아. 지금 내 심장이 뛰는것은 내가 달려와서 뛰는게 아니야 승현아. 내가, 내가 너를 사랑해서 뛰는거야. 



"좋아해, 나도. 정말로."



밍밍하고 간지러운 너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너의 숨결이 닿은 곳이 뜨겁게 달뜨는 기분에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이제서야 사랑이란 감정을 깨닫는다. 맞닿은 우리의 가슴이 함께 동하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처음 부터 사랑이었다. 우리의 시작은 사랑이었으며 우리는 앞으로도 사랑을 할 것이다. 학교 옥상에서 너를 안으며 느꼈던 감정의 답도 사랑이었어. 아니 안개꽃밭에서 너를 향해 밀던 바람도 사랑이었다. 
너를 향한 모든 감정이 사랑임을, 너는 알고 있었을까. 하늘에서는 프리지아 꽃잎이 떨어지고 길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진다. 떨어지던 프리지아 꽃잎은 네 어깨, 네 머리, 네 콧잔등에 닿아 녹아내린다. 녹아내린 프리지아 꽃잎 위로 프리지아 붉은 장미가 피어난다. 프리지아 향기를 가진 나의 장미. 나는 용기를 내어 가장 아름답고 탐스럽고 붉은 너의 장미에 나의 입술을 대어보았다. 닿은 입술이 뜨겁다. 너와 내가 만나 드디어 사랑이라는 싹을 틔웠다. 
우리의 싹이 자라 열매를 맺고 새로운 싹을 틔워 가득한 꽃밭을 일굴 때 까지 너와 내가 사랑하기를. 오, 사랑.














1년도 더 전에 써놓은 글인데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데려왔어요 :D...
그냥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라토닉 러브라고 하죠. 그런 걸 그리고 싶었는데 음.. 뭔가 난잡하게 변한 것 같아서 슬픈
1년도 전에 써놓은 글이지만 다시 안 읽어보고 올려요. 엉망일 것 같지만 묵혀두려니 뭔가 그래서 구독료 없이 올려요
뇽토리는 사랑입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bgm이랑 글이랑 정말 잘 어울리네요. 읽으면서 뭔가 울컥하기도 하고 따스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어요.
감정이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각자의 마음들이 직설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것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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