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혹여 모자가 날아가 버릴까, 오늘 쓰고 싶었던 모자도 쓰지 않고 밖을 나왔다. 4월도 우리 관계를 의아해 하는지, 날씨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아직은 추운 봄날, 오늘 어떻게든 정리를 해 보려고 한다. 경수에게는 내가 집으로 가겠다고 일러 놓고, 경수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경수의 집으로 가는 길은 내게 생각의 길일지도 모른다. 항상 생각, 생각.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다보면, 어느샌가 도착해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오늘도 다름없이 그의 집에 도착했다. 딩동- 초인종을 지금으로부터 한 3번 가량 누른것 같다.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직감한건가, 나를 피하나. 오만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숨쉬는 소리가 들려오고있는데. 분명 집에 없는건 아니었다.
"경수야! 나야 종인이. 문 좀 열어봐. 어? 도경수!"
문을 두드리며 애타게 경수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조용한 숨소리였다. 안에 있는게 분명했다.
"도경수..?"
하는 수 없이 힘으로 문을 열었다. 보안센서가 시끄럽게 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발도 벗지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경수를 찾았다.
"도경수! 너 안에 있으면 있다고 대답을 해야할거 아냐!"
그는 방 침대에 누워있었고,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달리 말하면 꽤 심각해 보였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이 귀 옆 선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고, 경수는 눈을 뜰 힘조차 없는지 거친 숨만 내쉬고 있었다.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리는 보안센서 보다도 일단 그의 상태부터 먼저 서둘러 체크했다. 이마에 손을 짚어보니 평소 느끼던 온도보다는 훨씬더 뜨거워져 있었고, 중간중간 파르르 떨리는 손발에서도 더운 열기가 확 느껴졌다. 급한대로 현관문을 먼저 닫고 신발을 마저 벗고서 다시 경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 깬건지, 경보음 때문인가 깨어있는 경수.
"종인아... 왔네.."
그가 왔냐며 내게 말을 하는데 도저히 힘들어보여 말을 하지 말라고 말할 뻔 했다.
"너 왜이래. 어디 아파?"
"모르겠어.. 그냥 갑자기 아침부터 열나더니.."
몸을 일으키려고 하길래 다시 도로 눕혔다. 물론 힘은 적게 줘서.
"그냥 누워있는게 니 몸이 더 편할거야. 좀 더 잘래? 옆에 있을게. 어디안가고."
"응. 나 손, 잡아줘."
핏기가신 입술로 손을 잡아 달란다. 와중에 끼부리는 것 좀 봐. 안아픈건 아닐텐데...
"니가 이렇게 아프면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잖아.."
그에게는 조금 차가울 내 손. 그의 손을 꼭잡고 열기가 좀 식으려나, 기다리던 참에 경수는 얼마못가 잠들어 버렸다. 아까보다는 편해보이는 얼굴로. 주변에 있던 수건으로 땀부터 대충 닦아주고서, 화장실에 있는 수건과 물을 조금 담아왔다. 물을 조금 적셔 경수의 몸을 이곳 저곳 닦아주었다. 차가운지 잠시잠깐씩 움찔하긴하지만, 그것마저 귀여워서 냅뒀다. 그의 얼굴에 있는 정갈한 눈썹 밑에는 가지런한 속눈썹과 함께 감은 눈이 있었다. 어떻게 눈을 감아도 눈이 큰지. 새하얀 피부 밑에서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을 테지만, 내가 벰파이어라는걸 자각하기를 잊은지 오래였다. 별로 마시고 싶다거나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인간이 되는건가. 말도 안돼는 소리. 혼자 입 속의 공기가 조금 빠질 정도로만 피식 웃었다. 가만히 여기의 경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병실에 있던 경수가 너무 안쓰러웠다. 같은 경수잖아.
"경수야, 넌 어디라고 이런 데를 함부로 와, 그것도 혼자서. 위험한 줄도 모르고..."
언젠가는 그를 원래 상태로 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영혼을 육체에게로 가져다 주어야 할 것이다. 더 좋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지금 이 상태로는 너도 나도 너무 위험해, 경수야.
*
몇 시간을 곁에 있었을까, 나는 곧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혼자 살기엔 적당한 작은 경수의 작은 집. 원래 누군가와 같이 살았던 것 같다. 아마 가족 정도. 책장에는 온통 벰파이어에 관한 소설이 가득했다.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던(스테프니 메이어 작가의 벰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시리즈-트와일라잇 시리즈라고도 함).. 이렇게 두꺼운걸 언제 다 읽었데. 침대 반대편엔 오랫동안 치워지지 않은 것 같이 보이는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는 심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정체모를 서류와 봉투들로 가득했다. 도저히 치우려 손을 댈 수 없을 것같아 다시 책장 쪽을 바라 보았다. 다시보니 책이 정말 많았다. 평소 경수는 책 읽기를 좋아한것 같았다. 아까부터 눈에 띄던 저 트와일라잇이라는 책을 펼치려 책장에서 빼자 그 사이로 몇 장의 종이가 흘렀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들을 얼핏 보기엔 편지같았다. 내가 그것들을 들었을 때엔 경수가 깨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편지글의 첫장, 시작이 To. 날 모르는 종인이에게. 였으므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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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정확하다는 샤워순서로 보는 MB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