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잦았다. 황안전(皇安殿)의 의원은 황제가 이리 쇠약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급속도로 마른 몸이 흡사 시체와도 같았다. 어리광 한 번 피워보지 못한 석진이 슬픔을 삼켰다. 황제의 정신은 혼미했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 제 옆에 온 것도 알지 못할 정도로. 석진이 마음을 굳게 다졌다. 마른 손이 큼직한 석진의 손에 닿았다. 손을 잡았다.
“언제부터 이러셨습니까?”
“두, 두 시진 전부터…….”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축 늘어진 손에서 얕게 맥박이 뛰고, 피가 도는지 미온이 남았다. 석진은 며칠간 얼굴을 뵙지 못한 제 불찰이라 여겼다. 숨이 얕았다. 곁에 피워둔 촛불이 석진의 안타까운 숨결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사옵니다….”
“그런 말 마세요.”
석진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석진의 옆에 앉은 의원은 황제를 향해 제 머리를 더욱더 낮게 조아렸다. 의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황안전의 모든 이들은 석진의 생각처럼 현(賢)의 황보다 명(命)을 빨리 한 민(旻)의 황이 우리의 황제를 데려가려 혈안이 되어 있겠구나, 생각했다. 죽은 후에야 진실을 알았기에. 그가 다시 육신으로 돌아오기 위해 닦아 놓은 길을 전부 묵살하고서.
“……왔느냐.”
“아바마마, 정신이 드십니까?”
잔뜩 쉰 목소리가 제 손을 꼭 잡은 석진을 불렀다. 슬픈 눈이 주름이 훨씬 깊어진 얼굴을 향했다.
“…내가 너를,”
“…….”
“볼 낯이, 없다.”
“…말을 아끼세요, 아바마마.”
황제가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짰다. 흐릿한 눈동자가 석진을 마주했다. 흐려지는 시야, 시간이 흐를수록 야위는 몸,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으나 날로 악화되는 증세가 곧 마지막에 도달할 것을 암시했다. 영원이란 없다는 것. 황제 또한 그것을 알았다. 얇디얇게 생명 줄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말을 아끼라는 석진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석진아.”
“예, 아바마마.”
태어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황태자에 책봉된 석진이 처음 들어보는 제 이름이었다. 슬픔을 참던 석진이 대답과 함께 제 애상(哀傷)을 쏟았다. 어린 시절, 황제의 여인인 황후가 죽은 이후 처음 보이는 황태자의 울음이었다. 귓가에 닿은 이름이 듣기 좋다가도, 아팠다.
“너는, 나와 현(賢)의 첫 보배였다.”
“…….”
“그런 의미로 황후가 네 이름을 지었었지.”
“…….”
“…….”
“…….”
“이제 그 황후를, 보러 갈 수 있겠구나….”
소리가 작아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석진이 확신한 것은 제 아비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석진의 두 뺨에 가련한 눈물이 흘렀다. 목소리가 퍽 젖어 있었다. 황제는 애잔한 미소를 남겼다. 오래 전에 떠난 황후의 얼굴이 선명히 떠올랐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녀자라며 그림으로도 남기지 못한 서글픈 얼굴이었는데. 아무래도 명을 짧게 하려는 죽은 민 황제의 바람을, 죽었음에도 떠나지 않은 황후가 길목에 서서 지키고 있나 했다.
“…왜, 왜 곧 떠날 것처럼 말하십니까.”
“이제, 내려놓아야겠다.”
“뭘, 뭘 말이십니까. 안 됩니다, 아바마마!”
“…잘 커주어 고맙다.”
첫 울음을 터트리던 핏덩이,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어린 사내, 제 어미를 보고 동생인 갓난아이와 함께 울던 황태자, 그리고 듬직히도 커버린 아들. 황제에게 그 모든 순간이 스쳤다. 석진의 눈가를 적시던 눈물은 어느새 옷깃마저 축축하게 적셨다.
“…공주를 많이 보지 못해, 그게 못내 아쉽구나.”
헌데, 내 선택을 황후가 존중해 줄지 모르겠어. 저승길 앞에서 손이나 맞잡고 먼 길 떠날 수 있을까. 큰일을 아들에게 대물림해 주었다 혼쭐이 날까. 황제가 얼핏 웃었다. 저승길이 눈 앞이었다.
“미안하다.”
“…….”
“…석진아.”
한 평생 자식의 이름조차 마음껏 부르지 못한 게 애달팠는데, 잠깐이나마 그것을 이뤄 다행이었고, 더 많이 부르지 못해 아쉬웠다.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황제가 한 문장을 반복해 읊으며 조금 뜨인 눈을 조심스럽게 감았다. 현의 한 황조가 종료되는 시점이었다. 석진이 잡은 손이 축 늘어졌다. 애써 붙잡고 있던 희미한 끈이 탁- 하고 끊겼다. 옆에서 고개를 숙이던 궁녀와 의원이 울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눈을 감은 얼굴이 한 없이 편안해 보이는 것과 달리. 바다를 구경해 본 것은 아니었으나 눈물바다란 그것인가 했다.
눈물바다가 된 궐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황녀(皇女)
十
그 밤, 황제의 내시가 황안전의 동쪽 지붕 처마로 올랐다. 상위복(上位復), 상위복, 상위복. 북쪽으로 소리가 퍼졌다. 황태자의 용포를 벗은 석진이 삼베로 된 상복(喪服)을 입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다. 도성에 황제의 부고를 알리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본 백성들은 제 아무리 집안에 경사가 있더라도 웃지 못했고, 기쁜 일에도 울어야 했다. 도성 또한 궐 마냥 고요했다. 모두에겐 그것이 당연했다.
태형이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떴다. 바깥이 소란스러운 까닭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분위기가 안 좋았다. 마당에서 태형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이리 빨리 세상을 뜰 줄 몰랐다고. 태형이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왔다. 봄이 완전하게 서리지 않은 차가운 공기가 태형을 맞았다.
“…무슨 일입니까?”
태형이 물었다. 몇 쌍의 눈들이 궁금한 눈빛을 한 태형을 바라봤다. 식과 사월 또한 함께였다. 맑은 하늘 한편에선 긴 연기가 먹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간밤에 황제 폐하께서 승하하셨다는구나.”
“…예?!”
태형이 제 얼굴을 찌푸렸다. 혼인 예정자라며 첫 입궐을 하던 당시 만났던 황제의 죽음이었다. 황의 제안을 자꾸만 거절하는 것 또한 불충이라던 그. 태형이 급히 신발을 꿰어 신고 밖으로 나갔다. 사법부 대사인 김 씨네 종이자, 그의 장남을 보필하는 식이 마당을 쓸며 이야기를 나누다 헐레벌떡 대문을 나서는 태형을 뒤쫓았다. 어디 가십니까, 도련님! 태형은 멎음이 없었다. 발걸음이 자꾸만 익숙한 한 곳을 향했다. 좋아하는 저잣거리를 지나쳤지만 그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발이 멈춘 곳은 문이었다. 도성에서 가장 커다란 입구. 궐의 대문. 궐에 들어가는 이들은 당연하게 그곳을 거쳤다. 문지기 두어명이 옷을 갖춰 입은 채 창살을 들고 문 앞에 섰다. 궐에 들어간 일이 많으니 태형과 안면이 조금은 있던 사람들이었다. 태형이 거친 숨을 쉬며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황제의 장례가 막 치러지고 있으니 경비가 삼엄할 게 분명했지만 태형은 할 일이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김태형. 사법부 대사 댁 장남입니다.”
문지기 중 한 명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명단을 훑었다. 정확한 자(字)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내는 빠르게 그 이름을 찾아내었다. 남자가 태형의 얼굴을 바라봤다. 쉬이 들일 심산은 아닌 모양이었다.
“오늘은 들어가선 안 됩니다만.”
“왜요?”
“황제 폐하의 장례 중이 아닙니까.”
이런 날에는 혼사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태형이 입술을 깨물었다. 들어가야만 했다. 볼 것이 있었다. 여기선 쉽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이.
“다음에 오시지요.”
“…두고 온 것이 있습니다.”
문지기는 황당했다. 두고 온 것이 있다고 한들 왜 장례날 아침에 그것을 찾아야만 하는지.
“다음에 찾아도 되지 않,”
“아, 두고 온 게 있다고요!”
태형의 짜증스러운 반응에 문지기 두어명이 짐짓 놀란 얼굴을 했다. 별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높은 댁 자제분이 두고 온 것이 있다고 하니…. 태형이 곧장 뛰었다. 갈 곳은 승하하신 황제 폐하께서 계신 곳도, 자신이 자주 가는 행화궁도 아니었다. 태형이 그 낡은 궁 문패를, 그 마당을, 그 방을 떠올렸다. 갈 곳은 도화궁이었따. 그냥 자연스럽게,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형이 두고 온 것은 공주였다. 아버지의 부고로 혼자 남아 슬퍼할 공주를 그냥 두고만 나왔다.
울었다. 그냥 울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울음소리가 새었다. 바느질을 꼼꼼히 하지 않은 삼베가 내 볼 마냥 눈물에 젖어 들어갔다. 상복을 입었지만 장례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황 내관이 몰래 들어와 아바마마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잘 커주어 고맙고, 공주를 많이 보지 못해 아쉽다고. 보는 눈에 의해 쉽사리 이 곳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그래서 더 자주 못 뵈었던 아버지의 진심이 드러났다. 마지막은 평온했다고 했다. 원 없이 떠난 것 같다고. 그럼에도 눈물이 났다. 하염없이.
“드세요.”
울다 못해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간혹 들렸다. 보다 못했는지 정국이 궁녀들을 시켜 물을 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경험하고 있는 내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닌 모양이었다. 시야가 흐릿했다.
“…괜찮으십니까?”
물이 찰랑이는 그릇을 내게 넘겨준 정국이 앞에 앉았다. 흐릿하게 정국이의 인영이 들어왔다. 바싹 마른 까슬한 옷깃으로 눈을 벅벅 문질렀다. 고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한껏 축 처친 표정을 지었다. 오가는 말이 없었다.
“…….”
“…….”
필수로 지참하던 검조차 두고 달려온 그가 손을 들었다. 소매를 꾹 쥔 손이 눈앞에 가득 찼다. 옷에 걸친 까칠한 옷감 대신 부드러운 비단이 볼에 닿았다. 움직임이 조심스러웠다. 그 손이 볼을 꾹꾹 누르며 잔뜩 흐르는 눈물을 천천히 닦았다. 눈빛이 내 앞에 앉은 정국이를 향했다. 멀어지려는 옷깃을 붙잡았다.
“…옆에 있어.”
방 한가운데에 앉은 내 옆에 정국이가 말없이 자리했다. 같은 곳을 봤다. 여전히 제 자리에 두고 온 칼은 가지고 오지 못한 상태였다. 어쩔 줄 모르고 손만 만지작거리는 것이 보였다.
“걱정이 되어, 그러신 거겠지요.”
“…….”
“마음 불편하실 테니까.”
무언가를 전부 서술하지 않아도 알았다. 아바마마가 병상에 누우신 것도, 오라버니가 대리청정을 들어간 것도, 그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이유. 낮은 목소리가 물 흐르듯 흘러들고 서러운 울음이 다시 터졌다. 슬픈 소리가 궁 안을 유일하게 메웠다. 끅끅, 하는 힘겨운 소리마저 났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강고에왈 극명덕이라 하며,”
“…….”
“태갑에왈 고시천지명명이라 하며,”
그리고 읽는 소리가 났다. 우울한 목소리가 천천히 그 어려운 글자들을 읽어 내려갔다. 근원은 김태형이 가져다 준 책 더미였다. 유한 소리가 책장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졌다. 궁이 서글픈 소리 대신 글자를 읽는 소리로 가득 찼다. 마음을 진정시키라는 것인지, 마음 편하게 울라는 뜻인지 몰랐지만, 아무튼 날 위한 일이라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얼굴을 가린 손을 떼어낸 채 울었다. 멈추지 않고서.
“공주야!”
계속 닫혀있을 것만 같던 문이 벌컥 열린 것은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에 닿자마자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먹먹한 시야 사이로 김태형의 인영이 환영처럼 보였다. 급히 온 건지 가쁜 숨소리와 함께였다. 바깥의 찬 기운을 가득 내뿜으며 성큼성큼 안 쪽으로 걸어 들어온 김태형이 내 앞에 앉았다. 큼직한 손이 목덜미를 쥐었다.
그리고 안았다.
“괜찮아?”
차가운 두 손이 뜨겁게도 내 등을 토닥거렸다. 얼핏 그것이 어릴 적 느꼈던 손놀림 같기도 했다. 뒤통수를 끌어당기는 통에 그 힘에 못 이긴 머리가 하릴없이 김태형 쪽으로 향했다. 젖은 눈가가 그 어깨에 묻혔다. 어깨가 젖어 들어갔다.
“…하나도 안 괜찮은가보네.”
“…….”
“울어, 계속 옆에 있을게.”
마음을 끌어안으려고 했다. 어릴 적 전적으로 인해 나름대로 깨우친 내 살아가는 방식이랄까. 뭐, 그런 거였다. 신분이 상향일지라도 그것이 도리어 마음 편했다. 내가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내게 말을 안 해도 미안함을 품고 있는 오라버니를 보면 그러는 게 좋았다. 그래서 이 궁에 정국이와 나 뿐이더라도 말을 아꼈다. 왜 내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냐는 원망이 들어도 그대로 나만 안고 숨기려고 했었다. 근데, 하필이면 옆에 계속 있을 거라는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안긴 품이 뜨거워서,
“……흐으,”
“…….”
“…왜, 왜…, 내가,”
“…….”
“아버지, 마지막까지…, 흐, 못 보냐고….”
그래서 쏟았는지 모르겠다. 곱게 포장한 마음이 젖어 들었다. 토닥거리는 손길 아래 꾹꾹 가린 울음을 어린 아이처럼 엉엉하고 터트렸다.
“괜찮아, 괜찮아.”
“…….”
“예뻐서 그래. 예뻐서.”
“…흐,”
“아, 예쁘다.”
등을 얕게 두드리던 손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머리칼 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치마를 꾹 쥔 손을 들고 나를 폭 안은 김태형의 비단 옷을 쥐었다. 귓가에 안정적인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괜찮아, 괜찮아, 하고.
“울때까지 울어.”
낮은 아침 해가 서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리 시간이 흐를 때까지, 눈물이 마를 때까지 곁에 있었다, 김태형이.
* * * *
상복을 입고 그 위에 두텁게 옷을 껴입은 석진이 걸음을 멈췄다. 여직 황태자의 예를 갖춘 상태였다. 앞을 응시했다. 제 조상들의 위패는 모두 지나쳤다. 가장 마지막 위패였다.
죽은 황제는 좋은 묏자리에 묻혔다. 볕이 잘 드는, 황후의 옆자리에. 황후가 가족을 그리워할까 염려해 그녀를 그녀의 고향에 묻게 한지라 궐을 지키는 석진이 제 어미와 아비를 찾아 가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위패를 모신 사당에 발을 들였다. 마지막 위패에는 순화(舜華)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죽은 황제가 받은 묘호였다. 석진이 얕게 웃었다. 자신의 아비가 황후를 잘 만났노라고, 아직 그대로 어여쁘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돌아올 마음은 없으신 걸로 알았습니다.”
아흐레가 넘도록 소식이 없으시기에. 석진은 울지 않았다. 완연한 혼자였고, 어른이었다.
“공주도 이제 괜찮답니다. 처음엔 자꾸 울더니.”
나인을 통해 소식을 접했었다. 식사를 챙겨주려 들어갔는데 너무 울어 눈가가 빨갛더라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울더라고. 그리 전해 받은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이제 제 몫이군요.”
“…….”
“잘 지키겠습니다, 아바마마.”
목소리가 담담했다. 그 안에 굳은 결의가 담겨 있기도 했다. 책임이란 것이 석진을 무겁게 내리 눌렀다. 석진의 말을 듣는 이는, 제 아비가 아닌 그의 뒤에 따른 자들뿐이었지만 석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현국 또한 잘 이끌어야 소자가 조상님을 뵐 낯이 생기겠지요.”
“…….”
“헌데,”
석진이 마른 침을 삼켰다. 목소리가 작아졌다. 모두에게 사내대장부가 할 소리냐며 꾸지람을 들을 만한 이야기였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이들처럼. 아바마마처럼. 입술을 다물었다. 대답은 황제가 숨을 끊은 순간부터 계속 그러하듯 돌아오지 않았다.
“저하, 가야할 시간이옵니다.”
한 궁녀가 석진의 옆으로 뛰어들며 말했다. 석진이 고개를 돌렸다. 정수리가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다 되었다.
석진이 매화궁으로 익숙하게 들어섰다. 안에 있던 여인들이 일제히 석진의 환복을 도왔다. 석진이 황태자의 용포를 벗고 대례복을 걸쳤다. 비(妃)가 존재하지 않아 식 또한 혼자 맞게 되겠지만 그에 아랑곳하지는 않았다. 공주가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 흑색의 신을 신고 사모를 쓴 석진이 매화궁을 나섰다. 멀찍이서 나라의 경사를 맞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어렴풋이 신료들의 소리, 백성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앞서는 궁녀들을 따랐다. 석진을 본 내관이 그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의 신호였다. 석진이 그와 함께 웃었다. 내관은 소리쳤다.
“황제 폐하, 납시오!”
걸음을 옮겼다. 모든 이가 고개를 조아렸다. 황상에 앉았다. 곧 필 것만 같았던 매화가 폈다. 날이 맑았다.
비로소,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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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지 못하여..
노잼 글이 된 점 송구합니다 :(
ㅠㅠㅠㅠㅠ
이제 슬슬 멤버들이 나옵니당ㅎ
→ 현국 공주님 76분♥ ←
1214 / ♥김태형♥ / Remiel / 곤잘레스 카레 / 골드빈 / 공주야 / 군림 / 깻잎사랑 / 꽃게 / 꽃길 / 꽃단비 / 꽃소녀 / 꾸꾸 / 나너조아 / 냥군땡 / 노트북 / 뉸뉴냔냐냔 / 니케 / 다홍 / 단아한사과 / 됼됼 / 라슈라네 / 리자몽 / 리프 / 망개똥 / 매직핸드 / 맴매때찌 / 먹고쥭자 / 미스터 / 방소 / 보고싶찐 / 복동 / 봄비 / 불나방 / 비데 / 빵빠레 / 삐삐까 / 사막여우 / 설탕파티 / 솔트말고슈가 / 슈가나라 / 싸라해 / 아망떼 / 열렬히 / 예찬 / 오레오 / 오월 / 오징어만듀 / 온새미로 / 옮 / 우와탄 / 우유 / 유자쿠마 / 윤기 / 은갈칰 / 응캬응캬 / 이다 / 이스트팩 / 입틀막 / 정꾸야♥♥♥ / 줄라이 / 지호 / 진격 / 찬아찬거먹지마 / 천사소녀제티 / 체셔리어 / 쵸코두부 / 커몬요 / 태형아뷔태해 / 틸다 / 하트반지 / 핫초코 / 현질할꺼에요 / 호비 / 화학 / 황토색
모두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