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골목 대장
: 우리를 묶어두었던 끈이 툭 풀어진 이유
카페에 배달 음식을 시켜 거나하게 성재의 제대축하 파티를 하고 술에 취해 헤롱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옆에 있는 성재를 붙들고 팔자걸음으로 걸었다. 걷는 건지, 땅이 날 움직이게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재애...우리 성재 언제 이렇게 커써어...어? 군대도 다녀오고....”
“아흐흐.. 누나야. 누나 진짜 취했어. 채설! 정신차려어!”
“성재애....너 반말해써...! 내가 다 들어써... 성재.... 누가 석이 흉내 내래....”
“...누나.”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머리로는 그만 말해, 멈춰 채설! 하면서 자꾸만 중얼중얼 석아, 석아 그 이름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흐으...석이....우리 석이.....보고싶다아....흑...”
“누나.. 그만 일어나 바닥 차가워.”
“너 볼 때마다...석이 생각 나...우리 석이 컸으면...너처럼....”
“......업혀 누나. 빨리. 응? 가방 목에 걸어줘. 잠깐만, 여보세요? 아니 가고 있어. 형, 누나......아니야. 아무튼 업어서 데리고 가고 있어”
“...석아...흐으....채석!”
“어? 어. 어...아니. 우는데. 몰라, 일단 나 집에 다 왔거든? 누나 집 비밀번호 뭐야. 어.”
“우으.....핸드폰 츙전.....”
“형 일단 끊어. 어, 방에 눕혔어. 끊어.”
“..석아...충전기 좀...”
“....꽂았어. 누나. 누나 다른 형들이 걱정한대. 카톡 몇 개 올려줘.”
“으응...석아...일단 키고...키고 나서 하께...”
“....누나. 성재 갈게.”
“...응...”
“누나. 성재... 간다.”
“으응....성재...가...”
“...응. 잘 자 누나."
졸음에 취기에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른 채로 뱉었다는 걸, 성재가 알았다면 덜 상처받았을까. 와중에도 카톡을 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몇 번 메시지를 보낸 것을 기억의 끝으로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깨어 한참 후회하다 민혁 오빠의 전화에 카페로 나섰지만, 어제의 실수가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모두가 피하는 이름.
우리 여덟, 아니 아홉을 꽁꽁 묶어두었던 끈이 툭 풀어진 이유는 각자의 삶이 바빠서가 아니라, 어쩌면. 채석, 내 남동생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_에필로그_ 1 _
_에필로그_ 2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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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