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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조용하네. 옆을 바라보자 입을 집게로 집은 것처럼 손가락으로 입술을 붙잡고 있다. 조금이라도 벌리면 웃음소리가 새어나갈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누가 조금만 말하랬지 아예 말을 말랬나, 귀여워라. 엄마 말을 잘 듣는 마마보이같은 모습에 유난히도 나를 잘 따랐던 동네 꼬마가 생각나서 남자의 머리를 부비적댔다. 말 해도 돼요, 왜 그러고 있어요. 결국에는 입 밖으로 삐져나온 웃음소리가 남자의 귀까지 닿았는지, 아니면 머리 위로 닿은 손에 놀라서 그런 건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그러고는 제 입술을 잡고 있던 손을 뻗어 덥석, 내 아랫입술을 엄지와 검지로 집어 당긴다. 으하하, 말랑말랑해. 시큰둥하게 쳐다보자 저 혼자 입술을 콕콕 찌르며 장난끼 가득 담은 얼굴로 웃는다.


˝ 한 번 만져보고 싶었어요. ˝
˝ 흑인 감성이 충만하죠? ˝
˝ 지호야, 너 진짜 웃겨요. ˝


이름을 불러도 되냐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걸어오는 내내 지호야, 이거 알아요? 지호야, 저거 봐요.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 몰라서 그런가 남자는 자꾸만 반말과 존대를 섞어 쓰며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어린 것 같기도 한데, 아닌 것 같기도 한 남자의 나이가 아리송해서 물어보려다 그냥 관뒀다. 왜냐면 잠깐 지나칠 인연일 뿐, 이렇게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우연이고, 괜히 나이까지 알아서 뭐하나 생각이 들어서.

내가 왜 거기서 자고 있었는지 안 궁금해요? 안 궁금하더라도 너는 무조건 궁금하다고 말해야한다, 강요하는 것처럼 반짝거리는 눈을 마주쳐 오기에 엄ㅡ청 궁금하네요, 억지로 입 꼬리를 끌어올려 눈과 함께 접어 보이자 갑자기 기가 푹 죽어서는 에이ㅡ 말 안 할래요, 저만치 뛰어가 버린다. 잠깐만, 그 쪽 방향이 아닌데. 저 혼자 가방을 덜렁이며 뛰어가는 남자를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왼쪽 길로 가야한다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눈을 감고 뛰었나 싶을 정도로 엉뚱한 곳에 걸려 우당탕 넘어지는 남자. 겁나 아프게 보이기도 하고, 저도 무지 아픈 지 일어나지를 못하는 모습에 발을 더 크게 떼어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남자의 무릎, 그 아래의 다리 언저리에 크게 생채기가 나서 금방이라도 붉은 피가 퐁퐁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 괜찮아요? ˝
˝ … ˝
˝ 아프죠? ˝
˝ 아…. ˝
˝ 그러게 왜 쌀쌀한데 짧은 바지를 입고 다니고 그래요. ˝
˝ …창피해요. ˝
˝ 네? ˝
˝ 진짜 창피해요. ˝


주위를 둘러다보니 방금 막 수업이 끝난 음대 건물에서 각종 악기를 어깨에 올려 멘 학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쪽팔릴 만도 하네. 일단 남자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일으켜 세우고 가까운 벤치로 데려가 앉혔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메고 언젠가 엄마가 챙겨줬던 기억이 나는 물티슈를 집어 들었다. 귀찮아서 그냥 속가방 안에 넣어둔 채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던 나 덕분에 이제야 제 역할을 찾은 물티슈의 앞 종이를 벗겨냈다. 약간은 미지근한 티슈를 뽑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남자의 무릎을 살살 건드렸다. 몇 년간 수도 없이 봐온 상처이고, 더 심한 것도 많이 보았으며 직접 치료까지 해왔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그저 흰 다리에 죽죽 그인 빨간 선만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 아, 땃, 따. 지호야, 따가워요. ˝   
˝ 참아야 돼요. ˝ 


이건 또 언제 다친 거에요? 하루에 한 번 꼴로 이러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안 봐도 딱 알겠구만. 방금 전에 생긴 상처 옆, 희미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중간 크기의 흉터가 여러 개. 저것들도 만만치 않게 아팠겠구나, 싶다. 생각보다 빨리 멈추지 않는 피에 적은 양의 물티슈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혹시 휴지가 있냐고 남자에게 물어보니, 그럼 그렇지. 있을 리가 없다. 딱 잡아요. 마지막 남은 물티슈를 네모로 접어 상처 위에 덧대고서, 남자의 손으로 그것을 누르게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의 걸음은 영 심상치 않았고, 대충 봐도 무리가 가 벌써부터 퉁퉁 부어오른 발목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내 등을 내줬다. 완전 비싼 등인데, 영광인 줄 알아요. 남자의 허벅지를 고쳐 잡으며 말하자 귀 뒤로 신이 난 듯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 뭘 잘했다고 웃어요. ˝
˝ 미안해요ㅡ. ˝
˝ 그나저나 다리가 이래서 쓰겠어요? 맨날 넘어지다가 부서지겠네. ˝
˝ 이래 뵈도 꽤나 튼튼해요! 근데 저번에 한 번은 정말로 인대가 늘어버려서, 완ㅡ전 고생했지 뭐에요. ˝


목발 짚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냥 나갔다가 의사 선생님이랑 딱 마주쳐서 혼도 나고. 하필 거기서 만날 게 뭐야. 나 정말 운 없죠? 럭키가이는 벌써 물 건너갔어요…


또 시작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남자의 말에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설렁설렁 젓고, 중간 중간 추임새를 넣어주며 멀리까지 온 발걸음을 돌려 다시 기숙사로 향했다. 아무래도 상처를 치료해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오늘 처음 만나서, 오늘 처음으로 대화하고, 오늘 처음 알게 된 사람이지만 이 남자가 다친 이유를 꼽아보자면, 어쩌면 나 때문이 아닌가. 그냥 목적지까지 데려다줘도 되는 거였지만은 남자를 그렇게 보냈다면 분명히, 후회했을 것이다. 한 쪽 손으로는 다친 무릎을 감싸 쥐고 한 쪽 팔로 겨우 목을 감싸 안은 남자의 발이 손 밑에서 달랑달랑 거렸고,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해오는 남자에게 피곤해죽겠으니 갈 때 나를 재우고 가라며 말을 던졌다. 그럼 나 또 길 잃어서 아침까지 지호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요, 약간 협박성이 담긴 말투가 맴돈다. 끔찍하네요. 웃으면서 말하자 이번에는 내 두 볼 전체를 내리누른다. 아마 붕어입이 되어서는 보기가 흉할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보며 비웃는 것 같은 기분이다. 완전 어린애같은 장난에, 아까 전 잠깐 떠올렸던 ´우연´ 이라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그냥 갑자기, 문득,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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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댓댓글 달러 가야겠어용 나가수 보면서! 어이구 끝났네요.... 멘붕.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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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이커플 왜이렇게 설레나요............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우지호가 이렇게 순정남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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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왠지 지호가 여자친구한테는 저렇게 다정할 것 같아여...흡......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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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이거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가 너무 됴아염 문체도 되게 이쁘다해ㅑ야되나ㅠㅠㅠㅠ봄을 옮겨놓은거같네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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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봄을! 어머낭..... 칭찬 감사드려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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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이 둘 커플 싱상도 못햇는데 둘이 엄청 잘어울리는거같네요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ㅎㅎㅎ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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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맞죠맞죠맞죠맞죠 생각보다 잘어울리죠! 다행이에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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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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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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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겁나 신선한데 김준면 말하는거봐 지호야너진짜웃겨요 지호야따가워요 헐 어떡해 너누 좋아요 헐대박 고마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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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독자님 제가 더 고마워요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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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지호야 준면아 너무 좋아요 노네 너무 잘어울려요ㅠ.ㅠ 덜렁대는 김준면 지호가 계속 챙겨줘요 작가님 스릉해요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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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저도 스릉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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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도복이래ㅜㅠㅠㅠㅠㅠ지호야하면서존대ㅠㅠㅠㅠ와나ㅠㅠㅠㅠㅠ저여기서누워요ㅇ-<-<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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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같이 누워요! ㅇ<-<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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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지호야하면서존대하는그게진짜죽게만드는포인트ㅠㅠ덜렁이는것도좋아여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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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ㅠㅠㅠㅠ다음 편엔 서로 나이를 밝힐텐데 계속 반말과 존대를 섞여야 할 지 고민이에영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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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윽.. 이 글에서 봄 기운이.. 너무 달달해서 주거버릴 것만 가타요 작가님ㅠㅠㅠㅠㅠ 너무 조아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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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ㅠㅠㅠㅠㅠㅠ죽으시면 앙대요ㅠㅠㅠ 다음편 올라오면 보러 오셔야합니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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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으아아아앙아ㅏㅇ아리에여!!존댓말반말같이쓰지말란말이야....나쥬금....그리고너네사랑함..아니작가님사랑함ㅋㅋㅋㅋ으히히히히둘이잘어울리뮤ㅠㅠㅜ둘다허얘가지고핳...어서다음편을!!!!작가님워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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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기리
아리님 워더!!!!! 재밌게 써올게요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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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아우ㅠㅠㅠㅠ 달달한게 좋네ㅠㅠㅠ 작가님 사랑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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