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학교 되게 오랜만에 온 거에요. ˝˝ 아…. ˝˝ 이 길이 정말 예쁘길래, 지금처럼 이렇게 나 혼자 여기를 걸어가는데. ˝˝ …. ˝˝ 쩌어기서 막 기합 소리가 들려. ˝˝ 조금 부끄럽네. ˝˝ 내가 또 궁금한 건 못 참으니까. 당연히 달려갔, ˝˝ 또 넘어졌죠? ˝˝ …. 지호 너 돗자리 펴도 되겠어요. 근데 뭐, 안 다쳤으니까 괜찮아요. ˝아무튼! 밖에 있는 창문으로 보려니까 너무 높은 거야. 그래서 안에 있는 창문으로 눈만 내밀고 살짝 봤어요. 앞에서는 열심히 시범 보여주는데 자기 혼자만 뾰로통하니 앉아있고. 완ㅡ전 눈에 띄었어요, 흐흣. 근데 그래놓고 하라는 건 열심히 한다, 또.아, 남자가 하는 말에 아침 댓바람부터 있었던 일이 다시 생각났다. 나 또 갑자기 짜증나네. 오늘 표지훈 때문에 얼차려를 받았다. 자기가 문 잘 잠그고 가겠다더니, 뭐? 니가 문을 잠궈? 니가 맹세를 해? 코코몽 새끼가. 원래부터 믿을 가치가 없는 아이란 건 알았지만, 하도 장담을 해대기에 못마땅하지만 슬쩍 손을 잡아줬더랬다. 분명히 나를 엿 먹이려는 의도가 다분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놈을 믿는 게 아니었다. 내가 멍청이지.엎드려뻗쳐, 뭐라도 없어졌으면 다 네 놈 탓이다, 너의 척추를 접어버리겠다, 흥분하면 사투리를 쓰는 윤호 선배의 말에 식은땀이 절로 흘러 내렸었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서 저는 진단서 하나 덜렁 내놓고 놀러를 갔단다. 하여튼 간에 오기만 해봐라, 다 뒤졌어. 씨.˝ 아, 그리고 거기서 잠든 건 절대 고의가 아니에요. ˝˝ 뻥. ˝˝ 정말이거든요! ˝뒤에서 조근조근, 밀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조금은 흥분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억울하다는 듯 억양이 거세진 말투에 남자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 지 상상이 갔다. 아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윗입술, 아랫입술, 차례로 삐죽이면서 오물오물하고 있겠지. 어지간히도 명백한가 본 지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쭉 뻗어 있길래 이러면 피 더 나요, 중얼거리니 급하게 다시 접는다.이런 남자의 행동에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사랑받고 자랐겠구나, 싶은 남자가 내 목을 좀 더 부여잡았다. 기숙사의 머리가 점점 보여서 나도 남자의 다리를 다시금 고쳐 잡았다. 오른손에 쥐어줬던 티슈는 또 어디서 떨어트렸는지 내 머리카락을 돌돌 말며 장난을 친다. 흥미로움으로 온 몸이 뒤덮인 기분이다. 재밌다, 이 사람. 그나저나 이름이 뭐랬더라. 아, 준면이랬지.˝ 와,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 …생각보다라뇨. ˝˝ 별로 그렇게, 깔끔해보이진…. ˝침대에 앉은 남자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슬금슬금 말을 먹는다. 서랍장 안에 있던 구급상자를 빼 바닥에 쿵, 하고 세게 내려놓자 불안한 눈빛 하나가 나를 향한다. 남자에게로 한 발 한 발 다가서자, 어… 저기 지호야? 미안해요. 미안, 미안합니다. 미, 미안하다니까? 계속해서 사과하며 손을 내저어 온다. 바닥에 앉으려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주름이 질 정도로 눈을 감고서 멈칫한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로 팔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자 그제서야 눈꺼풀을 스르르 들어올린다. 상자를 다리 위에 놓고 뚜껑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요. 깔끔한 척 하지 말라고. ˝˝ …. ˝˝ 이게 다 우리 엄마 때문이지, 뭐. ˝맨날 이거 주워라, 저거 담아라, 그래서 우리 집이 되게 깨끗했거든요. 뭐 먹을 때도 소리 내서 먹지 말고, 남의 집에 가게 되면 꼭 민폐가 되지 않게 조심하고, 밖에서 덤벙대고 다니지 말고, 입조심하고…. 이러니까 되게 잔소리쟁이 같네, 우리 엄마. 아무튼 그게 버릇이 됐는지 지금도 별로 흐트러져 있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놀릴 거죠? 생긴 거랑 되게 달라서. 그래도 우리 엄마 짱. 더러운 거보다 낫지.상처를 한 번 닦고, 핀셋으로 솜을 집어 들어 빨간약을 묻혔다. 예전에 엄마가 나한테 했었던 말들이 줄줄, 다시 한 번 내 입을 타고 나왔다.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마음에 담고 있었는지 막힘없이 잘도 나왔다.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진 모르겠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나쁠 건 없었다. 아니, 조금은 있을 것 같다. 고개를 드니 바로 눈이 마주쳤다. 되게 빤히 쳐다보네. 별로구나. 정사각형으로 접은 거즈 위로 길게 자른 테이프를 붙였다.˝ 근데 지호야. 말 되게 잘하네요? ˝˝ 네? ˝예상치 못한 남자의 말에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어올렸다. 남자의 얼굴이 웃을랑 말랑, 입 꼬리가 들락날락한다. 좀 시원하게 웃어 봐. 금세 내 마음이 전해졌나보다, 엄청 예쁘게도 웃네. 다 됐어요. 무릎에 붙은 거즈가 남자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게 나라면 몰라도.나는 지호가 되게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짧게 짧게 말하는 거보다 그렇게 길게 말하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이제 좀 사람같고 그르네.내 머리 위로 얹어진 남자의 손 때문에 앞머리가 길게 내려와 내 눈을 가렸다. 눈을 찔러오는 머리카락에 머리를 살짝 흔드니 손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방 안을 둘러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코를 스쳐오는 비누 향이 작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문득 몰려오는 잠에 구급상자를 정리하던 손을 거두고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피곤한 정신이 온 몸을 울렸다. 그리고 와, 이 책. 나 되게 읽고 싶었던 건데ㅡ.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었나보다.「지호야 잘잤어요? 지금은 5시. 벌써 어둡네갑자기 자고 있어서 놀랬잖아요근데 왜 안일어나냐길은 물어물어 잘 찾아갈게요다음에 또 만나면 인사 꼭 하기 안녕」-짜잔.우리 도덜이.... 도저히 상중하로는 못 끝내겠더라구요.저는 분량 나누는 실력이 똥이에요ㅋㅋㅋㅋ그래서 짧게나마 연재 해보려고 3이라고 썼네욯ㅎ연재텀은.. 장담 못하겠어요....... 얘네는 되게 즉흥적으로 써야 잘써지더라구요..음 그냥 언젠가 다음편에서 뵈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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