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골목 대장
: 괜찮지 않아. 우리 전부 다, 안 괜찮아.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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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이어지는 카톡 알림음에 핸드폰을 뒤집고 생각에 잠겼다.
어제, 나 뭐한거지.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또.
어떡하지. 어떡하지. 민혁오빠에 현식이, 성재까지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억 안 나는 척 할까, 잠수를 탈까, 조용히 넘길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또다시 울리는 전화를 바라 봤다. 시끄러운 벨소리와 함께 민혁오빠의 이름이 화면에 떠올랐다.
“...여, 여보세요”
“설아, 일어났어?”
“네”
“카페 와야지.”
“...네”
“...설아. 괜찮으니까, 그냥 와. 생각 복잡하게 하지 말고. 응? 성재도 같이 있어. 성재 아무렇지도 않대.”
“......”
“설아. 와. 얼른.”
“...응”
괜찮다는 말이 오히려 괜찮지 않다는 말로 들려서.
복잡해진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카페로 갈 준비를 했다.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설아!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아, 어. 이제 도착했어."
카페 근처에서 망설이며 배회하고 있는데 은광 오빠가 멀리서 아는 체를 하며 다가왔다. 오빠의 손에 이끌려 카페로 들어가자 나를 반기는 둘의 얼굴이 보였다.
"어떻게 둘이 같이 들어오네?"
"응, 이 앞에서 만났어."
"누나! 왔어? 누나 이제 큰일 났어. 민혁이 형이, 누나 자르고 나 쓸 지도 몰라!"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하는데.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 입술을 달싹 거리다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모두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나는, 피할 수가 없다. 숨길 수가 없었다.
"...흐으..."
성재에게 미안한 마음과 내 실수에 대한 후회. 그리고 이 모든 걸 덮지 못하고 결국 뱉어버린 나를 향한 짜증까지. 여러 감정이 뒤섞여 눈물이 터져나오고, 당황한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성재가 내게 다가와 나를 끌어 안았다.
"누나. 왜 울어.. 나 진짜로, 진짜로 아무렇지도 않아."
"흐, 내가, 내가.."
"누나. 나 정말 괜찮아, 응? 울지마."
"그래, 설아. 이리와 앉아."
민혁 오빠가 이끄는대로 의자에 앉아서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자 성재는 무릎을 꿇고 곁에 앉아 내 손을 잡았다.
"누나. 누나, 나 봐봐. 나 정말 괜찮아."
"미안해, 미안..."
"누나아. 사과하지마. 그만. 내가 괜찮다는데 누나가 왜 그래애."
"......"
바보 같이, 잘못한 사람은 나인데 위로 받고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피해자가 되었고, 지우지 못할 상처를 품은, 보호해 주어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거다. 모두에게.
그러나 내 동생의 죽음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오직 나 하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했고, 추억을 잃었으며, 상처를 품었다.
더이상 쉬쉬하며 묻어놓을 일이 아니었다.
"....성재야.....너는 너고, 석이는, 석이는 석이야. 그리고 석이는 죽었고,"
"설아."
"석이는 죽었고, 너한테 석이 얘기를 그런 식으로 꺼낸 건, 내 잘못이야. 괜찮을 일이 아니야, 성재야."
"......"
"그리고, 그 사고로 석이만 다쳤던 것도 아니잖아. 왜, 왜 그렇게 다들 사고 얘기만 나오면, 석이 얘기만 나오면, 내 눈치를 봐! 오빠도 다쳤고! 현식이도 다쳤고!"
"설아. 알았어. 그만해."
민혁 오빠는 말리듯 나를 끌어안았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지금 이건, 투정 부리는 게 아니란 말이야. 뭘 그만해! 민혁 오빠를 밀어내고 말을 이어갔다.
"다 아파! 다 힘들었어! 숨기지 마, 덮는 거 싫어! 아무렇지 않은 것도 그만해 이제! 못하겠어. 안 할거야."
나를 바라보는 셋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지 않아. 우리 전부 다, 안 괜찮아. 나는, 이걸 꼭 풀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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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본토의 빛] [미뇨쿠♡] [소비소비]
♡♡ 암호닉 ♡♡
안녕하세요!
설이가 풀어야겠다고 하면, 풀어야겠죠? 하하하
어서 빨리 즐겁고 재미있는 골목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