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Exist_01
[세븐틴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본사 건물 52층 회장실로 출근해주시기 바랍니다.]
......합격...? 정말...? 에이 설마....합격일리가, 눈을 비비고 읽어봐도, 볼을 꼬집어봐도 이건 꿈이 아니다. 현실이야, 현실이라고!!
"야!!!!부승관!!!!!!!!!!승관아아악!!!!!!!!"
"아...씨....또 뭐야...."
"야!!!나 합격했어!!!합격했다고!!!!"
"뭘 합격해...헐 설마 고급시계 렙업했냐???"
"아 뭐래! 세븐틴 합격했다고 세븐틴!!"
"세븐틴? 아 뭔소리하는거야, 잠을 덜 잤나"
"아 진짜!!!!이거 보라고오!!!"
하며 들고있던 핸드폰 화면을 승관의 눈 앞으로 들이민다.
"아, 또 뭔소리....어...?어...?어어어...????야, 뭐야 이거"
"뭐긴뭐야!! 합격이라고! 합!격!"
"아니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뽑히는 대기업이 뭐가 아쉬워서 너를??"
"아 뭐래! 내가 모자란게 뭐가있다고!"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나도 내가 어떻게 이렇게 큰 회사에서 나를 뽑은 건지 1도 이해할 수 없다. 진짜 사기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하는 일이 뭔데??"
"회장 비서...? 였던 것 같은데. 음 사실 잘 모르겠어"
"뭐? 너같이 자기도 못챙기는 애가 무슨 회장 비서야, 사기아냐? 알고보니 장기매매같은,"
"그런거 아니거든!!오늘 아침에 직접 본사 건물에서 면접도 봤거든?"
"오늘 면접을 봤는데, 합격 통보가 지금 왔다고? 면접본지 많아봐야 5시간밖에 안됬잖아. 그거 볼 수록 이상한 회사네"
"그건..., 좀 이상하긴 한데, 야 초봉이 400이면, 말 다한거 아니냐??"
"....4...400...? 400원 아니고 진짜 400만원...?"
"어 400이래. 사실 나도 듣고나서 눈 뒤집히는 줄 알았음."
"야 너 조심해라 그거...니 장기 값일 수도 있어...니 온몸에 있는 건강한 장기 생각하면 400도 결코 많은 돈은 아냐..."
"아 진짜 뭐래! 이상한 소리할거면 잠이나 자!!"
"아 참나!!!!지가 깨웠으면서!!"
사실 뭔가 좀...이상하긴 하다. 그래. 면접 광고부터 이상하긴 했어. 무슨 내 폰으로 면접을 보라고 메세지가 오냐?
[27세 미만 여성,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맡은 일이 무엇이든 불평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직원 구함 www.seventeen/1552613000017]
사기문자인줄 알았다. 그러니까, 정말, 장기 매매사이트 같은거, 아니면 프로패셔널한 술집여자정도...? 근데 뭐 사실, 할 것도 없고, 걱정하시는 부모님 눈치 봐서라도, 직장을 구하는 척은 해야했다. 이 정도 노력을 했는데도 직장이 없는거다. 하는식의 보여주기 정도...?
3년동안 백수 인생을 살다보니 위기의식이 사라진걸까, 가끔 부모님이 달달이 보내주시는 용돈으로 평생 살순 없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식된 도리로써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심심하고 할일없는 잉여인간이였던 나는 그래, 시급이 얼마인지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문자에 딸려온 사이트에 들어갔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들어간 곳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물류회사 세븐틴이였다. 이럴리가 없다...하고 새로고침하고, 홈으로 들어가봐도 진짜. 세븐틴이였다.
다시 문자화면을 봤다. 27세 미만 여성. 내가 지금 26살이니까 되고. 영어로 대화 이건 뭐 껌이지. 맡은 일이 무엇이든 불평 안하는거. 나같은 잉여인간이 불평이 무슨 말입니까. 조건은 완벽했다. 근데, 이게 다인가...? 매일 저녁 8시 뉴스에 나오는 그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진짜 이거면 된다고...? 내가 또 궁금한건 못참지. 메세지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자, 이내 피곤에 찌든듯 한 남자의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세븐틴 맞나요?"
"예에..."
"면접보려고 하는데요, 필요한 양식이나 자기소개서 같은건 없나해서요"
"예 없구요, 내일 2시에 본사 건물로 오시면 됩니다"
"아니, 잠깐만요. 정말 더 없어요...?"
"예. 없어요...아,..구두는 신고 오지 마세요, 또각또각 시끄러우니까. 옷은 뭐그냥. 편하게 입고오시구요"
"아...ㅇ"
뚝
뭐야. 진짜 이상해. 진짜 끝인가...? 자기소개서같은건 하나도 필요 없고...? 아, 가지말까 그냥...사기같은거면 어떡해. 근데 사기를 치는데 본사 건물로 오라고 그러나...?
에이, 몰라. 내일 가보면 알겠지.
하고 일어난 오늘 아침은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근 3년중에 가장 생각을 많이 한 순간이였다. 구두를 신지말라고...? 면접을 보는데...? 그럼 운동화를 신으라는 건가...? 아님, 플랫슈즈같은거...? 옷을 편하게 입으라는건 뭐지..? 운동복을 입으라는 건가..? 청바지 입어도 되는건가...
결국 선택한건 검은 슬랙스에 하얀 셔츠, 그리고 운동화였다. 그닥 조화로운 모양새는 아니였으나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세븐틴 본사는 평소 지나가면서 봤던 모습보다 더 거대해보였고, 웅장했다. 심호흡을 깊게 하고 로비 안으로 들어섰다. 나만 빼고 다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즌화흤든 스끄 즈겨브를끄야)
넓은 로비를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안내데스크 비스무리한걸 발견하곤 당당한 발걸음으로 도착했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날렵해보이는 젠틀한 남자 하나가 검은 양복을 입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저 면접! 보러...왔어요"
아, 하고 알았다는 듯이 데스크 안에서 나온 남자는 멀뚱하게 서있는 나를 보고는
"가시죠"
하고 불투명한 유리문쪽으로 나를 안내하더니, 옆에 붙어있는 카드기에 목에 걸려있던 카드를 대고는 열린 문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잡고 서 있었다. 고개를 까딱 숙이고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자, 남자는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휘적휘적 걸어가는 남자를 따라 조금 걷자, 복도 끝엔 엘레베이터 두대가 있었다.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남자는 내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김정봉씨인가보네요. 전 조슈아라고 해요."
하고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이름이 특이하네 풍향 조씨인가.
"아, 예...근데 제 이름은...."
"아, 왔네요. 타시죠"
"아...! 네"
조슈아라는 남자는 문 옆에 달린 카드기에 카드를 대더니 벽면에 달린 키패드같은 것에 32층을 입력했고, 엘레베이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왠지 어색한 공기에 조슈아씨의 뒤에 가만히 서서 도착하길 기다리는데 바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지려 하는 것이 보였다.
"저기...! 그, 주머니에서 뭐 떨어지려고 해서요..."
하고 말하자, 조슈아는 태연하게 뒷주머니에서 떨어지려하던 권총을 꺼내들고 재킷 안쪽 주머니에 대충 집어 넣는 듯 했다. 아니, 잠깐만. 권...총...? 권총??? 궈어어언초오오옹?????
온갖 잡생각이 다들었다. 이대로 죽는건가, 가만히 있으면 죽지는 않겠지, 진짜 장기 매매였던건가, 아냐, 호신용 모형이겠지. 요즘 권총형 호신 스프레이같은것도 나오더만. 그래. 얼굴보니까 밤에 딱 납치당하기 좋게 생겼네. 모형이겠다. 하하하하.
뜻밖의 결론을 내리곤 도착한 32층. 조슈아는 먼저 내려 내가 내릴 때 까지 기다려 주었고, 내가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복도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복도에는 반투명한 유리로 된 문들이 많았다. 영상실, 회의실, 강의실...영락없는 회사의 모습이였다. 그러다 멈춘 곳은 회의실이라는 단어가 적힌 나무문 앞이였다. 여태까지 지나온 방은 모두 반투명한 유리문이였는데, 이 회의실만 낡은 나무문이였다. 이상함을 느끼기도 잠시, 조슈아는 문을 두번 똑 똑 하고 두드렸고, 안에선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했다.
조슈아는 천천히 문을 열였고, 멍청하게 서있는 나를 회의실 안으로 밀어 넣고는 재빠르게 문을 닫았다. 회의실 안에는 분홍머리를 한 남자아이와 파란 머리를 한 남자 한명과, 푹신해보이는 일인용 쇼파에 앉아있는 잘생긴 남자 하나가 있었다.
분홍머리의 남자아이는 뭔가 언짢기라도 한 듯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파란 머리를 한 남자는 뭐가 그리 웃긴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다른 한 남자는 이내 부드럽게 웃더니,
"이쪽에 와서 앉아요"
하고 검은 의자에 나를 앉혔다.
"안녕하세요...! 어...김정봉입니다!"
하며 이야기 하자 이미 안다는 듯 큰 감흥을 보이지는 않는 듯 한 표정이였다.
"뭐, 조건을 만족하니까 면접을 보러온거겠고. 타자는 좀 치나?"
"네! 저 500타 나옵니다!"
"오, 괜찮네요. 생각했던거 보다 더 훌륭하네요."
겨우 타자 500타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훌륭하다니, 이게 기분이 나빠야하는건지 좋아야하는건지 잘 모르겠네
"지금 같이 사는 사람은 있어요?"
"아, 네, 근데 그건 왜...?"
"출장같은거 갈 일이 많을 거거든요. 뭐 혹시라도 갑자기 연락 끊기고 하면 걱정할테니까."
"네, 아, 네?"
"비서일같은건 안해봤죠? 하긴, 일이라는건 하나하나 배워나가면 되는 거니까. 초봉은....요즘 사람들 얼마정도 받지? 400정도면 되려나...?"
"네???400....? 아니, 근데..."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최승철이라고합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 회장이구요. 앞으로 제 업무를 봐주는 일을 할거예요. 뭐, 면접은 이만하면 된 것 같고. 결과는 나중에 메세지로 전송해 드릴게요. 이만하면 됬습니다. 이제 가셔도 되요."
"...벌써요...?"
"더 있고 싶으시면 앉아 있다 가셔도 되구요. 이 녀석들 혼나는거 보고싶으시면 계속 앉아계셔도 좋구"
회장이 말을 끝마치자 먹이를 눈 앞에 둔 사자마냥 매섭게 노려보는 남자아이 덕에 원래도 없던 맘이 더더 확고해졌다. 전혀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 말하자 회장은 탁자 앞에 올려져있는 전화기를 들더니
"손님 나가신다 슈아야"
하고 말하곤 내게 고갯짓으로 잘가라는 인사를 건냈다. 뭐야, 조폭인가...? 얼떨떨한 기분을 뒤로 한채 조슈아에 의해 열린 문을 통해 나갔다. 아무말 없이 조슈아의 뒤를 따라 로비까지 도착했고, 인사를 하고 로비를 나서려는데,
"같이 일하고 싶네요. 다음에 꼭 다시 뵐 수 있길 빌게요."
하고 말하는 조슈아였다. 왠지 응원받은 기분이랄까. 한껏 웃으며 조슈아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 왔지만 왠지 완벽하게 떨어졌을 것만 같았다. 에휴. 내가 그렇지 뭐, 하면서 다시 평소의 잉여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사과를 깎고 있었는데, 합격이라니. 좋아해야 하는 거 맞겠지...?
왠지 얼떨떨하긴 한데 생각했던 것 만큼 마냥 기쁜것 같지도 않네. 꿈꾸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가...? 그제서야 생각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이고 우리딸랑구! 공부 잘 하고 있어?"
"응. 근데 엄마"
"응? 무슨 일이야?"
"옆에 아빠도 있어?"
"당연하지. 왜그래.. 무슨 일...있어...?"
"응"
"...무슨일...요즘 너무 힘들어...? 그냥 고향 내려와서 다시 엄마 아빠랑 살까...?"
"아니 엄마. 나 취업했어."
"...뭐...? 정말??정말이야??? 아이고 정봉아빠!! 우리 정봉이가 드디어 취업을 했답니다!!"
'뭐? 정말?? 우리 딸래미가 취업을 했다고?? 어디, 어느회산데?'
"엄마, 세븐틴이야 세븐틴."
"세븐틴이래요 세븐틴! 아니 잠깐만, 세븐틴...? 엄마가 잘못 들은거 아니지? 정말 그 세븐틴 맞지?"
'세븐틴이래? 아이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이고'
"맞아. 엄마, 초봉이 400이래. 흐흫 대박이지"
"아이고!! 초봉이 400이라고??? 아이고 세상에나, 아이고 정봉아 고생 너무 많이 했다!! 그동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공부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냐...아이고 우리 딸...안쓰러워 어떡해..."
"엄마, 나 내일부터 출근이야. 빨리 자야해. 끊을게"
"그래그래. 일찍 자고, 내일 늦지 말고, 알았지?"
"응. 사랑해 엄마"
"그래 사랑한다 딸아"
울먹거리는 엄마에 나도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그만 전화를 끊었다. 이순간도 꿈만 같아서, 왠지 꿈이라면 너무도 슬프고 허무할 것만 같아서 볼을 꼬집었다. 아팠다. 한번 더 꼬집었다. 정말정말 아팠다. 빨갛게 부어오른 볼을 메만지면서 왠지 웃음이 났다.
내일 늦으면 안되지. 빨리 자자. 빨리.
"자, 손님은 나갔고. 이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고"
가식적으로 머금고 있던 부드러운 미소를 걷어내고, 또다시 아무런 감정없는 눈빛으로 돌아온 세븐틴의 회장. 그러니까 최승철은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호시?"
"아뇨, 죄송합니다"
"너, 현장에 투입된게 몇번인지 기억나?"
"...아뇨"
"그래,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투입됬었어. 그런데 이런 실수를 저지른게 가당키나 한가?"
"..."
싱글벙글 웃던 얼굴이 점점 사그라들더니, 추궁하는 듯한 그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호시였다
"하지만, 보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지. 내가 이야기할땐 끼어들지 말라고 했을텐데"
"하지만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래, 다른사람도 아니고 니가 그렇게 이야기 하는걸 보니 뭔가 있긴 한가보네. 들어줄게. 지껄여봐"
무슨 이야기를 해도 관심이 없을 거라는 듯이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만 만지작 거리는 에스쿱스, 보스다. 그런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 듯한 우지였지만, 감히 대들 순 없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시가 그 방에 폭탄을 설치하고 나오다가 그놈의 탁자 위에서 서류하나를 발견 했습니다."
"그래서"
"뜻밖에도 저희 코드네임이 적혀있더군요. 호시와 저. 우지"
우지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굉장히 뜻밖이라는 듯이 이내 관심을 가지는 에스쿱스다.
"코드네임이?"
"네, 우리 조직 내에서 임무를 수행할때만 사용하는 코드네임말입니다."
"..."
"더 뜻밖인건 저희 말고도 다른 한사람의 코드 네임이 하나 더 있었다는겁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호시가 입을 열었다.
"DK. 그놈입니다"
호시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 에스쿱스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고, 조용히 자신의 귓볼을 만지작거릴 뿐이였다. 우지는 그 행동이 지금 보스가 불안한 상황에서만 취하는 행동임을 알았기에, 더 알 수 없었다.
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일. 도대체 어떤일이기에. 그가 이렇게도 불안해하는지, 그저 감히 짐작 할 수 없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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