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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멍청하게 자리에 앉아계실거면 차라리 저는 그 시간에 이 대위님 찾아가고도 남았겠습니다."

아 저새끼는 왜 또 아침부터 시비야 시비가..
컴퓨터 앞에 멍하게 앉아있길 30분쯤 했을 때였던가. 아니면 그것보다 더 했을 즘이었던가. 홍빈이 한숨을 끌끌 내쉬며 결국 뱉었던 첫마디였다.

"미쳤지. 이홍빈. 이거보다 최선인 방법이 없다는거 몰라? 그리고 어디 상사한테 훈계질이야 훈계가."
"아무리 봐도 제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또한 소령님의 지금 행동은 상사의 태도에 분명히 어긋나ㄴ.."
"닥쳐"

날 선 학연의 말에 홍빈이 결국 예예, 명령이라는데. 하며 두 손을 곱게 들어 항복의 제스쳐를 취했다. 참 남자들 존심 존심 하는데 같은 남자로서 존나 이해 안가는 행동이라 이 말이지. 인생의 로망은 사랑이오, 사랑에 자존심은 저기 옆 집 바둑이 취급하는 이홍빈에게 지금 펼쳐지는 자신의 상관 학연의 행동은 조금 멍청하고, 꽤나 어리고, 아랫사람의 동정심을 자극하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단정지었다. 내 일 아니고 남 일이니 말이다. 홍빈은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려 탁탁탁 자신의 일을 했다. 갑작스러운 이대위의 전역에 온 부대의 사람이 이 대위의 몫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약간 빡쳐있던 상태였다.

"이 인간은 일을 어떻게 처리 했길래 한 사람 몫을 이렇게 여럿이서 달려들게 만들어. 사람 빡치게."

이제 상사도 아니라 이거지. 계급장 떼고 이 인간 저 인간 붙이는 홍빈에게 한번 더 쏘아댈까하다 결국 내 화풀이지. 나만 이재환 더 생각하는 꼴이지. 생각하던 학연이 그냥 눈을 감고 의자에 푹 몸을 기댔다.

이재환 같은 거 없어도 나 잘 살아. 잘 먹고 잘 웃고 애들 잘 굴리면서 잘 살고 있다고! 이재환의 전역날부터, 아니, 한국땅을 밟았던 그 날부터 끝없이 했던 생각은 이제 생각을 넘어 자기 암시 수준이었다.


"잘 살고 있는거야 응 씨발 나 잘 살고 있다고.."

까득까득, 학연이 다시 손을 입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것 또한 이재환이 가지고 있는 버릇이 자신에게 옮겨 붙은 것이었다.

아.. 짜증나. 학연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짜 안 되겠네.. 연병장이라도 뺑이쳐야 생각이라는게 좀 없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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