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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序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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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타일 위로 투명한 액체와 붉은 액체가 뒤섞여 흘러내렸다.
타일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 액체는 바닥에 닿았고 바닥의 결을 따라 흘러 이내 수챗구멍으로 사라졌다. 그 액체는 물과 피였고 끊임없이 수챗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는 훤칠한 키의 남자였다. 남자의 눈동자는 죽은 생선 눈알처럼 무기질적이었다.
생기없는 눈은 어떠한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으며 표정 또한 없었다. 남자는 손에 든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를 구석구석 보내어 곳곳에 묻어 있는 핏자국을 씻겨냈다.
그리고 세제통에서 세제가루를 꺼내 바닥에 가득 부은 후에 그 위에 물을 한바가지 퍼붓었다. 가루가 녹으며 거품이 뻐그르르한다.
순식간에 많은 거품이 퍼져나갔고 욕실 안은 거품으로 뒤덮혀버렸다. 한쪽 벽에 세워둔 밀대를 잡아 타일 틈새에 끼어 있는 핏자국까지 닦아내었고 군데군데 박혀 있던 허연덩어리까지 모조리 쓸어내었다.
남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핏자국이 지워져 갔으며 더러워진 욕실도 예전의 깨끗함을 되찾아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심 뿌듯해지련만 남자는 별다른 내색도 없이 무표정으로 자기 할일만 할 뿐이다. 남자는 중증의 결벽증이라도 있는 것인지 꽤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깨끗하게 치웠다.
욕실의 푸른 타일이 새것처럼 반짝였고 물기어린 바닥 위에 선 남자는 청소도구를 정리한 후 한켠에 놓아진 욕조 안을 무심(無心)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들여다 본 욕조 안에는 욕실과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씻겨진 무언가가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육체였고 더이상 사람이라고 불릴 수 없는 형체였으며 예전의 형체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세분화(細分化)되어 있었다.
피를 모조리 빼낸 것인지 탈색한 것마냥 하앴고 푸르스름한 기운마저 감도는 창백함이 깃들어 있었다. 토막난 육체의 단면은 감탄이 일 만큼 매끈하게 잘려있었다.
사람의 육체는 깔끔하게 잘라내기란 쉽지 않을 정도로 방해물이 많았다. 질긴 피부에서 그 아래의 섬유조직과 더운 피, 근육, 지방을 지나 단단한 뼈까지 도달하기란 어려움이 많았고 설사 잘라낸다고 하더라도 그 단면은 거칠기 이를 때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토막낼 수 있다면 남자의 기술이 뛰어남을 말해주는 것과 진배없었다. 남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돼지를 도축하는 것보다 까다롭지만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는 욕실 선반에서 검은 비닐봉투를 꺼내 잘게 썰린 그것을 차곡차곡 담았고 마지막 토막까지 남김없이 집어넣었다. 비닐봉투를 매듭짓고 이제 비워진 욕조마저 깨끗하게 청소했다. 기나긴 '청소(淸掃)'였지만 남자는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고 땀조차 흘리지 않았다.
토막시체 덩어리로 부풀려진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욕실에서 나와 잠시 바닥에 내려놓은 후 잠시 어디론가 다녀왔다. 돌아온 남자의 비어있던 손에는 작은 갈색병이 들려 있었다.
남자는 갈색병과 비닐봉투를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 행동이 자연스러워서 마치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것 같았고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 텅 빈 공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비닐봉투를 바닥에 내려놓고 갈색병의 뚜껑을 비틀었다. 이내 뚜껑이 열렸고 어느새 사내의 얼굴에는 하얀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그리고 매듭진 비닐봉투째로 갈색병에 있는 액체를 그 위에 부었다. 그 액체는 화학약품 중의 일종인지 액체가 비닐봉투 위에 떨어지자마자 부식되기 시작했다. 하얀 색의 연기가 피어오르며 부글거리던 액체는 비닐봉투부터 그 안에 든 토막난 시체더미까지 삼켜버렸다.
전부 녹아들고 약품의 잔여물도 거의 사라졌다. 남자는 그위에 흙을 덮어 약간의 흔적마저 지워버렸다. 일련의 과정 모두를 빠짐없이 지켜본 남자의 눈은 유리알처럼 차가웠다.
너무도 감정이 없어서 한기마저 들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남자는 심장도 얼음처럼 차가운지 도통 한톨의 감정도 떠올리지 않았다.
남자의 흉악함은 소름끼칠 만큼 경악스러웠지만 그 광경을 보는 자는 아무도 없어서 그가 저지른 참극은 그대로 묻히었다. 한숨 한번 내뱉지 않은 남자는 기계보다 감정이 없다고 생각이 들만큼 무심해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패륜적인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번 것도 쓸모가 없어."
남자의 목소리는 아주 작아서 바람소리에 묻혀 웅얼거림으로 변했다. 그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닌 혼잣말인 탓에 개의치 않았다.
얼마 후 남자는 공터에서 벗어났고 그가 움직이는 방향은 좀 전에 왔던 곳과 다른 방향이었다. 인적 없는 길을 걷는 남자의 죽어버린 눈동자는 착각이었나 싶을 만큼 찰나의 시간동안 잔인하게 빛났다.
남자는 다음 사냥을 위해 길을 떠난 것이다.
* * * * *
"실종신고하러 왔는데요..."
한 중년 여성이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와 사무를 보고 있는 경찰관에게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자신의 딸이 며칠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걱정 가득한 얼굴로 눈물까지 비쳤다. 중년 여성의 실종신고를 접수 받은 경찰관과 그 주변 동료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또요?"
경찰관의 되물음에 중년 여성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미심쩍은 마음에 물었다.
"또라뇨...혹시 실종신고가 들어왔나요?"
그 질문에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요즘 자주 실종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실종신고가 비일비재(非一非再)했기 때문에 무덤덤하게 신청을 받았고 아무렇지 않게 전산에 등록하였다. 대부분 실종신고는 반항심에 가출한 청소년이나 성인들이었고 특별한 경우가 드물었다. 간혹 살인범에게 죽어버린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의외로 드물었다.
특이한 점이 있지 않다면 제대로 된 수사마저 하지 않았고 거의 형식적인 접수와 나태한 조사가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들이 세금만 축내고 정의감보다 자기 이익을 중시하는 부패한 경찰들이라고 매도받기도 하지만 이런 실종따위에 신경을 쓰고 전력을 쏟기에는 그네들은 몹시 바빴다.
자잘한 소매치기부터 강간범, 마약범, 음지의 조직 소탕 등 처리해야할 사건들이 많았으며 강아지 손도 빌리고 싶을 만큼 인력이 부족해서 짜증날 정도였기 때문에 실종따윈 별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실종신고가 자주 들어오고 그 숫자가 두자리로 넘어감에 따라 상황이 변해버렸다. 그냥 무심하게 넘길만한 성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딱 꼬집어서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실종자(失踪者)들간의 공통분모나 접점이 전혀 없었고 실종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어느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일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몇달을 걸쳐서 오랜기간 동안 꾸준하게 실종되었고 그 기간도 일정한 편이라 고심 끝에 수사 결정을 내렸다.
"혹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잘 살펴봐."
상사의 지시대로 보았던 자료를 뒤적였고 날밤을 샌 후 겨우 공통분모를 찾아내었다. 원래라면 취급도 안할 내용이지만 아무것도 손에 넣은 못한 현재로서는 실종자의 신상에 의거하여 찾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라도 손에 쥘 수밖에 없었다.
"특정 성별(性別)도 없으며 나이대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무작위 선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전체적으로 훑어보시면 실종자들의 나이대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있고 그 아래나 그 위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제일 나이 어린 사람은 18세 여성이고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은 32세 남성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대체적으로 20대가 가장 많아."
"그렇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범인을 한사람이라고 규정했을 때 젊은 남녀만을 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 외에는?"
"죄송하지만 없습니다. 그저 덧붙이자면 실종자에 대한 목격담이 전혀 없습니다."
"목격담이 없다면?"
"하나같이 평소처럼 하교 및 귀가 모습이 마지막이었으며 특별한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답니다."
"그래? 그럼 실종자들의 가족들 중에서 실종자의 연락을 마지막으로 받은 적이 있는지 또한 언젠지 아나?"
"실종자들 대부분 연락이 없었고, 한 실종자가 하교할 때 부모에게 이제 집으로 간다며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 문자가 마지막 연락이었고 그 이후로 온 것은 없었습니다."
"그 시간은?"
"오후 7시 22분이었고 학교 축제준비로 그 시간까지 남아 있었답니다. 집까지 30분가량 걸리는데 한시간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 다시 연락을 했지만 연락되지 않았고 다음날에도 집에 들어오지를 않자 걱정된 부모가 실종신고를 접수했습니다."
"그럼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행방불명이 된 것이군. 그때 납치된 거야."
"그렇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혹시 더 있는지 찾아봐."
"네."
형사들은 현재까지 도출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실종자들의 부모부터 주변 인물까지 찾아가서 탐문(探問)했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거기다 면식범을 가정하더라도 떠오르는 용의자(容疑者)가 딱히 없었다. 수사가 진척될 수록 떨어지는 것은 한톨의 먼지보다 못했다.
성과(成果)없는 수사에 수사관들은 나날이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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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히륜입니다....ㅠㅠ [사담] 죄송합니다. '7일동안'이나 '두 개의 귀걸이'가 아닌 신작으로 찾아뵙습니다. 다름 아니오라 제가 슬럼프에 걸려들었네요ㅠㅠ 글이 도저히 안써집니다. 모든 글이 안써지는 것이 아니라.... 7일동안의 애달픈 내용과 두 개의 귀걸이의 미스터리하지만 달달한 내용이 제대로 지면 위에 표현이 안돼요ㅠㅠ 절반쯤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지우고 무한 반복 중입니다. 자꾸 우울한 내용만 떠오르고(그렇다고 제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게 아닙니다. 기분 좋아요.) 그로데스크한 장면만 떠올라서...달달하게 안써져요=ㅅ=;;; 저도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욕구불만인가 싶어서 7일동안 차기작으로 들고 올 작품이었던 '향기없는 꽃'을 써봤습니다. 에구...잘 써지네요. 하하하;;;;;;;;;; 아직 완결 지은 작품이 하나도 없는데 또 다른 작품이라니...ㅠㅠ(삼중 연재...미친짓이네요) 신알신 보고 클릭하셨을 독자님들과 새로고침으로 찾아오신 독자님들께 죄송하고... 곧 '7일동안'과 '두 개의 귀걸이'로 찾아오겠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죄송해요ㅠㅠ 가능한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망할 슬럼프...ㅠㅅㅠ [작품] '향기없는 꽃'은 서스펜스 물입니다. 붉은 색의 글은 범인과 그 상황을 표현하고, 하얀 색의 글은 현재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범인의 행동까지 표현하기 떄문에 유혈낭자한 잔인한 장면이 있습니다. 태환과 쑨양은 본편부터 등장할 예정이고 쑨환 글이지만 몇몇의 국대들도 나올거에요^^ 반응글에서도 말했다시피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해주시면 더 좋을거에요☞☜ 범인은 쑨양일 수도 있고 태환일 수도 있고 제3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르가 장르인 만큼 지금까지의 작품처럼 1인칭 시점이 아니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많이 잔인해요;;; 그리고 불마크는 야한 내용에만 체크하는거죠?사담 및 작품에 대해(클릭해주세요)
※ 오타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