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늦은 저녁 도심의 외각지역이라 그런지 도로 근처임에도 불구라고 차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한 이곳에 남자의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대충 지어놓은 듯 보이는 이 집은 밝지 않은 조명 하나만이 달랑 달랑거리며 천장에 달려있었고 그 조명을 매달고 있는 부분이 녹이라도 슬었는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흔들리는 조명에서는 듣기 싫은 소리가 집안을 가득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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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자고 있는 거야?"
"..."
남자가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오다가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주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남자의 물음에 여주가 답이 없자 입꼬리를 쓱 하고 올리며 비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한번 대답이 없는 여주의 얼굴선을 손끝으로 훑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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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거야? 아니면 자는 척을 하려는 거야?"
남자의 말에 여주가 움찔한듯한 모습을 발견한 남자는 여주의 머리를 손으로 쓰담으면서 낮게 말했다.
"왜 날 속이려고 해 설마 내가 널 모를까"
남자의 말에 침대에 아무 말 없이 누워서는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던 여주는 남자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왔을까 하며 터져 나올 거 같은 눈물을 머금었다.
처음에 여주가 만났던 순영은 지금의 느낌과는 아주 많이 다른 남자였다.
수업시간도 중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양볼을 붉히고는 시선을 피하던 남자 여주가 좋다며 수줍게 고백을 해오던 남자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잘해주겠다며 사랑고백을 해오던 날들 이 모든 것이 여주에게 후회로 다가왔다.
내가 이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이 남자를 믿지만 않았더라면 그리고 여전히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이 아니였으면 이라며 여주는 매일매일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는 홀로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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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 너 안 자는 거 다 알고 있어 김여주 넌 눈을 뜨고 있는 게 예쁘다니까"
순영의 말에 여주가 슬며시 눈을 뜨자 그 모습에 순영은 여주를 향해 웃어 보이고는 잘했네라며 머리를 쓰담어줬다.
"나 없는 동안 오늘은 뭐 하고 있었어?"
평소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집에 없는 순영은 여주를 향해 물어왔고 여주는 오늘 하루 자신이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했다.
생각이라 해봤자 어차피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이었기 때문에 여주는 마름 입술을 침으로 축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 있었어..."
"심심했겠다 혼자서 말이야 나라도 있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여주야?"
"...."
"아 맞다 맞아 오늘 너네 부모님 봤는데 너 걱정 많이 하시더라 날 보면서 우리 여주 꼭 좀 찾아주라며 두 손을 잡아오시는데 뭐 내가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당신이 데려왔잖아 말하지 그랬어 이 모든 상황"
여주가 이불을 꽉 쥐고는 순영을 향해 공격적으로 말을 하자 순영은 여주의 몸을 일으켜서 침대의 헤드에 몸을 기대게 하고는
여주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무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보다가는 씩 하고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여주에게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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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야 그런 눈을 하고 있는 니가 참 좋아"
"..."
"세상을 다 잃은듯한 표정 날 원망하는듯한 표정 슬픔에 잠긴듯한 그 표정 말이야"
"..."
"이게 묘하게 흥분된단 말이지"
"미친놈..."
"그렇지 나 미친놈이야 그런데 말이야 너가 나 이렇게 만든 거야 미친놈이 미친 듯이 가지고 싶은 게 생겼어 그럼 어쩔 거라고 생각해?"
순영의 말에 여주는 말없이 순영의 시선을 피해 벽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려버렸고 그 모습에 순영은 그대로 여주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는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피하지마
순영의 약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고 여주는 아무 말없이 아무 표정 없이 순영을 응시하면서 순영의 손을 쳐냈다.
"왜 또 까칠해졌데?"
"기분나빠..."
"뭐가? 내가 아니면 이 상황이?"
"둘다..."
"김여주 난 너 여기서 못 나가게 한 적 없어 그거 기억해 니발로 안 나간 거야 아 그 문 잠그고 나가는 거? 여기서 마음만 먹으면 어린애도 나갈 수 있는데 김여주 너 하나가 못 나갈까?"
순영의 말에 여주는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순영의 말이 맞았다.
여주가 마음만 먹었더라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던 순영이 집으로 들어오는 틈을 노리고는 그때를 틈타 도망가거나 여러 방안이 있었고 물론 여주 또한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떠오르는 가족들과 친구들 생각에 순영 몰래 창문을 타고 밖을 나온 적이 여러 번 있기는 했다.
하지만 항상 나와서 신발 없이 맨발로 아스팔트 바닥을 걷다 보면 순영의 얼굴이 여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불쌍한 사람 지켜주고 싶은 남자 내가 그를 떠나면 아무도 그의 곁에 없는 혼자가 되어버릴 남자 그리고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남자 이 모든 생각들이 여주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 여주는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걸어가서는 다시 창문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럴 때에 순영은 상처가 나있는 여주의 발을 보면 아무 말없이 소독을 하고는 약을 발라줬고 잘 왔어하며 여주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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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너는 평생 나한테서 떨어질 수 없을 거야"
이사실은 여주 자신이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김여주 자신을 다 알고 있다며 웃어 보이는 순영보다 말이다.
"항상 그런 눈으로 날 봐줘 슬픔이 가득찬듯한 그런 느낌 그럴 때 너가 참 불쌍하면서 사랑스럽거든"
"당신이 불쌍해 난 말이야 권순영 당신이 너무나도 불쌍해"
"내가? 왜 난 행복해 너랑 같이 살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내 품 안에서 잠드는 널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을 느끼는데 내가 불쌍하다고? 어째서 내가 왜 어째서 불쌍하다는 거지?
순영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서 말을 하면 할수록 흥분이 되었는지 격해지는 소리에 말을 끝낸 순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한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이 모습을 보던 여주는 일어난 순영의 눈을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거잖아 내가 말 안 해줘도 말이야"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왜 불쌍한 건 너야 김여주 지금 넌 나한테 감금되어 있는 거고 하루하루를 이런 좁은 집에서 나가지도 못한 상태로 이 작은 창문 하나로 들어오는 빛만을 보며 살아가는데 왜 어째서 너가아니라 내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거야
"당신이 말했잖아 맘만 먹으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이야 그런데 왜 당신은 내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 거지? 아니 정확하게는 안 했지? 당신 말대로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잖아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정신차려 권순영 너만의 방식으로 사랑의 의미를 와전시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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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말이 큰 충격이었는 약간 몸이 휘청하고 흔들린 순영은 의자를 찾아 그곳에 앉았고 눈을 감고는 마른 세수를 하던 순영은 방금 전 흔들리던 눈빛과 완전히 다른 눈빛을 하고는 눈을 떴고 그 모습에 여주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지금 이 남자 평소와 다르구나라고 말이다.
순영은 뭐지? 하는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여주를 한번 쓰윽 하고 보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침대 옆에 놓여있던 서랍을 뒤졌다.
그 모습에 여주는 지금 뭐 하려는 거지?라며 순영의 모습을 살폈고 순영은 그 서랍장에서 검은색의 케이스가 씌어있는 무언가를 꺼냈다.
"이게 뭔지 알아?"
"...?"
"이게 러시아에서 넘어온 건데 이게 조금만 충격을 줘도 터진대 신기한 거는 이게 생각보다 발화점이 낮다는 거지 실온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불이 붙는데 근데 충격을 가해서 폭발을 시킬 때의 온도가 딱 이 친구들의 발화점보다 조금 더 높더라고"
"ㅁ.. 뭘 하려는 거야 권순영 일단 진정하고"
"어차피 이번 생은 너와 같이 끝낼 거야 도망갈 거라는 걱정에 휩싸여서 신경 쓸 바에는 우리 편하게 가자 너랑 나랑 같이"
"권순영 일단 진정해 내가 어디 안 갈 거라는 건 너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지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그 생각 버려 권순영!!!!!"
여주의 말에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손에 의문의 케이스에 담긴 무언가를 반 정도 꺼내서는 바닥에 흩뿌렸고 그런 순영의 행동에 여주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서는 순영을 잡으려고 했다.
"이게 사람이 밟아도 터지는 건데 조심해 여주야 이러다가 너 먼저 보내면 내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정신 차리라고!! 권순영 이거 잘하는 행동 아니야 우리 잘 지낼 수 있잖아 생각을 하라고 이 멍청이야!!!!!!!!"
"내 생각에는 이게 최선이고 난 지금 너무 좋다 이런 너와 함께 떠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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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끝으로 순영을 의문의 케이스에 담겨있던 나머지의 것들을 어느 정도는 하늘로 날리고는 나머지는 바닥을 향하여 내리쳤다.
순간 평!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여주와 순영이 있는 집은 불길에 휩싸였고 불은 빠르게 번져서 여주와 순영의 몸에 옮겨붙었다.
붉은 불길 속에서 순영은 여주에게로 다가가서는 여주를 끌어안고는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이 모습에 여주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순영의 품에 안겨서는 바보 같은 남자...라며 입을 열었고 이 두 마디는 이 둘의 마지막 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새벽 약 3시쯤에 도심 외각에 있는 한 야산에서 화제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화제의 원인은 화학적인 물질로 인한 화제로 보이며 고의성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이곳에서 발견된 두 사람의 시신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여 자살이 아니었을까라며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특별 사건 수사팀에서 밝혀왔습니다. 한 쌍의 시신은 남자와 여자의 시신이었는데 여자가 약 여섯 달전부터 실종신고가 되어있던 것과 남자가 여자의 애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여 볼 때에 납치와 감금 행위까지 발생한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뉴스가 흘러나오고 여주와 순영이 있던 그곳에는 지금은 검은 재와 앙상한 집의 뼈대만이 남아있었으며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니며 수사를 하던 수사원들은 창문으로 추정되는 곳의 앞에 땅을 판듯한 흔적에 그곳을 파보았고 그곳에는 작은 박스 안에 담긴 쪽지가 있었다.
[이 쪽지를 찾았다면 내가 너를 떠났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다른 사람이 찾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뭐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거니까 우리가 다음 생에 만난다면 이번 생과 같은 사랑은 하지 말자 네가 많이 힘들어 보이거든 난 말이야 우리 둘다 불안해하지 않는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은데 다음 생에 만나면 우리 꼭 평범한 사랑을 하자 뭐... 이걸 볼지 안 볼지는 몰라도 일단 쓰고났더니 속은 시원하다 그럼 사랑해 권순영 - 김여주가]
"반장님!! 여기 증거 나왔습니다!!"
수사복을 입고는 장갑을 끼고는 조심조심 쪽지를 펴서 읽던 남자는 급하게 다른 사람들을 불렀고 이곳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사랑이 서툴고 미숙했던 권순영과 그런 남자를 사랑했던 김여주 이들의 사랑의 문제점은 없었다.
그래도 문제점을 찾자면 서로가 서로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방식의 사랑을 했다는 것 그것들만이 이들의 사랑의 문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건이 끝이 나고 이곳에는 용담초 한 떨기가 피어올랐다.
이 세상의 어느 꽃보다 슬퍼 보이는 푸른색의 용담초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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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초 - 슬픔에 잠길 때 당신이 제일 좋아요
안녕하세요 세봉 맘들 중에 승관 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이코? 집착 이런 느낌만 가지고 쓸려 했는데.... 완벽한 세드물이.. ㅠㅠㅠㅠ
분위기가 순영 맘 거랑 많이 겹쳐서 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많을 거여요.. 암요 허허허허 어쩌다 보니 꽃말 시리즈에서 집착 시리즈가 된 기분은... 다음 턴 때는 달달이나 아련한 걸 들고 와볼려구욥!!!
+) 공동필명 사용하실줄 아시는분들있으시면 부탁좀 드릴께요 ㅠㅠㅠ 계속 해보려고하는데 어케해야할지 모르겠네요 ㅠ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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