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그대는 죽음을 각오하라
05. 그대는 죽음을 각오하라
w.향(香)
3일 내내 비가 내려서 그런건지 눅눅한 공기에 밖은 어두컴컴했고, 지하실로 보이는 이곳의 바닥은 점점 차가워졌다. 지금쯤이면 석진오빠가 내가 사라진 것을 눈치 챘을까? 평소의 오빠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 경찰서를 뒤집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번만 더 포악하게 굴면 상사한테 분명히 혼날텐데...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오빠의 생각이 났고, 내가 묶여서 갇혀있는 와중에도 오빠를 걱정하는 내 모습이 어이가 없기도하고, 웃기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갇힌지 3일 가량이 지났다. 밥도 잘 주고, 화장실도 가라고 말하고, 위협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답답하다고 말하면 손목의 밧줄도 잠시 풀어준다. 대체 왜 나를 이곳에 데려 온 걸까...
"일어났어?"
"예..."
방금 일어난건지 하품을하며 지하실로 들어 오는 민윤기.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더니, 한켠에 있는 세면대의 물을 틀어서 세수를 했다. 세수를 마친 그는 얼굴의 물을 살짝 닦아내며 재밌는 걸 발견했다고 말 해 줬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는 그게 뭔데요...? 라고 물어보자, 그는 활짝 웃었다.
"뉴스에 네가 나오더라고."
순간 멍해졌다. 뉴스에 내가 왜... 하지만, 곧 그런 생각도 잠시. 내가 이곳에 납치되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마 밖의 상황을 살필 수는 없지만, 10번째 연쇄 살인의 주인공이 나냐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 남자가 마음 먹고 힌트를 던져주지 않는 이상은 작은 단서도 찾을 수 없는 사건이기에 사람들은 더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다.
"행방불명 여대생. 연쇄살인범의 10번째 타깃이 되고 마는 것인가- 경찰과 연쇄 살인마의 싸움. 발 빠른 자의 승리일 것…"
남자의 동선을 눈으로 따라가며 그 남자의 행동을 살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도통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남자의 표정을 읽어보려고 애쓰던 순간, 남자가 갑자기 얼굴을 들이민다. 깜짝 놀라서 눈만 깜빡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모두 잘못 짚었어.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아. 라고 말하며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어서 남자를 쳐다보자, 뭐. 문제있나? 라며 웃어보인다. 대체 왜 나를 가둬두기만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걸까? 멈출 수 없는 의문점이 나를 덮쳐왔다.
"내가 왜 너를 그냥 두는지, 궁금하지?"
여주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더니 윤기가 그녀의 앞에 앉았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한 표정의 여주와는 달리, 그의 표정은 꽤나 신나보였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채로, 눈을 피하지도 않은채로 쳐다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윤기는 여주에게 입을 맞췄다.
여주가 그를 떼어낼 틈도 없이 혀를 섞던 윤기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입을 떼었고, 이번에는 조금 다른 표정을 걸치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칼로 그녀의 오른팔의 안쪽을 긋는다. 아-! 짧은 외마디 비명이 지하실을 채우고, 윤기는 그녀의 팔에서 흘러내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를 쳐다보다가 이내 하얀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팔에 감아줬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윤기의 모습에 두려움과 고통에 덜덜 떨면서도 이제는 될대로 돼라. 라는 생각을 한 여주가 뭐하는 짓이냐며 그를 향해 소리쳤고, 윤기는 그녀가 소리를 지르는건 신경도 안쓰이는 듯,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내가 방금 너의 눈을 6초가 넘게 쳐다봤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원래 사람이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로 6초 동안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 살인충동이나 성욕을 느끼는거라고들 해."
"… …"
"그런데, 왠지 너에게서는 살인충동이 아니라 성욕을 느껴-"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있는 그녀에게 알아듣냐며 살짝 웃어보인다. 그, 그러니까... 말을 더듬으며 윤기에게 할 말을 정리하는 듯한 여주.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윤기가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니까, 나는 너하고 키스할 때가 너의 팔을 그었을 때 보다 더 좋았다고.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말이야.
"...이제 어쩌실거예요."
그냥 단순 살인이 아니라 성폭행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옅게 몸을 떨었다. 그를 쳐다보며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그는 당연히 죽이지는 않은 채로 평생, 데리고 있어야지. 라며 나를 향해 작게 웃어 보였다.
-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석진의 차가 미끄러지듯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거세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멈추었고, 허겁지겁 차에서 내린 석진이 서의 문을 활짝 열었다. 마침 초조하게 석진을 기다리고 있던 호석이 석진을 발견하자마자 그를 향해 달려왔다. 경사님, 여주씨는 괜찮은 거예요? 호석의 질문에 석진의 표정은 매우 굳어졌다.
"...일단 A팀에 먼저 가 보자."
석진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호석. 일단 표정을 보니 여주씨가 무사한 건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은 일단 석진의 말대로 A팀이 모여있는 작은 회의실에 가기로 했다. 굳게 닫혀 있던 회의실 문을 열자, 탁한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 꼴초들 담배 좀 그만 피라니까. 호석이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담배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창문을 모두 활짝 열었다.
오셨습니까 김경사님. 호석을 한번 흘겨본 A팀의 리더인 오종석 경사가 석진에게 거수경례를 했고, 석진도 그를 향해서 가볍게 목례를 한 후에 오경사 앞에 놓여 있던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어떻게... 해석이 되었나요? 석진이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묻자, 오경사는 말 없이 회의실 한켠의 화이트보드를 끌고 왔다.
"여기를 보세요."
그의 한마디에 회의실 안에 있던 석진과 호석을 포함한 5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두 칠판을 쳐다보았고, 그는 마카를 열어 천천히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M... E... M... 한 글자씩 힘을 줘서 눌러 쓴 탓에 마카의 촉이 보드에 닿아 끼익 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마침내 그가 글씨를 모두 썼을 때에는 문장인지 단어인지 모를 것이 완성되어 있었다.
'MEMENTO MORI' 몇 번을 재차 읽어 보아도 영어는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석진이 의자를 끌어 당긴 후에 미간을 좁히며 질문을 던졌다. 저게 대체 뭡니까?
"라틴어입니다."
"무슨 뜻인지도 알겠죠?"
"그대는 죽음을 각오하라."
석진의 질문에 잠시 대답을 망설이던 오경사가 마침내 입을 떼었고, 석진의 표정은 조금 더 미묘해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석진의 질문이 허공으로 흩어졌고, 연신 석진의 눈치를 보던 오경사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마도, 이건 정말로 그저 추측에 불과하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듯 말 끝을 흐리는 그의 행동에 답답해진 건지 석진은 대답을 재촉해댔다.
"...경장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합니다."
나에게? 대체 왜... 아까 정순경이 내게 했던 말과 오경사가 지금 해 준 말이 합쳐지면서 머릿속이 아까보다도 더욱 더 복잡해졌다. 내가 범인의 심기를 얼마나, 또 어떻게 불편하게 했길래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을 9명이나 죽여가면서 나한테 메세지를 보내는걸까. 왜, 도대체 왜... 계속해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갖은 생각들 때문에 머리가 뭐에 맞은 듯이 지끈거렸다.
"일단 B팀에 가 볼게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경사님, 만약 저희의 추측이 맞다면 범인의 몸. 그러니까 범인의 귀 뒤에는 알파벳 M이 새겨져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오경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후에 회의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 앉을 뻔했다. 경사님... 괜찮으세요?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정순경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맴돌기만 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범인이 자신을 잡아보라는 듯 멀리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주먹을 꽉, 쥐었다. 손 끝으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 적나라하게 들 정도로 세게 쥐었다. 정신이 그나마 드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복잡한 사건일 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 정신 차리자,김석진. 네 여자친구의 생사와 무고한 희생이 걸린 문제다. 혼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관자놀이를 한 번 짚었다가 떼었다.
"...B팀, C팀도 가 보자"
"네"
석진과 호석이 B팀의 회의실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B팀이 뭐였더라- 아, 안구 적출의 이유와 살인동기였지. B팀의 이야기와 C팀 얘기도 들어보면 상황이 좀 정리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애써 생각을 정리하는 석진, 그리고 그 옆에서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 건지 똑같은 고민에 빠진 호석이 함께 B팀의 회의실 쪽으로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사담 |
하아... 여러분, 다 정리했습니다! 콘티도 대충 짜 두었구요! 다음화를 얼른 쓰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암호닉은 다시 받아야 할 것 같아요ㅠㅅ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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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